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병신과 머저리 下
명수는 아직까지도 성열이 왜 화가 났는지 몰랐다. 오히려 성열의 계란말이를 저가 다 먹을 수 있어 좋아했다. 그런 명수를 보며 빡쳐하던 동우가 명수의 정강이를 걷어차곤 모두의 영웅이 되었다. 그러나 성열이 방 안으로 들어간지도 벌써 다섯시간째, 슬슬 명수도 성열이 걱정되었다. 화장실 안 가고싶나. 그러나 그 걱정도 잠시 명수는 장판을 깐 따끈따끈한 침대에 앉아 귤을 까먹으며 무한도전 재방송을 한가롭게 시청했다. 물론 성열의 방 문을 열려고 노력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명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이. 명수는 사람들이 성열의 방 문 앞에 모여서 심오한 표정으로 고민을 할때도 한번 힐끗 쳐다보곤 다시 박명수를 보며 낄낄댔다. 동우에 이어 명수의 태도에 빡친 우현이 성열의 방문 앞에 나뒹구는 주인모를 담배갑을 들어 명수의 뺨을 향해 정확히 던져 맞췄다. 찰싹소리가 나며 명수가 미간을 찌푸리곤 담배갑을 들어올리자 성규가 명수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담배갑을 빼앗았다. 말보루 아이스블라스트. 청량하면서도 상쾌한 맛이 일품이라는 담배였다. 성규가 담배갑을 열어보니 아직 피지않은 듯 빈틈없이 꽉 차 있는 담배개비에 성규가 고개를 들었다. 저는 이 짓을 하면서 죽을 위험도 많기에 담배는 입에 대지도 않고 우현은 담배냄새를 혐오할 정도였다. 동우는 담배를 끊었고 성종은 아직 미성년자. 남은건 명수와 성열밖에 없었다. 그러나 명수는 말보루보단 레종을 선호하기에 남은건 성열밖에 없었다.
"우리 성열이, 금연교육 시켜야겠네."
이성열, 폐 썩었을 거같다. 우현의 생각없는 말에 모두가 우현을 노려보았다. 아니, 걔 호스트였잖아. 간접흡연도 많이 했을 거 아냐, 거기에다가 직접 담배도 피고…. 우현이 말끝을 흐렸다. 모두가 잊고있었던 사실이었지만 성열은 이 곳에 있기 전 호스트와 비슷한 것이었기에. 저나 우현, 동우보다도 아픔이 더 컸을 지도 몰랐다. 그러니까 그 여리고 가는 아이가 담배를 핀거겠지. 어느새 동우가 담배를 한개비 꺼내 입에 물었다. 끊었지만 담배란게 눈 앞에 있으니 피고싶은 욕구가 간절히 들어서… 동우는 자기최면을 했다. 전부 다 이럴거야. 웬만해선 가리지않고 피는 동우였지만 말보루와 던힐을 꽤 선호하여 오랜만에 보는 담배에 미소를 지었다. 라이터, 라이터. 동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라이터를 찾다 어느새 제 눈 바로 앞에 멈춘 하얀 주먹에 오줌을 지릴뻔했다. 명수와 우현은 성규가 분명 동우를 때릴 거라 예상하였지만 예상과 다르게 성규는 동우의 입에 물려져있는 담배를 제 검지와 엄지로 빼내 두조각으로 부러뜨렸다. 내 여자가 오늘따라 이상하네, 때리지도 않고. 우현이 미소지으며 성규를 향해 말했다. 말이 끝나자마자 성규가 담배를 우현의 양 콧구녕에 넣을까싶었지만 너무 가혹해 제 두 손가락을 우현의 콧구녕에 쳐넣었다. 아! 아파! 형 빼요! 누가 니 여자야, 빙신새꺄. 성규보다 약간 키가 작은 우현이 버둥거렸다. 콧구녕이 아파, 예쁜 김성규를 불러줘…! 우현의 마지막 절규가 끝나자 동우가 우현의 뒷머리를 후려쳤다. 작작해. 그 후 성규도 우현의 콧구녕에서 손가락을 빼내곤 우현의 옷자락에 대충 닦아냈다. 드러.
"형들 키 들고왔어요."
우현이 코를 감싸쥐곤 성종을 바라보았다, 키라고 해서 기범인줄 알았네. 갑자기 기범이 보고싶어지는 우현이었다. 성종의 손에 반짝이며 들려있던건 마스터 키였다. 성규가 가져오라고 시킨 것이었다. 그러나 모두가 우물쭈물하며 쉽사리 성열의 방 문을 못 열때 용기있게 나선 동우가 성열의 방 문고리에 열쇠를 끼워넣었다. 철컥. 둔탁하지만 가벼운 소리가 들려오곤 동우가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어두운 방 안에서 촛불 하나만 켜두고 있는 성열에 동우가 의아해하였지만 자세히 보니 성열은 무언가를 커터칼로 찌르고 있었다. 뭐야, 단순한 저주놀인가? 동우가 작게 미소짓곤 성열이 찌르고 있는 그것을 살폈고 동우는 숨을 크게 들이쉬곤 그 길로 몸을 돌려 방에서 나왔다. 성열이 찌르고 있던 것은 바로 명수의 프로필 사진이었다. 거기까진 괜찮았다. 그러나 동우는 보았다. 명수의 멀쩡한 얼굴과 상체, 다리를 제외하곤 커터칼로 찌르며 찢어 너덜너덜한데다 담배로 지졌는지 거뭇한 자국이 생긴 명수의 꿈을. 성열은, 명수의 꿈을 노린 것이다.
"하아… 하아…."
"괜찮아? 무슨 일이야."
동우는 식은 땀이 흘렀다, 이 세상에는 저와 성열 그리고 명수만 있는 것 같았다. 보면 안 될 것을 본 그런 느낌. 성규가 옆에서 물어오지만 대답할 수 없었다. 동우는 지 혼자서 영화를 찍고있었다. 늘어지게 무도 재방송을 보던 명수가 고갤돌리자 열린 듯한 성열의 방에 피식 웃으며 일어났다. 결국엔 열릴 거면서. 명수가 긴다리를 자랑하며 성열의 방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나 자기가 자기 발에 걸려 명수는 우습게 넘어지고 말았다.
"아악! 내 불알! 존나 아파!"
하필이면 앞에 있는 탁자에 명수의 소중한 꿈을 부딪히고 말았다. 깨지진 않았겠지만 충분히 아픈 명수가 바닥을 구르며 통증을 호소했다. 성종이 나서서 명수의 꼬리뼈 쪽을 토닥토닥 두드려줬다. 그에 눈동자가 커지며 심하게 놀란 동우가 고개를 들어 어느새 나와있는 성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동우는 또 보았다. 살며시 말려올라가는 성열의 입꼬리를. 동우는 절대 성열에게 나대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다.
*
"동우씨, 제 마음이에요."
"이러시면 안됩니다."
동우는 난감했다. 이새끼는 대체 언제까지 이럴 것인지. 그렇다고 제게 내민 호원의 선물을 받지않을 수도 없지 않은가. 사실 선물이라고도 해도 커다란 하트모양의 레몬사탕이었지만. 호원은 동우의 말이 선물을 거부하는 것인줄 알고 침울해져 등을 돌리곤 걸어나갔다. 호원은 동우를 처음 봤을 때, 즉 커피를 쏟고 동우의 얼굴을 보았을때 내 사람이다란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래서 어젯밤 성종과 오랜만에 통화를 하며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을 할땐 어떻게 해야 좋은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성종은 '마 형님아 고백할땐 참말로 레몬사탕이제 스마일-.'이란 대답을 하였고 호원은 월차까지 내며 아침 일찍 레몬사탕 소믈리에인 손죤에게 찾아가 크고 아름다운 레몬사탕을 만들었다. 그러나 오늘도 까인 호원은 이제 이 사랑을 포기하는게 나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호원은 본래의 사무적이고 딱딱한 말투가 귀여운 동우에게 걸맞지 않는 것 같아 일부로 귀여운 말투를 사용하였는데 어차피 포기할거 이젠 그런거 상관없겠지란 마인드로 본래 말투로 동우에게 곧바로 문자를 보냈다.
[죄송합니다 이젠 귀찮게하지 않을테니 걱정마세요.]
동우는 화면 속 문자를 몇번이나 돌려보았다. 번호는 호원이 맞는데 지금까지의 병신같은 말투가 아닌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호원의 말투에 동우는 오덕호원이 아닌 MW그룹 본부장 호원이 상상됐다. 데스티니. 동우가 호원에게 첫만남 이후로 한 답장은 딱 하나밖에 없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 하지만 오늘 그 수가 늘어날 것만 같다. 동우는 호원에게 최대한 귀엽고 최대한 깜찍하게 답장을 하기 위해 끙끙댔다.
[아니에요ㅠ▽ㅠ 사실은 레몬사탕보단 딸기사탕이 더 좋아서 그래요오.]
답장을 받은 호원은 입을 쩍 벌렸다. 얼마만의 동우의 답장인가, 게다가 귀여움이 가득한 동우의 답장에 호원의 입꼬리는 히죽히죽 말려올라갔다. 호원과 동우에게도 겨울이 가고 봄이 찾아올 것만 같았다. 우린 시들고 맘이 멍들지만 않길 바랄뿐. 아직은 추운 12월이니까. 한 병신은 아팠고 한 머저리는 사랑을 시작할 것만 같은 날이었다.
어휴 김명수 속터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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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소녀시대 아직도 서로 만나는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