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열일곱 유치원입니다! 03
(부제: 한쿡말 몰라서 많이 놀라쬬?)
2014년 3월.
등원하는 아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밖으로 나갈 때면 승철쌤은 어김없이 핫팩을 쥐어주셨어.
처음에는 설렌다고 느꼈는데 가면 갈수록 더 설렜지. 너도 여잔데.
그렇게 아이들을 맞이하며 반갑게 인사할 때 쯤, 저 아래서 시끌시끌한 소리가 들려와.
이 데시벨의 주인공이 대충 짐작이 가기 시작한 너는 이름을 되뇌이기 시작했어.
"나는 어제 이-따만한 콧물 나와따-"
"흥! 난 밤에 이마에서 불 났었거등~"
목소리의 주인공들은 바로 사슴반 순영이와 토끼반 석민이였어.
서로 어제 밤에 얼마나 아팠는지 배틀을 하면서 올라오고 있었지.
어머님께서 각자 아이들의 선생님께 약을 잘 챙겨 먹여달라는 부탁을 했어.
지수쌤과 정한쌤은 환하게 웃으며 '네~ 어머님, 들어가세요~' 하며 넉살좋게 말하고 어머님을 보내드렸어.
모든 아이들의 등원이 끝나고 너는 원장실에서 순서표를 보다가 오늘의 첫 반인 토끼반에 들어갔어.
문을 살며시 열고 들어가자 다들 옷을 정리하고 가방까지 자기 자리에 걸어놓고 선생님 앞으로 옹기종기 모여앉아있었지.
토끼반의 첫 시간은 색깔별로 준비되어있는 점토들을 가지고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드는 점토놀이 수업이었어.
지수쌤이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다가가 '어떤 걸 만들고 있어요~?'하고 물어보던 중이었어.
"떤땐님!!!!! 저는 틴티니 만드러써여!!!!!"
자신의 흙색 점토를 자신있게 들어보이며 가져오는 석민이였어.
석민이는 틴틴이를 만들었다고 했는데 난생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지. 텐텐 말하는건가...? 그거 아직도 있어?
나와 똑같은 생각인지 지수쌤의 표정은 복잡미묘하다가 일단은 엄청난 칭찬을 해주기 시작했어.
"우~와~ 석민이가 틴틴이를 만들었구나~?
근데 석민아, 틴틴이가 뭐야?"
지수쌤의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뒤로 뺀 의자를 끌어다 앉으면서 심각한 표정을 짓는 석민이였어.
뭔가 사연이 깊어보이는 것 같아 너도 그 근처로 가 석민이의 말을 들었어.
"틴티니는여, 작년에 무지개 다리를 건너써요..."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는 말을 하자마자 틴틴이는 석민이가 키웠던 애완동물이구나 생각을 했고
가까이 다가가 머리라도 쓰다듬어주려 했는데
갑자기 지수쌤이 박수를 딱! 치면서 앉아있는 석민이의 눈높이에 맞춰 앉으며 말 했어.
"아~ 틴틴이랑 석민이가 무지개 다리에 가서 같이 놀다 왔어?"
아이들이 웃는 것 보다 더 해맑게 웃던 지수쌤의 표정은 아직도 생각이 나네.
그 모습을 같이 보고 있었던 석민이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어.
너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지수쌤을 옆으로 밀고 석민이에게 말했어.
"석민아- 틴틴이는 석민이가 우는 모습 싫다고 그랬는데,
석민이 남자답게 꾹 참을 수 있지?"
그 말이 끝나자 마자 거짓말처럼 네게 환하게 웃어보이는 석민이였어.
그러다가 '히- 긍데, 나 괜차나여. 아빠가 틴티니랑 똑같이 생긴 강아지 또 사준다 그래써여.'라고 말하고
석민이는 틴틴이를 만든다며 다시 점토를 만지는 데에 공을 들였어.
오히려 너에게 밀쳐 나동그라진 지수쌤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어.
너는 지수쌤을 아이들이 없는 교실 구석으로 끌고 왔어.
"칠봉쌤.. 무지개다리가 뭐 길래 헐크처럼 센 힘으로 저를.."
"틴틴이는 석민이 애완동물인 것 같은데,
하늘나라로 갔다는 거에요! 이 세상에 살고 있지 않다는 말이에요.
음... 다이! D.I.E!!"
지수쌤에게 무지개다리의 뜻을 말해주자 'Oh my gosh..' 하며 두 손으로 입을 막고 경악을 금치 못했어.
그럴만도 하지.. 멀쩡이 살아있는 애한테 '너 옥황상제랑 같이 놀다왔어?' 하는 거랑 뭐가 다르냔 말이야..
얼른 가서 사과해야겠다며 앞으로 나가려는 지수쌤을 막아선 너는 애를 겨우 진정시켜놨는데 또 상기시킬 거냐는 말을 했고
지수쌤은 '아, 그렇네요.. 어떡하죠..?' 하며 걱정하길래 네가 어깨를 두드리며 괜찮을 거라는 말을 건넸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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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반에서 보조를 하다가 네가 제일 좋아하는 오후 간식시간이 다가왔어,
오늘 오후 간식으로 따땃한 군고구마가 나온 날이었어.
이모의 간식 초이스에 감사하며 아이들에게 큰 고구마를 나눠주고 작은 고구마를 하나 가져와
껍질을 벗겨내면서 호호 불어 먹으려는데 사슴반 문이 열리고 지수쌤이 고개만 빼꼼 내밀었어.
"칠봉쌤.. 저 질문이 있는데.."
입에 들어가려던 고구마를 잠시 내려놓고 지수쌤의 말에 무슨일이냐고 물었어.
지수쌤은 잠시 나와줄 수 있냐며 너를 복도로 데리고 나왔지.
'저, 칠봉쌤..'하면서 말 끝을 자꾸 흐리는 걸 보니 질문을 하는 것에 대해 미안해서 그런 것 같다 느꼈어.
너는 괜찮으니 말 해보라고 했고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내복약이 뭐에요..? 이거 석민이 약인데.
입는 내복은 아는데 내복약이 뭔 줄 모르겠어요.. 약국이름은 내복이 아닌데..?"
라고 말하며 자신의 손에 들린 석민이의 약 봉투를 보여줬어.
웃음이 터져나온 너는 진지한 지수쌤의 표정에 크게 웃지도 못하고 속으로 웃음을 참아.
'입는 내복 아니고, 한자로 쓰인 건데 먹는 약이라는 뜻이에요.'라고 대답해주자
'Oh, Thank you. 고마워요, 칠봉쌤!'하고 대답하며 신나보이는 뒷모습을 한 채 교실로 들어갔어.
내게 고구마를 건네며 지수쌤이 뭘 물어봤냐고 내게 물어오는 정한쌤에게 내복약의 뜻을 말 해줬다니까
미국에서 나고 자라 한자는 잘 모를 수 있다며 사소한 단어도 도움을 많이 줘야한다는 말을 해줬어.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고 드디어 고구마를 한 입 베어물었지.
*
2014년 8월 무더운 여름 날.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찜통 더위가 찾아왔어.
에어컨 없이는 살 수가 없을 정도로 푹푹 찌는 날씨가 계속되고 있던 어느 날.
백호반에 들어가 아이들의 근처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도미노로 별 모양을 만들고 있었어.
마지막 하나만 놓으면 완벽한 별이 완성되려던 찰나,
백호반 문이 살며시 열리며 지수쌤의 머리가 문 안으로 들어왔어.
"칠봉쌤! 잠시만 저 좀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땀을 뻘뻘 흘리며 집중하고 있던 너는 너무 놀란나머지 세워진 도미노를 쳐 버렸고
하나만 놓으면 완성되는 별은 너로 인해 순식간에 넘어졌어.
허탈해하는 친구도 있는가 하면, 어짜피 칠봉쌤이 놓으면 손으로 건드릴 거 였으니
속상해하지 말라고 말해주는 마음 착한 백호반 친구도 있었어.
감동의 쓰나미가 몰려오는 것도 잠시.
너를 찾는 지수쌤때매 승철쌤에게 잠시 갔다오겠다는 말을 하자,
'지금 백호반 선생님 아닙니까..? 급한 거 아니면 나중에 가시는게..' 라고 대답했어.
그 말이 끝나자마자 지수쌤은 울상인 채로 너에게 무언가를 물어봤어.
"칠봉쌤.. 심쿵이 뭐에요...?"
너에게 물어본 건 다름아닌 심쿵이라는 말의 뜻이었어. 뒤에서는 승철쌤이 '푸흡-' 하고 소리내어 웃었지.
심각한 표정을 한 채로 심쿵이 뭔지 물어보니 지수쌤을 놀리고 싶은 마음이 든 너는
'심쿵이요?! 심장이 아프다는 말인데...?!'라고 대답하자
큰 눈이 더 커지며 알려줘서 고맙다는 말은 잊지 않고 토끼반 교실로 돌아갔어.
승철쌤이 뒤에서 크게 웃으며 '쟤는 저거 진짜 믿는데-'라고 말했고,
너는 고개를 끄덕이며 정말 그런 것 같다고 대답해.
*
그 이후로도 잠깐 화장실 좀 갔다오려고 토끼반 앞으로 지나가면.
"칠봉쌤!!"
원장선생님이 시키셔서 뭐 좀 가지러 토끼반에 들어가면,
"칠봉선생님! 잘 오셨어요. 제가 선생님한테 질문할 게 있는데요-"
하다못해 이제는 너의 뒷꽁무니를 쫓아다니며 너에게 질문공세를 해댔어.
처음에는 웃으면서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다. 친절하게 대답해주었다면
순수한 지수쌤의 모습에 요즘은 장난을 살짝 가미하여 대답을 해 주었지.
그 장난에 속아 넘어가주는 건지, 아니면 정말 믿는건지
'Oh, 고마워요, 칠봉쌤!' 하며 뒤를 돌아 가버리는 지수쌤이었어.
그러다가 아이들을 다 보내고 사물함실에서 마주치면,
"아, 칠봉쌤!!!
칠봉쌤이 알려준 뜻 아니라잖아요- 민규 데리고 병원 갈 뻔했다구요.."
하고 찡찡거리며 토라졌다가 뒤돌아서면 금세 풀려버렸어.
가끔 조금은 귀찮다는 느낌이 들어도 약간의 놀리는 재미가 있어서인지 다음에는 뭘 물어보시려나 기대가 되기도 했어.
이번에는 어떤 이상한 뜻으로 지수쌤을 놀려볼까 하는 생각도 컸지.
*
"여보오~ 맛있게 드세요홍홍~"
지수쌤이 직접 만들고 예쁘게 꾸미기까지 한 집 모형 아래서 아이들이 옹기종기 앉아있었어.
유치원의 꽃은 소꿉놀이 아니겠어?! 집에서 보고 들은 내용이 다 나오는 시간이지.
아이들은 엄마, 아빠 뿐만아니라 강아지, 고양이까지 다양한 역할을 가지고 소꿉놀이를 하고있었어.
지수쌤은 아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뒤에서 지켜보다가 우리 유치원의 비주얼을 담당하고 있는 민규에게 물었어.
"민규야, 엄마 역할 하고있는 봉봉이가 민규 여자친구야?"
아빠 역할을 하던 민규가 입에 가까이 가져갔던 장난감 숟가락을 떨구며 지수쌤을 쳐다봤어.
갑자기 민규가 지수쌤의 손을 붙잡고 옆으로 빠져나와 말했어.
"봉봉이능 제 여사친이에여. 제 여자칭구는 칠봉이란 말이에여.."
말이 끝나자마자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앉아있던 자리로 돌아가 숟가락을 주워들고 떠먹는 시늉을 했어.
'여사친'을 들은 지수쌤의 표정은 금방이라도 너를 찾을 것 같았고,
그 생각이 마저 끝나기도 전에 예쁜 눈으로 너를 쳐다보고 있었어.
너는 먼저 선생님에게 다가가 여사친의 뜻을 말 해줬지.
"여자, 사람, 친구. 성별이 여자인 친구- 이런 뜻이에요."
"네..? 그게 여자친구랑 다른 게 뭐에요..?"
너의 설명이 아직 부족했는지 이해하지 못한 지수쌤이 물었어.
어떻게 설명해드릴까 생각하다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나 바로 설명해줬지.
"지수쌤이랑 나랑 알콩달콩하게 사귀면 나는 쌤 여자친구.
내가 그냥 쌤이랑 알고지내는 친구면 난 여자사람친구!"
"아.. 이해가 됐어요. ㄱ.. 고마워요."
설명을 다 듣고 이해가 된다며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던 지수쌤의 얼굴이 완전 복숭아였어. 끝말은 살짝 더듬었고.
너의 설명을 듣자마자 지수쌤은 일어나서 다른 아이들에게 다가가 근처에 있던 거울을 봤고
그런 지수쌤을 쳐다보던 너는 시계를 한 번 보다가 수업이 끝날 시간이 다 되어가자
선생님의 등에다가 조그맣게 나가겠다는 말을 하고 문을 열었어.
-epilogue-
(토끼반 지수쌤의 일기)
"너, 여사친, 남사친 이런 거 몰라?"
"지수라면 충분히 모를 수 있다고 보는데..?"
"이야.. 그래도 그건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칠봉쌤은 약속이 있다고 해서 먼저 퇴근을 하고 오랜만에 세 선생님끼리 뒷정리를 했다.
정한이가 칠봉쌤에게 무슨 질문을 했냐고 물어보길래 여사친에 대해 물어봤다 대답했고,
승철이 형의 반응이 저랬다.
"여사친이 사귀는 사이말고, 그냥 친구 말하는 거 아닌가."
"어.. 칠봉쌤이 그거 랬어."
"근데 얼굴은 왜 빨개져."
나는 아무런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얼굴이 또 빨개졌나보다.
승철이 형이 왜 빨개지냐는 말을 반복했고 나는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어야만 했다.
이럴때만큼은 거짓말하기 힘든 내 홍조가 너무 미웠다.
"뭐어라고오~? 홍지수가 칠봉쌤 좋아한다고오~?"
"아, 내가 언제! 그런 거 아니라고!"
아까 있었던 일을 말 하자마자 책상에 걸터앉아 있던 윤정한이 나를 놀려댔다.
옆에 있는 물병으로 입을 막아버리고 싶었지만 참았다.
'네가 흑심을 품고 질문하러 다닌거구나?' 라고 말하자마자 정한이의 볼을 쭈욱 늘려트려 말을 하지 못하게했다.
하지만 정한이는 계속 웃으며 '에헤에헤-'거렸다.
내 볼이 자주 빨갛게 익는 걸 어떡하라고..
나도 내 맘을 잘 모르겠는데. 벌써 단정짓지 말라고.. (라임천재 홍지수)
지수의 일기. 끝.
*
아낌져가 아! 낌! 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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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냐세여!!!! 아낌저가 왔어요!!!!
오늘은 뭔가. 음. 최고 망글이네요.
제일 시간을 많이 소모한 것 같아요....ㅎ
거 봐요, 전 연애세포가 없다니까..?
제가 가진 지수 사진은 다 쓴듯하네요. 큰일이다...
아침마다 자꾸 핫팩주는 최승철...
" ☆ 심 ! 쿵 ★ "
진짜 심장이 아픈 것 같다. (머리도 아픈듯)
그나저나 오늘 정말 망한 것 같아요.... 내 연애세포 좀 찾아줘라, 줘!!
오늘도 감사합니다... 쿨럭....
얼른 2014년에서 2015년으로 넘어가 막내라인들을 영접하고, 아가들도 소개를....(권스포소환)
좋은하루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