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럽던 2002년, 우리는 한창 철없을 고등시절을 함께 보냈다.'
[ 응답하라 2002 ]
첫번째 이야기,
정 많고 탈 많은 동네 혜화동으로 놀러오세요.
"엄마, 나 간다!"
"주현아! 도시락 챙기가라!"
"아, 엄마 올해부터 급식이라니깐!"
"통장에 돈이 모자라가 이번 달은 마 도시락 싸들고 댕기야겠다. 엄마가 다음 달 부터 입금해줄게."
"됐어. 다음 달에도 입금하지마. 지민이한테 같이 도시락 먹자고 하면 돼."
괜히 미안해지게 또 이런다 울 엄마는. 맛이 어떨지 감도 잡을 수 없는 급식에 돈을 쓸 바에야 우리 엄마가 챙겨준 도시락을 들고 다니는 쪽이 좋을거다. 그냥 그렇게 생각하는게 마음 편했다. 신발을 대충 구겨 신고 나오자 막 나온 듯 지민이 신발끈을 묶고는 일어선다. 저 나이키 신발은 언제부터 샀다고 자랑하더니 여태 잘 신고 다니는 것을 보니 저 신발도 5년은 족히 가겠거니 싶었다. 우리 집보다 더 별난 구두쇠 아저씨가 계시니 어쩔 수 없다.
"안주현, 니가 왠일이냐. 이렇게 일찍 학교를 다 가고. 2002년엔 뭐 새해 다짐이라도 좀 했나?"
"야 씨, 안닥쳐?"
아침부터 시비를 거는 데에는 이미 도가 튼 전정국을 보자 짜증이 치민다. 한 대 칠까 잠시 고민하다가 옆에 붙은 꼬마 아가씨 때문에 인내심이라도 길러봐야겠다. 전정아, 이제 6살 된 주제에 보는 눈은 있어서 지 오빠는 더럽게 좋아한다. 잘생긴 지 오빠 성격이 글러 먹은 것도 알아야 할텐데 우리 정아가.
"태태!"
"어, 학교 가?"
"응, 너는? 대회?"
"응. 학교 늦는거 아니야? 형들은 아까 나갔는데."
"학교도 안다녀본 놈이 지각 무서운건 아냐? 간다, 태태 잘해!"
"응 잘 다녀와. 너네도."
정국과 지민에게도 차례대로 인사를 해주고는 돌아서는 태태. 어쩜 뒤통수마저 모자랄까. 저런 놈이 어째서 피아노를 칠 때 만큼은 천재로 불리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야, 지민아 오늘 할 일 있냐."
"전정국이랑..."
"깨. 얘랑 약속 깨고 나랑 어디 좀 가자."
"어디?"
"가긴 어딜 가. 얘 오늘 나랑 피씨방 가기로 했는데."
"신화 공개방송. 혼자 가기 좀 그렇단 말이야."
"그래. 아, 안돼. 나 오늘 엄마가 장보러 가자 그랬다 참."
"아, 뭐야. 그럼 나 누구랑 가라고."
"정국이랑 가."
"싫어."
"싫어."
지가 뭔데 싫다 좋다야. 웃기는 놈. 동시에 싫다고 말한 것보다 전정국의 입에서 싫다는 말이 나온 것이 더 재수없는 일이었다. 나도 너랑은 가기 싫거든요.
"왜, 너 저번에도 같이 갔잖아."
"그 때 갔다가 얘 때문에 쪽팔려서 죽는 줄 알았거든. 에릭 오빠, 에릭 오빠. 같은 소리하네. 쳐다봐 주지도 않더만."
"시끄러. 같이 안갈거면 닥쳐라."
"그거 공연 몇신데? 김태형 오늘 대회 6시쯤 되면 마칠걸?"
"안돼. 태형이 대회하고 오면 피곤해. 눈 반 감긴 애 데리고 가서 뭐하냐. 차라리 혼자 가지."
"그럼 혼자 가면 되겠네."
"넌 좀 조용하지? 야, 지민아 며칠전에 남준오빠가 신화 노래 듣고 있었지 않았어?"
"응. 근데 남준이 형은 원래 아무 노래나 잘 들어. 그거 좋아서 들은거 아닌데?"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혹시 아냐, 노래 듣고 좋아하게 됬을지."
내 말에 어이없다는 듯 비웃음을 보이는 정국의 뒤통수를 한 대 날려줄까 하다가 참을인이 세번이면 살인도 면한다고 한 번 더 참아주기로 했다.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남준 오빠를 찾아가 무작정 매달렸다. 이제 수험생이라 그런지 개학 첫날부터 무겁게 내려앉은 3학년 교실에 왠 2학년 여자애가 와서는 시끄럽게 해대자 당연스럽게 쏟아져 내리는 눈빛이란 따사롭다고 하기도 참 뭐하고 말이야.
"김남준!"
"야, 조용해."
"나랑 신화보러 ㄱ... 웁."
"조용히 하라니깐."
내 입을 손으로 틀어막은 채로 2학년 층까지 내려와서야 손을 놔준다. 후아, 숨을 몰아쉬느라 헥헥대는 나를 가만히 내려다보더니 그래도 천성이 착해서는 괜히 미안했는지 등을 토닥인다.
"갑자기 신화는 내가 왜."
"오빠 얼마전에 신화 노래 듣고 있었던거 아니야?"
"응, 신곡 나왔다길래."
"나랑 공개방송 가자."
"지민이랑 정국이랑 태태는 어디 두고 고3한테 그런데를 가쟤."
"아, 오빠 하루 공부 안한다고 대학 못가는거 아니잖아. 응? 지민이는 오늘 아줌마랑 장보러 가고, 태태는 대회란 말야. 전정국은 싫어. 오빠 제발, 응?"
"나이가 몇인데 사람을 가리냐. 너랑 정국인 언제 철들래?"
"아 잔소리 할거면 그냥 안간다고 해. 볼 때 마다 잔소리만 늘어서는."
"알겠어, 생각 좀 해볼테니까 교실 가있어. 정국이 폰으로 문자해줄게."
이럴 때 만큼은 정말 휴대폰이 간절하다. 전정국한테 남준이 오빠의 문자를 전해받는 건 정말 아주 매우 싫은 일이었지만 지민이도 나도 휴대폰이라고는 손에 쥐어본적이 없다. 웬만큼 휴대폰이 보급 된 후에도.
~
"내 휴대폰 뚫어지면 니가 새로 사주냐."
남준이 오빠는 여전히 감감 무소식이다. 아마도 오늘은 글렀다. 지금까지도 연락이 없는 걸 보면 정말 빠지기 힘든 약속이라도 잡혔다든가... 예를 들면...
"헐!"
"...?"
"아, 죄송합니다."
'그래, 가자. 몇신데?'
거의 포기할 때 쯤 온 문자는 나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지. 앞에는 나를 보며 혀를 차는 선생님이, 옆에는 미친년 취급하는 전정국이, 뒤에는 야, 미쳤어? 조용히 속삭이는 지민이 있어도 전혀 상관이 없었다. 학교만 마쳐주면 바로 혜성 오빠를 보러 갈 수 있는 게 아니겠는가. 그것도 태태처럼 졸지도 않고, 정국이처럼 투덜대지도 않는 남준이 오빠랑.
"진짜 이정도면 조울증 아니냐."
금세 기분이 좋아져서는 도시락을 퍼먹는 나를 보며 꿍얼대는 전정국은 아무리 기분이 좋아도 짜증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단한 놈이었다.
"넌 급식비를 냈으면 급식이나 쳐먹으러 갈것이지 왜 여기서 시비야."
"너 혼자 이거 다 먹고 죽을까봐."
"지랄. 내 얼굴 오래 보고 싶어서 그런건 아니고?"
"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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