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 - 오글오글
그 날은 지금처럼 찬바람이 옷 안을 파고 들어오는 그런 겨울이었다.
집 근처 편의점에서 하는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귀가하려던 찰나 주머니 안에서 조용히 잠들어있던 핸드폰이 마구 울려대기 시작했다.
워낙에 인간관계라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였기에 이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들자 보이는 것은 핸드폰 화면 위로 깜빡거리는 형의 이름이었다.
모태솔로 민윤기의 세쌍둥이 육아일기
01 (첫만남)
w. 복숭아 향기
"왜."
[어디냐?]
"나 바빠."
[안바쁜 거 알거든?]
"용건만 말해."
[어디냐고.]
"집 근처."
기다려라.
자기 할 말만 마친 형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갑자기 전화해서 이게 무슨 행패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적이 한두번이 아닌지라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다시 생각해보면 그랬던 내가 정말 병신이고 병신이고 또 병신인 거지.
기다리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형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모습을 드러냈다. 커다란 캐리어를 질질 끌고 나타난 그 모습은 범상치 않아보였다.
"저건 또 뭔데."
"나 미국가!"
"갔다와."
"형이 간다는데 무슨 인사도 안하냐?"
"우리 사이에 무슨."
"이 형이 친히 너를 보러 와준 거 아니냐."
"굳이... 이번에는 왜 가는데?"
"유학이지. 유학."
"얼마나?"
"한... 3년?"
엄마랑 아빠한테 인사하고 바로 너한테 달려온 거야. 형한테 잘해.
형은 내 어깨를 두드리고는 힘내고! 라는 마지막 한 마디를 남기며 바로 사라졌다. 역시 자기 몸집만한 캐리어를 질질 끌면서.
바로 공항 가서 그냥 문자나 남기면 될 것이지 왜 굳이 여기까지 찾아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형은 미국으로 떠나버렸다.
평소에도 그렇게 연락을 자주 주고받거나 그런 살가운 사이는 아니었지만 이렇게 갑자기 미국으로 휑하니 가버린다는 사실은 좀 묘하긴 했다.
술 마시자고 전화하면 바로 달려올 수 있는 거리에 살던 친구가 갑자기 입대를 한 기분이랄까.
정작 나는 군대까지다 다녀와서 이제 막 민간인이 된 24살 남자지만 말이다.
편의점 재고에서 남은 샌드위치와 이런저런 먹을 것들이 들어있는 봉지를 덜렁덜렁 흔들며 집으로 향했다.
유통기한이 오늘까지니까... 이 정도는 갖고 와도 뭐라고 하지는 않겠지. 대충 샌드위치로 끼니 때우고 얼른 잠이나 자야지.
복학하게 되면 늦잠이고 뭐고 아무것도 못하게 될테니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비밀번호를 누르고 현관문을 연 순간. 손목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비닐봉지는 바닥으로 떨어졌고 나는 멍하니 거실을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히 어제 오후,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나올 때와 다르게 거실 한 가운데 나란히 앉아있는 저 세 명.
저 세 명 때문에.
-
최소한의 인간관계만을 목표로 하고 있는 나와 다르게 형은 여기저기 다니는 걸 매우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 중에는 산악활동도 있었고 신앙활동도 있었지만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봉사활동이었다.
어린 나이에 고액의 연봉을 받는 회사원이 된 지금도 형은 종종 봉사활동을 나가곤 했었다.
정확히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지만 대충 말을 들어보면 고아원이겠거니... 하는 그런 곳으로.
굳이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난 그런 형이 신기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었다. 부러운 이유는 간단했다.
그냥 하고 싶은 거 마음대로 하면서 사는 그런 모습이 부러웠던 것이었다. 봉사활동을 한다는 거 자체가 부러운 게 아니라는 말이지.
나름 그런 형을 남몰래 존경하기도 했었고.
그래. 존경을 한다 가 아니라 존경을 했었다.
적어도 방금 전까지는.
민윤기 보거라.
알다시피 이 형은 회사의 출장과 배움의 미학이라는 것을 깨닫기 위해 미국으로 떠나는 비행기 안에 있단다.
이 아이들은 내가 봉사활동하던 고아원에서 지내던 아이들이란다. 내가 사랑을 담아서 보살펴주던 아이들이지.
이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미국으로 가고 싶은 마음은 매우 굴뚝같다만 현실은 이런 못난 형을 보살펴주지 않는구나.
형이 미국에 갔다올 때까지만 이 불쌍하고 가련하고 귀여운 아이들을 보듬어주지 않으련?
형이 달마다 너에게 용돈과 양육비를 지급해줄게. 아르바이트 따위는 집어치워도 될만큼 너에게 금전적인 지원은 아끼지 않으마.
그럼 형은 너가 내 정성어린 부탁을 들어줄거라 의심치 않고 마음편히 미국으로 떠난다.
몸 건강히 잘 챙기렴. 아이들 잘부탁한다.
p.s 낯가림이 조금 심할 수도 있으니 친해지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단다. 행운을 빌게.
이 편지를 읽기 전까지는 말이다.
"..."
낯가림이 심하다는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나보다.
아이들은 셋이서 나란히 앉은 채로 가만히 나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울지도 않고 보채지도 않고 그냥 가만히.
가장 가운데 앉아있던 볼살이 흘러내릴 것 같이 띵띵한 아이가 발딱 일어나서 내 쪽으로 다가왔다.
누군가와 친해지는데 오래 걸리는 건 아이들뿐만이 아니었다. 성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데도 시간이 걸리는 나인데 하물며 이제 막 3살에서 4살 정도 된 아이라니.
나는 움찔하며 옆으로 조금 물러났다. 아이는 손가락 하나 입에 물고 오물거리며, 그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담요를 꼭 그러쥐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저씨..."
"..."
"형아야..."
"..."
"형아?"
둥글둥글한 입에서 나온 목소리는 생긴 것처럼 둥글둥글했다.
어, 어... 그래...
나는 누가봐도 당황한 목소리로 아이에게 대답을 해줬다. 아이는 배시시 웃으면서 허리를 꾸벅 숙여 내게 인사를 했다.
그나마 셋 중에서 낯가림이 가장 덜한 아이인 것 같았다.
"안넝하세요오."
"어? 어... 안녕..."
"저는 김지미니고 쩌기 이는 애드른 태태랑 꾸꾸기에요."
"태, 태태? 꾸꾸기는 또..."
뭐냐...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남은 두 아이를 바라보았다. 가장 오른쪽에 앉아있는, 그러니까 똘망똘망한 눈을 가진 저 아이는 나와 눈을 마주치자마자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어쩌자는 거지... 남은 한 아이를 바라보자 아이는 지민이라는 아이처럼 손가락 하나를 쪽쪽 빨면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자세히 보니 손가락이 아니었다. 과자..?
툭.
아이가 들고 있던 과자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태태... 태태 까까..."
"태태야아."
"흐에에에에ㅔ엥에ㅔ에에에ㅔ에에ㅔ엥에ㅔㅇ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까까가... 까까가ㅠㅠㅠㅠㅠㅠ 꾸꾸야ㅠㅠㅠㅠㅠ 지미나ㅠㅠㅠㅠㅠㅠ 태태 까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씨발...
갑자기 울면 어쩌자는 거야. 바닥에 떨어진 거 그냥 먹여도 되는 건가?
우선 급한 대로 샌드위치 봉투 안에 들어있는 동그란 쿠키 하나를 꺼내 아이의 손에 쥐어주었다.
온 집안이 떠내려 갈 듯이 소리를 지르며 울어대던 아이는 갑자기 울음을 뚝 멈추고 훌쩍이며 나를 올려보았다.
그 짧은 새에 눈물을 어찌나 많이 흘렸는지 둥글둥글한 얼굴은 눈물로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지민이라는 아이는 정도 일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서로 마주보고 손을 꼭 붙잡은 채로 태태라는 아이의 팔을 토닥여주고 있었다.
남은 저 아이는 꾸꾸기라는 아이겠군.
"이거... 태태 까까..."
"어어. 태태 까까야. 울지 말고 먹어."
"꾸기랑 지미니 까까는?"
"응?"
"꾸기랑 지민이 까까는 왜 어써여?"
흐에에에ㅔ에에에ㅔ에에ㅔ에에ㅔㅇ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꾸기랑 지미니는 까까 엄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미치겠다.
정작 본인들은 가만히 있는데 왜 너만 우냐고.
결국 나는 봉지 안을 뒤져 작은 브라우니와 쿠키를 하나씩 아이들의 손에 쥐어주었다.
그제야 발버둥까지 치며 울어대던 태태라는 아이는 울음을 그쳤다. 꾸기라는 아이는 내가 준 과자들도 보지 않고 발로 슬쩍 밀어내고 있었다.
간사합니다!
감사의 인사인지 애매하게 들리는 인사말을 남긴 지민이라는 아이만 오물거리며 과자를 먹을 뿐이었다.
물론 태태라는 아이는 언제 울었냐는 듯이 헤헤 웃으며 바로 과자를 먹기는 했지만.
아...
형의 밑에서 지낸 24년. 지금까지 한 번도 들지 않았던 살인충동이 마구 밀려오고 있었다.
미국에서 돌아오기만 해봐. 진짜 내가 작살을 내줄테니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바닥에 떨어져있는 과자 부스러기는 하나하나 쓸어서 쓰레기통에 담는 나였다.
그래. 이게 내 고생길의 시작 그리고 똥강아지들과의 첫만남이었다.
-
[암호닉]
다이오드★ 0103 ♥어른공룡둘리♥ 도널드 1029 블락소년단 짜근 모찌 힐링 또또 ♥닭갈비내꺼♥ 226 2학년 매일 봄 미니미니 지블리 삼월구일 대전
감자도리 해마 낑깡 지안 에이취 몬슈가 상큼쓰 늉기 93 양갱 밤비 융기용기 1004 빙빙 망개짐인 luckily 코코아파우더 청춘 히움 봄봄 꾸뀌 나무
2반 돌이돌이돌이♧♧♧♧ 꾸기 쩡구기윤기 회계학과 0109 곱창 라코 둥둥이 짐잼쿠 침개 SAY 곰지 쿠잉 릴리아 아야 찌몬 헤온 꾹꾹맘 전종국
♥옥수수수염차♥ 치킨마요 허니귤 박지민 섬섬옥수 쀼 만두짱 둥둥맘 슙럽 코코팜 ☆☆☆투기☆☆☆ 물불 뾰로롱 감자오빠 초딩입맛 마늘 아덜 첼리
리티 산타 자몽에이드 청퍼더 뀰 복치 사이다 디즈니 두준두준 보솜이 팝콘 에그타르트 뜌 희망이♥ 빠밤 고무고무열매 짐니찜니 아카짱 쿠마몬 박력꾹
동도롱딩딩 모찌모찌해
생각보다 빨리 돌아왔습니다.
네... 그래요... 저 성질이 매우 급해서요ㅠㅠㅠ
육아일기 역시 연하남과 비슷하게 에피스도 형식으로 이어집니다.
한 에피소드는 한 화에서 끝나는 그런 스토리에요. 이제 짤 찾는데 시간이 더더 오래걸리겠네요...
여주는 없어요. 말 그대로 윤기가 삼둥이를 키우는 그런 내용이에요.
모태솔로라는 말을 넣은 이유는 묘하게 사회성이 떨어지는..? (낯가림이 심한) 윤기의 모습을 나타낸 말입니다.
여주까지 넣으면 너무 복잡해질 거 같아서요.ㅎㅎㅎㅎ
암호닉 신청은 댓글로 받습니다.
연하남과 육아일기의 암호닉은 별개입니다. 육아일기 암호닉은 5화까지 받을 예정이에요.
연하남 암호닉은 연하남 10화에서 받겠습니다.
1화라서 좀 짧아요. 다음에는 조금 더 긴 에피소드로 찾아올게요.
댓글 달아주시고 암호닉 신청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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