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화 사실 별 반응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 보다는 댓글 많이 달려서 기분 좋네요!
ㅎㅔㅎㅔ 이번 화도 재밌게 읽어주세요.. 혹여 재미 없더라도...☆★
정주행 혹은 재탕 하시는 분들 위해서 포인트 낮췄어요 !
[카디] 청춘만세 02
w.써틴
생각 해 보면 김종인은 웃을때 빼고는 늘 비슷한 표정이었다. 내가 누워있는 침대 앞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지금도 약간만 놀라움을 담고 있다 뿐이지 그 느낌은 평소와 다를 바가 없었다. 김종인은 내게 뭐 필요한 거 있어? 라고 물었고, 나는 시한부 환자라도 된 마냥 김종인이 베푸는 친절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물 좀... 줘."
"잠시만."
김종인이 양호실 구석에 있는 정수기로 달려갔다. 옆에 있는 머그컵을 집어서 물을 따르는 그 모습이, 항상 1.5리터 짜리 물병에 입을 대고 마시던 김종인과는 다르게 느껴져서 왠지 웃음이 났다. 김종인은 내게 컵을 건네면서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내가 너 업고 왔어. 왜 김종인이 날 업고 왔을까 라고 의문이 들 틈도 없이 김종인은 재빠르게 설명을 시작했다. 체육선생님이 여자라서, 있는 아이들 중에 자기가 날 제일 잘 알아서, 그리고 또 제일 팔팔해서. 그런 이유로 자기가 날 업고 보건실 까지 데려왔다며 고마워 하라고 했다. 나는 고맙다고 김종인한테 말했다.
"나 너때문에 4교시 빼먹었다. 너 깨는 거 보고 갈려고."
"아, 진짜? .. 미안해."
"뭐 이런걸 갖고 미안해 하냐. 내가 수업 빠지는게 한두번이야, 무슨."
김종인이 어색한지 헛기침을 했다. 그 순간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리면서 김종인이 벌떡 일어섰다.
"점심 시간이다."
너도 빨리 밥 먹으러가! 그렇게 소리치면서 양호실을 나가는 김종인의 뒷모습을 나는 침대에 앉아서 지켜보기만 했다. 저 등에 내가 업혔었다. 왜 하필 그때 나는 정신을 잃었었을까. 약한 내 몸이 또 한번 원망스러웠다. 잠깐 점심을 먹으러 갈까 생각했지만, 어짜피 급식을 같이 먹을 친구도 없는데다 김종인이 데려다준 양호실을 다시 만끽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그냥, 양호실에 가만히 앉아만 있었다. 김종인의 존재감 때문인지 뒤늦게 안 거지만, 양호 선생님은 출장을 가셨었고 김종인은 날 업은채로 숙직실까지 가서 열쇠를 받아와 양호실 문을 연 듯 했다. 김종인의 친절이 벅차고, 슬펐다.
김종인은 늘, 이상한 오해를 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
"왜 아까 점심 먹으러 안 왔어?"
김민석이 내게 동그란 얼굴을 들이밀면서 물었다. 너무 방심한 채로 그 얼굴을 맞은 바람에 하마터면 종인이가 날 양호실까지 데려다 준 사실이 너무 행복해서. 하고 대답 할 뻔 했지만 그런 말을 생각한 내 자신에게 놀라면서 목까지 올라온 그 말을 꾹꾹 밀어 내렸다. 왜 갑자기 김민석이 내가 점심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에 대해서 관심을 보일까. 나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면서 떫떠름하게 대답했다.
"어? 그냥... 배가 안 고파서."
"아, 진짜? 김종인이가 너 올 거라고 막 너 찾으라 그랬는데, 안 와서 우리 다 허탈했어."
"종인이가 왜 날 기다려?"
"아! 맞아. 이 말 하려고 기다렸어."
너 밥 같이 먹는 애들 없지? 우리랑 같이 먹자! 마치 여중생들의 대화같은 말들이었지만, 내 귀에는 이상한 주문처럼 들렸다. 왜 김종인이랑, 김종인 패거리가 나랑 같이 밥을 먹으려고 할까. 김민석이 괜찮지? 라면서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나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고 김민석이 활짝 웃으면서 김종인에게 걸어갔다. 작전성공! 김민석의 목소리가 교실 안에 울려퍼졌다.
고등학교에 올라오면서, 뺑뺑이로 학교를 정하는 방식때문에 생각치도 못 하던 고등학교에 배정 됐고, 처음 들어온 교실에 아는 사람이라곤 김종인 밖에 없었다. 그에 자연스레 나는 아웃사이더 같지 않은 아웃사이더가 됐고, 솔직히 말 하자면 나 스스로도 은근히 그것을 즐기는 방법을 터득한 지 오래였다. 근데 왜 김종인이 나같은 애를 굳이 자기 패거리에 넣으려고 할까. 사실 패거리에 넣는 다는 말도 좀 중학생 같지만.
이런 나와 달리 김종인과 김종인의 친구들은 뭘 하건 주목을 받았다. 공부를 해도 김종인하고 누구누구가 공부를 한다면서 다들 주목했고, 운동을 해도 걔네가 축구를 한다면서 다들 운동장에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또 그 아이들이 상처를 하나둘 달고 오면, 선생님과 아이들은 당연하게 관심을 가졌지만 한쪽은 선도의 마음을 가지고, 한쪽은 가십거리에 대한 흥미를 가지고 있다는 큰 차이점이 있었다. 누구랑 싸웠대? 그 말은 심심찮게 내 귓가에 들리곤 했다.
그러나 김종인과 그 친구들은 하찮은 일진놀이를 하는 무리들은 아니었다. 그냥 학교의 이슈, 분위기 메이커였다. 성격 좋고, 춤 잘 추고, 운동 잘 하며 잘생긴. 일본 만화책 속에서나 나오는 꽃미남 집단과 비슷하다고 하면 다들 수긍하려나. 근데 김종인이 날 그 사이에 끼우려고 하고 있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었다. 소위 잘 나가는 무리에 속한다는 것. 겉으로는 유치하다 유치하다 했었지만 마음 한 켠에서는 왠지 모를 기쁨이 올라왔다. 도경수 유치한 놈.
김종인이 자기 자리에서 날 쳐다 보고 있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예쁘게 웃었다.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고 있다가 그냥 나도 김종인을 향해서 웃었다.
그 날 이후로 김종인의 친구들은 내게 계속해서 신경을 썼다. 초반엔 가끔씩 공부를 가르쳐 달라고 새하얀 교과서를 들고 오는게 고작이더니 급식을 먹으러 갈 때 일부러 시간을 끄는 나를 기다린다던가, 주말에 같이 놀자며 나를 불러내는 일들이 점점 잦아졌다.
그 아이들, 아니 내 친구들은 주말에 노래방을 가자며 우리 집으로 찾아 와서는 초인종을 쉴 새 없이 눌러대 한가롭게 주무시던 우리 아버지께 한참을 혼나기도 했고, 그 애들
만의 단체 카톡방에 나를 초대해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또 저번주에 있었던 우리 학교와 다른 학교의 축구부 친선 경기에 우루루 몰려가 김종인을 응원할때에도 나는 그 사이에 있었다.
그러나 나의 소속감을 확실하게 확인 할 수 있게 된 계기는 따로 있었다. 내가 김종인의 무리라는 것이 긴가 민가 해 질 때 쯤, 나를 힐끗 거리며 귓속말을 하는 아이들이 생겼고 내게 공부 이외의 다른 화제거리를 통해 말을 건네는 아이들도 점점 늘어갔다. 그런 상황들은 누군가 내게 "저 아이들이, 널 김종인 네 애로 생각해." 라고 직설적으로 말 해 주는것만 같았다. 하긴, 나라고 해도 나에게 주목할 것 같았다. 공부 벌레가 일종의, 학교의 아이돌과 친해지는 순간. 그것을 어찌 허투루 보고 넘어 갈 수 있었을까. 안 친한 애들 한테라도 물어봤겠지. 쟤, 무슨 일이 있었길래 걔네랑 친해졌대?
김종인과 친해지면서 김종인에 대해 알게 된 것이 두가지 있는데, 하나는 김종인이 불리한 상황에서 골똘히 생각할 때에 손가락을 깨문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들으면 유아틱하게 들릴 수 도 있는 김종인의 버릇. 손가락의 끝 부분도 아닌 두번째 관절쯤을 덥썩 물고서는 잘근잘근 깨무는 그 모습을 친구들은 별난 버릇이라고 장난스레 비난하곤 했지만 나에게는 더 없이 야하게만 느껴졌다. 또하나는 김종인네 무리 일곱중 일곱이 담배를 핀다는 것이었다. 내가 몰랐을리가 없는데, 하는 생각이 머리 위로 들었고 그들이 선생님들에게 걸려 혼난 적이 없다는 기억이 났다. 한번은 절대 걸리지 않는 그 아이들이 신기해서 물어 본 적도 있었다.
"야, 니네는 왜 한번도 안 걸리냐? 그렇게 담배 냄새를 풍기고 다니는데?"
애기경수는 몰라도 돼요-. 하고 놀리는 김민석의 말을 가로막고 김종인이 태연하고 조용한 말투로 말했다. 덮어 씌우면 돼. 김민석이 일부러 화들짝 놀라면서 우리의 비법을 알려주면 어쩌냐고 김종인을 타박했고 김종인은 그저 해맑게 웃었을 뿐이었다.
"어떻게 뒤집어 씌워? 뭘?"
"아니, 뭐 창문 열고 향수도 뿌리고 하는데 그래도 걸리면 왜 그런 애들 있잖아. 쌩 날라리 같은 애들. 그런 애들한테 뒤집어 씌우는거지 뭐."
"그럼 걔네가 너네한테 뭐라 안 해?"
"걔네는 워낙 여러 장소에서 버라이어티하게 펴 대니까, 거기서 폈던게 자기들 인지 아닌지도 모를걸."
참으로 야비하고도 현명한 대처방법에 나는 빵 터져서 한참을 웃었던것 같다. 그 아이들이 하루에 한 두번 정도 나를 쏙 빼놓고 사라질때마다, 나는 얼마전 까지만 해도 계속해서 겪었던 아웃사이더의 시간이 어색하게 다가 오는걸 느끼곤 했다.
"너, 약하잖아."
어디 갔다 왔냐고 칭얼대던 나에게 김종인은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교복에서는 희미하게 알싸한 담배 향기가 났고 김종인의 입 안에서는 동그랗고 빨간 사탕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완전한 소속감이 어떤 것인지 김종인의 친구들, 아니 내 친구들 덕분에 깨달았다. 나를 빼놓고 어디를 갔을때 왜 나만 빼놓고 갔냐고 투정을 부릴 수 있었고, 별것도 아닌 일을 가지고 그 아이들 앞에서 화를 내면 같이 열을 내 줬다. 아이들은 곧 나를 김종인네 아이들로 분류했고, 약간의 특별한 시선이 내게 꽂혔다. 쟤가 도경수야-?
분에 넘치게 행복하다고 생각 될 정도로 정말, 행복해졌다. 김종인 덕분에.
-
"집에 같이 가자."
야자가 끝나고 나면 자기가 훈련이 끝나는 시간과 비슷한데다, 어짜피 집도 같은 방향이니 같이 가자는 김종인의 말은 날 당황하게 했다. 어, 어? 바보처럼 나온 내 말에 그렇게 말 할 수 밖에 없었나 싶어서, 내 입이 참 미워졌다.
"싫음 말고."
"아니! 같이 가자. 이때까지 혼자 간다고 외로웠어."
김종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반응 해야 할 지 몰라서 우물쭈물 대고 있는데 김민석이 내 옆자리로 와 앉았다. 내 짝과 자리를 바꿨다면서 교과서를 책상에 올려놓는 모습이 너무 능청스러워서 나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렸다. 김종인도 그 모습을 보더니 자기도 내 뒷자리에 앉겠다며 자기 자리로 달려가 교과서를 가져왔다. 자리의 주인인 아이가 당황하자 김종인은 친절한 미소를 지어보이면서 말했다. 내 자리 앉아!
"너네 공부에 방해 되니까, 가라."
"에- 경수 형아, 민서기 성적 올리게 공부 좀 알려주세여어"
"미친 새끼."
김종인이 내게 엉겨드는 김민석을 두 손으로 밀쳐냈다. 덕분에 김민석이 앉아있던 의자까지 휘청였으나 책상을 두 손으로 잡고 다시 땅바닥에 책상 다리를 붙인 김민석이 금방 김종인을 째려봤다. 종이 쳤고 김종인 옆자리의 여자애가 장난 섞인 말투로 김종인에게 저리가라며 손짓을 했다. 김종인도 그에 맞 받아치며 으르렁 댔고, 선생님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와 함께 김민석이 둘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아프지 않게 때리곤 앞으로 돌아 앉았다. 김종인이 비슷한 세기로 김민석의 머리를 밀었다. 아이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교탁 앞에 선 선생님이 헛기침을 하셨다. 수업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였다.
이 시리즈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현재글 [EXO/카디] 청춘만세 02 9
12년 전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