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Take의 나비무덤을 주제로 쓴 글입니다, 감상하며 읽으셔도 좋습니다.
적막함이 감도는 차가운 공간에 날마다 발을 들이는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매일 한 손에 하얀 안개꽃을 사 오곤 합니다.
그가 이곳에 오기 시작한 지도 벌써 2년이 흘렀네요.
" 봉아, 오늘도 왔어. "
그는 늘 똑같은 곳에 서서 늘 똑같은 말을 합니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습니다.
그는 오늘따라 유독 버거워하는 것 같습니다.
허망한 웃음을 짓더니 늘 앉던 의자에 의지해 간신히 앉았습니다.
갈라진 목소리로 오늘도 그는 그녀에게 닿길 바라며 한 글자씩 내뱉습니다.
" 언제쯤이면 대답해줄 거야, 봉아... "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은 그가 이미 다 터져버린 입술을 또 한 번 괴롭힙니다.
" 왜... 말도 없이 그렇게 갔어... 너 진짜 치사해, 알고 있지?
너 나쁘다... 너 혼자 나 실컷 보려고 나 두고 그렇게 가버린 거야?
나는 너 못 보는데... 난 네가 안 보이는데... 넌 나 보고 있잖아... 그치... "
매일 예쁜 말만 하던 그가, 매일 싱그럽게 웃기만 하던 그가 오늘은 정말 무슨 일이 있는지 눈물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저마다 한 번씩 눈길을 주곤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지나갑니다.
" 오늘이 딱 2년째야, 내가 여기 온 시간이... 나는 매일 이렇게 너 보러 오는데 넌 어떻게 한 번을 날 보러 안 와주냐.
보러 오는 길이 너무 힘들어서 그래? 아니면 보러 오기가 싫은 거야?
나 이제 정말 버티기가 힘든데... 꿈에라도 나와서 안아주면 나 진짜 괜찮아질 것 같은데 왜 안 와...?
너만 본다고 너만 사랑한다고 약속했는데 나 자꾸 흔들려 봉아, 어떡하면 좋아 응? "
사진 속 해맑게 웃고 있는 그녀는 역시나 대답이 없습니다.
그가 갑자기 울리는 휴대폰을 바라보다 바닥으로 내던지더니 고개를 푹 숙이고 울음을 삼키려 노력했습니다.
어쩐지 오늘은 느낌이 안 좋습니다, 정말 무슨 일이라도 날 것 같은 그런 날이네요.
그는 이내 눈물을 그치고 결연한 표정으로 떠났습니다.
그리고 달려오는 차로 몸을 던졌습니다.
" 여기요! 사람이 치였어요! 누가 119에 전화 좀 해주세요! "
귓가를 때리는 사이렌 소리에 힘겹게 눈을 떠보지만 그마저도 힘든지 그는 포기한 듯 눈을 감아버립니다.
" 민규야, 뭐 해. 얼른 일어나! "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에 그는 용기 내 눈을 떠봅니다. 놀랍게도 그의 눈앞에 나타난 존재는 그녀였습니다.
" 봉이...? "
" 그럼 내가 누구야 바보야, 얼른 일어나. 우리 오늘 데이트 하기로 했잖아! "
" 네가 왜 여기 있어... 너 분명... "
" 너 무슨 꿈을 꾼 거야, 내가 뭐? 죽기라도 한 거야?
그녀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그가 재밌다는 듯 꺄르르 웃기 바빴습니다.
이내 그도 덩달아 그 예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손을 잡고 밖으로 향했습니다.
집 밖의 풍경은 똑같았습니다, 그녀가 떠나기 전과... 정말 하나도 변하지 않은 듯 보였습니다.
그녀가 떠나기 전에 해왔던 모든 일을 똑같이 했습니다. 두 눈을 마주 보며 밥을 먹기도 하고 그녀가 좋아하는 장르의 영화도 보고
그녀가 좋아하는 사진 찍기도 그녀가 좋아하는 쇼핑도 모든 걸 말이죠. 어느덧 해가 숨어버리고 그녀를 집에 데려다줄 시간이 됐습니다.
그는 무언가 이상한 느낌에 그녀를 보내지 않으려 애를 쓰고 또 애를 썼지만 그녀는 단호히 그를 내쳤습니다.
" 안돼 민규야, 이제 그만... "
" 그게 무슨 소리야 봉아. 나 지금이 너무 좋아, 나 너무 행복해. 난 너를 보게 돼서 너무 좋아. 다시 날 버리지 마. "
" 버리지 않을 거야, 난 늘 네 마음 속 어딘가에 살 거야. 민규야 이건 버리는 게 아니야. 이건 널 놓아주는 거야. "
" 너 왜 그래... 내가 아까 한 말 때문에 그래? 아니야 봉아 그건 정말 진심이 아니야, 너 말고 내겐 아무도 중요치 않아. "
그녀는 눈가에 빛나는 방울들을 잔뜩 매달고 그를 보며 아프게 웃었습니다.
" 우리는 지금 헤어지는 것이 아니야 민규야, 우린 그저 잠시... 서로 각자의 운명을 사는 것뿐이야. "
" 내 운명은 너랑 사는 거야, 다신 널 놓치고 싶지 않아. "
" 민규야 너 우리 매년 봄에 했던 약속 기억해? "
" ... 매년 같이 벚꽃 보러 가기. "
" 그래 그거, 근데 그 약속을 지키려면 봄이 돼야 지킬 수 있잖아. "
"... "
" 뜨거운 햇빛을 그대로 받아 가며... 가을의 선선한 바람을 맞아가며, 겨울의 차가운 눈에 묻혀가며 그렇게 봄이 되잖아. "
" 지금 그게 무슨 상관이야... "
" 그게 벚꽃의 운명이야, 그렇게 힘든 과정을 겪고 끝내 예쁘게 피었다가 바람에 날려 멀리 여행 가는 거. "
" 봉아... "
" 나는 지금 봄이 되는 과정을 겪는 것뿐이야, 너도 너 나름대로 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고... "
" ... 싫어, 너 없이 기다리는 거 싫어. 너 알잖아 나 기다리는 거 못 해. "
" 김민규, 민규야. 이제 진짜 얼마 안 남았어. 응? 잘해왔잖아, 잘하고 있어 지금도. "
" 그냥 나 내버려 두지 왜 갑자기 나타나서 나 못 참게 만들어 왜! 나 너 기다리는 거 지쳐, 지쳐서 죽으려고 했는데 이렇게 나타나버리면 어쩌자고! "
" 그래야 네가 다시 살 수 있을 테니까. "
" ... 뭐라고? "
그녀는 싱긋 웃어 보이더니 그의 손을 꼭 붙잡습니다.
" 꼭 기억해, 2년 뒤 벚꽃이 흐드러지게 펴 날아다닐 그날을. "
오랜 수술 시간을 지나 의식조차 없던 그가 드디어 의식을 찾았습니다.
옆에서 간호하다 잠든 가족들이 인기척을 느끼고 깨어나 눈물을 흘리며 그를 조심히 어루만졌습니다.
그가 아직도 손에 느껴지는 그녀의 온기에 헛웃음을 지으며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그는 밖을 바라보고 잠시 놀라더니 곧 애달프게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의식이 없던 그동안 어느새 봄이 되어 그녀가 말한 벚꽃이 흐드러지게 펴 날리는 그날이 된 것입니다.
그는 동생의 도움을 받아 아픈 몸을 이끌고 천천히.. 천천히 가장 크고 예쁘게 벚꽃을 날려보내는 나무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그 나무에 다다랐을 때, 마침내 그렇게 기다리던 그녀와 마주했고...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벚꽃 사이에 휩싸여그렇게 그녀와 함께 떠났습니다.
가족들의 슬픔 가득한 울음소리가 가득한, 가족들에게 절망만이 남은
그가 떠나던 그날 하얀 나비와 분홍색 벚꽃이 어우러진 모습은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답고 또 아름다웠습니다.
" 칠봉 , 벚꽃이 그렇게 좋냐? "
" 응, 난 벚꽃이 제일 좋아, 근데 꽃이면 다 좋아. "
" 그럼 내가 나비 할게. "
" 왜? "
" 그래야 네가 있는 곳에 언제든지 날아갈 테니까. "
" 뭐야... 그럼 너 꼭 하얀 나비 해. 그래야 잘 보여. "
" 알겠어, 봉아. "
" 사랑해. "
" 난 죽어서도 너 사랑할래. "
안녕하세요 봉봉들! 짧은 단편을 들고 온 작가입니다 하하!
사실 나비무덤 듣고 너무 쓰고 싶었던 주제인데 제가 똥손이기도 하고 쓰차 때문에 망설였는데 저질러버렸네요ㅠㅠ
아쉽게도 이번 편이 끝인 단편이에요ㅠㅠㅠ!
다음 글은 내가 ~를 좋아하는 이유 비하인드 스토리로 오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이번 편은 암호닉을 안 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