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ht of KEN
유난히 시선이 가는 형이 있었다. 밝아 보이는 사람이라 친해지고 싶었다. 옆에 있으면 나까지 밝아지는 기분이 좋아 옆에 있고 싶었다. 형 역시 나를 싫어하지 않았다. 아마도 꽤나 아끼는 축에 들었을 것이었다. 남자들 사이에도 유독 스킨십이 잦았던 사이였고, 누구도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치대는 차학연과 받아주는 이재환의 사이였기 때문에. 형에게 치대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밝았던 형과 이재환은 친한 형동생 사이로 지냈다. 우리가 '되기' 전까지는.
학연이 형이 회사에 찾아갔던 날이 있었다. 생각이 많아 보였던 날이었다. 같이 가준대도 기어코 혼자 다녀오겠다며 강제로 숙소 안에 남겨두고 나갔다. 그 날을 기점으로 형의 웃음소리가 잦아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날을 기점으로 우리가 '잘 되기' 시작했다. 이상하다는 것을 진작에 알아챘어야 했는데.
한 달쯤 뒤에 형이 뮤지컬 오디션을 보는 게 어떠냐며 물어왔다. 나는 자연스레 형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웃고 있던 형의 얼굴이 굳었다. 그리고 내 손을 슬쩍 치워냈다. 어깨 아파, 재환아. 그 땐 병원에 얼른 가보라며 장난스레 징징거렸고, 형 역시 다시금 표정을 피웠다.
그러나 그 날 이후로 형을 만지며 놀 수 없었다. 형 역시 리더라는 이름의 무게 때문인지 바빠지기 시작했고, 그렇게 서로 얼굴을 보지 못한 채 한 지붕 안에서 지내왔다. 피곤해서 그랬던 건지 형은 잘 웃지 않았다. 누구보다 밝던 형의 빛이 사그라드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모두가 잠든 밤, 몰래 숙소를 나가는 형을 목격하게 된다.
밤에도 스케줄이 있나, 스케줄 표를 뒤져 봐도 그 시간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잠을 자지 않고 기다렸다. 자기 방에서 몰래 나오는 형을 보았다. 나는 그런 형을 잡았다. 형, 어디 나가요. 어깨에 손을 올렸던 그 날처럼 형의 몸이 굳는 것이 느껴졌다.
sight of RAVI
편한 형이었다. 의견이 부딛쳐도 조심히 묻기보다는 볼멘 소리가 먼저 내뱉어지는 편한 사람이었다. 그만큼 형에게 털어놓은 고민도 많았고, 비밀도 많았다. 어떤 말을 하고 행동을 하든 다 받아들여 주는 사람이었기에 더더욱 편하게, 모든 걸 내려놓고 대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문득 든 생각은 나만 형을 편하게 대해왔다는 것이었다. 형은 나에게 자신의 어떤 고민도, 어떤 비밀도 털어놓은 적이 없었다. 자신을 편하게 대해달라는 이야기도 없었다. 그저 내 멋대로 형을 내 감정의 휴지통인 마냥 대해왔던 것이었다. 그 날 이후, 나는 형과의 사이를 벌려냈다. 형을 밀어내고 동갑인 이홍빈 녀석과 더욱 붙어다녔다. 형이, 그런 나를 외롭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무대에서 쓰러진 형을 들쳐업은 날, 생각 외로 형은 가볍게 들렸다. 가벼운 그 몸이 뜨겁게 바르르 떠는 것이 느껴졌다. 정말 많이 아팠구나, 형. 그 생각밖에는 하지 못했다. 그리고는 미안하다는 말만을 반복하며 무작정 매니저 형의 차를 향해 뛰었다. 재환이 형이 따라오고 있었다. 정신이 없는 그 상황해서 형이 무어라 중얼거렸다. 열에 들떠 내뱉는 헛소리였는지, 아님 무엇이었는지 알 수는 없었다. 그러나 내 귀에 들린 형의 한 마디에 뛰던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나, 힘든데….
울 것만 같았다. 내 감정들을 고스란히 받아준 형이 힘들 때엔 옆에 아무도 없었다. 나조차도 형을 살피지 않았다. 형이 힘든지 아픈지 알아보려고 시선을 돌려내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깨어난 형의 손을 붙잡고 울 수밖에 없었다. 형 혼자서 모든 걸 다 감당하게 만들어서, 그래서… 너무, 미안해. 학연이 형.
sight of HONGBIN
비주얼 담당 멤버들의 고충은 여럿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첫째는 얼굴로 가수 하냐는 비난, 둘째는 얼굴만 보고 팬이 되는 악성 분자들. 그리고 마지막은 끊임없이 들어오는 스폰 제의이다. 나이가 어렸기 때문에, 또 학연이 형이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에 내게 들어오던 스폰 제의는 모두 회사 차원에서 막아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차학연에게서 밤꽃 냄새가 풍기는 걸까. 밤에 오랫동안 씻기라도 한 건지 아침에 일어나면 방안 가득 샤워코롱 향이 나곤 했다. 그러나 희미하게 나는 밤꽃 냄새를 덮지는 못했다. 아니, 내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예민한 거라 해야 하는 건가. 드라마 오디션을 보고 며칠 뒤, 나는 처음으로 학연이 형이 우리를 위해 스폰을 받고 접대 자리에 나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상하게 잦은 매니저 형과의 통화, 휴대폰 액정에 가끔씩 떠오르는 언론사 사장, 여럿 감독의 이름. 눈치채지 못하는 게 이상할 정도로 학연이 형은 말라갔고, 가끔씩 볼이 부어 숙소에 느지막히 들어오곤 했다. 나는 형을 볼 때마다 무시무시한 크기의 죄책감의 아래에 깔려야만 했다. 내가 해야 했을 역할을 형이 뭐라고 대신 해.
그러나 나는 무서웠다. 멤버들에게 학연이 형의 일을 알리면 그들은 분명 회사에 항의할 것이었고, 학연이 형은 타의적으로 스폰을 받으러 나갈 수 없을 것이었다. '리더' 차학연의 뒤를 잇게 될 사람은 90퍼센트의 확률로, 내가 될 것이었다. 나는 수렁에 빠지는 것이 두려웠다. 이미 수렁에 빠진 학연이 형을 구할 생각은 하지도 않은 채, 나는 내 몸을 사리기에 바빴다. 나는 아직 많이 어렸다.
sight of HYUK
어떠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 일에 대하여 모든 것을 알기엔, 모든 상황을 파악하기엔 나는 너무 어리다고 했다. 넌 어려. 혁아. 상혁아. 너는 아직 어려. 넌 아직 아가잖아. 귀여워. 형, 형. 응, 귀여운 상혁아. 어린, 어리다. 어려.
그래서였을까, 나는 애처럼 보이지 않도록 행동했다. 어리광을 부리지 않으려 노력했다. 호칭은 어쩔 수 없었다. 형, 혀엉. 나는 내가 어리다는 그 사실이 싫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막상 현실을 마주하고 난 뒤에, 나는 어린 내 나이 뒤에 숨어 현실을 외면했다. 무서웠다. 듣던 것보다 현실은 무겁고 더러웠다. 그래서 나는 어리다는 핑계로 형들의 보호를 받으며 살았다. 밖으로 내보내지는 것이 무서웠다. 어른이 되는 시간을 피하고만 싶었다. 데뷔를 하고, 우리가 '되기' 시작한 후에 나는 현실에 대해 자신감이라 해야 하는 것이 붙어버린 것 같았다. 많은 노력을 하지 않아도 우리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나는 막연히 기분이 좋았다.
사이 좋던 학연이 형과 재환이 형의 대립을 보게 된 그 날, 나는 다시금 현실을 피하고 싶어졌다. 우리 중 가장 무거운 현실의 무게가 얹혀진 학연이 형의 어깨는 많이 내려앉아 있었고, 말라 있었다. 재환이 형의 시선을 피하지 않는 학연이 형의 눈은 그렇게도 피곤해보였다. 나는 내 나이 뒤에 숨어 나오고 싶지 않았다. 학연이 형은 그토록 피곤하고 어두운 눈을 가지기까지 어떤 시간을 보내 온 걸까,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어린 그 나이 뒤에 숨어 아무것도 모르는 채. 그저 그렇게 지냈다. 나는 어렸고, 자라고 싶지 않았다.
sight of N
오랜만에 푹 잔 것 같았다. 자기 전에 택운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들었던 것 같은데, 그건 아마 꿈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해온 현실은, 그리고 내가 처한 이 현실은 항상 꿈 같았다. 구름 위에 누워있는 듯한, 깨고 싶지 않을, 어떤 것보다도 달콤할 그런 꿈. 나는 그런 꿈을 꿔 왔다. 그러나 현실은 깰 수 없는 꿈이었다. 이 현실에서 나는 암실 속에 혼자 버려져 있었다. 문을 찾아 벽을 더듬어도 나갈 수 없었고, 벽을 두드려 부숴 보려 해도 손에선 피가 날 뿐이었다. 내가, 제 발로 걸어 들어온 암실이었기에 내 발로 걸어나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것 역시 나만의 꿈이라는 것을 그땐 깨닫지 못했다. 나는 너무 어렸고, 지금은 너무 자라버렸다. 어렸던 나도, 자라버린 나도 이 현실의 무게를 더 이상은 버텨내기 힘들었다. 푹 자고 일어난 지금은 그나마 조금 가벼워진 듯싶었다. 아무 생각 없이 나가려다 자기 전 맞은 얼굴이 떠올랐다. 동생들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었다. 보게 한다면 동생들이 나를 걱정할 것이었다. 언제부터인가, 누군가 내게 관심을 쏟고 걱정하는 행위에 대해 거북함을 느끼게 되었다. 아마도 윗사람들과의 가식적인 술자리에 그 원인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들은 입에 발린 말만을 내뱉는 관계를 영위했다. 지극히 사교적인 언어들 사이에서 아는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애정따윈 찾아낼 수 없었다.택운이한테 부탁해야지, 생각했다. 녀석은 나를 정확하게 알게 된 첫 사람이었다. 그리고 나를 정확하게 알게 된 이후에 나를 떠나지 않은 고마운 사람이었다.
동생들이 눈치 채지 않게끔 조심히 나와 녀석을 찾았다. 녀석은 이 집 안에 없었다. 그저 나간 것일지도 모른다. 왜 녀석의 부재가 불안하게 느껴진 걸까. 나는 홀린 듯이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아, 형. 택운이 어디 갔어… 네? 왜, 왜 택운이가…?
현실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녀석은 녀석의 암실에 스스로 갇혀버렸다. 동생들이 소리를 듣고 나오는 지도 모른 채로, 나는 전화를 끊고 울었다. 정택운, 택운아…….
sight of LEO
그 날 이후, 회사에선 나와 차학연을 번갈아가며 불러냈다. 녀석은 남자들이 좋아하는 몸선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여자를 좋아하는 녀석은 남자들의 아래서 허덕거려야 했다. 나는 덩치가 있었다. 주로 유부녀들이, 사모님들이 찾곤 했다. 잘 웃지도 않았던 성격에 그들을 마주하는 것은 치가 떨릴 정도로 어려웠다. 그러나 나는 결국 그 생활에 적응해내고 말았다. 더러운, 현실이었다.
그 시간동안 녀석은 내 얼굴을 마주하지 않았다. 마주하지 못했다는 말이 더 맞을 것이다. 녀석은 내 앞에서 항상 눈을 맞춰내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곤 했다. 전할 말만 간단히, 혹은 동생들을 시켜 나를 기어코 피하곤 했다. 본래 다정한 말에 재주가 없는 나는 그런 녀석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괜찮다는 한 마디만 있었더라면 끝낼 수 있었던, 서로에게 답답한 시간들이었다.
그러나 숫자가 하나에서 둘로 늘어난 뒤로, 우리는 더욱 속도를 높여 '되기' 시작했다. 작은 소속사에서 이뤄낸 첫 아이돌의 기적, 우리에게는 항상 그 타이틀이 따라다녔다. 머잖아 하게 될 콘서트, 끝없이 들어오는 프로그램 러브콜. 그리고 그 모든 것이 기사화되는 이 세상은 꼭 우리에게 맞춰 돌아가게 설정되어 있는 것만 같았다.
돈. 차학연이 그 짓거릴 하게끔 만들었던 그 돈을 벌어냈다. 죽을 둥 살 둥 노력하고 연습하지 않아도 벌 수 있는 돈이었다. 그저 술을 따르고, 사탕 발린 말을 내뱉고, 여자의 늙은 몸에 내 것을 넣었다 빼내면 끝나는 일이었다. 돈 버는 것이 쉬웠다. 빌어먹게 쉬워서 나는 돈을 벌고 나서 항상 혼자서 우는 버릇이 생겼다. 울다 보면 차학연이 생각났다. 녀석은 이런 생활을 알아주는 사람 하나 없이 계속했다. 이제는 녀석을 이런 현실에서 놓아줄 때가 되지 않았나 싶었다. 그래서 사장의 앞에서 말했다. 저희, 스폰 그만 받으면 안 되겠습니까. 정 안 된다면 저 혼자서만 그 돈줄을 책임지면 안 되겠습니까?
차학연이 회사의 호출에 사장실 앞까지 왔다 그 얘길 듣고는 죽고 싶다며 울었다는 말을 전해들은 건 시간이 조금 흐른 뒤였다. 숙소에 돌아가자 재환이 녀석이 전해준 이야기였다. 학연이 형이, 죽고 싶다고, 죽고 싶다면서 울었어요. 형. 무슨 일이에요, 대체.
그러나 나는 말해줄 수 없었다. 나는 그 어떤 것도 말해줄 수 없었다. 그저 재환이 녀석에게 물었다. 차학연, 그래서 지금 어디 있는데. 방에 있어요, 형. 홍빈이 녀석이었다.
녀석의 방에 들어가자 녀석은 벽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었다. 마치 죽은 사람처럼 보였다. 표정 없는 얼굴, 아무렇게나 놓여있는 손. 그래서 겁이 났다. 정말, 녀석이 죽어버리면 어떡하지. 그 이유도 파악하지 못한 채 녀석에게 달려들었다. 차학연, 학연아. 정신 차려. 학연아.
학연아, 차학연. 정신 차려. 정신 좀 차려 봐. 눈 좀 떠봐. 눈 떠서 나 좀 봐. 제발, 학연아. 녀석이 스르르 눈을 떴다. 택운이네, 우리 택운이… 운아. 내가, 너무 미안해…. 그리고 녀석은 다시 눈을 감았다. 그런 녀석을 업어들고 무작정 근처 병원으로 뛰었다. 전날의 관계에 스케줄, 온갖 피로가 겹쳐있던 차에 정신적 충격까지 오면서 완전히 녹다운된 것이라 전해왔다. 좀 쉬면 괜찮아진대. 좀 쉬면… 그러니까, 차학연 좀 쉬게 둬요. 형.
깨어난 녀석에게 전할 말이 있었다. 더 이상은, 원치 않는 그 자리에 나갈 필요가 없대. 학연아. 너도, 나도. 그러니까 나한테 미안해할 필요 없어. 혼자서 버텨내게 해서 너무 미안해. 나는 그 말을 전하기 위해 녀석의 곁을 지켰다. 재환이 녀석은 간이 침대에 앉아있었다.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눈빛으로 나를 보았다. 형, 무슨 일인데요. 아니, 질문 바꿀게요. 앞으로는 이럴 일 없죠. 그렇다고만 말해 줘요, 형. 처음으로 녀석의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해낼 수 있었다. 응, 이럴 일 없어.
그러니까 걱정 말고 잠이나 자. 너도, 차학연도.
| (주절주절) |
화아.... 역시 글잡 여신 님들은 짱짱이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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