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화 : http://instiz.net/writing/20851
생각해보면 내 곁에는 늘 누군가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게 누군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집요하게 쫒아오는 시선의 존재를 알고 있을 뿐이었다. 그저 그뿐이었다. 타인에게 내 사생활을 공유하는 것은 달갑지않았지만 그렇다해서 딱히 불편하진 않았기에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 그 시선이 너무 익숙해 존재조차 하지 않는다 여겨질 때쯤 나는 대학에 입학했다.
칼바람이 뼈마디를 에는 춘삼월이었다. 신입생 환영회가 열렸다. 나는 무리에 어울리지 못하고 그저 멀뚝히 서 있었다. 마땅히 할 일도 없어 손목시계만 본다. 체 5분이 지나질 않았다.
그러던 도중에 내 몸을 뒤덮는 그림자가 느껴졌다. 시계 초침에 맞추고 있던 시선을 들어올리니 어떤 놈 한명이 개구진 얼굴로 웃으며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누구?”
처음보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낮설지가 않았다.
“구자철?”
“누구?”
“기성용~”
“뭐?”
“너 나 알잖아. 나 윤창고 기성용.”
“아…… 기성용.”
기억도 안나는데. 아니 애초에 처음보는것 같은데. 그냥 어색하게 웃었다. 윤창고에서 이 대학에 진학한 사람은 단 두명밖에 없다더니 나와 저 놈이 그 둘 이었나보다. 새삼스레 반가워졌다.
“어디 과야?”
“문예창작.”
“나는?”
“어?”
“나는 안물어봐?”
“아. 어. 그, 너 어디과냐.”
“나 경영학과.”
“아. 응.”
이상한 놈 인듯 싶었다.
“그래. 자주 보자.”
“좋아. 번호 줘.”
“뭐?”
“번호 달라고. 자주 보자며. 연락을 해야 자주볼거 아니야.”
“아. 그래. 010 …………………. 그럼 난 먼저 간다.”
애초에 병풍역할을 하느라 귀찮고 따분해 그냥 나가려 했다. 그런데 이상한 놈이 달라붙으니 더 빨리 자리를 뜨고 싶어졌다. 마침 분위기도 술이니 뭐니 굿판이라도 되는 양 왁자지껄해 나 한명 없어져도 티 하나 안날 것 같았다. 그래서 출구로 가는데, 생전 처음보는 놈이 굳이 가려는 날 붙잡아 술자리에 앉히려고 한다.
“왜, 왜이래.”
“왜긴 왜야. 같이 술먹자고.”
“못먹어.”
“못먹긴 왜 못먹어~ 식용인데.”
결국 날 술자리에 앉혀놓고 저도 내 옆에 앉는다. 그러다 갑자기 일어나 방석을 가지고 돌아왔다.
“일어나봐.”
“뭐?”
반문하는 말에 대답은 없었다. 그저 얼굴을 구긴다. 제 말대로 하지않으면 한대 때릴 것 같은 얼굴이었다. 난 영문도 모른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내가 앉았던 자리에 방석을 깐다.
“앉아.”
“뭐?”
“여자는 찬 데 앉으면 안된데.”
“그게 무슨 소리야?”
계집애도 아닌 나한테 방석을 깔아준다는 등 시덥잖은 짓을 하는 것도 민망하건만. 뭐가 더 부족해 무슨 뚱딴지같은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역시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형편없던 좀 전의 표정과는 달리 호구처럼 실실 웃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실실 거리다 테이블에 있는 병나발 두세개를 집어와 앞에 놓여진 컵에 들이붓는다.
“내가 재미있는거 알려줄까?”
넘칠 듯 아슬아슬하게 차오른 술이 투명했다.
“뭐?”
“나는 사실 쓰레기야.”
“……난 아까부터 니가 무슨 개소리를……”
“넌 쓰레기통 할래?”
“뭐?”
“나 좀 품어줄래?”
“무슨 헛소리를 하는거야?”
“하하하. 재밌네.”
재밌냐? 나는 좀 어이없는데. 배를 잡고 킬킬 웃어댄다. 급기야는 발라당 누워 미친 듯 쳐웃는다. 난 무슨 엮여도 저딴 미친놈이랑 엮기는지…… 호탕한 웃음소리에 알아서 잘들 놀고 있던 사람들이 나와 저 미친놈을 의식했다. 처웃는건 내가 아니지만 민망한건 나였다.
“뭐가 그리 재밌어요?”
그러던 도중에 맞은편에 앉은 여자가 물어온다. 나는 해줄말이 없었다. 재밌는게 아닌데.
“그냥. 뭐. 이 친구 술버릇이요.”
“와. 몇잔 드시지도 않은신 것 같은데 되게 약하시다. 근데 그, 아, 뭐라고 부르지? 저 분 이름이 뭐에요?”
“기성용이요.”
“우와. 저도 기씨에요. 기연정. 여기 다 동갑인데 말 놔도 되겠죠?”
“저 친구한테 물어보세요.”
고개를 돌려 기성용을 가리켰다. 기성용은 어느새 웃음을 그치고 자리에 앉아있었다. 제 안방인 듯이 벌러덩 누웠던 좀 전과는 달리 꽤나 멀끔해보였다.
“아, 저기… 저 기연정인데 말 놔도……”
“돼.”
“아, 응. 하하.”
이 여자는 꽤 예뻤다. 특히 검은 생머리가 예뻤다.
“그나저나 아까 얘기 들었는데, 경영이라고 했지? 나도 경영인데.”
“그래?”
“응. 이것도 인연인데 번호도 좀 알려줄래?”
여자는 시큰둥해보이는 놈 앞에서 잘도 재잘거렸다. 나름 귀여웠다.
“010 ……………….”
“우와. 튕길 줄 알았는데 바로 알려주네! 고마워. 아, 그럼 나도 알려줄께. 나는 010 ………………! 꼭 연락해. 과제도 같이 하고 그러자. 응?”
“그래.”
여자는 놈에게 술잔을 권했다. 때는 이때다 싶다. 일어나 백팩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그새 인기척이라도 느낀 미친놈이 소리를 빽 질러댔다.
“야!! 구자철 어디가!!!!”
또 사람들이 쳐다본다. 일어선 상태로 한숨을 쉬었다. 갈갈이 찢겨지는 목소리에 어쩔 수 없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너 나한테 뭐 죄졌냐? 튀긴 왜 튀어. 기분나쁘게.”
“그게 아니라…… 집에 급한 일이 생겨서 가봐야될 것 같은데.”
“그것보다 급한일이 있을텐데? 여기서 나랑 같이 한잔 하는거! 그니까 갈 생각 하지마.”
놈은 애처럼 박박 우기며 억지를 썼다.
“미안하다. 나중에 한잔 하자. 내가 살게.”
“뭐? 진짜?”
“어.”
“오. 녹음해.”
“뭐?”
“기다려봐. 녹음 좀 하게…… 아, 여깄다. 자. 말해.”
내 빈말에 놈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그리고 놈은 요란하게 주머니를 뒤지더니 폰을 꺼내 녹음어플을 누른다. 그리고 입모양으로 말한다. 말해. 빨리.
“나…중에 술……살게.”
“너 이름이 뭐지?”
“구, 구자철.”
“그래. 구자철이 나한테 술을 산다고?”
“어.”
놈은 미리듣기 버튼을 누르더니 히죽거리며 완료버튼을 눌렀다.
“잘 들린다. 가도 돼.”
“뭐?”
“가도 된다고. 집에 무슨 일 있다며. 빨리 가봐야하는거아니야?”
“아, 참. 그렇지. 그래. 나 간다.”
종이 뒤집는 것 마냥 사람이 바뀌었다. 당황스럽다. 하지만 당황스러울 겨를도 없이 또 다시 말이 바뀌기전에 일어나야했다. 그래서 난 나갈 채비를 맞추자마자 바로 자리에 일어섰다. 그러자 물 흐르듯이 유하게. 내게 말을 건낸다.
“근데 너 택시비는? 노원이면 여기서 한시간 반정도는 걸리잖아? 카드 빌려줄게.”
“……뭐?”
“카드 빌려준다고. 자, 여기.”
놈은 지갑에서 카드 하나를 꺼내 내게 건냈다. 나는 얼떨결에 카드를 받았다. 멍했다. 무언가 분명히 이상한데, 그게 뭔지 알수가 없었다. 그래. 난 이런 멍청한 느낌을 알고있다. 뭐지. 뭐였지. 아. 생각났다. 내가 지금 느끼는 이 기분은 예전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인식한 순간에 느꼈던 그 꺼림칙함이었다. 그것이 궁금해 물어보려고 입을 떼보려 해도 뭐가 잘못된건지 알 수 없었기에 난 그저 가만히 서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다 어느새 쥐고있던 카드를 알아채고 되돌려주려 손을 내밀었다. 그때까지도 머리는 엉망이었다. 그런 내게 놈은 손을 흔들면서 왜 안가냐며 재촉했다.
나는 어벙벙하게 고개를 끄덕거리며 서둘러 출구로 몸을 옮겼다. 모든게 낮설었다. 마치 꿈에서 깨어나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 것 처럼.
도대체 난 왜 이러는 걸까? 놈이 내게 건낸 카드가 이상한건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선뜻 내준 게 이상해 이러는건가? 단지 그것뿐?
매서운 봄바람에 타 새빨개진 손에 쥔 카드만을 쳐다봤다. 뜀박질하듯 바삐 걸어왔던 걸음은 어느새 천천히, 천천히, 느려져만 갔다. 내 걸음이 느리면 느려질수록 머릿속에는 도무지 답이 나오지않는 무언가가 돌아다녔다. 정신이 사납다.
내가 갑자기 왜이러지? 굉장히 별거 아닌데. 난 그냥 길을 걷고 있을 뿐인데. 내가 지금 뭐하는거지?
난 결국 카드를 가방에 넣었다.
도무지 답이 나오지않는 걸 붙잡고 있어봤자 머리만 아플 것 같아 포기했다. 그때도 찾지 못했는데, 지금이라고 찾을 것 같냐는 자조적인 웃음도 나왔다. 마침 생각이 그치니 택시도 내 앞에 서 있었다.
그냥 기분 탓이다. 숨을 쉬고 내뱉는 것 조차도 어색하게 느껴젔지만, 그저 기분 탓이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러자 조금은 잠잠해졌다. 나는 택시에 타 지긋이 눈을 감으며 택시가 출발하기만을 기다렸다.
“안가세요?”
근데 택시는 도통 움직일 생각을 안했다. 심란한 마음에 괜히 화까지 치밀어 신경질적으로 말을 뱉었다.
“목적지를 말해줘야지?”
“네?”
“어디 가냐니까?”
어디 가냐니. 나는 노원에 살잖아.
“저 노원에 사니까 노원에 가주셔야죠.”
“아니. 학생.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네?”
“아니, 내가 학생 노원에 사는걸 어떻게 아냐고. 나한테 말을 안해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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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많이 달려서 놀랐어요
ㄳㄳ
앞으로 열심히 쓰겠슴다!
불마크를 다는 그순간까지 NAVER... STOP..ㅁ7ㅁ8
셤때매 그런데
28일에 하나 낼께여
전 셤공부를 하며 짬짬히 스토리 구상을 하겟슴다
감사함다~~~~ 암호닉분들 다 감사해요~~ 시날신 해주셧서 감사함다~~ 감사감사~
글고 말씀드려야할거같은데..이게 내용 전개가요
1화가 현재 -> 다음화들은 1화를 있게해준 예전의 과정들이에요. 그 중에 2화는 그 첫 시작이라 할 수 있겠져.
전 글을 쓰는데있어서여 복선을 굉장히 중요시하는 편이에여
근데 ㅅ실 글은 못슴 ㅋㅋㅋㅋ 욕하구싶당..
암튼 그래서 첫부분은 되게 재미가 없을거에여 저도 ㅆ면서 재미없음 ㅠ
다만 불마크가 걸릴 그날을 위해211홧팅!!!!!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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