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렁해져 햇빛을 담은 것만 같은 눈으로, 그 눈으로 담은 나마저 물들여 이내 눈물 볼 타고 흘러내리는 네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싼다. 한껏 휘어져 웃던 눈꼬리 축 처져 방울방울 맺힐 동안 무엇을 해 줄 수 있는지 백 번 생각만 하지만, 있을 리 없는 답이 나올 리가 만무해 울지 말란 말만 연신 입 밖으로 꺼내며 엄지로 젖은 볼을 쓸었다. -Verny, 나는... 난... 이제... 서툰 한국어 겨우 섞어가며 제 이름 부르는 목소리, 가만히 제 손목을 잡아오는 따뜻한 두 손. 뒷걸음만 치던 세상이 이제야 다가오는 듯도 하였다. 아닌 척 밀어낸다고 무엇이 바뀌는지, 어린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 그저 머무르기만을 바라며 내 봄을 눈으로 읽는다. -It will work out, dear. Josh, Look at me. 서로만을 온전히 마주한 눈 속에 담긴 우리를 외면할 수가 없어 입술을 깨물었다. 깨문 입술 새로 나오지 못하는 말들이 잠들어 내려앉는 느낌에 눈물을 참을 무렵, 아프게 웃는 네가 보인다. 행선지가 너무도 빤한 손가락질로 가득할 세상에서 우리는 우리를 지켜낼 수가 있을까. 틀어진 시작을 우리는 바로잡을 수 있을까. 망설임과 두려움으로 떨리는 입술 위로 살풋 제 입술을 대었다. 숨이 겹친다. 마침내 만나게 된 내 사람, 호선 그리는 입술로 사랑한다는 말만 속삭여도 한참 모자랄 내 사람이, 꼭 지금처럼만 내 곁에 머무를 수 있게. 꼭 감은 두 눈 속에 이미 담겨 채워나가고 있을 우리의 첫 기억에 담길 말. -지수 형. 지수야. 형은 제 봄이에요. 눈을 뜬다. 가만히 있어도 눈이 부신 사람이, 세상을 밝히도록 웃는다. 마침내 찬찬히도 마주한 봄길, 그 위를 걸을 우리의 봄날. 그 시작이 손에 잡힌 것도 같아서,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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