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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샤이니 온앤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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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XX/차학연] 사랑한다면 해선 안될 말 04 | 인스티즈


수지 & 백현 - Dream




04



똑- 똑-



물방울이 떨어졌다.
정적이 너무나 길어서 괜히 헛기침이 날 것만 같았다.
학연은 당황했는지 굳어서는 눈도 깜빡거리지 않고 나를 바라봤다.
조금 민망해진 나는 괜히 머리칼을 쓸어넘겼다.



"느에?"



문득 정적을 깬 그의 목소리에 나는 놀라 어깨를 움츠렸다.
학연은 이제야 정신이 들었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봤다.
살짝 뒤로 뺀 몸이라던가 어쩔 줄 모르는 두 손이 귀여워서 나는 웃음을 참았다.
한참을 버벅거리던 그가 이내 눈을 깜빡거리며 다시 입술을 움직였다.



"아 미안해요 그게 아니라"
그가 손사래치며 말했다.
"어 저기, 그게..."



나는 계속 머뭇거리며 말을 더듬는 학연을 가만히 보다 참지 못하고 웃음을 흘렸다.
그 웃음소리에 학연은 마법에서 풀려난 왕자님처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학연은 눈을 몇 번이나 크게 깜빡이더니 이내 알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의 눈꼬리가 보기 좋게 휘어졌다.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장난치지 마세요-!"
그가 말했다.



나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아- 깜짝 놀랐네"
마음이 놓인 듯 의자에 기댄 학연이 말했다.
"아무리 내가 차였다 그래도 그런 농담은 거절할게요"



나는 따뜻한 머그잔을 감싸 쥐었다.
달콤한 향이 천천히 올라왔다.
학연은 두 손을 들고 얼굴을 가렸다.
문득 그가 탄식 아닌 탄식을 뱉어냈다.



"으아- 진짜 깜짝 놀랐네"
학연이 중얼거렸다.
"손님, 나 이런 농담 별로 안 좋아해요"



그의 목소리에는 아까와는 다른 물기가 묻어있었다.
나는 그의 앞에 놓인 투명한 잔을 바라봤다.
얇게 썰린 레몬이 얼음 사이로 침전하고 있었다.
다시 떠오를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마치 우리의 시간처럼.
너와 나의 4월 그 사랑했던 나날들처럼.



"지우예요, 윤지우"
내가 말했다.
"그리고 나도 그런 농담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해요"



학연은 천천히 손을 내리고는 나를 바라봤다.
다시 한 번 알 수 없는 의문이 그의 눈동자에 담겼다.
나는 잔을 감싸던 그 손을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올려놨다.



"무슨... 말이에요?"



짐짓 심각한 얼굴로 학연은 물었다.
바람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계절감이 듬뿍 담긴 창밖의 풍경을 나는 슬쩍 훔쳐봤다.



"농담 아니에요"



"손... 아니 윤지우씨"
학연은 눈을 질끈 감았다.



"나랑 연애할래요?"
내가 다시 물었다.



"잠깐 잠깐!"



학연은 미간을 약간 찌푸린 체 다급하게 말했다.
나는 입을 다물고 그런 그를 마주 봤다.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로 학연은 나를 보고 있었다.



"진심이에요?"
문득 그가 물었다.
"아니, 진심이라도 나는...!"



"궁금하지 않아요?"



"..."



학연은 말을 멈추고 나를 바라봤다.
다시금 정적이 내려앉았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잔잔하게 들려왔다.
가을의 햇살이 창틈을 타고 넘어들어 그의 머리칼을 적셨다.
금빛 호밀밭처럼 그의 머리가 빛났다.



"...뭐가요?"



햇살을 가득 담은 눈으로 그가 내게 물었다.
나는 숨을 들이마셨다.
꼬았던 다리를 살짝 풀고 몸을 기울였다.
어처구니없는 이야기였지만 오늘은 마법 같은 날이니까,
그러니까 이뤄질지도 모른다고 수 백 번 자기최면을 걸었다.
오늘은 마법같이 하늘이 예쁜 날이니까.
달콤한 밀크티, 한 잔의 묘약같이.



"사랑이요"



"..."



그의 숨소리가 노래 위를 걸었다.
그러다 낙엽처럼 겹겹이 쌓였다.



"조금 더 나은 사랑을 해보고 싶어요"



사탕을 녹이는 듯한 자연스러움을 나는 목소리에 담았다.
바보 같은 소리처럼 들리는 이 이야기가 최대한 그럴싸해 보이도록.
사실은 너무 달아 아리기까지 한 그런 이야기로 들리도록.
그런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학연은 그저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학연씨는 어때요?"



학연이 대답이 없었기에 나는 이내 찻잔으로 눈을 돌렸다.
그의 유리잔에서 물기가 배어 나와 테이블을 적시고 있었다.
내 따뜻한 찻잔은 점차 그 온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눈물과 열정 같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스며나오는 눈물과 잊어버리는 열정 같았다.
그게 내심 씁쓸했기에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사랑한다면 해선 안될 말들을 하지 않고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요?
 서로를 기다리게 하지 않고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요?"



"..."



"외롭지 않게 사랑하고, 아프지 않게 사랑해보고 싶어요 나는"



"..."



"그리고 당신이 도와줬으면 좋겠어요"



약속이라도 한 듯 우리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학연은 조금 굳은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고,
나는 평소와 같이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밀크티를 삼켰다.



그러다 마침내 새어 나온 그의 목소리는 조금 딱딱했고 또 조금 차가웠다.
나는 그게 지금까지 꾹- 꾹- 참아왔던 그의 진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사실을 화를 내고 싶었고, 사실은 붙잡고 싶었던 그의 진심일지도 모른다고.



"그런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내가 들어 줄거라 생각해요?"



학연이 물었다.
나는 가만히 그를 바라봤다.
그는 낮은 한숨을 뱉어냈다.



"이런 식으로 장난치지 않아도 난 충분히 힘들어요"



"장난 아니에요"



"장난처럼 들려요"



"터무니 없는 얘긴 건 인정해요"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학연은 입술을 꼭- 깨물었다.
문득 그가 한숨을 뱉어냈다.



"계약 연애 같은 건 관심 없어요"
그가 말했다.



"누가 계약 연애래요?"
내가 물었다.



"그럼 이게 계약 연애지 뭐예요?"
그가 되물었다. 그러고는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
"아- 아니 아니, 아무튼 나는 관심 없어요"



나는 한참을 생각하다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반쯤 남은 밀크티가 찰랑거렸다.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학연씨 무례했다면 미안해요"
내가 그에게 말했다. 진심이었다.
"나도 터무니없는 얘긴 거 잘 알고 있어요"



학연은 가만히 나를 올려다봤다.
그의 눈동자에 햇빛이 드리웠다.
갈색으로 빛나는 그 눈동자에.



"하지만 손해 볼 건 없다고 생각해요,
 사랑은 그런 거잖아요"



"...감정 소비는 생각보다 엄청난 거예요"
학연은 제 유리 잔을 잡으며 말했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려 애쓰는 것도"



나는 가만히 그런 그를 내려봤다.
속눈썹이 짙다고 생각했다.



"그럼 학연씨 말대로 계약 연애로 하죠"



문득 학연이 헛웃음을 흘렸다.
"융통성이 엄청난 건지 아니면 뻔뻔한 건지"



"둘 다라는 소리 많이 들어요"
내가 입꼬리를 씩- 올리며 말했다.



"터무니 없는 얘기를 그럴싸하게 하는 걸 보니 몽상가인 것도 같네요"
그가 나를 바라봤다.



"비꼬는 거라면 미안하지만 그것도 맞아요"
나는 어깨를 으쓱- 올렸다.
"글 쓰는 사람이니까요"



"..."



"밀크티 고마워요"



가방을 어깨에 걸치며 내가 말했다.
그는 가만히 나를 바라보다 이내 테이블 위에 놓인 내 명함을 쳐다봤다.
나는 그의 검은 눈동자를 유심히 바라봤다.
무엇 하나 빠짐없이 어여쁘기만 한 그 눈동자를.
이상하게 보면 볼수록 아기자기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뱉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강단이 느껴지는 사람.
항상 진심으로 이야기하는 사람.



그가 진심으로 기분 상했을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누구라도 그랬을 거라고, 이런 어이없는 얘기에는 누구라도 화가 났을 거라고.
하지만 나는 단 하루의 마법에 나의 철판을 걸어보고 싶었고, 또 이 실험 아닌 실험을 해보고 싶기도 했다.
사랑이라는 것의 의미 그리고 더 나은 사랑.
그런 게 존재할까?



"왜 하필 나예요?"



문득 돌아서는 나에게 학연이 물었다.
들어본 적 없이 낮은 목소리였다.
나는 눈을 깜빡이다 이내 입을 열었다.



"예쁜 사람인 것 같아서요"



"..."



학연은 천천히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봤다.
꼭 다문 입술이 꽤나 복잡해 보였다.
나는 얕은 미소를 지었다.



"기다릴게요"



딸랑- 



그 종소리가 귓가에 맺혔다.
푸른 하늘만큼이나 청량한 날이었다.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나기에 더없이 좋은 날.



*



겨울이 오겠어? 하고 지냈던 날들이 있었다.
그러니까, 너와 나 사이에 겨울이 오겠어? 하고 자문하던 날들 말이다.
참 어리석은 질문이었다는 것을 나는 이제야 깨달았다.
덧없는 시간에 중력처럼 끌려간다는 사실을 나는 왜 몰랐을까?



매년 봄일 것만 같던 우리 둘 사이에 설원보다 시린 겨울이 왔었다.
다만 너는 겨울인 줄 몰랐고, 나는 아주 시리게도 그 계절을 앓았다.
어쩌면, 조금만 참았더라면 다시 계절 따라 봄이 올지도 몰랐지만,
그런 건 이미 다 상관없는 일이었다.



내 마음은 네게서 시작된 찬바람에 알게 모르게 얼어 떨고 있었고,
너는 너도 모르게 내뿜는 냉기에 영문도 모르고 헤어짐을 겪었다.



그도 마찬가지였다.
학연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계속 봄에 살았고,
그녀는 어느새 겨울로 넘어가 버렸다.
아마 새로운 봄을 시작했던 거라고 나는 짐짓 넘겨 짚어버렸다.
그녀는 다른 사람과 새로운 봄을 시작했던 거라고.
하지만 그는 그의 말대로 정말 모르겠어서, 왜 그러는지 도무지 모르겠어서,
그래서 아프고 또 그래서 힘들었던 거겠지.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이렇게 아무렇지 않은 척 덤덤하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나는, 그는 분명 흔들릴 것이 뻔했다.



내가 네 전화에 뒤척인 것처럼,
너의 이름을 노트 가득 채워 넣은 것처럼,
네 모습에 비겁하게도 도망친 것처럼.



결국 그도 나도 다 흔들릴 것이었다.



그만큼 사랑했다는 말이기도 했다.
네 이름만 생각해도 눈물이 고일만큼 너를 사랑했었다는 그 말.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며 며칠을 침대에서 뒹굴거렸다.
별다른 할 일이 생각나지 않았고, 그 카페 말고 딱히 갈 곳도 없었기에 그저 집에 붙어있었다.
날씨는 그런 나를 약 올리기라도 하는 듯 매번 밝고 예뻤다.



학연에게서 전화는 오지 않았다.



한 삼 일쯤 되었을 때 안되겠다는 생각에 밖으로 나갔다.
광화문 골목을 노래처럼 걷다가 발길에 채이는 나뭇잎을 집어 들었다.
불그스름하게 물든 그 이파리가 왠지 따뜻해서 나는 가만히 그것을 바라봤다.
닳아 오른 얼굴만큼이나 수줍은 색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방황 아닌 방황을 했던 것 같다.
오후에 산책이라기엔 너무 정처 없었고, 로맨틱한 동행이라기엔 함께 하는 이가 없었다.
그저 아스팔트 위 카펫처럼 깔린 나뭇잎 길을 부드럽게 걸을 뿐이었다.
사실 속으로는 많이 걱정하고 있었고, 또 괜히 부끄럽기도 했다.
학연이 나를 아주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미 패기 아닌 패기는 부려버렸고, 객기 아닌 객기도 다 피우고 난 뒤였다.
그저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그의 전화를 기다리는 것 밖에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내가 그의 이별에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던 것처럼.



어스름한 오후가 되어서야 나는 맥주 한 캔을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굳이 차갑게 할 필요가 없어 얼른 옷을 갈아입고 캔을 땄다.
경쾌하다 못해 시원한 소리가 거실에 울려 퍼졌다.
안주도 없이 혼자 술을 홀짝이며 티비를 봤다.
굉장히 보편적인 일이었다.



그러다 문득 마법이 펼쳐진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것 같다.
아주 평범한 일상 속에서, 토끼 굴에 빠진 엘리스처럼 마법은 시작된다고.
마치 사랑이 시작되는 어느 날의 오후 같은 이야기였다.
소파 위에 덩그러니 놓인 핸드폰에 이름 모를 번호가 뜬 그 순간.
어쩌면 될 대로 되라는 그 막무가내 무례가 만들어낸 마법.



차학연한테서전화가 왔다.



*



당신과 나의 실험을 그렇게 시작되었다.



"여보세요?"



그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넘어왔다.
나는 손에 들었던 맥주 캔을 내려놓았다.
손바닥에 묻은 물기를 쓱- 문질러 닦아냈다.



"네, 여보세요"



"...윤지우씨 핸드폰 맞습니까?"



"네, 학연씨"



"아..."



"말씀하세요"



"...전에 했던 얘기요"
학연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기억해요?"



"기억하죠"
나는 웃었다.
"그런 이상한 말 해놓고 기억 못하면 안 되죠"



".....연락 기다렸어요?"
문득 그가 물었다.




"네, 기다렸어요"



"왜 기다렸어요, 내가 연락할 거라 생각했어요?"



"글쎄요..."
나는 말끝을 흐렸다.
"결과적으로 학연씨가 연락을 하시긴 했네요"



"하...참나..."
그가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어이 없어요?"
내가 물었다.



"네- 어이없네요"
그가 말했다.



나는 그의 웃음소리를 듣다 이내 말을 꺼냈다.
중요한 건 지금부터였다.



"자-! 맷돌 손잡이 찾는 얘기는 이쯤하고 왜 전화하셨나 물어봐도 될까요?"



잠깐의 정적이 찾아왔다.
나는 눈을 돌려 시계를 봤고,
그는 무얼 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었다.
마침내 그가 입을 열었다.



"사랑한다면 해선 안될 말"



"..."



"정말 그 말들을 안 하고 사랑할 수 있을까요?"



나는 그의 질문에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그래, 그게 궁금했던 거였다.
그게 두려웠던 거였다.



"모르겠어요"
내가 솔직히 말했다.



"..."



"그래서 해보자는 거예요"



"연애를?"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 둘이, 연애를"



"사랑하지 않는데도?"



"사랑하지 않는데도"



"...그러다 사랑하게 되면?"
그가 물었다.



"걱정하지 말아요"
나는 이야기했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인데"



그 말에 학연은 웃음을 터뜨렸다.
뭐가 그리 우스운 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맞는 말이네요, 벌써부터 머리 아플 필요는 없죠"



"그럼 하겠다는 말로 알아들어도 되죠?"
내가 물었다.



"...네, 한 번 해보죠"



그의 대답에 나는 눈을 꾹- 감고 숨을 들이마셨다.
왜 그가 하겠다고 결정했는지 궁금했지만 통화를 길게 할 용기는 없었다.
그저 달콤 쌉싸름한 기분에 둘러싸여 그 다음 있을 우리의 만남을 생각할 뿐이었다.



"고마워요 학연씨"



"고마워할 것 없어요"
문득 그가 말했다.
"내가 궁금해서 그래요"



내가 '사랑'이 뭔지 궁금해서 그래요.



*



카페 앞에 다다른 나는 문을 열고 들어갈까 하다가
이내 테라스에 앉아 투명한 유리 창 넘어 그를 바라봤다.
밤색 앞치마를 두른 학연은 조금 분주한 카페 분위기에 맞춰 하나하나 정성 들여 커피를 만들고 있었다.
새하얀 우유 거품 위로 예쁜 모양을 그리기라도 하는지 꽤나 집중한 것 같았다.
꼭 다문 입술과 결연한 눈망울, 그게 매력적이었다.
나는 가을바람을 맞으며 카페 안이 한가해지기를 기다렸다.
당신과 나, 두 사람만 남을 수 있도록.



귀에 이어폰을 낀 체 눈을 감고 턱을 괴었다.
바람은 머리칼을 쓸어넘겼고 문득 실려온 겨울의 향기가 콧잔등을 스쳤다.
아무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은 오후였다.
가사 하나하나 마음속에 담기는 짧은 오후.



몇 번의 방울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나는 눈을 떴다.
다시 고개를 돌려 바라본 유리 창 너머에는 꽤나 한가해진 카페 내부와,
어느새 나를 봤는지 창을 톡- 톡- 두드리고 있는 학연이 있었다.
나는 그를 바라보다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페 안에는 익숙한 커피 향이 가득했다.
언제나 그랬듯 익숙한 창가 자리에 앉았다.
나는 밀크티 대신 커피를 시켰고 학연은 손을 닦았다.
물 소리가 들려왔다.
빗소리처럼.



*



어느새 맞은편으로 다가온 학연은 가만히 서서 나를 바라보다 이내 자리에 앉았다.
나는 허리를 곧게 펴고 그가 내미는 머그잔을 받아들었다.
오늘은 그의 손에는 오미자차가 들려있었다.
향긋하고 새콤한 향이 꽃가루처럼 퍼져갔다.



"학연씨 커피 마시는 걸 본 적이 없네요"
내가 말했다.



학연은 자리에 앉으며 가볍게 웃었다.
"커피 안 좋아해요, 써서"



뭔가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그 웃음에 다 잊어버릴 것만 같았다.
그저 웃을 뿐이었다.



"왜 웃어요?"
그가 물었다.



"이상해서요"



"내가 이상해요?"



"신기해서요"



학연은 가만히 나를 바라봤다.
깜빡이는 두 눈동자.
오직 진실된 그 눈동자.
어쩌면 그래서 당신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오직 진실된 당신의 낱말들을, 그 눈동자를 봐왔기 때문에.
두 번 다시 실수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나도 지우씨가 신기해요"
학연이 말했다.



"칭찬인가요?"



"글쎄요"
그가 제 앞머리를 톡- 톡- 건드렸다.



"칭찬이라면 좋을 텐데"



짧은 정적이 우리 사이를 메꿨다.
학연은 어느새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봤다.
아기자기한 이목구비에서 풍겨오는 생각보다 단단한 분위기.
나는 천천히 눈을 깜빡이며 그의 말을 기다렸다.



"우린 아직 서로를 모르잖아"



아무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문득 학연이 보기 좋게 웃었다.
아주 예쁜 웃음이었다.



"그러니까 이제 알아가볼까요?"
학연이 말했다.
그의 말들은, 그 목소리에서는 항상 단내가 났다.
"서로 칭찬할 수 있게"



어쩌면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나는 그날 처음 했던 것 같다.
어쩌면 당신이 나보다 이 실험에 더 마음을 쓰고 있을지 모른다고.
나보다 훨씬 더 궁금했고, 나보다 훨씬 더 진심이었을지 모른다고.
이 이상하고 어처구니없는 사랑놀이에.
그 마법에.



"그럼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해야겠네요"



마음을 다잡고 나는 말했다.
학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방에서 새 공책을 꺼냈다.
나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고 그는 지긋이 나를 응시했다.
연필을 든 그 손에 나는 꼭- 힘을 주었다.



"이름은 차학연, 나이는 스물아홉"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걸 받아 적었다.



"생일은 6월 30일"



"취미가 뭐예요?"



"노래 듣는 거 좋아해요"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나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네가 있을 뿐"



"음식은요?"



"조금 가려요, 비위가 약해서"



"그렇구나...
 그럼... 데이트는 어디서 해요?"



"데이트?"



"네, 데이트"



"같이 산책하는 게 좋아요, 이야기하거나"



"음... 또 뭐가 있을까-"
나는 연필을 톡- 톡- 치며 중얼거렸다.



"생각 나는 거 생기면 그때 물어봐도 돼요-"
학연이 웃으며 말했다.



"그럴까요?"



그렇게 대답하며 나는 그에게 노트와 연필을 건넸다.
학연은 흠- 하는 소리를 내더니 이내 종이를 넘겼다.
작은 마찰음이 가볍게 울려 퍼졌다.
학연은 노트를 바라보며 나에게 물었다.



"지우씨 나이가 어떻게 돼요?"



"스물 일곱이요"



그가 피식- 웃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 올렸다.



"직업이 뭐예요?"



"글 써요, 잡지 기사, 인터뷰도 하고"



"재밌겠네요"
학연이 나를 보며 따뜻하게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취미는요?"



"취미... 여기 오는 게 취민데"



"이상한 취미네-"
그가 입꼬리를 올렸다.
"음.... 그럼 손 잡는 게 좋아요 팔짱 끼는 게 좋아요?"



"손 잡는 거요"



"포옹이 좋아요 백허그가 좋아요?"



문득 웃음이 터진 내가 대답했다.
"포옹이요"



"그럼 뽀뽀가 좋아요 키스가 좋아요"
학연이 나를 바라봤다.



"무슨 질문이 그래요? 진짜 할 것도 아닌데"
내가 웃으며 물었다.



"척이라도 하려면 알아두는 게 좋잖아요"
학연은 짐짓 진지하게 대답했다.



"장난 치는 거 아니죠?"



"글쎄요-?"
문득 그가 입꼬리를 올렸다.



"꼭 복수하는 것 같네요"
내가 말했다.



"그렇게 생각해도 괜찮고"
그의 눈꼬리가 예쁘게 접혔다.
"그래서 뽀뽀? 아님 키스?"



"하-!, 키스요 키스!"



"대담한 여자네-"
학연은 말꼬리를 늘리며 끄적거렸다.



"장난 그만하고 이제 조금 더 근본적인 거 해봐요 우리"



나는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학연은 고개를 들고 나를 마주 보더니 이내 연필을 내려놓았다.
나는 그가 내려놓은 연필을 쥐고는 노트를 끌어당겼다.
공책을 돌려 내 앞에 두고는 천천히 적어내려갔다.



'사랑한다면 해선 안될 말'



학연은 그걸 가만히 들여다봤다.
그러고는 크게 숨을 삼켰다.
눈을 몇 번 깜빡인 뒤 다시 내 얼굴을 바라봤다.
입술을 꾹- 눌렀다 떼며 학연이 말했다.



"사랑한다면 해선 안될 말"



나는 그를 바라봤다.



그의 그 미소와 이 공간.
우리의 관계와 커피향.
가을과 사랑.



이름도 참 예쁜 당신.



차학연.



작은 정적.



"커피 한 잔만 더 줄래요?"



*



커피 머신에서 증기가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문득 코끝에 맺히는 그 향긋함에 나는 턱을 괴고는 창밖을 응시했다.



아주 작은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아주 사적이고 또 포근한 공간이라고.



조그만 카페.
향긋한 커피.
잔잔한 음악.



그리고 당신.



참 조화로운 곳이었다.
계절에 상관없이 언제나 싱그러운.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문득 따뜻한 느낌이 드는 것에 
당신의 미소도 한몫한다는 것을 당신을 알까?



뭐, 아무렴 어때.
지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었다.



양손에 머그잔을 들고 학연은 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밤색 앞치마가 꽤나 잘 어울린다고 나는 생각했다.
여전히 빙긋빙긋 웃는 얼굴로 그는 내 앞에 따뜻한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이내 맞은편에 앉더니 깍지를 끼고 나를 바라봤다.
눈이 마주치자 그가 한 번 더 웃었다.



'아, 그렇게 웃으니까 이렇게 되어버린 거야-'



나는 이렇게 말해버리고만 싶었다.



'그렇게 웃기만 하니까 이렇게 돼버린 거라고'



사실 피차일반이었다.
너나 나나 누구에게 훈계할 처지는 되지 못 했다.



나는 이내 노트를 펼치고 연필을 들었다.
학연은 커피 대신 따뜻한 유자차를 마셨다.
카페 사장이 커피를 싫어한다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린가 싶다가도
이내 혀끝에 맺히는 달달함에 기분 좋게 휘어지는 눈꼬리를 보며 그저 슬쩍 웃을 뿐이었다.



"준비 됐어요?"
하고 그가 물었다.



"네, 말하면 돼요"
내가 대답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그가 머그잔을 만지작거리며 미간을 찌푸렸다.



나는 가만히 연필을 들고 그가 말하기를 기다렸다.



"...날 사랑해?"
문득 그가 말했다.



나는 그걸 적어내려갔다.
그러다 한참을 매우는 정적에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봤다.



"계속 하시면 돼요"
웃음이 났다.



학연은 나를 마주 보며 웃더니 이내 숨을 들이마셨다.
그러고는 콧등을 한 번 찡그리더니 입을 열었다.



"넌 말만 잘해"



연필이 부드럽게 공책 위를 유영했다.
그의 목소리가 꽤나 좋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아주 조금 떨리는 것 같다고.
마음이 시큰거리는 건 그나 나나 비슷할 것 같았다.



"부끄럽다"



"넌 몰라도 돼"



"넌 늘 그렇잖아"



"뭘 더 바래?"



"..."



"..."



문득 그가 말을 멈췄기에 나는 연필을 내려놓고는 그를 바라봤다.
학연은 머리를 긁적대더니 이내 다시 씩- 웃었다.



"이제 생각이 안 나요"
그가 말했다.



"그럼 이 정도만 적을까요 우선?"



내가 묻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기지개를 쭉 펴더니 자기 쪽으로 공책을 끌어당겼다.
나는 그에게 연필을 건넸다.
손가락이 닿았다.



"그럼 이제 지우씨 차례!"



그가 꽤나 힘차게 말했기에 나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고는 곰곰이 생각했다.
아- 참 어렵고도 쉬운 일이었다.
네가 했던 말들을 생각하는 건 너무 아프면서도 또 짜증 나게 그리웠다.
이런 아이러니한 감정들이 싫어 나는 괜히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문득 학연도 헤어진 그녀를 생각하며 이런 기분이 들었을까 싶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내 입술이 움직이기만을 기다리는 그를 바라봤다.
그래, 오늘부터 시작이다.
오늘부터 우리는 더 나은 사랑을 하게 될 것이었다.
너랑 나는.



"귀찮아"



"맘대로 해"



"성격 참 어려워, 너"



"넌 항상 그래"



"제발 관두자"



"..."



"..."



어김없이 나에게도 잠깐의 정적이 찾아왔다.
학연은 연필을 쥔 채로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다.
그의 눈동자가 아주 까맣다고 나는 생각했다.
고양이가 키스하듯 연신 천천히 깜빡이는 그 눈.
그리고 서로 다른 속도로 감기는 눈꺼풀.



도대체 왜 그녀가 당신을 찼는지 나는 알 수가 없었다.
이렇게 예쁜데, 이렇게 따뜻한데.



문득 웃음이 터져 나왔기에 나는 두 눈을 가리고는 입꼬리를 올렸다.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일까, 차이고 싶어서 차이는 것도 아니고...
사람 마음이야 뭐 어쩔 수 있는 게 아닌데.
헤어짐 앞에는 장사 없다고 차였으니까 차인 거고, 차고 싶으니까 찬 거겠지.



"다 말했어요?"
웃는 나를 보며 학연이 물었다.



"아니, 하나 남았어요"



"말 해 봐요"
그가 연필을 꼭 쥐었다.



"..."
나는 뜸을 들이다 이내 입을 열었다.
"...싫으면 딴사람 만나"



학연은 눈을 똥그랗게 뜨고는 나를 바라봤다.
"이건 심한데?"



"그죠?"
내가 어깨를 으쓱-하며 되물었다.



그가 눈을 깜빡이며 나를 바라봤다.
그러고는 이내 공책을 덮고 연필을 내려놨다.



"방금 적은 말들은 안 하는 걸로 약속하는 거죠?"
학연은 나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학연은 곰곰이 생각하는 듯한 얼굴로 유자차 한 모금을 마셨다.
그가 잔을 내려놓자 상큼한 향기가 멀리 퍼져나갔다.
나는 내 커피 잔 바닥을 바라보다가 이내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우리 잘 해봐요"
진심이었다.



학연은 내 손을 바라보다 옅게 웃었다.
그가 손을 마주 잡았다.
예쁜 웃음.
예쁜 동그라미.



"그래, 지우야"



그의 목소리가 내 마음에 레몬 씨를 심은 것만 같았다.
우리의 이야기. 
이 어처구니없는 이야기.



오늘부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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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세쨔에...여주 이름이 지우였군요!!지우도 학연이도 서로 제대로된 사랑 할수있었으면 좋겠어요!
8년 전
무지개
읽어줘서 고마워요!
8년 전
독자2
작가님....저 두이에요 작가님이 쓰신 글들을 많이 읽은 건 아니지만 그 중에서도 오늘이 제일 좋네요. 달콤한 노래를 비지엠으로 틀고 내용은 아리고ㅜㅜㅜ작은 베이지색 카페 안에서 소란소란 부드럽게 얘기하는 둘의 모습이 너무 잘 그려져요. 아 너무좋아요 진심으로
8년 전
무지개
두이 8ㅅ8 매번 댓글 남겨주고 감격^^ 고마워요 항상♡
8년 전
독자3
진짜 커피향이 나는것만 같아요ㅠㅠ 지우랑 학연이가 서로를 통해 사랑이라는게 뭔지 알아갈 모습이 궁금해요. 항상 잘 읽고있습니다!
8년 전
무지개
감사합니다! 빨리 설레는 이야기 써보고 싶드아! ㅎ3ㅎ
8년 전
비회원72.55
입덕하자마자 작가님 글 만나서 넘 잘 보고 있어요 글 분위기가 넘 좋은 거 같아요ㅠㅠ
8년 전
무지개
고마워요! 입덕 축하해요! 짝짝! 우리 예쁜 별빛♥
8년 전
독자4
시간이 없어 새벽에 몰아서 읽었네요. 이번 글은 몽글몽글하네요. 글이 꼭 연오빠랑 닮은 것 같아요. 오늘도 좋은 글로 위로받고 가요. ^_^ 참 ㅠㅠ 암호닉 신청은 어디서 하나요 8ㅅ8?..... 저도 작가님께 불려지고 싶어요...(?) /_\
8년 전
무지개
읽어줘서 너무너무 고마워요! 암호닉은 그냥 댓글로 남겨주시면 되요 ㅎ신청은 상시 오픈입니다 8ㅅ8♡
8년 전
독자5
헉.. 안 주무시고 계시구나 ㅠㅁㅠ!!... 그럼 [오묘] 로 신청할게요 :)
8년 전
무지개
네 오묘♡ 우리 오래 봐요~
8년 전
독자6
항상 감사해요 ㅠ^ㅠ 정말로 오래 봐요! ♡
8년 전
독자7
세상에 작가님 제가 얼마나 기다린줄아시나요ㅜㅜㅜ 매일 인티들어와서 떠있는알람이 작가님이기를바랬단말이에요ㅜㅜ 역시 오늘도 작가님 글읽으니깐 마음이간질간질해요ㅎㅎ 저도암호닉 신청할게요 연이요 연! 그럼 작가님 다음글 기다리고있을께요♡
8년 전
무지개
많이 기다렸구나 8ㅅ8 미안해요! 연이♡ 꼭 기억할게요~ 읽어줘서 너무너무 고맙고 우리 오래 봐요 ♥
8년 전
독자8
둘이 행복하고 설레는일만 있었으면 좋겠어요 8ㅅ8 달달한거!!!!!! 조금 늦게 보긴 했지만 오늘도 너무 잘 보고가요!좋은글 항상 너무 감사합니다!!
8년 전
독자9
작가님 글 계속 잘 있고 있지만 매번 느끼는 게 분위기가 정말 좋아요ㅜㅠㅜㅜ지우랑 학연이랑 잘 됐으면 좋겠네요ㅎㅎ
8년 전
독자10
진짜카페랑잘어울리는글이네요ㅠㅠ넘좋아오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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