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열의 고백을 받고 그 잠깐동안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는지 모른다.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사람의 고백. 루한과 달리 찬열은 그런 티도 내지 않았었고, 잘해주는 것도 자신이 형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더 생각한다고 해도 찬열을 받아줄 수 있는 민석이 아니였다. 이미 민석은 루한을 좋아하고 있었다. 느리지만 그의 마음과 맞닿으려고 하고 있는 자신의 마음이였다. 오로지 자신의 마음은 루한을 향해 걸어가고 있을 뿐.
당황스러움에 잠시 머뭇거리던 민석은 찬열을 가만히 안아 주었다. 찬열아, 형은 안돼-, 찬열의 예상대로 그는 자신을 거절했다. 듣고 있던 찬열 역시 자신을 안아주는 민석을 조금 더 끌어 안아 그에게서 나는 향기를 느끼며 마음이 조금 편안해 졌다. 자신이 안될 거라는 거 모르고 있던 것도 아닌데, 그래서 더 쉽게 냈던 용기인데도 찬열은 가슴이 먹먹했다. 잠시 뒤 안고 있던 민석을 천천히 떨어뜨린 찬열은 민석의 두 눈과 마주했다.
"형한테 고백이나 해봐서 다행이야."
"...."
"..솔직히 뺏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네?"
찬열은 민석을 향해 최대한 평소와 같은 웃음을 지어보이며, 방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민석은 그 웃음이 평소와 같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씁쓸함이겠지. 그리고 다 알고 있는 거겠지, 자신이 누구에게 마음이 있는지, 그래서 거절했다는 것도 알고 말하는 거겠지.
루한이 보고 싶어졌다. 민석은 몸을 틀어 루한의 방문으로 시선을 옮겼다. 왜 찬열의 고백을 듣고 루한이 보고 싶어졌는지 모르겠다. 나도 조금 속력을 내볼까.
네가 지쳐서 쉬어 버리기 전에 말이야, 루한
달콤한 인생. 11.
루한×민석
written by.테픈
그렇게 조급하게 다가오는 루한의 마음을 알면서 자신이 너무 느긋하게 다가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찬열의 고백은 루한이 고백해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나를 혼내고 있는 것만 같았다. 루한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걸 잘 알면서도 내가 먼저 다가갈 용기가 없어서 마냥 기다리고 있는 나 김민석을. 분명 루한은 내게 달려오고 있는데... 난 무엇이 두려워진걸까. 이쯤 되니 루한의 생일날이 떠올랐다. 제게 고백을 하려던 루한이였는데, 자신이 그 자리를 깨버렸던 그 자리.
"에휴-"
요즘 늘어버린 게 한숨이다.
"땅 꺼지겠네."
으악!! 놀래라! , 내 눈앞까지 다가온 사람은 다름아닌 찬열이였다. 놀래서 고개를 뒤로 빼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다가 찬열을 확인하고는 순간 어색해져버렸다. 그 날의 고백 이후부터 그랬다. 찬열은 애써 평소처럼 대하려고 하는 것 같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그래서 그를 확인하자마자 자리에 일어나서 그를 피하려고 했다. 그러나 찬열이 내 어깨를 잡는 것이 더 빨랐다.
"왜 피하는지는 알겠는데, 자꾸 피하면 나 삐진다?"
"아...니거든? 커피 내려줄게."
그의 말에 대충 변명을 해보이며, 내 컵을 들고 일어나 커피메이커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새 컵을 꺼내 찬열의 것과 자신의 것에 커피를 따른 후 다시 가지고 돌아왔다. 결국 나는 다시 아까 그 자리에 앉아버렸다. 찬열도 내가 앉는 것을 보더니 맞은편 의자를 빼내어 내가 내민 커피를 받아들어 마신다. 과연 며칠 전 새벽에 제게 고백한 사람이 맞을까.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아니면 애쓰고 있는건가- 찬열을 보다가 저도 모르게 또 한숨이 나왔다. 지금 찬열이가 중요한 게 아니다.
"또 한숨-"
"너때문 아니야."
사실이였다. 물론 찬열의 고백을 받았고 나는 거절했고 그래서 그가 어색해진 건 맞지만, 한숨의 이유는 그것이 아니였다. 찬열에게는 미안하지만, 머릿 속에 온통 루한의 생각뿐이였다. 아....... 그러고보면 내가 이런 생각에 빠지게 된 것도 찬열의 고백때문인데.
"아니다. 너때문 맞아, 박찬열"
"...형, 난 이제 괜찮으니까 걱정마."
정말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는 찬열을 보며, 알어, 라고 짧게 대답해주고는 벌써 두 잔째의 커피를 마셨다. 그러다가 문득 찬열이에게 궁금해졌다. 넌 어떻게 용기를 냈을까. 난 상대의 마음을 알아도 고백조차 못하고 기다리기만 하는데, 어떻게 넌 내 마음도 모르면서, 어찌될지도 모르면서 고백을 한걸까.
"찬열아."
"응?"
"넌 안 무서웠니?"
"뭐가?"
"나한테 고백하는거 말야."
"......"
"내 마음이 어떤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용기를 낸거야?"
고백이라는 거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한 것이였다. 마냥 기다리는건 얼마나 쉬운 일이였던가.
"상대방 마음을 알아도 결국 고백은 어렵잖아."
"응?"
"그 사람한테 사랑받을 자격이 되는걸까, 나는 그사람에게 어울리는 사람일까. 그런 쓸데없는 걱정도 되고."
"....."
"차라리 몰라서 더 용기내 다가갈 수 있는 것 같아"
어쩐지 든든해보이기까지 하는 찬열을 빤히 쳐다보자, 그렇게 보면 포기가 안된다는 찬열의 으름장에 겨우 시선을 뗐다. 그렇다고 바로 안 보냐는 구박이 있었지만, 안들리는 척 하면서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찬열이 말하는 쓸데없는 걱정을 나도 했었다. 그 결과로 루한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살을 빼기 시작했고, 그것은 성공했다. 그런데 난 아직도 그에게 뛰어가지 못한 채 나는 여전히 쓸데없는 걱정만 하며 그 자리에 멈춰서버렸다. 대체 뭐가 두려운거야.
잡지화보 촬영이 있는 날. 여느 때와 별반 다를 거 없는 시간들이였다. 단체로도 찍고 개인별로 찍고, 간단히 식사를 한 후에는 더블 촬영을 할 것이라고 촬영감독님이 말씀해 주셨다. 당연하듯 항상 짝은 루한이 되었고, 오늘도 역시나였다. 정장 의상을 갈아입은 후 먼저 나와서 기다리고 있자니 루한도 말끔하게 차려입고 나왔다. 루한은 정말 잘생겼다. 그 얼굴을 쳐다보다가 이내 시선을 거두었다. 요즘 그에게 한걸음 다가서는 것도 두려워져 루한의 눈을 피해버릴 때가 많았다.
루한이 내 옆에 다가와 섰다. 언제나처럼 나를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지지만 애써 피하며 다른 곳만 쳐다봤다. 어디를 볼까하다가 촬영감독님과 이야기 중인 매니저형한테 시선을 두고 촬영을 기다렸다. 그러고 있자니 옆으로 다가오는 루한이 느껴졌다.
"빠오즈-"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지만 돌아보지 않고 그저 매니저형만 쳐다봤다. 그냥 신경쓰지마, 루한. 속으로만 중얼거려보는데, 갑자기 내 손이 들려진다. 루한이 내손을 꼭 잡아 들어올리며 내 앞을 가리고 서서는 다정한 목소리로 묻는다.
"누구봐."
"...어?"
그 다정한 목소리에 그제서야 루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의 말 한마디에도 이제는 설레어 버리고, 심장이 두근두근 거린다. 그와 동시에 어딘가 상처받은 강아지마냥 쳐다보는 루한의 눈을 마주하자 어쩐지 그에게 미안해졌다. 솔직히 말하면 여러가지 생각에 빠질 때 루한탓도 했다. 너 왜 아직도 거기에 있냐고, 언제 내 마음에 다가와 말을 걸어주고 흔들어줄 거냐고. 네가 먼저 시작했잖아. 네가 먼저 출발하고 넌 뛰어오고 있잖아. 근데 왜 아직 거기 있어. 괜히 루한을 탓하며 자신의 잘못은 없다고 위로했었는데, 지금 루한의 눈을 보니 너도 많이 힘들겠다 싶다. 그동안 나도 그 자리에만 있었던 거 아니니까. 딴길로도 새고, 뒤로 물러나기도 하고.. 미안해, 루한. 또다시 속으로만 사과의 말을 내뱉고 만다.
-
요 며칠째 한숨이 늘어버린 민석이였다. 무슨 일이 있었는 것 같은데, 민석이 말해줄리 없었다. 괜한 걱정이 들어 다가가봐도 내 시선을 피하고 요리조리 딴소리만 해대는 그에 , 도저히 더 물을 수도 없었다. 며칠전 화보 촬영 중에도 내 시선을 피하는 민석이였다. 옆으로 다가가도 다른 곳만 보는 그에 울컥하는 기분이 들어 결국 그의 손을 잡고 내쪽으로 당기며 그의 시선을 가로막았다. 누구봐. 그제서야 나를 바라봐주는 그 눈빛에 겨우 안심했었다.
라디오만 하면 항상 떨어져 있던 자리가 오늘은 바로 옆자리였다. 최화정선배님의 파워타임 라디오 방송을 위해 와서 작가님의 말대로 그의 옆에 앉았는데, 민석이 나를 확인하고는 조금 떨어져 앉는 것이 느껴졌다. 왜 그래, 정말. 속상한 마음이 들어 괜히 대본만 읽어 내려갔다.
"시우민씨, 화면에 잘 안잡히니까 루한씨쪽으로 좀더 올래요?"
그 때 작가누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작가누나를 한번 쳐다보고 민석을 보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누나를 쳐다보고 있는 그가 보였다.
"이쪽으로 좀 더 와."
이 때다 싶어 민석을 향해 그렇게 말하자 나를 쳐다보더니 아까 떨어진 만큼 다시 붙는다. 그래도 아직 모자란지 작가누나가 더 붙으라는 말에 결국 민석과 나는 아주 가까이 붙어 앉게 되었다. 슬쩍 본 옆모습은 입술을 삐죽거리는 모습이였는데, 방금까지만해도 속상했던 마음을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 그 표정이 귀여워서 피식-하고 웃음이 나서 가만히 손을 뻗어 민석의 목을 주물러 주었다. 안 그래도 붉은색 무대의상이여서 그런지 평소보다 더 하얗고, 생머리에 모자를 써서 더 동글동그란 빠오즈는 언제나처럼 예뻤다.
그런 민석이 라디오가 시작되고나서부터 내 옆에 아주 예쁘게 웃으면 앉아 있는데, 나도 모르게 그에게 시선을 빼앗겨 버렸다. 쌍커풀이 없는데도 큰 눈, 살짝 올라간 매력적인 눈꼬리, 작고 오똑한 코, 분홍빛 입술, 그리고 만지면 굉장히 부드러울 것 같은 새하얀 볼. 아- 어느새 민석을 관찰하고 있는 나였다. 그래서였나, 온통 민석 생각을 하고 있었던 탓인가.
"안녕하세요, 엑소의 시우-.. 아..아니, 루한입니다."
내 소개를 해야하는데, 시우민을 말해버린건. 당황해서 민석을 보자 민석이도 놀랐는지 그저 웃을 뿐이였다. 급하게 다시 소개했지만 당혹스러움을 멈출 수가 없다. 다음 차례로 넘어가자마자 내 이름을 말하면 어떡해-, 라고 묻는 그와 눈이 마주쳤다.
'너무 빠오즈 생각 했나봐.'
입모양만으로 그렇게 대답하자 그가 내 허벅지를 아프지 않게 때려온다. 그리고 크리스의 한숨 소리도 들려왔다.
처음 실수때문에 겨우 마음을 가다듬고 라디오를 했다. 물론 간간히 민석을 쳐다보기도 하고, 민석에게 말을 걸기도 하면서. 그럴 떄마다 그는 자신이 아닌 누군가와 시선을 마주하고 있었는데, 그 끝을 따라가보면 중앙에 앉아 있는 찬열이 있었다. 나를 피하는 것까지는 이해하겠는데 다른 사람을 보고 있는건 싫었다. 그것도 눈만 깜박거리는 귀여운 표정으로 말이다. 그래서였을까, 노래가 나가는 동안에 또 찬열을 보고 있는 민석을 보고 저번처럼 말이 나가버린 것은.
"나 봐."
스스로도 꽤나 진지하게 던진 말이였기에 민석이 돌아보며 뭐라고?,하는 물음도 진지했다. 나보라고. 또박또박 다시 말해주자 어이없다는 듯 웃는다.
"자, 너 봤어. 왜?"
"그래, 그렇게 나 좀 봐."
"........"
"자꾸 다른 사람 보지 말고."
내 말에 주위를 둘러보는 민석을 따라 나도 둘러보는데, 화정누나도 작가누나도 멤버들도 각자 이야기를 하고 있거나 대본을 확인하느라 내 말을 듣지 못한 것 같다. 민석도 그것을 확인하였는지 다시 나를 봤을 때, 민석은 크게 한숨을 쉬었다. 뭐야, 왜 내 말에 한숨을 쉬는거야, 요즘 한숨 쉬던거 다 나때문이야?.
"루한은 정말 바보라니까."
내뱉듯 내게 던진 한마디와 함께 민석이 예쁘게 미소 짓는다.
-
그 날 나는 루한의 말에 또 한번 설레임을 느꼈다. 나 봐. 너는 어쩜 이렇게 쉼없이 나에게로 달려오고 있는지. 그런데 다른 사람 보지말고 너를 보라던 루한의 눈과 마주했을 때야 겨우 나는 깨달았다. 루한은 지금 초조해져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훨씬 더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고, 그러니까 나만 한발자국 더 내밀면 되는 거였다. 주위 사람 신경쓰지 말고, 루한을 보면 설레이는 그 마음만을 생각해서 그렇게 다가가면 되는 거였다. 그가 나에게로 거의 다 왔다.
금요일마다 있던 음악 방송이 결방이였기 때문에 오늘 스케쥴은 8시에 있는 라디오 생방송이 다 였다. 평소보다 늦게 일어나 오늘도 역시 싸이클을 달렷다. 컴백하고 나서 스케쥴을 소화하느라 운동도 많이 못하고, 오히려 쓰러지지 않기 위해 잘 먹은 탓인지 벌써 2kg 정도 불어나 있었다. 나름 시간나는 대로 싸이클을 달렸는데도 불구하고 찌다니, 아니 반대로 그나마 싸이클이라도 해서 이 정도밖에 안 찐걸지도 모른다.
1시간 정도 싸이클을 달리고 씻고 나와 우리방부터 시작해서 멤버들을 깨웠다. 그 와중에 루한을 제일 마지막에 깨운건 내 나름의 좋아한다는 표현이였다.
KBS 방송국에 도착해 라디오 부스 안으로 들어가자 작가님이 안내해 준 자리에 앉았다. 워낙 멤버수가 많아서 두 줄로 앉는 경우도 있는데 오늘은 내가 그 뒷줄에 앉게 되었고, 루한은 내 바로 앞에 앉았다. 어쩐지 루한의 뒷모습을 본 적이 드물어 나도 모르게 뚫어져라 보고 있었는데 루한이 내 시선을 느꼈는지 돌아보며 왜, 하고 다정한 목소리로 물어온다.
"어깨에 뭐가 묻었네"
괜히 딴소리를 하며 아무것도 없는 어깨를 털어주자 루한의 시선도 제 어깨에 올려진 내 손을 따라온다.
라디오 방송은 그 어느 때처럼 즐겁게 진행되었다. 앨범과 관련된 이야기, 멤버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OX 퀴즈 게임을 시작했는데, 어쩌다 보니 계속 맞춰서 마지막까지 살아 남았다. 이왕 마지막까지 온거 1등은 선물까지 있다는 말에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미 다른 멤버들은 다 탈락해서 부스 뒤쪽으로 나가 있었고, 나를 포함한 4명만이 마지막 문제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류 아이돌 슈퍼주니어는 대만의 KK차트에서 120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맞으면 O, 아니면 X"
마지막으로 바꿀 기회를 준다는 인나누나의 말에 고민하고 있는데, 어느샌가 루한이 내 손에 있던 O를 X로 바꿔서 들게 해주었다. 나만 X고 다른 멤버들은 O가 되었던 것이다. 정말로 더 바꾸시지 않을 거냐는 인나누나의 마지막 질문과 함께 공개된 정답은 X. 답이 공개되고 기뻐하는 나를 툭툭친 루한이 손을 들어 올렸다. 하이파이브를 하라는 뜻이다. 루한 덕분이니까 그의 손에 하이파이브를 해주자 옆에 있던 찬열이도 손을 내민다. 더이상 피하지 않을 거니까 찬열이와도 하이파이브를 했다.
"내가 맞추게 해준거야~"
루한이 자신을 가리키며 그렇게 말한다. 으휴, 바보. 꼭 저렇게 표를 내야 한다. 그래도 덕분에 1등해서 선물도 받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그 기쁨은 얼마나 지나지 않아 당황스러움과 어이없음으로 바뀌고 말았다. 1등 선물은 멤버들의 볼뽀뽀라는 인나누나의 말 덕분에 말이다. 나를 제외한 모든 멤버들이 웃고 있었고, 그러다가 문득 루한의 표정이 궁금해졌다. 너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어쩐지 흥미로워졌다.
-
1등 선물이 볼뽀뽀라니. 이럴줄 알았으면 답을 바꾸지 않았을 거다. 저절로 굳어지는 표정을 어쩔 수 없지만, 최대한 억지로 웃어보였지만, 크리스는 그런 나를 눈치챘는지 멀리서도 날 보며 비웃고 있었다. 뭐, 나도 속상해. 그런 그에게 입모양만으로 말하고는 민석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아, 민석이 1등 만들고 싶어서 그런건데 ... 민석이도 당황스러운지 눈만 꿈벅꿈벅 거린다. 민석아. 차마 그의 이름은 부르지 못하고 입술만 적셔본다.
라디오가 어떻게 끝났는지도 모를 정도로 온통 볼뽀뽀 생각밖에 나지 않는다. 어떡하지, 못하게 막을 수도 없고, 고민하다보니 라디오는 끝나버렸고 단체사진을 찍는다고 모일 때도 볼뽀뽀 생각뿐이였다. 거기다가 민석이 사진을 찍는다고 찬열의 등에 폭 기대는 모습을 보는 순간 질투까지 느껴져서 웃을 수도 없었다. 조용히 민석의 뒤로 자리를 옮겨 그의 허리를 끌어 안았다. 그것도 아주 꼬옥.
결국 고민을 하고 또 해봐도 어쩔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이거 정말 해야되요?"
"우민군 이건 1등상이예요~"
"누나, 장난이잖아요, 정말로?"
"진짜라니깐요."
"안하면 안되요?"
"멤버들 뽀뽀가 싫어요?"
"그건 아닌데..."
저 멀리서 작가누나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민석이 보인다. 안하면 안되요?, 민석의 그말에도 작가누나는 능글맞은 표정으로 싫냐고 물었다.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끝을 흐리는 그를 바라 보다가 숨을 크게 한번 내쉬었다. 이왕 꼭 해야하는 볼뽀뽀라면,
"저부터 할게요."
작가누나와 민석이 나를 돌아보았다. 내가 다가가서 민석의 옆에 서자 작가누나는 흐뭇한 미소를 띄우며 카메라를 들었다. 후우.. 숨을 크게 한번 쉬고, 민석의 어깨를 감싸 다른 한 손으로는 그의 볼을 잡아 내 쪽으로 잡아 당겼다. 약간의 키차이 때문에 불편했는지 민석도 내 어깨에 팔을 올린다. 그리고 나는 처음 만났을 때도 하얗고 동글동글해서 빠오즈라고 불렀을 만큼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그의 볼에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예전보다는 살이 빠졌지만 여전히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그의 볼의 느낌이 좋다. 아... 평소보다 더 빠르게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찰칵하는 소리가 끝나고 작가누나는 다음 사람~, 하고 멤버들을 불렀다. 내 어깨의 민석의 팔이 떨어지고 ,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채 나 역시 그에게서 떨어졌다. 백현이 다음은 자신이 하겠다며 멀리서 뛰어오는 소리를 들으며 민석에게서 등을 돌렸다. 도저히 다른 멤버들이 민석에게 뽀뽀하는 모습을 보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냥 같은 멤버들인데도 질투나.
모이는 멤버들 사이에는 찬열이도 있었다. 등을 돌리고 다음 라디오를 위해 온 려욱형에게 인사를 하고, 쇼파에 기대 앉아 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자 지나가던 찬열이 어깨를 툭툭친다.
"이렇게 질투날거면 얼른 형 것으로 만들어"
"....."
"이제는 해도 되지 않을까?"
그렇게 찬열이 지나가고 뒤에서는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헐, 타오랑 민석이형 대박! , 그 소리에 힐끔 돌아본 그곳에는 타오의 목에 팔을 감고 있는 민석과 그를 꼭 안은 타오가 입술을 쭈욱 내밀로 있는 모습이 보인다. 황쯔타오, 저게 진짜.
라디오 방송 퇴근 후 숙소에 돌아온 멤버들은 한사람씩 씻고는 피곤한 듯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나는 씻지도 않고 민석이 씻고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할일없이 돌려 보는 텔레비젼 속에는 거의 끝나가는 드라마가 하고 있었다.
"루한, 씻어."
잠시후 젖은 머리를 털며 나오는 민석은 씻지도 않고 옷도 갈아입지 않은 나를 보고는 그렇게 말했다.
"빠오즈"
"응?"
"이리와봐."
"..왜?"
"와봐."
민석이 내 앞으로 다가왔다. 나는 조용히 민석의 손에 있던 수건을 뺏아 들었다.
"여기 앉아."
내가 무엇을 할지 알았다는 듯 그가 내 말대로 내 앞에 등을 돌리고 앉았다. 그의 머리카락에서는 아직도 물을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수건을 들어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의 머리를 말려주었다. 위에서 보이는 그의 작은 머리통도, 그의 정수리도 매우 귀여웠다.
"빠오즈."
"응?"
"나랑 잠깐 나갔다 올까."
"방금 씻었는데 어딜 나가. 게다가 밖에 팬들도 아직 많을걸"
"그럼.... "
나 지금 할말있는데. 여기서 이야기할까. 민석의 머리를 말리던 손을 멈추며 말하자 그가 나를 돌아본다.
-
내 머리를 말려주던 루한의 다정한 손길이 멈춤에 뒤를 돌아 그를 바라봤다. 나를 내려다보던 루한의 시선과 함께 그의 손이 내 젖어있는 앞머리를 넘겨주고 내 얼굴을 타고 내 볼에 내려와 쓰다듬어 주고 있었다. 어쩐지 그 손길이 평소보다 더 다정하게 느껴졌고, 내 심장은 더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여기서 말할까, 여기서.. 말해도 돼?, 웃으면서 말하고 있었지만 어딘가 진지한 표정으로 묻는 루한에게 천천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민석."
"......"
"되게 예쁘다, 민석"
"...루한..?"
"민석, 내가 있지. 내가 말이야.."
루한이 내 볼에 있던 자신의 손을 떼어내고 잠시 머뭇거린다. 그리고는 결심했다는 입을 열었다.
"...너를 친구이상으로 좋아하고 있어, 민석아."
루한이 앉아있는 내 앞에 가만히 무릎을 굽혀 눈을 마주쳐왔다. 그리고 그렇게나 듣고 싶었던 그 말을 꺼냈다.
드디어 루한이 내게 고백을 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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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만의 11편을 쓴건지 모르겠어요 ㅠㅠㅠ 너무 느린 저네요 ㅠㅠㅠ
그만큼 잘써서 돌아오면 좋으련만 그러지 못했어요~
다음편이 마지막편이 될 것 같아요! 원래 계획은 15편에서 20편까지로 생각중이였는데,
여러가지 생각해본 결과 12편이 완결인 중편으로 끝내는게 맞을 것 같아요 :)
항상 읽어주시고 댓글로 감상 남겨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리며
.....오늘도 망작인 11편을 남기고 전 도망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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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방탄 찐팬이 올린 위버스 글인데 읽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