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꿉친구 김태형과 한 지붕 아래 살게 된 이야기.txt
♬ Anna Graceman - The Only One
"일어나, 이것아. 해가 중천이야!"
"으어...엄마 아침 뭐야..."
"이것은 일어나자마자 밥부터 찾네. 어휴, 내가 못살아."
"김치찌개 냄새..."
아무리 방학이어도 엄마는 내가 늦잠을 잘 수 없게 한다. 그덕에 아침 잠이 많은 나는 매일 아침마다 고문을 당하는 기분이다.
하지만 늘 부엌으로부터 나는 아침밥 냄새에 억지로라도 끌려나오게 된다. 이건 모두 엄마가 음식을 잘하는 탓이다.
그야말로 몸이나 얼굴이나 좀비같은 행색을 하고 거실로 나섰다.
아직 제대로 떠지지 않는 눈에 머리는 산발을 하고 배를 벅벅 긁으며 걸어나오는데, 진즉에 일어나 씻기까지 한것같은 김태형이 제 방에서 나온다.
쟤는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아침잠 없는건 그대로인가보다. 한치 부족함도 없는 놈 같으니.
"아, 깜짝이야."
"그렇게 놀랄 것 까지야..."
"누구세요? 탄소 어디 갔어요?"
나를 보고 장난이 아니라 진심으로 놀란 김태형이 흐흫, 하고 바보 같이 웃으며 누구냐고 물어본다.
대답 대신 한 번 째려봐주고 식탁에 앉았다. 김태형은 그런 내 맞은 편에 앉았다.
아빠는 이미 출근을 한 상태였고, 그닥 넓지 않은 식탁엔 밥이 두 그릇 뿐이었다.
"엄마는 밥 안 먹어?"
"난 아까 니 아빠랑 먹었지. 너 늦게 일어나서 다시 차린거야."
"ㅎㅎ잘 먹겠습니다~"
신나게 숟가락을 들고 밥과 김치찌개를 퍼먹었다. 누가보면 어제 술이라도 거하게 마셔서 해장국을 드링킹하는 줄 알 정도로.
입에 넣은 것들을 삼키다 목이 막혀 물을 가져오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김태형이 제 앞의 물컵을 내게 내민다.
고마워할 기세도 없이 물을 들이켰다. 역시 밥 먹을 땐 물이 있어야 해.
"땡큐."
"그렇게 나랑 빨리 장보러 가고 싶나 봐? 체하겠어. 아주."
"...?"
ㅋ.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말을 지껄이길래 엿이나 먹으라는 의미로 밥을 한 톨씩 집어 먹었다. 고맙다는거 취소다, 이 새끼야.
그런 나를 보며 세상에서 가장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던 김태형이 잘못했다며 사과를 했다.
빨리 사과 안 했으면 국물도 한 방울씩 떠먹으려 했는데, 아쉽.
제 속도로 밥을 먹기 시작했다. 이런 얼굴을 앞에 두고 먹으니 목이 멕히지. 결국 이건 다 김태형 때문이다.
순식간에 밥을 한공기 뚝딱 비우고 빈 그릇을 싱크대에 담근 후 안방에 있는 화장실로 향했다.
김태형이 없을 때부터 우리 집에 있는 두 개의 화장실은 늘 남자용, 여자용으로 나눠쓰곤 했다. 안방에 있는게 여자화장실, 거실에 있는게 남자화장실이었다.
그 정도는 우리 집에 자주 왔던 김태형도 알고있는 사실이기도 했다.
오늘 날씨 엄청 춥다는데 왜 나는 밖엘 나가야 하나, 문득 장을 보러가자고 한 김태형이 원망스러웠다.
분명 안 간다고 하면 삐지거나 화를 내거나 정색을 할게 틀림없으니 하는 수없이 준비를 시작했다.
"다시 뤈뤈뤈~난 멈출 수가 업써~"
내가 좋아하는 방탄오빠들의 노래를 틀고 신나는 마음으로 준비를 했다. 역시 외출 준비할 때 듣는 노래가 가장 신나는 듯.
머리를 대강 말리고 화장도 대강 끝냈다. 막상 공을 들일 땐 망하고, 쓸데없이 이럴 때만 화장이 잘 먹는다.
마지막으로 옷을 고르는데, 요즘 너무 패딩만 입는 것 같아 이번엔 코트로 손이 갔다.
어째 어제 나간 시내보다 더 꾸미고 마트에 가는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제길.
방에서 나가기 전, 화장대에 올려둔 갈색 목도리로 시선이 갔다. 추운데 하고갈까.
목도리를 들고 문을 열었더니 이미 거실엔 준비를 끝내고 쇼파에 앉아 티비를 보는 김태형이 있었다.
문 소리에 내가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린 김태형의 목엔 갈색 목도리가 감겨있었다. 내 저럴 줄 알았다.
하지만 이미 체념을 했다. 같은 건 같은거고 일단 내가 추우니까.
"준비 다 한거야?"
"응, 가자."
"목도리는."
"여기."
"줘 봐."
내가 무슨 다섯 살난 애도 아니고 어제부터 자꾸 목도리를 매준다. 사실 김태형이 매주는게 따뜻하긴 하지만 나도 이 정돈 할 수 있거든!
하지만 마음과는 다르게 입을 비죽이면서도 나는 가만히 매주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
그 와중에 머리가 제대로 안 말랐다며 고나리를 당했다.
"장갑은 없어?"
"없는데."
"밖에 엄청 추울 텐데."
"그치? 춥지? 그러니까 우리 다음에 ㄱ,"
"그니까 빨리 갔다 오자."
"응ㅎ"
방금 내 말 일부러 무시한거 맞지? 그런거지? ㅠㅠ내 진짜 서러워서 살 수가 있나ㅠㅠㅠ
신발을 신고 김태형이 현관문을 열었는데 미친, 바람이 미친듯이 분다.
"와. 야, 혼자 다녀와. 안녕히 다녀오세요."
"빨리 와"
도망 실패.
내 팔을 끄는 김태형에 의해 별 수 없이 집을 나섰다. 집에서 마트까지 가는 길이 너무나도 멀게만 느껴졌다.
차라리 러시아가 여기보단 따뜻할거야. 그냥 패딩입고 나올걸.
"날씨가 미쳤어. 으, 추워. 추워."
"그러니까 장갑 좀 사."
"살거야. 언젠가."
여름에도 손이 차가운 수족냉증을 가진 탓에 겨울이 되면 주변에 손이 따뜻한 친구의 손을 잡는 버릇이 생겼다.
여자건 남자건 상관을 하지 않았으니 그 중에 김태형도 예외는 아니었다.
물론 다정하게 손을 잡거나 깍지를 끼는게 아니라 정말 핫팩을 잡듯 양 손에 잡았다.
나름 손이 커서 두 손에 잡을 수 있을 정도였다. 내가 겨울만 되면 이러는걸 김태형도 알고 있으니 별 저항도 하질 않더라.
더 심할땐 목 뒤에도 손을 넣으니 그것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약과라는 걸 알고있는듯 했다.
그렇다고 계속 두 손을 뻗고 갈 순 없으니 자연스레 한 손을 잡고 걷는 꼴이 되어있었다.
누구의 시선이 중요한게 아니라 나는 지금 손이 시려워서 뒤지겠다니까.
결국 나는 김태형의 양 쪽에 번갈아 서며 손을 녹였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이 추운 날 손이 따뜻한 사람이 신기하다.
"뭐해. 부산스럽게."
"한 손만 따뜻할 수 없잖아."
"너 박지민 손도 이렇게 잡냐."
"추운 날 옆에 있으면 잡지. 근데 박지민 손은 안 따뜻해서 별로."
물론 친한 사람만 잡는다. 김태형이 남자여서 그렇지 고등학교땐 주변이 온통 여자였으니 손을 잡는건 여자애들 뿐이었다.
길 가다 모르는 사람 손이 따뜻하다고 덥석 잡는 민폐녀는 아니라는 말이다.
어느 새 마트에 도착해 있었다. 밖이 추워서 그런가 마트까지 오는 여정이 쉽지가 않다.
마트 안의 따뜻한 바람이 느껴짐과 동시에 김태형의 손을 놨다. 드디어 몸이 사르르, 녹는 기분이다.
"뭐부터 사야 돼?"
"칫솔, 휴지 등등."
"다 우리 집에 있는건데. 굳이 살 필요 있으려나."
"최대한 너네 집에 손 안 벌리려는거야. 안 그래도 죄송한데."
"어이구, 태형이 착하네~"
"키도 작은게."
오랜만에 칭찬 좀 해주려 머리로 손을 뻗었는데 겨우 뒤통수에 닿는다. 나 키 작은거에 보태준 것도 없으면서.
힘겹게 머리를 쓰다듬으려다 머리끄댕이를 잡을 뻔한걸 참았다. 너, 너 키 크다고 그러면 안 돼. 키 작은 서러움도 모르는게ㅠㅠ
기대는 안했지만 정말 쇼핑할 것들을 적어오지 않은 탓에 하나씩 기억을 되살리며 카트에 담았다.
물론 마트에 온 목적 중 하나는 시식코너기 때문에 웬만큼 장을 본 후에 시식코너로 달려갔다.
"어쩐지 순순히 따라온다 싶었어."
"조용히 하고 이거나 먹어."
"어휴, 부부가 젊고 예쁘네~보기 좋아~"
"하하ㅎ, 저희 부부 아니에ㅇ.."
"감사합니다~"
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김태형의 입을 막기 위해 고기 하나를 이쑤시개에 찍어 입에 넣었는데, 그걸 보던 시식코너 아주머니께선 우리를 젊은 부부 정도로 오해를 했다.
저게 물건을 사라는 영업이건, 진심이건 상관없이 나는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김태형의 대답은 더 당황스러웠다.
"지금 내 귀가 잘못됐냐."
"그냥 저런 말은 웃고 넘기는거지, 뭐."
"그런거냐."
그래,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넘겨야지. 하하하.
뭔가 찜찜한 기분으로 나와 김태형은 음식 코너에서 벗어나 2층으로 올라갔다. 비어있던 쇼핑 카트는 바닥이 조금 밖에 보이지 않았다.
남은 건 학용품 뿐이라는 말에 학용품이 있는 코너로 갔는데, 그곳엔 예상치 못한 박지민이 있었다.
"어? 김태형! 김탄소!"
"뭐야."
"뭐냐. 너."
"...둘 다 반응이 왜 그래...사람 무섭게..."
어제 이후로 박지민이 그닥 반갑지는 않았지만 김태형 반응도 웃겼다.
원래 만났다고 호들갑 떠는 사이도 아니니 그닥 이상한 반응도 아니건만, 박지민은 우리의 비슷한 반응에 움츠러들고 있었다.
박지민이 나와 같은 대학임을 잊고 있었다. 지금 박지민이 이곳에 있는건 곧 개강이니 이 주변에 자취방을 얻은 탓이겟지.
"넌 집도 같은 지역이면서 왜 자취를 해?"
"대학생의 로망이지. 자취는."
"로망은 개뿔. 허구헌날 피시방에 술이나 먹겠지."
"아니거든!"
됐어. 새끼야. 넌 나한테 이뻐보이긴 글렀어. 김태형 친구 박지민은 기왕 만난거 푸드코트에서 밥이나 먹고 가자는 소리를 했다.
존나 싫은데? 싫어. 싫다고.
하지만 마음과는 다르게 김태형은 수락을 했다. 언제부터 내가 김태형의 의견에 따르게 된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쩔 수 없이 먹게 되겠지.
"근데 너네 목도리 커플이야?"
"아, 이ㄱ..."
"너네 그러고 있으니까 되게 그거 같아."
"뭐?"
"신혼부부."
"... ..."
왜 부끄러워 해. 왜 그런 표정 지어. 그거 아니야. 왜 니가 부끄러워 해.
오, 하느님. 부디 저 새끼를 이 손으로 처단해도 죄를 묻지 마시옵소서. 아멘.
"저것도 웃고 넘겨야 하니?"
"마음대로."
"그래, 내 마음대로."
난 정말 내 마음대로 맞은편에 눈이 안 보이게 웃고있는 박지민에게 다가가 무자비로 주먹을 휘둘렀다.
나한테 맞으면서도 뭐가 그렇게 좋은지 박지민은 잘못했다. 잘못했다하면서도 헤헤, 하고 웃고 있었다. 또라이 아녀?
"아파...힘만 세가지구."
"입은 함부로 놀리는게 아니란다. 지민아."
"너네 살거 다 샀어?"
"몇 개만 더 사면 돼."
"그럼 사고 와. 계산대 앞에서 기다릴게."
"그냥 집으로 꺼져버려."
"아, 왜애~"
왜긴. 재수없으니까 그렇지.
그렇게 박지민은 룰루랄라 카트를 끌고 떠나고, 남은건 개같은 내 기분이었다.
김태형은 몇 가지를 카트에 담는가 싶더니, 이내 살 것을 다 샀다며 카트를 앞으로 밀었다.
이럴거면 나를 왜 여기까지 데려와서 박지민을 만나게하나. 김태형도 처단해야 하는걸까. 아아.
입맛만 쩝, 다시며 김태형의 꽁무니를 쫓았다. 뒤에서 보니 새끼, ...길긴 기네.
-
"여기! 여기!"
계산을 끝내고 3층에 있는 푸드코트로 향했다. 많이 산 듯했지만 생각보다 양이 적어 조금 무거운 봉투와 그보다 가벼운 봉투, 총 두 개가 나왔다.
가벼운 봉투를 들려고 하자, 김태형은 자신이 두 개를 모두 들어버린다.
정말 나를 왜 데려왔는지 의문이다. 내가 오늘 하는 거라곤 펫처럼 졸졸 쫓아다닌 것 뿐이다.
게임에서 펫은 힐링이나 아이템 줍기라도 해주지, 내가 오늘 한게 뭐가있...아, 박지민을 공격했구나^^~
별 이상한 생각을 하며 자리에 앉았다. 내 맞은편엔 박지민이, 박지민 옆엔 김태형이 앉았다.
"너네 뭐 먹을래? 간만에 이 형이 한 턱 쏜다."
"형은 무슨ㅋ."
"안 사. 안 사줄거야."
"형. 잘 먹을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둘이 붙어있으면 뭔가 웃기다니까.
그러니까 둘이 사겨라(짝) 사겨라(짝)이걸 진짜 하면 아마 둘 중 하나에게 뺨을 맞겠지? 둘 다에게 맞을지도..?ㅎ
여차저차 이야기를 나눌 동안 박지민이 시킨 김치볶음밥과 돈까스 두 개가 나왔다.
그리곤 박지민은 김치볶음밥을 내 앞에 놔준다. 헐, 김치볶음밥 덕후인건 어찌 기억하고.
"와. 말 안했는데 어떻게 알았어?"
"너 김치볶음밥 메뉴에 있으면 그것만 먹잖아. 밖에서."
"응, 맞아...ㅎ. 짜식. 역시 내 친구야."
방금까지 박지민은 내 친구가 아니고 김태형의 친구라느니, 어쨌느니는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고 그 새 박지민에게 감동을 먹었다.
나란 녀자...참 쉬운 녀자...☆
그런 우리 둘을 보던 김태형이 그랬었냐, 하며 돈까스를 집어든다. 그래, 그랬었다. 넌 몰랐지? 칫.
아무튼 나는 잘 먹을게, 짧은 인사와 함께 김치볶음밥을 먹기 시작했다.
아침 먹은지 얼마나 됐다고 이게 또 배로 들어가나 싶지만 걱정과는 달리 아주 잘 들어간다. 역시 나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그 뒤로 딱히 별 대화 없이 밥을 먹는데, 김태형이 박지민에게 묻는다.
"근데 박지민, 너 무슨 과 간다고 했더라."
"나? 기계공학과."
"뭐?"
"왜?"
박지민이 기계공학과라니, 같은 대학교에 합격했다고 해서 그것만 신경썼지 생각치도 못했는데.
...같은 과일줄이야.
"너 기공이야?"
"응, 왜?"
"...나돈데."
"...뭐?"
박지민의 동공에서 지진이 일어났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고등학교 때 같은 이과였지만 남녀합반이 아니니 박지민과는 그닥 마주칠 일이 얼마 없었다.
가끔가다 넌 어디 대학 썼냐, 붙었냐. 는 식의 대화를 하다 같은 대학교에 합격했다는 사실만 알게 되었을 뿐.
같은 학과에 입학하게 되었다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너 왜 말 안했어!"
"니가 안 물어봤잖아!"
"너 그럼 나랑 동기야?"
"그런것 같은데?"
이걸 기뻐해야 돼, 말아야 돼. 원래 대학교 입학할 때 고등학교 친구가 과에 없는게 좋다던데. 그럼 슬퍼해야 하나?
참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서로 바라보고 있는 우리를 김태형은 이상한 애들보는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아, 간만에 여자들 틈에서 벗어나 조신한 척 좀 하고 공대 아름이가 될 수 있을까 했더니만. 집도 학교도 다 그지같다.
"다행히 아싸될 일은 없겠다ㅎㅎ."
"왜 없어. 누가 너랑 놀아준대니?"
"너무한 거 아니야? 솔직히 내가 오늘 밥도 사주는데."
"아, 근데 진짜 박지민이랑 같은 과라니..."
"아, 내가 김탄소랑..."
"둘이 싸우면 볼 만 하겠네."
와중에 김태형은 간만에 한다는 말이 뭐? 싸우면 볼 만해ㅡㅡ?
충격에 밥이라도 안넘어가길 바랬지만 그래도 술술 넘어간다. 어느 새 한 그릇을 비웠다. 하지만 아직도 충격이 가시질 않았다.
"내가 인생을 헛살았나...대학까지 박지민이랑..."
"전생에 나는 대역죄인이었나봐. 벌 받는거야. 지금."
"조용히 해. 벌 받는건 나거든? 흥."
"착하게 살아야지. 음, 역시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돼."
"시끄러워. 벌써부터 싸우지 말고 일어나기나 해."
김태형은 마치 어린 애들이 유치하게 싸우듯이 투닥대는 박지민과 나를 말렸다.
아무래도 오늘 밤 지식인에 물어봐야겠다. 입학 전부터 자살충동이 일어나면 어떻게 해야하나요? 라고 말이다.
아, 근데 진짜 어쩌지.
"김탄소. 너 나랑 시간표 같이 짜."
"내가 왜."
"싫은 척 하지마. 너 아싸에서 구원해주는거야."
"개새."
"알겠지?"
"아, 맘대로 해. 새끼야."
"그래ㅎㅎㅎㅎㅎ"
...친구 없는게 차라리 나을 것 같기도 하고.
-
마트 앞에서 박지민과 헤어지고 다시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겨우 봉투 두 개 중 하나를 빼앗아 들었다. 여전히 추운 날씨에 짐을 들지 않은 손을 호호불며 녹이는데 이번엔 김태형이 먼저 내 손을 잡는다.
아무리 말도 없이 손을 갑자기 잡는게 내 연애 로맨스 중 하나라지만 김태형이라 그런가 하나도 설레지가 않는다.
난 이대로 정말 대마법사가 되는건가, 연애는 꿈도 못 꾸는건가, 연애세포가 몽땅 죽어버렸나...
괜한 슬픔에 아무 말 없이 길을 걷는데, 김태형이 먼저 입을 연다.
"좋겠네. 박지민이랑 같은 과라."
"뭐가 좋아. 대학교에서 새 친구를 사겨야지. 아는 애 있으면 자꾸 둘이 다니게 되잖아."
"박지민 없으면 혼자 다닐거 아니야?"
"... ..."
김태형의 말에 빈정이 상해 잡은 손을 뿌리치고 앞으로 빠르게 걸었다.
그랬더니 긴 다리로 어느 새 내 옆까지 걸어온 김태형이 아, 미안. 하며 다시 손을 잡는다.
짧은 다리로는 도망도 못가나 보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가 찢어진다고, 옛 말 틀린거 하나 없는 것 같다.
그래, 이 자식아. 넌 어딜가나 인기가 폭발이라 좋겠네. 나쁜 놈.
"농담이야. 농담."
"농담 두 번 했다간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야."
"봉투 안 무거워?"
"나 박지민보다 힘 세."
"그건 좀 인정."
"뭐?"
"농담."
"뭐??"
"아, 음...살려줘."
잡고 있던 손을 빼 등짝스매싱을 날리려 했더니만 김태형이 손에 힘을 주니 도저히 뺄 수가 없었다.
씩씩거리며 째려봐도 김태형은 그저 이 상황이 웃긴지 계속 웃고 있을 뿐이었다.
엄마. 딸래미가 이러고 살아요ㅠㅠ김태형이 나 놀리는데는 선수라고ㅠㅠㅠ
"내가 지금 추워서 참는거야. 집에 가면 넌 죽었어."
"그래. 알았어, 알았어."
"... ..."
이런 말도 달래는게 아니라 놀리는 걸로 들려...
...그냥 집 나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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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여 꾸비입니다
나름 빨리왔다고 생각합니다(뿌듯)
언제 알바가 잡힐지 몰라서 자꾸 빨리쓰게 되네요..하
그런데 그게 문제가 아니라 제가 우연찮게 1편을 봤는데 추천수보고 새벽에 깜짝놀라서 소리지를 뻔했어요...여러분들...
제 글에 글잡 추천요정님들이 전부 와계신 건가요...? 59라니...
댓글도 잘 달아주시는데다가 추천도 잘눌러주시니 저는 정말 행복할 따름입니다T^T
무엇보다 이 글은 막 기!승!전!결!하는 글이 아니라 정말 천천히 푸는 썰같은 느낌으로 쓰는 글이니까 편하게 읽어주셨으면 해요
아무튼 여러분들 싸랑합니다 앞으로도 잘할께여...♡
여러분의 댓글이 저에겐 큰 힘이 됩니다♡
신알신/암호닉/추천/댓글/구독 전부 감사합니다!!
~♥~ ~♥~〈 암호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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