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이준혁 온앤오프 몬스타엑스 샤이니
그림자 전체글ll조회 1166l 1


미행 : Master














1.








 내 눈 앞에는 작은 쪽지 한 장이 놓여 있다.


 그 작은 쪽지엔 삐뚤삐뚤하고 촌스러운 궁서체로 ‘사랑해’ 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참 그다운 글씨체였다. 그는 요리도 잘 했고 운동도 잘 했으며 책을 좋아해 지식도 많았다. 또 키도 크고 잘 생겼으며 어디 하나 모난 곳은 찾아보고 싶어도 찾아 낼 수가 없었다. 그런 그에 비해 나는 잘난 구석이 없었다. 그가 내 안으로 들어온 뒤로부턴 그의 그늘 아래서 살아갔다. 그의 그늘 아래서부터 무언가를 바라볼 땐 난 어리광을 부렸고 어리석었다. 사실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사랑이란 이름만 믿으며 이 순간들이 영원할 것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었다. 나는 그에게 맘껏 어리광을 피우고 원하는 것을 모두 얻어냈지만 끝내 그에게 그가 원하는 답을 주지 못했다. 아니, 일부러 주지 않을 걸 수도 있다. 그저 뒤에 숨어 그가 원한 대답들을 회피할 뿐이었다. 내가 뒤에 숨을수록 그는 힘들어 했고 그리고 결국엔 그는 내 곁을 떠났다.


 어느 곳에든 영원 따위 존재하지 못했다. 작은 쪽지를 바라보니 헛웃음이 나왔다. 그는 모든 사랑이 끝났다는 것을 말해주고 행동으로 보여주었건만 이 쪽지만큼은 아직도 사랑이 영원할 것이라고 말해주고 있었기 때문에 마냥 웃겼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쪽지를 본 뒤에 난 그 쪽지를 아예 씹어 삼켜버리기로 했다. 이 순간부턴 이제 그에 대한 모든 것들은 은폐 될 것이다. 그게 무엇이 되었든 난 감춰버릴 것이다. 영원히.








2.








 스탠드조차 없는 어두운 서재엔 어울리지 않게 책보다 모두 사용해 버린 성냥들이 더 많았다. 책을 읽어야 할 책상 위엔 성냥들이 가득히 쌓여있었는데 개중엔 불을 피우지 않고 장난으로 부러뜨린 성냥들도 많았다. 바닥 한편엔 성냥들이 담겨져 있는 통들이 줄을 지어 흐트러져 있었고 책상 위 성냥들의 개수보단 덜했지만 많은 성냥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 중 멀쩡한 것을 하나 골라 부러뜨려 보았다. 똑, 하고 나는 소리가 듣기 좋았다. 이번엔 성냥 통에서 바닥에 흐트러져 있는 것들보다 더 나은 모양새를 하고 있는 것을 하나 골라 통을 이용해 성냥에 불을 붙여 보았다. 불을 붙이자 당연하단 듯이 밝은 불이 피워졌다. 어둠을 물리쳐낸 불에게 따라 붙은 것은 나의 그림자와 성냥의 그림자였다. 그것이 움직이는 게 마냥 신기해서 이리저리 움직이니 그대로 따라오는 것이 신기했다. 언제나 어느 곳에서 해와 불빛만 있다면 지겹도록 보는 것이고 생소한 것도 아닌데 이 순간만큼은 그것이 얼마나 신기했는지 모른다. 왠지 모르게 그 그림자가 나에게 말을 거는 것만 같았다. 그 생각이 듦과 동시에 온 팔뚝에 닭처럼 소름이 돋은 난 재빨리 성냥불을 꺼버렸다.


 마치 숨바꼭질을 했던 것처럼 눈에는 보이지만 잡히지 않던 그림자는 불이 꺼지자마자 제 모습을 숨겨버리고 말았다. 이 숨바꼭질의 내게 잡혀야 할 이가 누구인 지도 궁금하지 않았고 정체를 알고 싶지도 않았다. 어둠이 나를 집어삼킬 것만 같은 기분에, 게임의 술래일 나를 삼켜 버릴 것만 같은 느낌에 불안해져 서재를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3.








 어항엔 죽은 금붕어들이 가득했다.


 사실 그와 나의 사이가 조금씩 어긋나고 틀어지기 시작할 때부터 물고기들을 데려오기 시작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징그러운 눈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왠지 해답을 얻는 기분이었다. 물론 그것은 기분만 내는 것이었기에 그와 나 사이 안에 생긴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했다. 확신이 서지 않아서였을까. 물고기들이 내게 답을 주지 못한 이유는.


 얼마나 어항을 청소해주지 못했는지 더운 날씨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항 안에는 초록빛을 띄우는 이끼들이 사방을 전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에 가려져 못 보았던 것들이 있었는데, 어느 때부터 시간 개념을 잃어 물고기들의 밥을 꼬박꼬박 챙겨주지 못해서 일어난 일이었다. 배고픔에 지친 동물에 불과한 머리를 가진 것들은 자신들의 동료를 뜯어 먹어버렸고, 그들의 동료는 현재 큰 어항에서 뼈와 대가리만 남긴 채 이곳저곳 들쑤시고 다닐 뿐이었다. 아직도 몇 몇은 동료들에게 먹히고 있었고 더 이상 먹을 살점이 없는 것들은 수면 위를 둥둥 떠다닐 뿐이었다.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망연자실해진다. 그저 잠시간의 애정과 관심이 끊겨졌던 것뿐인데 이리도 피폐해진 어항 안을 들여다보니 누군가의 상황과 똑 닮아 있어 웃기기도 하다. 이번엔 망연자실한 마음을 잠시 뒤로 밀어내고 실컷 웃었다. 남이 보면 영문 없이 웃어대는 내 모습을 보며 미친놈이라며 수군대겠지만 이러지 않으면 내가 돌아버릴 것 같았다. 내 웃음이 멈추자 이제 몇 마리 남지 않은 어항 속의 금붕어 중 제일 큰 하나가 저와 닮아 있는, 아직 살점이 가득 남아있는 시체 하나를 한 입에 삼켜버린다. 그와 동시에 난 눈을 감았다. 두 눈을 감으니 어둠이 나를 삼켜버렸다. 죽은 물고기들의 뒤처리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4.








 아직 여름이라고 하기엔 선선하고 봄이라고 하기엔 약간씩 열기가 달아오르는 날씨였다. 말 그대로 봄과 여름의 경계선이라고 볼 수 있었다. 한창 이때 피어나고 나는 것들은 그 어느 때에 피어나고 나는 것들 보다 훨씬 더 싱그러움을 띄고 있었다. 나는 사람과는 또 다른 싱그러움을 내뿜는 식물들의 그 분위기가 좋아 이 시기엔 식물들을 줄곧 데려와 키우곤 했다. 하지만 내가 관리를 소홀히 했던 탓에 제 동료들을 모두 잃은 금붕어처럼 식물들도 이때엔 푸른색을 띄고 있어야 할 것들이 누런색을 띄고 있는 것을 보니 또 한 번 힘이 빠지는 기분이 든다. 왜 내 주변의 것들은 관심을 필요로 하는 것일까. 내가 그들에게 주는 사랑만큼 나에게 돌아오는 것도 있어야 할 법한데. 사람이라면 반드시 사랑과 관심을 줄 대상이 필요하고 사랑과 관심을 퍼준 만큼 받아낼 아량도 필요하다. 한 마디로 사람은 사랑을 주고받음으로써 소통이란 것을 얻어내야 살아갈 수 있는 동물이다. 어느새 받는 사랑에만 길들여진 나는 내가 직접 내 감정과 정성 그리고 사랑을 퍼 주어야 살아날 이 생물체들을 바라보니 앞이 막막했다. 나는 사랑을 받고 또 받아내던 그 짧은 순간동안, 영원이라고 믿었던 순간동안 사랑을 내어다 주는 법을 잊어버린 것일 지도 모른다.


 창가에 놓인 화분들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수많은 식물들이 심어져 있는 화분 중에 성한 것들은 손에 꼽을 만큼도 되지 못했다. 생기를 잃은 식물들을 한번 훑어보았다. 그 중에 놀랍게도 몽우리를 핀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작년 이맘때 쯤 열심히 키우던 백합이었다. 몽우리 중 하나는 곧 꽃을 틔울 것인지 몽우리 사이로 하얀 잎이 보이기도 했다. 그것이 신기해 제각기 크기가 다른 몽우리들을 한 번씩 만져보았다. 그들은 따뜻하다 못해 뜨거웠고, 나는 이유 모를 안정감을 취할 수 있었다.








5.








 아침 햇살은 사람을 들뜨게 하는 재주가 있다. 그래서 이 집안에는 커튼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다. 가끔 여름의 뜨거운 햇살을 받아내야 할 때면 조금 후회를 하기도 하지만 날씨가 맑았던 밤에는 온통 어두운 공간 속에서 오로지 혼자서 빛을 내는 달을 보는 재미가 있기도 했고, 무엇보다 아침이 선사해주는 그 상쾌함이 무엇보다도 좋았다. 오늘 아침도 여전히 아침 특유의 상쾌함과 싱그러움을 만끽하며 잠에서 깰 수 있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여름에 돌입하면 느끼지 못할 것들이기에 여름이라는 계절 앞에 한층 다가선 이때엔 모든 것을 온 몸으로 기억하고 다시 되새기고 싶었다. 그가 있었던 날들엔 일어나고 나면 항상 할 것이 너무 많아 시간을 붙잡고 싶을 정도였는데, 지금으로선 할 일이 남아있질 않다. 아침부터 그의 생각을 하니 미칠 것 같았다. 영원히 잊겠다는 다짐은 물거품이 되는 것 같아 화가 났다. 화가 나자 다시 그의 생각이 났다. 내가 잘못한 것을 알고 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다. 그가 이런 내 모습을 보고 있다면 여전히 애 같은 모습에 비웃을 것이다.


 그에 대한 내 마음이 정직하지 못 했었나, 마지막까지 참지 말고 잡아야 했던 거겠지. 난 지나치게 내 감정을 누르려고 했다. 이것이 터져버리면 그 역시 내 안에서 터질까봐 겁났다. 하지만 누르면 누를수록 그가 고통에 못 이겨 신음을 냈고 난 그걸 듣지 못했다. 사실은 다 변명이다. 그저 자존심이 따라주지 못했던 것이다. 그 놈의 자존심이.


 내게 대체 남아있는 게 뭐야? 라고 묻던 그의 모습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감정이 폭발하려던 순간, 부엌 쪽에서 그릇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굉음에 놀란 나는 얌전히 누워 여유롭게 햇살을 받아내는 것을 그만두고 바로 소리의 근원지로 달려갔다. 부엌엔 낯선 남자 하나가 제 부엌인 마냥 여러 재료들을 펼쳐놓았다 나를 보자 당황했는지 그의 얼굴엔 당혹스러움이 잔뜩 묻어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나도 놀랐다. 인적이 드문 곳이긴 했지만 문단속은 철저히 해 두었다. 나 혼자만 있는 이런 곳에서 강도를 만나는 건 꽤나 곤혹스러울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날 바라보던 낯선 남자의 표정이 점점 유한 미소로 바뀐다. 그 모습에 난 더 당황스러워진다. 서로 아무 말도 못하고 멀뚱멀뚱 서 있었을 때, 그가 먼저 말을 건넸다. 그의 유한 미소와 유한 얼굴처럼 목소리 역시 유했다. 구석구석 살펴보니 단단한 구석이라곤 없어 보였다.


“안녕하세요! 종현 씨?”


 내 이름을 알면서도 묻는 듯 한 어조가 어딘지 모르게 웃겼다. 웃음이 튀어나오자 낯선 이가 날 따라서 웃어준다. 사실 그의 어조가 웃긴 게 아니라 내게 인사를 하는 모습이 어딘가가 모자라 보일만큼 순수해서 웃음이 났다.


“저는 진기라고 해요. 이진기.”


 자신을 진기라고 소개한 남자는 내가 잠을 자는 동안 무얼 해놓았는진 몰라도 여러 가지 한 일이 많아보였다.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단 남자는 내가 인사를 하기도 전에 다시 등을 돌려 분주한 척을 하기에 바빴다. 요리에 별로 실력이 없는 것인지 단순한 재료들만 올려놓고 무얼 만들지 고민하는 남자의 모습은 내게 꽤 많이 웃음을 선사해주었다. 웃음이 풀려나서 그런지 경계심도 함께 사라진 기분이다. 사실 진기를 처음 봤을 때 경계심보다 익숙함이 먼저 우리들의 분위기를 감싸주었다. 진기와 닮은 사람이 내 지인 중 있나 심각하게 고민을 해보기도 했다. 가만히 그의 아침을 기다려주고 있다가 어느새 나의 시선이 진기의 등이 아닌 집안 곳곳으로 이동했다. 제일 처음 눈길이 닿은 곳은 티비가 있을 자리에 있던 어항이었다. 


“어, 어항이 깨끗해요. 물고기들도 다 살아있고…….”
“그거 제가 다 치웠어요. 죽은 물고기들을 어떻게 그렇게 내버려둘 수가 있어요? 산 물고기들도 곧 죽을 것 같은 분위기가 무서워서 치웠어요. 맘대로 치워서 미안해요.”
“아니, 괜찮아요.”


 잠시 후 그가 내게 내민 것은 울퉁불퉁 못생기게 깎인 참외였다. 황당한 얼굴로 진기를 바라보니 가만히 웃어줄 뿐이다.


“이게 다예요?”
“우리가 친해지면 정말로 맛있는 거 해줄게요.”
“진기 씬 어디서 사는데요?”
“음, 대충 말해주자면 앞으로 여기서 살 것 같아요. 아니 사실 원래부터 있었는데 말이죠. 하핫.”


 뻔뻔한 그의 한 마디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사실 그의 뻔뻔한 화법뿐만이 아니라 뻔뻔한 미소도 한 몫 톡톡히 해냈지만. 속을 알 수 없는 뻔뻔한 미소를 애써 무시하며 애꿎은 못생기고 울퉁불퉁하게 깎인 참외만 들쑤셨다. 이제 봄의 정점을 찍으려는 것인지 뜨거운 열기가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기 시작함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6.








 초여름을 맞이한 아침 공기는 서늘하다. 항상 이른 아침이 되면 내가 진기의 품 안에 갇혀서 깬다던가 혹은 진기가 내 품 안에서 곤히 잠들어 있곤 하다. 그리고 언제나 먼저 눈을 뜨는 쪽은 나였다. 오늘도 그렇다. 일 년에 한, 두 번 정도를 제외한다면 난 언제나와 같이 아침 아홉시가 되면 기상을 했다. 아침 아홉시는 사계절에 구애 받지 않고 충분히 싱그럽고 충분히 상쾌한 분위기를 띠우는 시각이다. 아침 공기도 그렇고 아침 햇살도 그렇다. 문득 따가운 햇볕을 모두 받아내고 있는 진기의 얼굴이 눈에 들어와 급히 커튼을 치려던 때에 난 무엇에 홀린 것처럼 진기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봤다. 그리고 또 순간적인 충동에 인해 그의 얼굴에 손을 가져갔다. 굴곡 있는 코는 힘 있어 보였고, 두꺼운 입술은 한번 만져보고 싶단 생각이 무한하게 들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그 와중에 돋보이는 조그맣게 볼에 난 작은 빨간 뾰루지는 한없이 귀여웠다. 곤히 잠에 들어있는 진기 몰래 쿡쿡 웃어대며 그 귀엽고 말랑한 볼을 꾹 눌러봤다. 내 손가락이 그의 말랑한 볼에 푹 들어갔을 때야 정신을 차렸다. 


 그가 깬다면 기분 나빠할 것이다. 남의 얼굴이나 관음하고 있는 꼴이라니. 결국 사심 가득했던 손을 거두어 그저 조용히 진기의 얼굴을 감상하고 있을 때 거짓말 같게도 그가 눈을 떴다. 당황한 나는 물었다.


“산…책 갈래요? 좀 이따가요.”
“음……. 그래요.”


 갑자기 눈을 뜬 진기의 행동은 이제까지 내가 한 부끄러운 짓을 모두 본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지 않은 두근거림에 눈을 감았다. 그리고서 내뱉은 말이 고작 산책 가잔 소리다. 그렇지만 아직 잠에서 완전히 헤어 나오지 못한 진기의 목소리에 안도할 수 있었다.








7.








 웃기게도 진기는 처음 만났던 그 날 뒤로 항상 내 옆에 붙어 있었다. 내가 밀린 빨래를 멀쩡한 세탁기를 두고 손수 손빨래를 할 때에도, 어느새 누런색으로 변해버린 낡아빠진 소설책을 읽을 때도, 성냥을 가지고 장난을 칠 때도 언제나 내 옆에 있었다. 진기가 있는 지금은 여느 봄과 같이 나른하고 기분 좋은 봄의 끝이었다. 다만 조금은 거슬리지만 서서히 익숙해져가는 바람에 없어지면 오랫동안 아쉬워할 것 같은, 애물단지 같은 것을 옆에 끼게 된 것 말곤 달라진 것이 없다. 점심을 먹은 뒤 그에게 확인사살로 아침에 물었던 것을 한 번 더 물었다. 


‘산책 갈 거죠?’
‘속이 안 좋아서 못갈 것 같은데. 어떡해요?’


 책을 읽고 있던 내 옆에 어깨를 붙이고 앉아 대답을 하는 진기의 모습은 전혀 아픈 구석 따윈 없어 보였다. 그냥 귀찮은가보다 싶어 알겠다고 대답을 했을 뿐이다. 나는 너무나 찰싹 달라붙어 있는 진기 덕에 책에 도무지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닿아오는 어깨 사이로 간질거림이 나를 그 땅에 앉히질 못하게 만들었다. 결국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황급히 대충 옷을 꿰어 입는 나를 보며 ‘조심해서 갔다 와요 늦지 않게.’ 라고 말을 건네던 그의 모습이 얼마나 따뜻하고 설레게 만들었는지 아직도 기억한다.


 넝쿨들이 긴 터널처럼 이어져 있는 곳으로 쏙 들어가니 따뜻한 햇볕이 사라졌다. 온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넝쿨의 잎 사이사이로 들어오는 햇빛 역시 아름답고 싱그러웠으며 귀엽기 그지없었다. 그러한 것들을 마음껏 누리며 걷고 있을 때 내 뒤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놀란 내가 곧장 뒤를 돌아보니 아무 것도 없었다. 여전히 햇빛이 제 흔적만을 밝게 남겨두고 있는 중이었다. 안심을 하고 앞을 바라보니 해사하게 웃고 있는 진기가 나를 가로막고 있었다.


“뭐예요? 어디서 나타난 거예요?”


 진기는 아무 말 없이 웃기만 할 뿐이었다. 가끔 보면 그는 웃는 탈을 쓰고 있는 사람 같았다. 그래서 종종 그의 볼을 잡아 늘어뜨려 보기도 했는데, 당연히 나의 상상은 실제가 되지 못했다. 나의 표정을 보던 그의 입에서 기분 좋은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진기는 조금 짓궂다 싶을 정도로 장난기가 있는 남자였지만 그 안의 유함을 알기에 미워할 수가 없는 사람이었다. 


“저, 종현 씨. 산책, 나랑 같이 할래요? 아니 해요. 같이. 놓칠까봐 급하게 뛰어왔어요.”


 급하게 뛰어왔단 진기의 얼굴엔 그를 증명해보이듯 땀방울이 방울방울 나 있었다. 진기가 그 순간에 선물한 웃음은 평소의 해사하고 밝고 유한 웃음 따위가 아니었다. 설렘 가득한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웃었다. 그 모습에 혹해 고개를 끄덕였다. 진기는 나를 보고 또 한번 웃었다. 아까와 같은 미소로. 간지러웠다. 그가 바라보고 있는 내 얼굴이.


“손잡아요.”


 진기의 미소를 음미하기도 전에 그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의외로 투박하고 짧은 손가락이 웃음을 나오게 했다. 그런 나의 모습을 보더니 진기가 한번 한숨을 폭 쉬곤 내 손을 무작정 잡고 걸었다. 큰 발소리를 내며 걸었다. 그래봤자 진기의 발소리는 흙과 떨어진 잎들에 의해 사라졌지만. 무작정 앞만 보고 걷던 때 그가 내게 속삭였다. 


“난 항상 종현 씨 옆에 있을 거예요. 그러고 싶어요.”


 그리고 그때 나는 설렘이 가득 담긴 상상을 했다. 왠지 모르게 그만큼은 내 곁에 영원히 머물러 줄 것 같다고, 그때의 그 말과 그 순간이 진실 된 것만을 말해주고 있어서 굳이 상상을 하지 않아도 될 것만 같았다. 





7.





 진기는 밤이 되면 어디론가 사라지곤 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달이 뜨고 나면 항상 내 눈 앞에서 없어지곤 했다. 그래서 낮에 생긴 확신도 밤이 되면 모두 때를 놓친 꽃처럼 져버리곤 했다. 해가 떠 있는 동안 내 옆에 있는 그를 보며 잔뜩 즐기던 설렘도 달이 뜨면 마법처럼 사라졌다. 처음엔 왜 항상 밤마다 사라지는 것인지에 대해 진기를 추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곧 그만뒀다. 그가 대답하기 싫어하는 것도 눈에 보였고 무엇보다 그를 곤경에 처하게 만들고 싶지가 않았다. 그저 내게 영원을 약속하는 진기를 믿었을 뿐. 그래서 택한 방법이 진기가 없는 시간엔 일찍 잠에 들고 최대한 진기가 있을 시간에 맞춰 일찍 일어나는 것이었는데, 도무지 오질 않는 잠에 수면제를 사다 먹은 적이 있다. 낮에 약통을 본 진기는 그날 처음으로 나에게 소리를 질렀다. 이런 건 안 된다고. 끝에 가선 나를 잃을까 두렵다며 엉엉 우는 그를 품에 안으며 달랬다. 그날 이후론 그저 때를 기다릴 뿐이었다.


 잠이 오지 않을 때면 멍하니 탁상에 있는 큰 어항을 바라보며 물고기들에게 말을 걸었다. 진기 씬 어디 있니? 라며. 물론 그들은 여전히 내게 답을 주지 못했지만. 하지만 어느 날 진기가 내게 말했던 것처럼 언제나 그가 내 옆에 있단 것을 떠올리면 웃기게도 잠이 밀려 들어왔다. 그래서 오늘도 그 한 가지만을 떠올린다. 그는 내 옆에 있을 거야. 그럴 거야. 다짐한다.


 언젠가 햇빛이 아닌 달빛을 맞으며 네 품안에서 잠들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끝났다;ㅁ;

[샤이니/온쫑] 미행 M | 인스티즈


종현이가 산책하던 넝쿨터널은 대충 이런 이미지라 생각하심 돼요 제가 이걸 넣고 싶어서 쓴 글이라...킥키ㅣㄱ킥...근데 저의 고자력 돋는 필력에 의해

사망하셨습니다 저 아름답고 고귀한 부니기.....하 시바.......감히 필력이라고 칭하기도 죄송한 제 고자손이지만여 그리고 이젠 종현이와 진기가 사는 집은

에프엑스 아트필름 보시면 나오는 배경인 집? 건물이라고 보심 돼요 모르시면 보고 오세요 (박력) S가 미행 가사 내용에 충실했다면 M은 아트필름

내용에 충실했습니다 내용 보시면 아트필름 장면에 나오는 것들이 대부분 나와 있거든요 모든 덕구 여러분과 항상 케미 돋는 우리 온쫑들에게 감사합니다

그리고 좋은 음악 내주시는 에펙 분들에게도 감사하구여 하 신곡 나오는 샤이니 존나 감사;ㅁ;ㅁ;ㅁ;ㅁ;ㅁ;;;;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습니다

이런 글은 어떠세요?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샤이니 [샤이니] 내 최애가 결혼 상대? 191 이바라기 05.20 13:38
트위터랑 포스타입에서 천사님을 모신다가 많은데 그게 뭐야?1 05.07 16:58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번외편5 콩딱 04.30 18:59
몬스타엑스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72 꽁딱 03.21 03:16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5 콩딱 03.10 05:15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154 콩딱 03.06 03:33
몬스타엑스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61 꽁딱 03.02 05:08
엑소 꿈의 직장 입사 적응기 1 03.01 16:51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145 콩딱 02.28 04:59
이준혁 [이준혁] 이상형 이준혁과 연애하기 14 찐찐이 02.27 22:09
몬스타엑스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53 꽁딱 02.26 04:28
김남길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7 걍다좋아 02.25 16:44
김남길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9 걍다좋아 02.21 16:19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45 꽁딱 02.01 05:26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33 꽁딱 02.01 01:12
김남길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40 걍다좋아 01.30 15:24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2 꽁딱 01.30 03:35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1 꽁딱 01.30 03:34
방탄소년단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그루잠 12.26 14:00
방탄소년단 2023년 묵혀둔 그루잠의 진심4 그루잠 12.18 23:35
샤이니 [샤이니] 내 최애가 결혼상대?184 이바라기 09.21 22:41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2 콩딱 09.19 18:10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126 콩딱 09.16 19:40
지훈 아찌 금방 데리고 올게요5 콩딱 09.12 23:42
방탄소년단 안녕하세요 그루잠입니다9 그루잠 09.07 16:56
몬스타엑스 [몬스타엑스/임창균] 유사투표2 꽁딱 09.04 20:26
이동욱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4 하트튜브 08.23 20:46
전체 인기글 l 안내
6/8 10:54 ~ 6/8 10:56 기준
1 ~ 10위
11 ~ 20위
1 ~ 10위
11 ~ 20위
팬픽 인기글 l 안내
1/1 8:58 ~ 1/1 9:00 기준
1 ~ 1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