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럽던 2002년, 우리는 한창 철없을 고등시절을 함께 보냈다.'
[응답하라 2002]
두번째 이야기,
누군가를 걱정한다는 것은
"뭐?"
"야 전정국이, 너...?"
"뭐가. 아니라고. 어, 아니야."
"그럼 그렇지."
김샜다. 그래 전정국이 설마 그럴리가 없지. 날 괴롭히려고 있는거면 또 몰라. 새삼스럽게 얼굴은 왜 달아오르고 난리일까. 전정국한테 뭘 기대 한건지 모르겠다 나도 참. 기대를 할 사람에게만 기대를 해야한다. 왜냐하면 기대라는 건 무너졌을 때야말로 실망을 반드시, 동반하니까.
나머지 시간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들은건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미 내 머릿속은 신화 하나로 채워져 있었다. 7교시 후 쉬는 시간, 매점에 단 하나 있는 티비 앞에 정국, 지민, 남준 오빠, 석진 오빠까지 모두 옹기종기 모여 태형의 피아노치는 모습을 볼 때 쯤에야 겨우 다른 생각 이라는 것을 했다. 피아노 건반을 부드럽게 누르던 태태의 손이 음악보다 먼저 멈췄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던 날에도 피아노 앞에서 만큼은 흔들림없던 태태였다.
"태태, 왜 저래?"
호석 오빠가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우리조차 이런 태태의 모습은 처음이었다. 심사위원석을 향해 꾸벅 인사를 하고는 들어가는 축쳐진 뒷모습이 아침에 봤던 그 뒷모습과는 너무도 달랐다. 분명 아침까지만 해도 평소와 다름없던 태태였는데. 불안한 마음에 습관처럼 손톱을 물어뜯으려 올라가는 내 손을 지민이 잡아내려준다.
"무슨 일... 있었어?"
모두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당연했다. 등교는 나랑 지민, 정국이 가장 늦게 했을거고 그 때의 태태가 괜찮았으니 정말 태태가 무슨 일이라도 있는거라면 우리와 헤어진 후의 일 일것이었다. 태태에게 몇 번이나 전화를 걸던 정국이 짜증스럽게 휴대폰을 던지듯 내려놓는다.
"안 받아."
"뭐야, 나 갈래 태태한테."
"안 돼."
"무슨 일 있으면 우리한테 말하겠지. 말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면 그냥 모르는 척 해주는게 맞는거야."
"그럼 태태 그냥 저렇게 둬?"
"... 어쩔 수 없잖아."
차분히 얹어진 석진 오빠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 그런 거 말 못할 태태인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태태가 말 할 때까지 가만히 두자는 건 대체 어떤 생각을 갖고 하는 말인지, 그에 아무 반박도 없는 다른 이들도 같은 생각인건지.
"싫어. 김태형 외로움 많이 타는거 알잖아. 말도 안된다고 이건."
"주현아."
마침 울리는 자습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와 동시에 교문을 빠져나왔다. 가방은 챙길 생각도 못한 채, 내 책상 위에 덩그러니 놓여져 있을 것이었고 뒤로는 나를 다급하게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구제불능 이었다. 가끔, 제 멋대로 행동할 때가 있는데 그게 바로 지금이다. 엉겁결에 가지고 나온 정국의 휴대폰으로 태태에게 메세지를 남기고 태태에게 갈 생각이었다. 사실은 길도 잘 모르면서 덤벼들고 보는 성격은 아주 골치아팠다.
'태태, 나 지금 대회장으로 갈거야. -주현'
이전에 태태를 데려다준답시고 태태와 함께 걸었던 대회장 까지의 길을 머릿속으로 대충 그리며 거의 찍다시피 길을 고르고 있었다. 아니다 싶으면 돌아가고, 다시 다른 길로 빠지면서.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나섰지만 정국의 휴대폰이 꺼지고 주위가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조금, 아니 많이 무섭다. 아까 보냈던 문자에 대한 태태의 답은 휴대폰이 꺼지기 바로 직전까지도 오지 않았다는 생각에 혹시나 집에 갔을까 싶어 나도 집으로 발길을 돌리려고 했지만, 그것도 막막한 일이었다. 주변의 건물은 죄다 낯익지 못했다.
~
"야, 태태. 언제 왔어?"
"좀 됬어. 이제 학교 마친거야."
"응."
"그건 그렇고 너 아까 대회 때는 왜 그랬냐."
"지민아, 그건 안물어보기ㄹ..."
"이미 안주현이 다 물어봤을걸? 아, 그러고보니 주현이는?"
"주현이? 학교갔잖아. 왜 나한테 물어? 주현이 왜 같이 안 와?"
지민의 물음에 오히려 주현이의 행방을 되물어오는 태태에 호석과 발장난을 치던 정국의 고개가 들려진다.
"김태형, 너 안주현 안만났어?"
"응. 못 봤는데?"
"형 아까 안주현 학교 나간거 맞지?"
"어, 자습 전에. 가방도 우리가 들고 왔잖아."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정국의 폰으로 전화를 걸어보던 남준이 놀란 눈으로 꺼져있다는 말을 전했다. 그야말로 좆됐다. 모두 한 곳에서 시선이 마주치고는 각자 다른 방향으로 뛰기 시작한다. 태형은 혹시 모를 주현이의 집으로, 호석과 지민은 학교로, 석진과 남준은 골목으로, 정국은 큰 길로.
그렇게 한참동안 주현이의 이름이 온 동네에 울려퍼졌을까, 한 사람의 발걸음이 멎었다. 정국의 시선 끝에 버스정류장에 앉아 졸고있는 주현이 닿고, 정국은 그제서야 숨을 골랐다. 진짜 병신.
"야."
한 번 불러서는 깨는 법이 없었다. 꽤나 깊게 잠든 모양이었다. 정국은 한 번 피식 웃더니 다시 표정을 바꾸고는 주현을 발로 툭툭 치며 깨운다.
"아, 뭐야."
"뭐긴 뭐야. 미아 찾으러 왔지."
"..."
"입 돌아가는게 소원이면 밤새 여기서 자든가."
"야! 왜 이제 와! 나 진짜... 경찰서도 안보이고 요즘 세상도 흉흉한데... 나 진짜, 진짜로... 너 이 씨..."
거의 울듯한 표정으로 화내듯 칭얼대는 주현에 정국은 피식 웃고만다.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지금 화내야 할 게 누군데. 남준과 호석, 태형에게 찾았다는 문자를 보내주고는 주현을 다시 쳐다봤다.
"가자 빨리. 너 때문에 추워죽겠는데 뭔 고생이냐 이게. 그러게 고집은 왜 부려서."
"야 넌 태태 걱정도 안돼? 어떻게 다들 그렇게 매정할 수 있냐."
"태형이보다 더 걱정거리 만드는건 너야, 등신아. 하여간, 생각은 짧아서는 행동만 빨라요 행동만."
"야, 시비걸지마. 나 아직 기분 별로거든."
"아, 예예."
전정국은 확실히 밉긴 해도 싫지는 않은 구석이 있었다. 애초에 미운 놈과는 떡을 나눠먹어도 싫은 놈이랑은 절대로 나눠먹고 싶지 않으니까, 주현이는 정국이 미웠다. 재수없는 놈. 그냥 딱 거기까지였다. 걱정했다 그런 말은 못해줘도 겉옷을 벗어 건네주는 그런 미운 놈이었다.
~
"김태형! 너 진짜 내가 너 때문에...!"
"미안해, 나 때문에 길 잃은거야?"
"그래 이 똥멍청이야. 너 때문에 오늘 신화 오빠들도 못봤거든."
동네로 돌아갔을 때는 정국이 집 평상에서 쪼르르 앉아 걱정하며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사실 걱정하며 라기에는 다들 졸거나 장난을 치고 있어서 표현에 조금 무리가 있었지만 분명 나를 찾으러 이곳저곳을 다녔을 이들을 알 것 같았다. 내가 오자마자 내게로 달려와 나를 안는 태형에 잠시 당황했지만 이 고생의 시작점이 김태형이었다는 것을 곧 기억해내고는 따지고 보면 아무 잘못도 없는 태형에게 괜히 화풀이를 했다.
이건 비밀이지만 오늘 잠자리에 누워 잠에 빠져들 때까지도 나는 태형의 걱정에 잠겨있었다. 나는 힘없던 태형의 어깨에 대한, 다른 어떤 이는 조금 모자란 나에 대한 걱정으로 달을 채우던 밤이었다.
***
~ 표시는 시점이나 장면의 변환이 있을 때 쓸거에요!
아직 나오지 않은 윤기도 곧 나올 예정이에요
메인 사진은 그 화의 메인이 되는 멤버가 들어가는 거라 아마 매번 바뀔 거에요
독자분들이 같이 남편을 추측해보는 것도 재밌을것같아요 ;)
많은 사랑 감사해요 다들♡
재미있게 읽으셨으면 댓글 하나씩만 부탁할게요!
암호닉 신청은 감사히 받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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