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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우리의 모든 순간들 02 

W.키링키스

 

 

 

 

 

" 열아, 고마워. "

 

결국엔 체해버린 징어였다. 찬열이 항상 잔병치레가 잦은 징어를 위해 들고다닌 상비약 중 하나인 소화제를 물과 함께 건넸다. 기운없이 받아 든 징어가 소화제를

입에 털어놓고 꿀떡 꿀떡 삼켰다.

 

 

 

" 열아, 5교시 뭐야? "

" 체육. 4반이랑 합동 수업이야. "

" 아자! 체육 쌤한테 반 대항 피구하자 그러자 !!  "

 

 

언제 골골 댔었냐는 듯, 제일 좋아하는 과목인 체육이 다음시간이라는 소리에 징어가 방긋 방긋 미소를 지었다.

 

" 그런데, 나 체육복 없는데..."

" 안챙겼어? "

" 오여사가 어제 밤에 빠는 바람에 다 안말랐을 것 같아서어..못 가져 왔어. "

" 딱밤 맞을텐데. "

" 걱정마!! 다 방법이 있지!! 열아, 잠시만 기다려. "

 

뒷문을 박차고 나가는 징어의 모습에 찬열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징어는 복도를 내달리려던 차 걸음을 멈추고는 4반의 창문을 넘어 반을 둘러보았다. 다들...없네.

수정이도 분명히 깜종이랑 애들이랑 같이 있을텐데..다들 어디간거야. 아차차, 그래도 체육복이 급해! 징어가 고개를 도리 젓고는 중앙 통로의 계단을 두칸씩 성큼성큼

올라갔다. 두개의 층을 오르자 3학년 1반이라는 푯말이 징어를 반겼다. 4반..3학년 4반.. 징어가 3학년 4반의 뒷문에 몸을 밀착한 체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어디있지??

교실을 둘러보려는 찰나, 징어의 머리위로 누군가가 턱을 괴었다. 흐익! 징어가 괴상한 소리를 내며 몸을 돌렸다. 펜싱 연습을 하고 온 듯 땀에 절은 듯한 민석이 징어를 향해 개구진 미소를 지어보였다.

 

 

" 오빠!! 놀랬잖아! "

" 그러게 누가 도둑고양이 처럼 훔쳐보고 있으래? "

 

도둑고양이는 누가 도둑고양이라구 그래애.. 징어가 중얼거리자 민석이 징어의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아, 하지마아아아!! 칭얼거리는 사촌동생이 민석은 그저 귀엽게만

느껴졌다.

 

 

" 준면 오빠는? "

" 김준면? 반에 있을텐데? 저기, 창가쪽에 있잖아. 맹꽁아. "

 

 

어디,어디? 진짜 저기있네? 아깐 왜 못봤지? 오빠, 나 들어가두 되지? 징어가 민석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민석이 고개를 끄덕거리자 징어가 성큼 성큼 교실로 들어가서

공부를 하고 있는 준면의 뒤로 가서 이어폰을 잡아 뺐다. 준면이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시선이 마주친 징어가 베시시 웃자 준면이 미소를 지으며 징어를 향해

입을 열었다.

 

" 동생, 무슨 일로 오셨을까? "

" 그냥, 오빠들 보고싶어서 왔지! "

 

 

매번, 거짓말만 늘어? 준면이 아프지 않게 징어의 코를 잡아 당겼다.

 

" 아야아, 아파! "

" 사실대로 말해. 뭐 필요한 거 있어? "

" 역시 오빠는 못속여. 나나, 체육복좀 빌려주라, 응? "

 

 

나 체육복 안입어서 깨끗해. 내꺼 가져가. 민석의 말에 징어가 민석의 사물함으로 발을 옮겼다. 그러다 문득, 수지의 얼굴을 떠올리고는

걸음을 멈춰서 준면의 사물함을 열었다. 가지런히 접혀져 놓여있는 체육복이 꼭 준면의 성격을 빼다 박은듯 정갈했다. 징어는 준면의 체육복에 얼굴을 묻었다.

오빠 냄새난다. 수지가 좋아하겠지? 3년 째, 제 사촌오빠를 짝사랑 하고 있는 친구의 얼굴을 떠올리며 징어는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 내꺼 가져가게? "

" 응, 민석오빠껀 다음에 빌릴게!! "

" 그래,그럼. "

 

 

오빠들 나 갈게!! 열공 빡공 힘쇼!! 손을 붕붕 흔드는 사촌동생에게 마주해 손을 흔드는 민석과 준면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

 

 

선생님 오실 때 됬는데..찬열과 함께 운동장에서 가벼운 체조를 하고 있던 징어는 아직도 얼굴을 보이지 않는 수정과 루한, 4반의 친구들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것도 잠시, 급하게 체육복을 갈아입은 듯 한 아이들이 다급하게 운동장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수정이 징어와 찬열의 옆자리로 다가와 앉았다.

 

" 오징어, 썬크림 발랐어? "

" 응? 아니! "

" 그럴 줄 알았지. 자, 손! "

 

징어가 손을 내밀자 수정이 주머니에서 썬크림을 꺼내 쭈욱 짰다.

 

" 너 지금 아무리 얼굴 하얘도 썬크림 안바르면 주근깨에 잡티에 말짱 도루묵되. 내가 누누히 말해주는데 왜이렇게 말을 안들어? "

" 헤헤, 까먹었다. 그리고 쪼끔 귀찮기도 하구? "

" 어쭈, 자외선은 피부의 적이야! "

 

그러니까, 까먹지말고 바르는 습관해. 알았어, 알았어.

 

" 근데 수정아, 루한은? "

" ..글쎄. 오겠지. "

 

루한을 찾아 두리번거리던 징어가 나은과 눈이 마주쳤다.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는 나은이 문득 자신을 노려보는 건가 싶던 징어였지만 이내, 착각이겠지 하고

시선을 돌렸다.

 

" 나은이가, 4반이였어? "

" 어? 아,응. "

" 같은 반인데, 종인이가 왜 그랬을까?  "

" 응? "

" 아까, 급식실에서 말이야. 완전 살벌했잖아. "

 

글쎄, 수정이 말끝을 흐렸다. 왜그래? 하고 징어가 물으려던 찰나 찬열이 대화를 끊었다.

 

" 선생님 오셨어. 가자. "

 

 

가자,징어야. 수정이 징어의 손을 잡아 이끌었다.

징어는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이내 고개를 도리도리 젓고는 운동화를 고쳐신었다.

 

 

 

**

 

 

" 오늘은 4반,5반 반대항 피구를 하도록 한다. 남녀 한팀인 만큼 과격한 플레이는 자제하도록. 5반에 루한 빼고 아픈 사람 없지? "

 

루한? 징어가 선생님의 말에 고개를 스탠드로 향했다. 언제 왔는지 루한이 스탠드에 앉아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루한과 징어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징어가 아랫입술을 아프지 않게 깨물고는 먼저 시선을 떨구었다. 왠지, 자꾸만 루한과 삐뚤어 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속상한 징어였다.

 

 

" 야, 오징어! 너 죽었다 오늘! "

 

언제그랬냐는 듯, 상대팀의 종인이 개구진 미소를 지으며 징어를 도발했다. 짝수,홀수로 공수를 나눈 탓에 징어 혼자 공격팀에 들어와 있었고 4반의 진영에는

종인과 경수,종대가 공격 수지가 수비였다. 징어가 종인에게 혀를 내밀어 보이고는 뒤돌아서 수지를 찾았다.

 

" 배수지!! "

" 오징어, 지금은 우리 적이다? "

" 흐흐, 과연 그럴까? 내가 오늘 누구 체육복 입고 왔게? "

 

짜잔! 체육복의 이름이 박힌 가슴께를 잡아당기는 징어를 수지가 미간을 좁히고는 쳐다보았다. 이내, 수지의 강아지 같은 두 눈이 커다래졌다.

 

" 오마이갓, 준면 오빠 꺼야? 어떡해!! "

" 오늘 나 도와주면 나중에 니가 오빠한테 체육복 돌려주도록 도와줄게! "

" 아자!! 깜종, 도, 종따이 !! 난 오늘부로 5반이다!! "

 

아오, 오징어 저 얌체. 약점 하나는 잘 잡아요. 종인이 신경질적으로 자신의 머리를 헝클었다.

 

" 자, 시작하자! "

 

선생님의 목소리에 징어가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가 준비태세를 갖추었다. 이내 삐익- 호루라기 소리가 운동장을 가득 메웠다.

 

 

 

**

 

 

징어는 자꾸만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나은이 공을 잡을 때마다 징어를 노리고 의도적으로 공을 던지는 것 같았다. 다행이 운동신경이 좋아 빠릿빠릿하게 피했지만

계속되는 공격에 조금씩 지쳐가는 징어였다. 그런 징어를 눈치챘는지 수비진영에 서있던 찬열이 미간을 좁혔다.

 

" 걱정되? "

 

옆에 서있던 수정이 찬열에게 물었다.

 

" 응. "

" 그래도 저 쪼끄만게 빨빨거리면서 잘도 도망다니네. 기특해라. "

 

수정이 장난스레 던진 말에도 찬열의 표정은 쉬이 풀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 그나저나, 손나은 왜이렇게 징어 몰이해. 애를 잡네 아주.

 

안되겠다. 야, 패스! 땀흘리는게 싫다며 체육시간에는 되도록 적게 움직이려 노력하던 수정이 공격진영을 향해 소리쳤다. 4반을 향해 공을 던지려던 반장이 수정을 향해

점프를 하며 공을 던졌다. 나이스 캐치! 유연하게 공을 받아든 수정이 몸을 뒤로 젖혔다. 퍽 소리가 나고 나은이 주저앉은 것은 순식간의 일이였다.

 

 

" 나은아 괜찮아? "

" 아야... "

 

4반아이들이 나은에게 몰려들었고 수정이 종인을 향해 ' 잘했지? ' 입을 뻥긋거렸다. 종인이 못말린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은이 몇명의 아이들의 부축을 받으며 스탠드로 걸음을 옮겼다. 징어의 시선이 나은의 동선을 뒤따랐다. 루한이 자신의 옆에 자리잡은 나은을 향해 입을 뻥긋거렸다. 징어는 자꾸만 처음 느끼는 감정에 기분이 이상했다. 왜 이렇게 신경쓰이지? 오징어, 너 진짜 왜그래! 루한이 고개를 돌렸다. 스탠드를 바라보고 있던 징어와 또다시 시선이 마주쳤다. 징어는 이번에는 시선을 회피하지 않았다. 루한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 오징어, 피해!! "

 

커다란 충격이 이마를 강타하고 징어는 시야가 흔들렸다. 몸이 기울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시야에 구름이 들어 찼다. 눈을 느리게 끔뻑였다. 아이들의 얼굴이 구름을

가리고 징어의 시야에 가득 들어찼다. 괜찮아? 징어야, 정신좀 차려봐! 수정과 수지의 목소리가 목소리가 귓가에 웅웅 거렸다. 이내, 징어의 눈이 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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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개가 느린것과 러브라인이 더뎌지는 것에 송구스러움을 느낍니다. 이런 저를 용서해주세요. 그런데 아이들 나이가 나이인만큼

조금씩, 조금씩 서로에게 스며드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급작스런 러브라인은 또 제가 싫어하는 부분이기도 하구요!

 

독자님들의 소소한 댓글에도 항상 감사함을 느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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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징어가 공에 맞았어.....작가님 전개가 느려도괜찮아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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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진짜너무재밌어용ㅠㅠㅠㅜㅠ전개느려도상관없어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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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헐어떡해!!!누가던졋지!!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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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전 전개 느린거 좋아해옇ㅎ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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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징어야루한좋아하는거니???!!!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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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아구ㅠㅠㅜㅠㅡ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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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루루랑이어지나여ㅠ
12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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