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은 듯 떨며 울먹이는 나를 보곤 지훈이는 자신의 두 눈을 마구 비비며 내게 외쳤다.
" 미안해, 미안하다. 봉아 내가 눈 병신 되더니 이제 머리까지 말을 안 듣는 것 같다. "
그런 지훈이의 두 손을 붙잡고 흐느껴 울었다.
제발 그만하라고 눈 다친다며 말리는 나를 가만히 안더니 이내 지훈이도 눈물을 삼키는 듯 등이 불규칙적으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했다.
밤샘 작업과 보이지 않는 눈 때문에 피곤함이 많이 쌓였던 건지 지훈이는 작업실 한 쪽에 놓인 간이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고 있었다.
그런 지훈이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쓰다듬다 어지럽혀진 작업실을 청소하려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그러다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점자책이었다.
아주 기초적인 것부터 자세히 설명돼있는...
점차 시력을 잃어가는 아티스트이자 프로듀서인 이지훈과 그의 연인인 칠봉이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찾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