불안한 예감에 적중하는 한 마디. 화살이 되고 돌이 되어 네게 쏟아져 내리며, 아이 앞을 막아섰다고 한들 피칠갑을 만들어 이내 무너지게 하는 세상의 손가락질. 추운 겨울보다 시리게 하는 말들 앞에서 우리는 무너지고, 또 무너져 무릎을 꿇는다. 내 옆 아슬한 난간 위 발을 디디는 이 아이 손 하나 잡아주지 못해, 나는 마음을 치고. 땅을 치고. 마른 손이 못내 마음에 걸려 떠나기 전의 세상을 선물하고 싶단 생각에, 손에 쥐여주고 싶단 생각에 눈을 마주친다. 석민아. 나즈막히 불러오는 이름마저 높은 바람 소리에 가로막혀 멀리서 들리는 것만 같아 너를 끌어안는다. 네 목소리가 맴도는 공기를 모두 부여잡아 품에 안아, 그렇게 마침표를 찍는다. 지키지 못할 아이를 가슴에 안고. 권순영, 나는 너를 사랑했음에. 시퍼런 세상 앞 여린 널 지키지 못했음에. 바다가 되어주고 싶었으나, 한 철 다가갔다 부서지고 마는 파도가 되었음에. 우리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떨어진다. 세상에 맞서지 못한 두 청춘이, 십대가.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