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응 맞다. 그래 우리 2년. "
승관의 웃음에 나도 따라 웃곤 뒤에서 널 껴안자 내 손길에 오글 거린다며 손등을 때리던 너는 제법 다정히 내 손을 꽉 잡았다. 나를 잊기 싫어 매번 달달 외우는 승관이가 미안해서 눈물이 나올려는 걸 참고 네 머리에 얼굴을 묻었다. 얼굴을 머리에 비비자 냄새 맡냐? 라는 장난스러운 말투도 전혀 변한 건 없는데. 아니, 변하면 안 되는데...
아냐. 승관아 잊어도 돼, 내가 다시 기억하게 하면 되니까.
" 여주야. 승관이가 아직 등교를 못 했어. "
선생님의 말에 빠르게 교실을 나와 뛰었다. 어디서 뭘 하는지, 그걸 알 수 없는 네가 사라질까 봐,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너무 무서워서 더 빠르게 뛰면서 목이 터져라 네 이름만 불렀다. 승관아! 부승관! 대답 없는 외침에 이 추운 날, 너를 찾기 위해 또 부르고 불렀어 네 이름을, 우리가 매번 하교했던 그 골목, 너와 내가 자주 갔던 분식집, 다 너가 없어 마지막으로 너와 내가 처음 만난 그 공원으로 갔다. 그리고 그곳 벤치에 앉아있는 너가 보였다.
" 부승관! 너 여기서 뭐 해? "
" 김여주, 내 여자친구 나이 ... 나이가 뭐였지? "
" 승관아. 너 여기서 뭐 해... "
" 아. 죄송해요. 제가 길을 잃어버려서. "
왜 나한테 존댓말을 해. 나를 낯설어하며 다리를 달달 떨고 흔들리는 눈동자를 봤다. 나를 낯설어하는 너가 나도 낯설었다. 시선을 허공에 둔 채 자꾸 손톱을 물어뜯으려는 네 손을 잡고 울먹이며 말했다. 나 여깄어. 김여주 여기 있어. 승관아. 내 말에 고개를 들더니 나를 빤히 보던 승관은 울려는 내 볼을 다정히 쓰다듬곤 웃었다.
" 기억 하고 싶은데, 기억이 안 나. "
승관의 말에 눈물에 그대로 몸을 돌려 나갔다. 병실을 나오면서도 너는 내 이름만 중얼거렸다. 내 여자친구 김여주 나이 열아홉, 그걸 외우면 뭐 해. 지금 니 여자친구는 너 몰래 울고 있는데, 너를 잊는 게 힘들겠지, 그런데 잊는 너는 안 힘들어 남겨진 내가 힘들지, 난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떠나는 거야. 잘 지내. 부승관.
[세븐틴/부승관] 걷던, 그 길(부제:이젠 이루어질 수 밖에 없는 이야기)
세상은 빠르게 돌아갔다. 오늘은, 전 세계에 날씨가 너무 추워 눈이 많이 내렸대. 너는 옷 따뜻하게 잘 입고 다니지? 방학이라 따로 승관이를 만날 일이 없어 그냥 창문만 쳐다보다 혼자 영화라도 볼까 싶어서 겉옷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아 춥다. 다시 들어갈까, 혼자 궁상맞게 영화는 무슨... 그래도 예매 했으니까 보러 가자는 생각으로 버스를 타고 영화관에 내리자 익숙한 남자가 멍하게 영화관 앞에 서 있었다. 그래, 부승관이였다.
" 너, 여기서 뭐해? "
" 네? 저 아세요? "
저 아세요? 라고 말하는 너는 차가웠고, 나를 경계했다. 아, 맞다 너 나... 기억 못하지. 최대한 다정히 웃으며 너를 보자 너는 나를 빤히 보다 고개를 다시 푹 숙인다. 빨개진 얼굴로 가만히 서 있는 너를 보고 옆에 그냥 같이 서 있었다. 너가 여기 혼자 웬일이야. 묻고 싶은 말이 많은데, 우린 남이니까. 더이상 상관할 일이 아니라 그냥 멍하게 옆에 같이 서 있었다. 계속 바닥만 보고 있던 너는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봤다.
" 누구 기다리세요? "
" 네? 아. 네, "
" 저도, 누구 기다려요. "
누구? 어머니? 아니면 다른 사람이 생긴 건가. 묻고 싶은데, 입이 떨어지지 않아서 조용히 신발 코만 바닥을 툭툭 차며 너가 하는 행동을 봤다. 여전히 중얼거리며 불안한 듯 고개를 돌리는 너가 걱정이 돼 조금 더 네게 다가갔다. 손을 맞잡자 그 차가운 냉기에 놀랐다. 너 역시도 손을 잡는 나에 놀랐고,
" 뭐 하시는 거예요. "
" 누구 기다려요? 번호 몰라요? 전화해드릴까요? "
" 아니요, 됐어요. "
급하게 자리를 뜨는 너를 보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 보니 승관아. 여기 너랑 나랑 처음으로 단둘이 영화 본 그곳이다. 그치? 다리에 힘이 풀렸다. 그 자리에 쪼그려 무릎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돌아와, 그때도 이렇게 나 울고 있었잖아. 안아줘야지, 다시 나를 안아줘서 울지 말라고 해야지.
" 저기요. "
" 울지 마세요. 날씨가 추워서 눈물 얼어요. "
" 흐어, 흐으... 어. 감사합니다. 흐, 흐으 "
" 울지 말라니까 더 운다. "
' 울지 말라니까 더 운다. 야씨. 나도 눈물 날 거 같다고. 아오, 울지 마. '
아. 승관아. 아 승관아. 부르지 못할 그 이름에 혼자 입에 담고 울었다. 너 역시도, 무의식에 내가 있는 거야? 나는 이렇게 괜찮을 줄 알았는데, 무의식에 너가 있었어, 너도 그래? 혼자 울고 있자 당황한 너는 나를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다 어디론가 데리고 간다. 너를 따라서 울면서 가니 사람들이 우릴 쳐다봤고 너는 고개만 푹 숙인 채 계속 걸었다.
그리고, 우리가 간 곳은 우리가 처음 만난, 그 공원이자 너가 나를 잊었던 그곳.
" 괜찮으세요? "
" 네. "
" 왜 울어요. 퇴짜 맞았어요? "
' 왜 울고 그래, 너 또 퇴짜 맞았냐? '
" 아니요. 그게 아니라.."
아니거든? 나 퇴짜 맞은 거 아니거든? 그냥, 아 몰라. 울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맞은편 벤치에 겹쳐 보이고 울고 있는 나를 어색하게 안아줬다. 그런 우리가 그리워 다시 볼을 타고 눈물을 흐르자 승관이 아이... 울지 말라니까. 라며 내 볼에 있는 눈물을 닦아줬다. 왜, 너는 왜 이렇게 익숙하게 나를 대하는데? 자꾸 기대하게 만들지 마.
" 울지 마세요. 그쪽 때문에 울고 싶은 건 저라고요. "
" 왜, ...요. "
" 영화관에서 꼭 볼 사람이 있는데, 그쪽이 우는 바람에, 여기로 왔어요. "
" 누군데요? "
" 어, 사실 누군지 몰라요. 이름만 기억나요. "
" 이름이 뭔데요? 혹시, 김여주? "
" 그쪽이 어떻게 알아요. 김여주 "
그게 나니까. 나를 경계하는 표정에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나야, 나... 입을 떼기 전 승관은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 어떻게 아시냐고요. "
" 내가, 김여주니까. "
" 네? "
" 내가, 김여주라서, 니 여자친구 김여주라서 "
내 말에 자리에 앉은 너는 손을 뻗어 내 얼굴을 만졌다, 그때 너가 처음 나를 못 알아봤을 때 그때처럼 너는 내 얼굴을 어루만졌고, 나는 네 손길에 눈을 감았다. 눈을 감자 떨어지는 눈물에 너는 다정히 닦아주며 계속 내 볼을 쓰다듬었다. 울지 마. 미안해 울지 마. 네 말에 눈을 떠 보이면 넌 나보다 더 서럽게 울고 있었다. 왜 울어, 승관아 왜 울어.
" 나는, 앞에 두고도 못 찾은 거야? "
" 승관아. "
" 나는 왜, 하필... "
" 왜 하필, 아파서 너를 잊은 거야. 기억이 안 나. 기억이 안 나는데, 자꾸 생각나. 얼굴 없는 너가 꿈에서 찾아와. "
" 승관아. "
" 잊어 버릴 거야. 또 나는 너를 잊을 거야. 근데, 너는 날 잊으면 안돼. 매일 나한테 찾아와서 기억하라고 해. "
" .... "
" 그럼 이렇게 다시 한 번, 너한테 반할 테니까. 매일 너한테, 반할 거니까. "
그게 무슨 말이야?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맞춰지는 입술에 눈을 감았다. 짧게 떨어지는 입술에 너는 이마에 입을 맞추고, 코, 다시 한 번 입술에 짧게 맞췄다.
" 김여주가 누군지 몰라, 근데 지금 내 앞에 여자가 김여주란 걸 알아. "
" 나는 과거의 김여주를 잊고, 현재의 김여주랑 함께 하고 싶어. "
" 승관아. "
" 평생, 매일 새로운 김여주와 함께 하고 싶어. "
무의식에 김여주는 아직 잊지 않았구나. 부승관, 머리는 잊어도 심장은 잊지 않아서 다행이야. 네 고백을 듣고 그 자리에서 얼굴을 가리고 펑펑 울었다.
고마워, 매일 그렇게 그 자리에서, 또는 그 공원에서 그 영화관에서 나를 기다려줘서 고마워.
(+)
짧은 번외를 들고 왔어요 제가 이런 비루한 번외로 포인트를 받기가 좀 그래서 무료구독으로 할게요♡
원하시는 전개가 아닐까봐 너무 걱정되고 제 필력이 그렇게 막 좋은 편이 아니라서... 원하는 방향으로 갔는지 조금 걱정 되네요...☞☜
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독자님들♡ 암호닉 분들도 너무 너무 사랑합니다♡
섭징어님♡ 돌하르방님♡ J님♡ 일공공사님♡ 사랑해 세봉아님♡ 최허그님♡ 아름다운부님♡ 세하님♡ 순제로님♡ 너로정한녀님♡ 순수녕님♡ 츄러스님♡ 느루쓰님♡ 늘부님♡ 천상소님♡ 누나님♡ 삼디다스님♡ 둥이님♡ 낭자님♡ 쿱스쿠스♡ 봄봄님♡홍슈아님♡ 제주소년님♡ 무기님♡ 아이닌♡ 봉이님♡ 닭키우는순영님♡ 호우쉬님♡ 명호엔젤♡ 비타민♡ 드레스님♡ 황금사자상♡ 피카츄♡ 호시크린♡ 지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