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훈이가 탄 휠체어를 끌고 산책이나 가볼까 하며 병원 로비로 나섰다.
" 지훈아, 오늘 날씨가 너무 좋다. 그치? "
" 응, 그러게. 산책하기 딱 좋네. "
혹시나 싶어 던진 질문이었는데 지훈이의 대답은 나를 무너지게 만들기 충분했다.
병원 밖은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다.
" ... 지훈아, 지금 보니까 오늘은 좀 쌀쌀한 것 같다. 나중에... 날씨 더 좋아지면 너랑 나랑 손잡고 예쁜 것들 두 눈으로 보면서 산책하자, 응? "
" ... 그래, 그러자. "
휠체어를 잡은 두 손 가득 힘이 들어갔다.
여기서 내가 우는소리를 내면 지훈이는 얼마나 비참할까.
나는 강해져야 했다, 그리고 더욱 단단해져야 했다.
간만의 외출이 무산되고 지훈이는 힘이 빠졌는지 가만히 눈을 뜬 상태로 있었다.
어딘가를 응시하는 듯했지만 그 아이의 눈동자는 공허했다.
늘 맑은 무언가를 담고 있던 아이의 눈동자는 이제 버거운지 모든 것을 쏟아냈다, 그리고 텅 비게 됐다.
지훈이 곁을 지키고 있다 급히 피아노 연주를 부탁받게 되어 지훈이에게 설명하고 허겁지겁 병원을 나섰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눈까지 내려 교통체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필 지방에 잡힌 약속이라 이 상태론 오늘 내에 지훈이에게 갈 수 없었다.
지훈이 담당 의료진에게 전화를 해 사정을 설명하니 걱정 말라며 잘 말해주겠다는 말을 남기고 통화는 종료됐다.
그런데도 자꾸만 불안한 마음에 나는 지방으로 온 지 3일 만에 무리하게 병원으로 향했다.
눈이 고스란히 맺힌 채 지훈이부터 찾았다.
그런데 내가 왔는데도 지훈이는 예전처럼 나를 바라보지 못 했다.
혹시나 했다, 설마 그 3일 동안 무슨 일이 있으랴 그렇게 나를 달랬다.
지훈이에게 내딛는 걸음이... 점차 느려졌다.
" 지훈아, 나 왔어. "
" ... 봉이야? "
" 응, 나야... 지훈아 나 여기 있잖아. 여기 봐야지. "
" ... 거기 서서 뭐 해, 옆으로 와. "
" ... 이지훈 나 여기 있다니까, 왜 나 안 봐? 나 똑바로 봐봐. 응? "
" ... 미안해, 미안하다. 어디 있어 봉아, 어디 있는 거야 대체. "
" ... 지훈아... "
" ... 네가 먼저 나 좀 찾아주라, 미안해 미안해 봉아 내가 이젠 널 먼저 못 찾겠어... "
" 각막 기증 그거 하자, 응? 내 각막이라도 줄게. 지훈아 난 네가 다시 곡 만들 수 있고 나 바라봐준다면 그걸로 됐어, 응? "
" 미쳤어 그런 소리 하려고 온 거야? 네가 그런 선택하고 나면 내 마음은 어떨지 생각해봤어? "
그저 울 수 밖에 없었다.
숨이 턱 막힌 것처럼 간신히 울음 덩어리를 토해냈다.
지훈이는 더듬거리며 나를 찾으러 걸어왔다.
그런 지훈이를 그저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 칠봉, 나 지금 너한테 가고 있어. 나 잘 가고 있는 거 맞지. "
보이지 않을 너이지만 나는 고개만 연신 끄덕였다.
예전보다 시간이 걸렸지만 지훈이는 결국 내게 왔다.
"울지 마, 나 정말 괜찮아. "
" ... "
"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이런 내가 답답하겠지만 내가 먼저 너 찾을게. 무슨 일이 있어도 먼저 너한테 갈게 봉아. "
그날 밤 지훈이와 나의 서로를 탐하는 애틋한 행위는 계속됐다.
아침 식사를 받아와 한 입씩 지훈이에게 먹여주고 있으니 지훈이가 문득 내게 말문을 열었다.
" 봉아 각막 기증 그거... 그거 받을게. "
" 정말이야...? "
그렇게 물으니 지훈이는 살며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감사했다, 내 기도를 들어준 하늘에게 그리고 마음을 돌려준 지훈이에게.
숟가락을 놓고 지훈이를 꼭 껴안았다, 그리고 지훈이의 귓가에 속삭였다.
" 고마워, 너무 고마워. 우리 이제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 알았지? "
지훈이의 허락이 있기 전부터 나는 각막 기증자를 찾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꽤 빨리 기증자를 만났고 지훈이의 수술 날짜도 다가오고 있었다.
지훈이는 꽤나 담담했다, 실명이 됐을 때처럼. 아니 어쩌면 속으로 많이 울고 또 소리쳤을지도 모른다.
지훈이가 다시 앞을 볼 수 있게 된다는 생각을 하니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수술할 날이 됐고 지훈이는 내게 자신의 맥북을 주며 자신이 수술받을 동안 구경하라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는 순간까지 그 아이의 손을 잡았다.
어느새 수술실에 불이 켜지고 나는 덩그러니 혼자 남았다.
괜찮은 척했지만 나는 혼자가 되는 순간부터 애처럼 울기 시작했다.
그간 고생한 우리가 불쌍했고 버텨낸 우리가 기특해서.
버텨낼 수 있었던 이유는 하나였다. 그와 내가 함께여서.
조심스레 맥북을 켰다, 비밀번호마저 나와 관련된 숫자여서 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전에 봤던 배경화면은 정말이지 무언가가 꽉꽉 채워져있고 폴더마저 많았다. 그러나 오늘은 딱 한 폴더만이 자리잡고 있었다.
칠봉이라고 적힌 폴더를 눌러 들어가보면 꽤 많은 음악 파일들이 자리 잡고있었다.
지훈이는 오늘을 대비해 그 아픈 눈을 하고 조금씩 조금씩 작업을 했던 것이다.
멈췄던 눈물이 다시금 흘렀다, 첫 음악파일부터 듣기 시작했는데 듣는 파일마다 나와 비슷했고 혹은 우리와 비슷했다.
내가 마지막 파일을 눌렀을때 뜨는 것은 아까와는 다른 영상 파일이었다.
재상버튼을 누르자 약간은 쑥스러운 표정을 한 지훈이가 있었다.
나는 숨을 죽이고 지훈이가 하는 모든 말에 집중했다.
' 큼, 어 아... 봉아 안녕. 네가 이걸 볼 때 쯤이면 아마 내가 수술실에 들어가고 너가 혼자 남아 있겠지?
이거 봐, 내가 맞췄지? 우리 봉이 울고 있었지? 나 잘 버티고 나올게 울지 마. '
' 이런 거 한 번도 안 해 봐서 되게 쑥스럽네, 내가 진짜 칠봉 때문에 별 걸 다 한다.
너 벤츠남 만난 줄 알아라, 아오 결혼하면 내가 아침마다 계란말이 해달라고 조를 거야.
그래도 12첩 밥상 차려 달라고 안 하는 게 어디야? '
' 야 칠봉, 네 남편이 이렇게 멋진 사람이야. 알아? 아... 오글거려 ㅋㅋㅋ...
어... 자꾸 다른 길로 빠지는 것 같다, 뭐 어때. 너는 그래도 좋아할 거잖아 그치?
아주 그냥 이지훈이라면 정신을 못 차려요. '
' 어, 본론을 말하자면 그냥 내가 너한테 많이 고맙고 또 미안해서 이 영상을 찍게 됐어.
내가 진작 너한테 말했어야 할 일인데도 자존심 때문에 미리 말 못 해서 아프게 한 거 미안해.
난 그게 널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오히려 널 더 아프게 했던 것 같다. '
' 사실 처음엔 나도 많이 놀랐어, 화도 났고 또 눈물도 나더라.
내가 뭘 잘못했는데? 내가 뭘 그리 잘못했는데?
왜지? 왜 하필 나지? 한동안 이런 생각만 했었어.
난 아직 해야 할 일도 많고 아직 너랑 못한 것도 너무 많은데 진짜 억울했어. '
' 근데 그랬었던 내가 견딘 이유는 너야, 처음엔 내가 실명이 될 걸 알고 네가 떠나면 어쩌나 싶은 마음도 있었어.
내가 나쁜 놈이야 미안해 널 의심한 내가 진짜 바보 같다.
언제 네가 한 번 내가 만든 곡 듣고 우리 같다면서 좋아한 날 있잖아.
사실 그날 확실히 깨달았어, 네가 진짜 내 뮤즈라는 거.
너 데려다주고 내가 작업한 곡 모두를 들어 봤는데 아까 간 네가 계속 나랑 있는 느낌이 들더라. 신기하지? '
' 나는 있잖아, 봉이 네가 없으면 아무 것도 못 해. 곡을 만들 용기도 노래를 부를 용기도 안 나.
내 눈이 더 이상 안 보이더라도 난 너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어. '
' 근데 뭔가 억울하더라, 우리 결혼할 때 네가 웨딩 드레스 입은 모습을 직접 못 보는 것도. 나 빼고 다른 남자들은 다 볼 수 있다는 것도.
예쁜 봉이 계속 보고 싶어서, 그래서 결심한 거야.
이제 부끄러우니까 얼른 끝내야겠다. 나 나올 때까지 이 노래 듣고 있어. 제목은 Lieb Meine Muse. '
' 사랑해, 내 뮤즈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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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하후하 오랜만이에요 봉봉들!
다들 설 연휴는 잘 보내셨나요? 저는 그만 감기에 걸리고... (말잇못)
그것보다 내일이 드디어 콘서트라니... 넘나 독희독희해요ㅠㅠㅠㅠ
봉봉들 제가 나눔하기로 한 것 안 잊으셨죠?!!!
인디핑크 후드티에 청바지를 입고 독방봉 아대를 낀 키 작은 닝겐이 있다면 저를 속닥속닥 불러주세요!!
호칭 예시) 작가님!, 작가야!, 잘 들어 난쥉아!, 플오당합! 모두 다 됩니다^0^
소소하지만 많이 받아 가시구요!!! 오늘도 비가 오는데 내일은... 어찌될지...ㅠㅠㅠ
4시 쯤 도착인 저는 나눔 받는 것과 굿즈는 생각도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헤헤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암호닉 신청, 신알신 모두 다 감사히 받고 있습니다!
♥봉봉이들 명단♥
♥[뿌존뿌존/순제로/비둘기/원우야/유현/흰둥이/슈오/세하/고양이의 보은/무기/명호엔젤/수녕하트/들국화
뒷구름봉/코코팜/지유/뿌씅꽌/규애/이과민규/천상소/뿌라스/세봉아 사랑해/ 토마토/한라봉/봄나무/별/윤/경상도/지하/원우야밥먹자/아이닌/너구리
쎄봉/0526/봄지훈/가방님/바나나에몽/붐바스틱/또렝/챠밍/돌하르방/나붕/로운/담요/♡세봉부인♡/☆☆☆투기☆☆☆/키시]♥
혹시라도 빠진 봉봉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