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종교에 대한 비하, 찬양, 홍보 등의 목적이 아닌 그저 픽션의 소재임을 먼저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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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나. 내가 지금까지 인간 세상에서 만난 모든 인간을 통틀어 봐도 너 같이 더러운 주인은 없었던 것 같아. 어떻게 여자 방이 이렇게 엉망진창일 수가 있냐? 걸레질 안 해? 정리정돈 안해?”
“…”
“이거 봐라? 냉장고에는 과자, 맥주, 라면. 끝?”
슈가는 지금 내 자취방을 리모델링하고 있어. 대청소를 리모델링이라 잘못 말한 게 아니냐고? 아니, 방금 했던 말 그대로 이건 리모델링이야. 아침식사를 마치자마자 디저트랍시고 무슨 19세기 서양식 정통 디저트 파르페를 만들어준 슈가는 내 조그만 자취방을 둘러보더니 한숨을 푹푹 내쉬며 다짜고짜 집을 나섰거든.
당황스러움이 앞서 그를 불러세우기도 전에 휙, 하고 현관문을 열고 나간 슈가의 뒷모습에다 대고 작게 투덜거렸어. 행동만 보면 느릿느릿한 게 그렇게 느긋할 수가 없는데 이상하게 움직임은 빠르단 말이야. 폭풍이 휘몰아쳤다가 잠깐 사라져서 그런지, 나사 하나가 빠져 있던 나는, 그가 집을 나가고 나서야 내가 여태까지 내가 목 늘어난 티셔츠에 외할머니 댁에서 가져온 구멍난 몸빼바지를 입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어.
“주인. 나 일할 동안 여기 가만히 앉아 있어. 알았지?”
“아니, 대체 뭘 하려고!-”
대형 비닐봉지를 여러개 손에 들고 돌아온 슈가는 현관에 봉지들을 내려놓자마자 다짜고짜 식탁의자 하나를 구석에 쳐박아두더니 나를 번쩍 들어 그 위에 앉혔어. 공주님 안기라던가 그런 섬세한, 스킨십 차원의 것이 아니었어. 아끼는 원피스를 긁어놓는 고양이를 번쩍 들어올리듯이 뒷덜미를 번쩍 잡아 들고 옮기는 류의 ‘옮김’이라면 이해가 더 쉬울까나. 나보다 마른 주제에 힘은 왜 그렇게 센지 순식간에 의자에 앉혀진 꼴이 되어버리고 말았지. 벙 찐 얼굴로 그를 맹하게 쳐다보니 무뚝뚝한 표정에 어쩐지 웃음기가 조금 서린 것 같기도 하고.
“나는 이런 데서 못 살아. 주인, 이 칙칙한 벽지부터 바꾸자.”
“아니, 그럴 필요가 없다ㄴ…”
“쪽방 보니까 거의 창고로 쓰던데, 나 저거 다 치우고 여기서 지내도 되지?”
“…에?”
그니까 이 사람, 아니, 이 타락천사가 지금 내 집에서 산다, 이 말씀? 누구 마음대로 개소리세요, 진짜. 아까부터 정말 제멋대로 행동한다니까-. 곤란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치며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는데,
“싫어? 뭐, 같은 침대에서 자면 나야 고맙지만-.”
또다. 사람을 홀리는 것처럼 나른하게 풀린 표정. 버릇인지 고의인지는 모르겠지만 혀를 내어 입술을 핥는 저, 저 몹시 음란한 얼굴!
“뭐, 뭐가 고마워요?! 그리고 당신이 왜 우리집에서 지내는데요?”
“그래서, 내쫓으시겠다? 그쪽이 먼저 불러서 기껏 와줬더니 무책임하게 그냥 꺼져라, 이거?”
“아니…그런 건 아니지만…”
“그럼 허락했다고 생각할게, 주인. 내가 일을 마칠 때까지 책이라도 읽으면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빙긋, 눈웃음을 친 그가 검은 사제복 위에 하얀 앞치마를 돌려묶고 소매를 걷어올렸어. 와, 뭐 저렇게 생긴 사람이 다 있냐. 하긴, 사람이 아니긴 하지. 흑백의 조화가 저렇게 바람직해도 되나 몰라. 분명 사기당한 느낌인데 기분이 전혀 안 나빠. 숨을 한번 크게 내쉰 슈가가 오른손을 들어 딱, 소리를 내자 칙칙했던 벽지가 화사한 연분홍색으로 바뀌기 시작했어. 요정이 박수를 두번 치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신데렐라가 꾸며지는 그런 마법도 아니고, 완전히 넋을 놓고 슈가가 부리는 요술을 지켜보고 있는데,
“읏차,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볼까?”
손을 툭툭 털던 그가 현관 앞에 널부러진 봉지를 뒤적여 걸레와 락스, 고무장갑을 꺼내.
…잠깐, 고무장갑?
“저기…손으로 하세요?”
“그럼 발로 하냐?”
“아까처럼 뿅, 하고 되는 거 아니었냐?!”
“뿅 같은 소리 하네. 난 뭐든 내 손을 직접 거쳐야 마음을 놓는다고.”
그러니까 슈가는 완벽주의자였어. 뭐든 제 손을 직접 거쳐야만 완성되었을 때 뿌듯함이 배가 된다나 뭐라나. 굳이 저래야 할까 의문이 들지 뭐야. 항의라도 하고 싶지만 집 한채는 가뿐히 태울 정도로 매섭게 이글거리는 눈이 무서워서 어쩔 수가 있나. 조용히 짜져서 심심풀이용으로 읽을 패션 잡지를 집어드는 수밖에.
할리우드 가십부터 시작해서 나에게는 먼 세계의 이야기인 고급 브랜드 옷들까지 눈으로 쭉 훑어보고 있는데, 어느 순간 앞에 그림자가 졌어.
“주인, 다했어.”
“헐?”
“예상시간보다 좀 더 걸렸지 뭐야. 집이 이렇게까지 엉망일 줄은 몰라서.”
그러니까, 우아하게 젖은 손을 툭툭, 공중에서 터는 슈가의 피곤하다는 듯한 얼굴에서 부엌으로 시선을 옮겼는데,
“뜨아-. 이게 진짜 내 자취방?!”
“별로 바뀐 건 없어. 원체 좁아서. 그냥 가전제품에 시트지 붙이고, 냉장고 채우고, 오븐 사 넣고, 바닥 다시 깔고, 식탁이랑 의자들 다 마호가니 제품으로 바꾸고. 거실은 티비 바꾸고, 소파 바꾸고, 매트 깔고, 작게 다과용품 가져다 놓고, 커튼 바꾸고. 창고로 쓰던 쪽방 비워서 내 방으로 꾸미고, 안에 있던 물건들은 베란다에 정리해서 놓은 것 밖에 더 있나.”
“다 바꿨잖아!?”
“아, 그리고 주인 침대 매트리스랑 이불도 바꿨어. 벽이 너무 휑해서 이것저것 걸어보기도 했고. 화장실도 갈아엎었다.”
“미쳤다…지금 몇 시간이나 지났어요?”
“한시간.”
피식, 코웃음을 치던 슈가가 사제복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담배를 꺼내물고 능숙하게 불을 붙여. 천사가 담배라니, 참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없는데다 담배냄새라면 학을 떼지만, 완전히 바뀐 집안을 구경하느라 크게 신경이 쓰이지 않았어. 현관 앞에는 작은 쓰레기 봉지 여러개를 가져다놓은 걸 보니 아예 분리수거까지 미리 하라는 배려인 듯 싶었어. 아무리 이성적으로 생각해도 한시간만에 내 자취방을 모델하우스처럼 바꿔놓는다는 건 인간의 능력 밖의 일인 것 같아. 게다가 손가락을 딱, 하고 부딪치니까 벽지가 샤랄라 바뀌는 것까지 봐 버린 후잖아?
드디어 딱딱하게 굳어있던 머리가 조금씩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었어.
이 모든 미친 짓이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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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 만남 전개는 조금 빠르게 진행하고 싶은데 마음대로 잘 안되네요ㅠㅠㅠ 비회원 회원분들 가리지 않고 암호닉,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다 감사합니다!
댓글에 일일이 답글을 달지 못하는 점 죄송합니다ㅠㅠ 그래도 독자님들 전부 사랑하구 있어영 뉴뉴
날씨 점점 추워지는데 감기 조심하시구, 앞으로도 많은 사랑 부탁드릴게요(수줍)
+)암호닉
암호닉은 가장 최근 글에 신청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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