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라리 고딩 권순영 X 초짜 과외선생님 김너봉
w.내가호시
요 며칠 순영이네 집으로 올 때마다 마주치는 여자애 하나가 있었다. 순영이에게 물어보니 그냥 부모님들끼리도 친해서 어머님이 딸처럼 예뻐하는 친구라고 했다. 하지만 난 끈질기게 끝까지 나에게서 떨어지지 않는 그 시선이 너무 불편했다. 오늘도 어머님께 인사를 드리고 2층으로 올라가려고 하는데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이번 주 토요일은 나 약속 있어서 우리 못 만나겠다"
"무슨 약속?"
"오랜만에 친구 보기로 했어"
"남자?"
"아니~ 여자거든~ 내가 저번에 말했지 않았나 애기였을 때부터 붙어 다니던 소꿉친구 하나 있다고 나중에 소개해줄게 걔도 너 엄청 궁금해하더라"
"그래? 그러면 그 친구 만나고 오면 몇 신데"
"글쎄? 하도 오래간만에 만나는 거라서 밤을 불사르지 않을까?"
".............."
"알았어~ 일찍 들어갈게"
"못해도 8시까지는 와 낮에 못 보면 저녁에라도 봐야겠어 나는"
"이거 통금시간이 너무 얄짤없는 거 아닙니까?"
"그럼 7시"
"아아- 알았어~ 8시 콜!"
연애하느라 바빠서 친구는 너무 뒷전인 거 아니냐고 툴툴거리는 친구의 전화를 그냥 무시할 수가 없었다. 정말 서로 비밀이 없을 정도로 너무 친한 친구다. 그 친구에게만 나보다 4살이나 어린 고등학생이랑 연애한다는 걸 말할 정도로 말이다. 일단 약속 먼저 잡고 순영이에게 통보했다. 역시나 표정이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 친구와 만나고 저녁에 보는 걸로 타협했다.
"오늘 틀린 문제들 다음 주에 다시 물어볼 거니까 복습 잘 해 놓고 알았지?"
"네 선. 생. 님"
"오구 착하네 우리 순영이~ 그럼 선생님은 그만 갈게요 배웅 안 나와도 되니까 그냥 쉬어요~"
"야 그냥 이렇게 가기야?"
"그럼 모~! 또 뭐 하려고!"
"나 오늘 열심히 공부했으니까 뽀뽀해줘-"
"야아~ 그러다 누구 들어오면 어쩌려고"
"그럼 문 잠그고 하자"
하여간 순영이는 못 말린다. 나가려는 나를 붙잡고는 저런 위험한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문 잠그고 하자니 뭘 하자는 거야 요 녀석이! 괜히 내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음란마귀들을 겨우 걷어내고 순영이의 입술에 내 입술을 꾹 힘 있게 눌렀다 떼어내자 그제야 입꼬리를 올려 씩 웃는다. 됐지?라고 나도 웃으며 말하자 그런 내 양 볼을 부여잡고 더 찐하게 입을 맞추고 나서야 나를 놓아준다.
"하여간 뽀뽀 귀신 머릿속에 온통 그 생각뿐이지 넌"
"그래서 싫어?"
"아니... 모... 싫은 건 아니고..."
"그럼 한 번만 더 하자"
"야아~! 이러다 버스 놓치겠다. 나 갈게 안녕!!"
이글이글 타오르는 순영이의 눈빛을 뒤로한 채 후다닥 방을 빠져나와야 했다. 혹시라도 뒤쫓아 올까 싶어 뒤를 돌아보니 개구지게 웃는 순영이의 모습이 보였다. 아주 그냥 나를 가지고 논다 가지고 놀아 어머님께 인사를 드리고 가려고 했더니 거실엔 아무도 없었다. 방에 계신 건가? 방까지 찾아가는 건 좀 오버이겠거니 싶어 그냥 크게 어머님 저 가보겠습니다~ 하고 소리치고 현관문을 열고 나왔다.
"이제 가세요?"
"네?"
"타세요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
대문 바로 앞에 딱 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세단 한 대가 서 있었다. 그냥 지나치려고 하니 뒷좌석에 창문이 열리고 순영이의 그 여자인 친구가 나에게 빙긋 웃으며 말하였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했던가 내가 괜찮다고 사양해도 그럼 저 밑에 지하철역까지만 데려다 드리겠다며 타라고 하는 걸 결국 사양하지 못하고 그 옆자리 올라탔다.
"순영이 과외는 가르칠만하세요?"
"뭐... 생각보다 순영이가 잘 따라와 줘서...."
"언니는 좋겠네요 돈도 벌고 연애도 하고"
여전히 웃는 얼굴이었지만 묘하게 뒤틀린 웃음이었다. 그리고 더불어 비꼬는듯한 그 말투 그제야 내가 이 차를 잘못 올라탔다는 걸 알아차리고 후회했다.
"무슨..."
"저한테까지 숨기실 필요 없어요 순영이 핸드폰 배경화면 그쪽 맞잖아요"
"아......"
"걔가 그렇게 여자 사진 해놓고 다니는 거 처음 봤어요 보통 사이가 아니니까 그런 거겠죠?"
"대체 나한테 무슨 대답이 듣고 싶은 건가요..."
"내가 언니한테 들을 말은 없어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
"순영이랑 저 단순한 친구 사이 아니에요"
"............."
"미래를 약속한 사이라고 하면 되려나? 부모님들 사이에서도 이미 혼담 오가는 사이고 여차하면 약혼식 이런 거 다 생략하고 바로 결혼까지도 할 수 있는 그런 사이?"
".............!!"
"이쪽 세계가 원래 그래요 서로 수준이 맞는 집안끼리 어린 시절부터 알아서 짝지어놓고 맺어주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꿈속에 빠져서 허우적대는 나를 현실이라는 수면 위로 끌어당겨지는 기분이었다. 그들이 살고 있는 세계 따윈 애초에 관심도 없었는데 마치 나를 허영심에 눈이 멀어 앞뒤 분간 못하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만 같아서
"그만! 그만해요 여기서 내려줘요 더 듣고 있기 거북하니까"
"눈 가리고 귀 닫는다고 현실이 달라질까요?"
"제발!!"
"굳이 내 손 더럽히지 않아도 순영이는 내 사람이 될 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렇게 말하는 건 일종에 경고라고나 할까"
"................"
"돌려줄 땐 곱게 돌려줘야 할 거예요 구차하게 바짓가랑이 붙잡고 늘어진다거나 그런 일 없었으면 좋겠는데..."
"..............."
"뭐 그렇게 한다고 해도 달라질 건 없겠지만"
"..............."
"참고로 하나 더 말해줄까요? 순영이한테 누나가 한 명 더 있었다는 거쯤은 알고 있겠죠?"
".............."
"근데 그 누나가 왜 죽은 줄 알아요? 당신처럼 별 볼일 없는 구질한 남자랑 사랑놀음하다가 집안 압박에 견디지 못하고 자살했어요"
"!!!!!!!"
"순영이도 그렇게 만들고 싶은 건 아니겠죠?"
이 여자애는 나에게 경고라고 했지만 협박이었다. 순영이의 아픈 가족사까지 들먹일 정도면 그만큼 저도 불안했을 것이다. 나에게서 순영이를 빼앗길까 봐.... 한껏 가진 척 여유를 부려도 그게 눈에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무어라 반박할 수가 없었다. 그 여자애 말이 틀린 게 없으니까 순영이가 너무 평범한 그냥 고등학생 같아서 내가 잠시 잊고 있었다. 순영이네 집안이 우리나라 재계에서 얼마나 영향력이 있는 집안인지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난 그들과 싸워서 이겨낼 자신이 없다. 그러기엔 내 신분이 너무나도 평범하기 짝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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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이 온통 복잡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 순영이를 대해도 시끄러운 속을 감출 수는 없었다. 연신 나에게 무슨 일 있었냐고 물어오는 순영이에게 애써 웃으며 아무 일도 없다고 말하며 통화를 끊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에게까지 이런 우울한 모습 보여주고 싶지 않아 거울을 보며 억지로 입꼬리를 당겨 웃어보려 노력했다.
"가스나~ 얼굴 까먹겠다!"
"그러게 우리 너무 오랜만에 만난다 그치?"
"요새 연애하느라 엄청 바쁜가 보네~ 와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 내가 연애 좀 하라고 그렇게 말할 땐 귓등으로도 안 듣더니 어디서 그런 영계를 하나 덥석 물었데~"
"하하 친구야 부끄러우니까 좀 조용히 좀 말해주련"
그래도 오래간만에 친구의 얼굴을 보니 복잡한 머리가 한결 나아졌다. 뭐 물론 주제는 온통 순영이에 대한 이야기였지만 폭풍 수다를 나누며 그간 속에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어가던 참이었다. 그러다 문득 창밖을 내다보았다. 맞은편 카페는 통유리로 되어있어 안에 내부가 훤히 들여다 보이는 구조였다. 그리고 그 속에서 너무나도 익숙한 금발머리를 보았다.
"야 듣고 있어? 뭔데 뭘 그래 보는데?"
"어? 어어.. 아니야 뭐라고 했지?"
분명 그 금발머리는 순영이었다. 그리고 혼자가 아니었다. 순영이가 친구라고 했던 하지만 평범한 친구 사이가 아닌 그 여자애와 함께였다. 울컥하고 눈물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아 입술을 꾹 깨물었다. 내 앞에서 친구가 뭐라고 하는지 내 신경은 온통 맞은편 건물에 있는 순영이에게로 향해 있었다. 핸드폰을 꺼내들어 우리가 나눈 마지막 톡 내용을 확인했다.
[집이야? 뭐 해?]
[너 생각 중]
[ㅋㅋㅋㅋㅋㅋㅋ뭐래진짜ㅋㅋㅋㅋ]
[친구는 만났어?]
[응ㅋㅋ 저기 친구 오는 거 보인다]
[이제 나는 안중에도 없겠네]
[ㅋㅋㅋㅋㅋ뜨끔ㅋㅋㅋㅋ]
[놀아 방해 안 할게~ 대신 저녁에 가만 안 둘 거야]
[어머 무서워라ㅋㅋㅋㅋ]
읽고도 답장이 없는 핸드폰을 내려다보았다. 집이냐는 내 질문을 얼렁뚱땅 넘기려고 하는 것 같아 보이기 시작했다. 간절히 믿었던 그 믿음이 깨지는 건 한순간이다. 그리고 내 기분은 믿도 끝도 없이 추락하고 있었다.
"너봉아 어디 아파? 안색이 안 좋네"
"아니... 배고파서~ 우리 밥 먹으러 가자!"
내 안색이 좋지 않다며 나를 걱정해주는 친구에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씩씩한척하며 밥을 먹으러 가자고 친구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냥 그 두 사람을 내 시야에서 안 보였으면 좋겠다. 더 이상 머리 복잡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아 핸드폰도 꺼버렸다.
내가 어딜 가든 그 두 사람이 보였다. 아니 어쩌면 내가 그 두 사람을 따라다니고 있는 게 아닐까... 신경 쓰지 않으려 해도 미친 듯이 신경 쓰였다. 저 멀리 쥬얼리샵에서 다정하게 서로의 손가락에 반지를 껴 주는 두 사람이 보였다. 내 존재가 한없이 땅속으로 박히는 기분이었다. 아 저게 내가 곧 보게 될 현실이라는 건가 처음이었다. 순영이가 내가 아닌 다른 여자에게 저렇게 웃는 모습을 하고 있는 게 항상 나만 바라보며 나뿐이라고 말하던 그 다정한 눈빛과 말투가 갈기갈기 찢겨 공중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영화 뭐 볼래? 딱히 볼만한 건 없다 그지?"
"친구야... 우리 영화 보지 말고 그냥 술 한잔하러 가자"
"뭐? 아직 해도 안 떨어졌는데 벌써?"
"응... 그냥... 갑자기 술이 땡기네"
"야 너 무슨 일 있지"
"..........."
"그래 가자~ 술에 낮밤이 어딨냐 미친 듯이 마셔보자~"
영화관에서 그 두 사람을 또 보았다. 여자애가 내미는 팝콘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먹는 모습을 보았다. 손에는 내가 며칠 전부터 보고 싶다고 했던 영화의 포스터를 들고 있었다. 내일 만나서 저 영화를 보기로 했는데... 이 현실이 너무 비참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내가호시♥
작가가 막장클리셰 스킬을 사용하였습니다.
갑작스런 악녀의 출연에 많이 당황하셨죠??ㅠㅠ
일단 귀여운 순영이 보고 마음 가라앉히세요ㅠㅠㅠㅠ
ㅎㅎㅎㅎㅎㅎㅎ 원래 드라마도 막장이 재미있는 거잖아요ㅋㅋㅋㅋㅋ(억지)
뜬금없는 악녀등장에ㅋㅋㅋㅋㅋ 두 사람 모습 보고 오해하는 장면들ㅋㅋㅋ
저는 진짜 급전개 아니면 정말 글이 안써지나봐요...ㅜㅜ
일단 싸질러놓고 보는 뻔뻔함까지ㅋㅋㅋㅋㅋ 죄송해요ㅠㅠㅠ
집착순영이의 여파인가... 달달한거 못쓰겠어요ㅠㅠㅠ으헝ㅠㅠㅠ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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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