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seven days(7일 동안) # Thursday12
거울너머로 보이는 자신의 어색한 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붉은 피를 꿀럭꿀럭 흘리고 그 피들로 젖은 손바닥과 얼굴이 몹시 생소하게 보였다.
마치 꿈같아서 현실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환상처럼 느껴졌다.
손바닥을 천천히 들어올려 내려다보았다.
서서히 굳어지는 핏물이 손바닥 신경으로 느껴졌다. 굳어가는 핏자국과 아직 덜 마른 핏물이 하얀 피부를 물들인다.
비릿하고 철같은 쇠한 냄새가 코끝을 파고들었다.
진득한 촉감과 비릿한 냄새가 몽롱한 정신을 현실로 잡이 이끌었다.
점차 내가 피를 토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피할 수 없는 진실은 잊을 수 없는 것이었다.
눈물이 났다. 붉은 피만큼이나 눈물은 뜨거웠다.
피로 적신 손바닥은 불처럼 타올랐고 눈물이 흐르는 뺨은 화상을 입은 것처럼 화끈거렸다.
손바닥으로 입을 막고 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목구멍 밑부터 올라오는 경악어린 외침을 쑨양에게 들려줄 수 없었다.
그에게 끝까지 숨길 수 없었지만 지금 바로 알려주기 싫었다. 그가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죽는 것을 아는 쑨양이었지만 새삼 이런 모습을 보여주면 표정부터 달라지리라.
더욱 걱정할테니까.
나보다 더욱 아파할 그니까.
조금만. 조금만 더 그가 몰랐으면 했다.
그러니까 지르고 싶은 비명을 끝내 삼켰다. 이 깊은 밤에 그를 슬픔에 잠기도록 만들기 싫었으니까 꾹 참아냈다.
가슴이 덜썩거렸다. 너무도 참기 힘든 슬픔에 흔들리는 육체를 제어할 수 없었다.
이제 사랑하는 그를 두고 가야만 한다는 사실이 나를 괴롭힌다.
남겨진 쑨양이 너무 안타까워 눈물이 앞을 가렸다.
"읍...읍...흐읍..."
손바닥으로 막힌 틈새로 가슴이 아파 내지르는 소리가 비집어 나왔다.
굳게 닫힌 입사이로 먹먹한 울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아아아아아!
한참을 바닥에 쓰러져서 울었다. 바닥을 더럽히고 있는 핏물이 조금씩 배수구로 흘러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울고 또 울었다.
울음소리를 삼키고 눈물만 지독히 흘리었다.
얼마동안 울었는지 눈이 따가웠다. 눈을 깜빡거려 따가운 눈을 진정시켰다.
그래도 계속 흘러내리는 눈물이 자극해서 소용없었다.
"...쑤...냥...흐읍..."
그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안타깝고 사랑스러운 그의 이름이 허공에 맴돌다 사그라진다.
입술을 깨물었다. 그 아픔은 심장의 아픔에 비하면 아무런 통증조차 주지 못했다.
"하아...하아..."
오랫동안 쏟아낸 울음으로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입으로 숨을 최대한 깊게 들어내쉬며 나를 진정시켜나갔다.
언제까지 화장실에 있을 수 없었다.
쑨양이 깨어나서 옆에 내가 없다면 찾으러 올 테고, 이 피자국이나 피로 젖은 나를 보면 걱정할 것이다.
겨우 슬픔을 잠재우며 샤워기를 들어 핏물을 씻어냈다. 물과 섞여 배수구로 내려가는 핏물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크흥..."
숨을 들이키자 코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너무 울어서 코가 막힌 것 같다.
바닥을 깨끗이 씻어낸 후 세면대에 물을 받아 피가 묻은 얼굴과 손을 닦아내었다.
남은 눈물 자국도 씻어냈다. 말끔히 씻어내고 거울을 바라보았다.
조금 퀭한 남자가 나를 보고 있다. 눈가와 코끝은 발가스름하다.
울었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한번 더 차가운 물로 헹궈내고 마른 수건으로 닦아냈다.
"박태환."
내 이름 석자를 불러보았다. 조금 울음기가 섞인 목소리. 조금 쉰듯한 목소리였다.
시간이 지나야 나아질 것 같다.
화장실을 나오자 어둑한 거실이 나를 반긴다.
새카만 어둠으로 잠긴 거실을 잠시 바라보다가 침실문을 조심스럽게 열어 살금살금 발소리도 내지 않은 채 침대로 걸어갔다.
잠들어 있는 쑨양이 보였다. 어두웠지만 이내 익숙해져서 형태를 쉽게 볼 수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쑨양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매끈한 턱선과 뚜렷한 이목구비가 눈에 들어왔다. 오물거리는 입술도 눈에 띈다.
꿈속에서 무엇이라도 먹고 있는걸까. 그 모습이 퍽이나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이 귀여운 남자를, 이 사랑스러운 남자를 세상을 떠나야 하는 내 처지가 안쓰러웠다.
남겨지는 그도 불쌍하고, 떠나는 나도 불쌍했다.
모두 안타깝고 슬프다.
"쑨양..."
나즈막하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깊게 잠든 쑨양은 나의 부름에 답하지 않았다.
지금 보고 있는 와중에도 그리운 그의 이름. 애틋함을 불러일으키는 그의 이름을 속으로 되뇌였다.
낮에 몰래 보았던 문자메세지가 떠올랐다.
나도 모르게 그 내용을 기억해내었다. 그리고 그 내용을 작성했을 당돌한 여성을 생각했다.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그녀가 부러웠다. 언제까지고 함께할 수 있는 긴 세월이 부러웠다.
그녀뿐만 아니라 쑨양과 함께할 미래의 누군가가 부러웠다.
모든 것이 부러웠다.
공허해지는 마음을 꼭 붙잡으며 마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쑨양은 나를 사랑해. 나만을 좋아해주고 사랑해주지. 어느 누구도 보지 않고 나만을 사랑해줘. 그 사랑은 너무도 견고해서 깨어지질 않아.
그러한 사실을 나도 알고 있잖아? 전혀 불안해할 필요도 없어. 그냥 그의 사랑을 받으며 행복해져. 죽는 그날까지.
그러자 머릿속에서 말한다.
그를 놓아주는 것도 사랑이 아닐까? 이제 피까지 토했어. 난 이제 곧 죽을거고. 그것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이지.
항상 생각했던 거잖아? 그를 놓아줘야할까. 이기적이지만 그를 놓아주기 싫어. 하지만 그가 불쌍하니까 놓아주고 당돌했던 그 여자에게 보내주자.
그녀가 아니라도 다른 사람과 사랑할 수 있게 해주자.
이성적인 목소리에 내 마음이 말한다.
이미 결정난 사항에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하는 거니? 자괴감때문에 마음에도 없는 소리하지마.
사람은 사람의 기억에서 잊혀지면 죽는거야. 그가 나를 기억하는 동안에는 살아 있는거야.
기억 하는 내내 나를 사랑해주는 것을 잊지 않을거야. 그리고 그의 의견을 묻지 않아? 그는 분명 나를 사랑하고 죽는 다는 것도 아는데?
그리고 왜 묻지 않지? 그 당당한 여자에게 고백받지 않았냐고 묻질 않아?
내부가 격하게 소용돌이친다.
마음의 목소리처럼 난 묻지 않았다. 그저 답답한 숨통을 트고 싶어서 쑨양에게 입을 맞추고 그를 유혹해서 섹스까지 했다.
그녀를 잊고 싶어서 그랬다. 생각한대로 쑨양의 짜릿한 섹스는 잊게 만들었다.
그러나 섹스 후에 다시 뇌리를 흔들었다. 겨우 노력해서 떨쳐낼 수 있을 만큼 괴롭혔다.
그녀의 존재보다 쑨양에게서 나를 벗어나게 만들 수 있을 존재 모두가 싫어서 나를 괴롭게 만들었다.
무서웠다. 쑨양에게 들을 그녀가.
혹시라도. 만약이라는 단어가 묻지 못하게 만들었다.
나는 쑨양을 믿지 못하는 것을까? 누구보다 나 자신보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쑨양이었다.
그런대도 나는 이토록 방황을 하는 것을까. 누구에게 물어봐도 대답없는 메아리.
마음이 무척 추워져서 더운 여름에도 몸이 떨려왔다.
으슬한 몸을 녹이고자 침대 위로 올라가 따뜻한 쑨양의 품에 파고들었다.
따뜻했다. 내가 파고 들자 쑨양은 잠결에도 나를 꼭 끌어안았다.
그런 그가 너무 좋다. 단단하고 따뜻한 그의 품에 안겨 그의 심장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
나의 불안이 모조리 사라졌다. 그의 심장소리는 그런 마법을 부릴 줄 알았다.
금방 나를 안심시킨다. 두근. 두근.
쑨양. 당신은 꿈을 꾸고 있나요? 무슨 꿈인가요?
혹시 나를 꿈을 꾼다면 무척 행복한 꿈이길 바랄게요.
나도 당신의 꿈을 찾아갈 수 있다면 무척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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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다음편이 아마도 불꽃씬이 될 것 같아요.
처음부터 예정되었던 그 불꼿마크랍니다.
쓸 생각하니까 두근두근하네요. 독자님들의 반응이 생각나서..@ㅅ@;;
암호닉+추가 |
린연 / 팬더 / 슈밍 / 마린페어리 / 흰구름 / 광대승천 / 허니레인 / 포스트잇 / 여름향기 / 아와레 / 보석바 / 순대 / 쌀떡이 / 태꼬미 / 렌 / 땅콩이 / 쿠엔크로 / 쥬노 / 아스 / 텔라 / 루키 / 잼 / 샤긋 / 빌보드 / 비둘기 / 사과담요 / 박쑨양 / 응가 / 초코퍼지 / 소어 / 회사원 / 촹렐루야 / 피클로 / SY / 우구리 / 태쁘니 / 무슈 / 태쁘닝 / 플레인 /찰떡아이스 / 그냥(부랄) / 빠삐코 / 레인 / 토야 / 하양 / 쑨양자기 / 양갱 / 소띠 / 연두 / 뺑 /아마란스 / 에트리 / 태환찡 / 김쥰슈 / 또윤 / 에이삐씨 / 오름오름 / 주엘 / 눕는독자ㅇ<-< / 햄돌이 / po쑨환wer <추가암호닉> ㅌ/ 고구미 / 코난 / 딸기빼뺴로 / 박태쁘 |
★ 올림픽때 쑨양과 태환이 서로 메일주소를 교환했다고 하던데..참 므흣하군요ㅎㅎ
★ 승승장구때문에 중국에서 욕을 많이 한다고 했었는데 쑨양은 오해하고 있지 않다고. 역시 쑨양은...+_+
태쁘가 낯가리는 성격이고 예의 바른 청년인데 방송에서 이자식!이라고 친근감 넘치는 단어를 사용했죠. 그만큼 둘 사이는 아주 친하다는 얘기~
★ 한밤의 TV연예에서 이상형을 말하는데 또 바꼈더라구요. 뚝심있는 사람! 여자도 아니고 사람!...ㅋㅋㅋ 왤까요?
★ 한밤의 TV연예에서 태환군이 쑨양에게 영상편지를 남겼다고 하는데 시간 분량상 편집했다는 슬픈전설이..ㅠ.ㅠ(아주 진실성 높다고 하네요)
그 편집 영상 구할 수 없나요?ㅠㅠ 승승장구에서도 거절한 영상편지를 남겼다는데!ㅠㅠ그 귀중한 장면을 편집할 수가ㅠㅠ
★ 오타지적 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