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단어만으로도 사람 마음을 아리게 할 줄 아는, 그런 날. 어둑해진 밤으로 모자라 점차 밝아오는 창과는 동떨어진 제 연습실, 그 작은 틀 안에서 눈을 비볐다. 부쩍 왜소해진 어깨를 강압적으로 감싼 사방의 모니터와 악기는 꼭 위협적이기까지 하였다. 데뷔를 할 수 있을까. 오 년 가까이 지나간 제 십대의 하루들은 매번 초록색만이 그득히 차있었고, 가끔 첫사랑의 잔해만이 남아 분홍이 도는 색이 얼룩져있을 뿐이었다. 불안함만이 가득한 제 마음을 알기는 하는 건지, 의지와는 무관히 자꾸만 감기는 눈이 야속하기까지 하였다. 그냥 다 간단해졌으면 좋겠다. 아무리 추워도, 아무리 불안해도 모두 괜찮으니까 간단해졌으면 좋겠다. 시덥잖은 생각이 서러워 괜한 마음에 펜을 잡아 곧대로 옮겨 적고서는 한참이나 들여다 보았다. 데뷔를 하고, 내 이름을 부르며 사랑한다는 말을 건네줄 사람들이 생겼을 때. 그 때에 이 가사를 다시 읽는다면 무슨 생각이 들까. 한참이나 제목을 생각해 보아도 도통 나는 알 길이 없었다. 결국 남들보다 더 길었던 하루를 마치듯 컴퓨터의 전원을 끄고, 작업실 밖으로 비척이는 걸음을 옮긴다. 이렇게 찬 바람이 불 거면 사람 마음이나 춥게 만들질 말던가. 괜한 마음에 입술 비죽이며 투덜대고는 얼어버린 두 손을 주머니 깊이 넣었다. 연신 나오는 하품을 꾹 삼킨다. 매일같이 오가는 숙소와 연습실 사이, 그 길이 오늘따라 길게만 느껴져서, 나만 세상에 뚝 떨어진 기분. 발걸음마다 서러움이 뚝뚝 떨어지는 것 같아 괜히 뒤를 한 번 돌아보며 생각한다. 온 우주에 있어서 고작 난 먼지 하나만도 못할 텐데, 내가 걷겠다고 고집한 이 길이 정말 옳을까. 내가 맞는 걸까. 어제와 오늘의 경계가 사람을 무너지게 만드는 것도 같았다. 기대도 되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힘든 걸 티내도, 아무렇지 않게 고개 끄덕이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무너지지 않아도 솔직함을 보일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순식간에 엄마 얼굴이 눈앞에서 흩어진다. 고개를 저었다. 안 돼, 이지훈. 정신 차려야지. 무너지면 안 돼. 겨우 엄마, 두 글자 생각했다고 멋대로 차오르는 눈물에 입술을 꾹 깨물었다. 몇 발걸음 옮기지 않아 제 앞에 우뚝 선 숙소가 그날따라 뭐 그렇게 커 보였는지. 소매로 자꾸만 붉게 물들으려는 눈을 꾹 닦아내는데, 푹 숙인 고개 시야 새로 익숙한 운동화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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