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동-띵동-
해가 중천에 뜬 시간. 아직 미동도 없이 잠들어 있는 우리의 게이커플이 잠들어 있는 둘의 신혼집의 초인종이 울린다.
역시 아무도 반응이 없다.
띵동-띵동-
혹시 죽은 것은 아닐까. 어제 새벽까지 스케쥴을 소화한 백현은 그렇다치지만 국민남동생을 잠시 내려놓은채 설렁설렁 앨범 작업만 간간히 하는 도경수는 뭐가 그리 피곤한지
보는 이가 다 의문이다. 백치미있는 사람은 잠도 많은가.
띵동-띵동-
세번째 초인종이 울리자 그제서야 킹사이즈 침대의 바깥쪽에서 자고 있던 백현이 움찔-잠에서 깬다. 어제도 도경수가 자기가 바깥쪽에서 잘거라고 나대던걸 말리느라 더욱
피곤한 기분이다. 안쪽은 답답하다면서 아주 배째라는 식으로 몸을 침대에 붙이고 팩하니 백현을 노려보는데 그 모습이 귀엽기도하고 웃기기 짝이 없었다. 새벽까지 돈벌다
온 남편이 피곤함도 무릎쓰고 온 침대를 뒹구는 도경수를 위해 바깥쪽 자리를 자처했건만 눈치는 엿바꿔 먹은 도경수는 답답하다고 소리나 꽥-지르는 꼴이라니.
결국 하는 일도 없으면서 먼저 잠에 빠진 도경수를 안쪽으로 옮긴 백현은 거의 해가 뜨고나서야 잘 수 있었다.
진짜 도경수의 어머님이 존경스럽다. 저렇게 손 많이 가는 애를 어떻게 애기때부터 키우셨는지...
짜증스럽게 눈을 뜬 백현이 바로 옆자리를 확인했다. 저렇게 크게 울리는 초인종소리에 반응도 하지 않은채 하늘색 잠옷을 입고 입을 크게 벌리고 자는 모습이 보였다.
얼씨구-오른쪽 볼따구에 침자국까지 있다. 게다가 꼭 몸을 왼쪽으로 돌리고 자는 버릇때문에 왼쪽 머리와 오른쪽 머리의 환상의 떡짐 콜라보. 가관이구만.
그 모습마저도 사랑스럽고 귀엽다면 그건 필시 제눈이 잘못된 것인데. 백현은 도경수에게 코 꿴 자신을 탓하며 경수가 깨지않도록 천천히 침대에서 내려왔다.
거실로 나가 인터폰을 확인하니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띵동-띵동- 하지만 초인종 소리는 계속 들린다.
누가 장난을 치나...혹여 이소리때문에 곤히 자는 경수가 깰까봐 마음이 급해진 백현이 확인도 하지 않은채 현관문을 벌컥 열었다.
"왤케 늦게 열어!!!!!"
...넌 누구니...?
"타어가 이거 주려고 여기서 계속 기다려써!!!!"
타...어...?
조그마한 아이가 잔뜩 성이 난채 앞에 서있었다. 백현은 도무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대체 이 아이는 누구이며..왜 저와 경수의 신혼집앞에서 이리도 당당하게 문을 열 것을
요구한단 말인가. 백현이 여전히 아이가 건넨 카드를 손에 쥔채 멍하니 서있자 이제 아이는 알아서 집안으로 들어와 신발을 벗기 시작했다. 그런데 하나가 아니다.
셋이다.
아이가 셋이나 줄줄이 들어왔다.
그모습을 멍청히 서서 구경하던 백현은 그제서야 황급히 카드를 열어보았다.
[미션카드
이제 진정한 부부가 된 백현♥경수 커플!
두분은 실제 연인이기도 한데요, 그런 두분에게 시청자분들께선 이제 부부의 역할은 충분하다는 의견을 내주셨습니다.
자, 그럼 그다음은 뭘까요? 바로 부모가 되어 육아의 책임을 다하는 것인데요.
앞으로 일주일동안 눈앞에 도착한 천사 세명을 돌봐주세요!
아주 귀여운 삼형제죠?
그럼 두분의 활약 기대하겠습니다.]
망할...진짜 망할이었다. 한명도 아닌 세명을! 그것도 하루도 아닌 일주일을!! 대체 저 삼형제의 부모가 누군지는 몰라도 강심장이다 싶었다. 아니 나랑 도경수한테 애를
맡기다니...그것보다 자신은 경수 하나로도 벅찼다. 도경수 하나로도 매일이 너무 짧고 바쁘고 속끓이고 정말 애하나 키우는 심정이 이런거구나 했는데...거기다가 진짜
어린애 세명이라니...백현은 정말 울고 싶었다.
벌써부터 소란스레 거실을 돌아다니는 삼형제들을 바라보던 백현은 이제 본격적으로 소리를 지르며 뭔지 모를 놀이를 할 준비를 하는 아이들에게 조용히 말했다.
"..아이들."
"네!!"
"일단..조용히 좀..해줄래?저 방안에서 어떤 형이 자고 있거든."
"그래여??누군데여??"
"있어. 예쁜 형. 저 형 깨면 혼난다."
조용히 말하는 백현에 아이들은 겁을 먹었는지 쭈뼛대며 소파에 앉았다. 백현은 이마를 짚으며 그 앞에 섰다.
"그래...너네 일단 이름이 뭐야."
"저는 큰형!!루한 입니다!"
"저는 짜근형 레이 입니다!"
"난 타어야."
아까부터 저 카리스마 어린이는 말이 짧다. 게다가 마치 어린날의 저를 보는 듯한 저 시크함. 조금의 노란 싹수..리틀 변백현이다.
"근데여."
"어.."
루한이 작은 손을 들어 백현에게 말을 건다.
"형아가 아빠에여?"
아빠...생소한 단어에 백현은 조금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경수를 좋아하고 그에게 고백하고 연애를 하고 가상이지만 결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아이들에 대해서는
생각을 접었던 백현이었다. 그런데 아빠라니...이상하지만 나쁘지 않은 느낌이었다.
"...그..렇겠지...아빠."
"네 아빠. 근데 저 배고파여."
"레이!!레이도 배고파여!!"
"타어도."
백현은 정신이 없었다. 기본적인 재료들은 모두 냉장고 속에 있었지만 도무지 미취학 아동들에게는 무엇을 먹여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꿎은 야채들만
썰어대는 백현을 얌전히 기다리던 아이들은 이제 참기가 힘든지 백현의 다리에 매달려 칭얼대기 시작했다.
"배고파여...배고파...루한 배고파여..."
"...레이도...엄마...엄마 보고시퍼..."
"타어도."
아! 그때 백현의 머릿속을 스치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어린이 입맛 도경수가 환장해서 항상 냉장고에 사다놓지만 백현이 허락할때만 먹을 수 있었던 짜먹는 요구르트
짜요짜요 였다. 아주 딸기맛 포도맛 다 환장을 해서 있는대로 먹다가 배탈난 적이 한두번이 아니기에 철저한 변백현의 관리하에서 하나씩 맛볼 수 밖에 없는 도경수의 보물.
일단은 그거라도 입에 물려놔야겠다 싶었던 백현은 재빨리 냉장고에서 짜요짜요 세개를 꺼내 가위로 한번에 꼭지를 딴 뒤 아이들의 입에 차례로 물려주었다.
"일단 여기 앉아서 그거 먹고 있어. 빨리 밥 해즐게."
그러니까...
"아빠가..."
아빠...아빠....생소한 느낌인데 싫지는 않고..뭐랄까...
아주 좋은 느낌이다.
저렇게 식탁의자에 형제 셋이 쪼르르 앉아 자신이 물려준 짜요짜요를 빨고 있는 모습이라니. 귀엽다.
결국엔 계란과 간장을 이용한 볶음밥을 완성한 백현이 떨리는 마음으로 간을 봤다. 음..괜찮네. 만족한 백현이 곧 세개의 그릇에 조금씩 덜어 담고는 그릇 하나를 더 꺼내서
남은 볶음밥을 덜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매일 사먹는 밥을 먹는 둘이라서 경수는 특히 백현이 해준 계란과 간장을 넣은 이 볶음밥을 굉장히 좋아했다. 이제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 밥도 먹일 겸 경수를 깨워야겠다. 백현은 이제 빈껍질이 된 짜요짜요를 처량하게 빨고 있는 세형제 앞에 밥그릇을 하나씩 놓아주고는 수저도 하나씩 나눠주었다.
"먹고 있어. 예쁜 형 깨워가지고 나올게."
듣는건지 마는건지 삼형제는 이제 수저를 들고 삼일 굶은 걸인마냥 볶음밥을 흡입하고 있었다. 온갖 시크한 척은 혼자 다하던 저 강한 카리스마 어린이도 밥앞에서는 한낱
다섯살에 불과했다. 아직 리틀변백현이 되기는 자질이 부죽하구만. 조금 더 동심을 잃어야해.
침실에 들어서자 아까 백현이 나갈때 봤던 그자세 그대로 아직도 잠에 들어있는 경수를 발견한 백현이 침대에 살짝 앉았다.
"도경수."
그래, 한 번 불러서 일어나면 그건 도경수가 아니지.
"도경수. 이제 일어나."
아니 잠이 많다 많다 이렇게 많을 수가 있는건지..대체 활동기간에는 어떻게 일어나고 움직이는지가 의문이다.
"짜요짜요줄게. 일어나."
움찔-이제야 입질이 온다. 서서히 움직이는 도경수의 가는 눈꺼풀. 오호-그래 오늘은 짜요짜요 하나로는 딜이 안된다 이거지.
"밥먹자 이제. 일어나 경수야."
번쩍-밥먹자.와 경수야.의 합공 어택을 하고나서야 도경수가 완전히 눈을 떴다. 쉬운 놈.
"...밥?"
아..경수야.는 들리지도 않고 밥이 들리냐...하..이제 경수야. 약빨이 떨어진건가.
"어. 일어나 이제. 근데,"
"근데..?"
"집에 애가 생겼어."
"어?"
도경수가 요리고자라면 변백현은 설명고자랄까. 아주 이런것까지 커플로 잘맞고 난리다. 이런 운명게이들.
"그러니까..애가 들어왔다고."
오늘부터 우리에게 새롭게 주어진 미션이 어디에서 온지 모를 삼형제를 거둬 들여 일주일동안 잘 돌봐주는 것이라 아침부터 그 아이들이 미션카드를 들고 찾아 왔더라고.
그 아이들은 지금 내가 해준 밥을 먹고 있고 너는 이제 밖으로 나가 식탁에 앉아있는 그 아이들에게 자기소개와 인사를 한 뒤 오늘 하루 기 아이들과 짝짝꿍 잘놀면 돼.
왜냐하면 그 아이들 수준이 딱 도경수 너랑 맞는것 같더라.
이렇게 설명을 해도 백치미 넘치는 도경수가 이해할까말까이거늘...수능보다 어렵게 말하는 변백현때문에 백치미가 특기고 삽질이 취미인 도경수만 머리굴리느라 고생
중이었다.
애가 들어왔다니...변백현의 숨겨진 아이? 이새끼가 나모르게 어디다 씨부리고 다녔나? 뭐야..?그럼 애엄마가 애들을 문뒤에 두고 간거야? 이제 니가 키워 변백현. 이러면서?
그럼 나는? 나는 변백현과 헤어져야 하나? 싫은데...그럼 내가 키워?
상상의 나래에서 꺠어나지 못하는 경수때문에 백현은 결국 아까 제가 읽었던 미션카드를 경수의 손에 들려주었다.
"우와-그럼 백현이 너랑 내가 부모 되는거야?"
"..어. 일주일만!"
"와!!짱이다!!나 애기 진짜 좋아하는데!!백현아 완전 좋다 그치?"
글쎄..완전 좋을지 아닌지는 일단 나와서 봐 경수야. 내가 볼 땐 딱 너같은 새 세명이 더 늘어난 것 같은데...
씻지도 않은 얼굴로 입이 찢어져라 웃는 경수때문에 결국은 같이 픽-웃고 마는 백현이었다.
식탁에는 이제 밥을 다먹은 아이들이 멀뚱멀뚱 백현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까 백현이 한 말때문이었는지 지루해보이긴 했으나 시끄럽게 돌아다니는 행동은 보이지 않았다.
경수는 떨리는 마음으로 아이드링 앉아 있는 맞은편 식탁에 앉았다. 백현은 그 옆에 섰다.
"얘들아. 안녕? 나는 도경수야. 너희는 이름이 뭐야?"
아침 여덟시 사십오분이면 커다란 인형들이 춤을 추며 키가 큰다는 체조를 하는 프로그램을 은근히 챙겨보더니 저런 말투는 어디서 배운건지..
"저는 루한인데여!!큰형이에여. 얘는 레이고 짜근형이고 쟤는,"
"내소개는 내가 하게써. 나는 타어."
아주 벌써부터 주관이 뚜렷한 어린이였다.
"아, 그렇구나! 이름 진짜 예쁘다. 루한이 레이 타..어?"
"아니야. 타어야."
"..그래..그러니까 타어."
"안니야!!!타어라니까!!!!"
"..ㅇ...응?아..그러니까...타..어..."
저러다 도경수 울겠네. 백현이 혀를 차며 루한에게 정확한 이름을 물었다.
"막내의 이름은 타오입니다!"
"아...타오...그랬구나. 형아가 미안!"
웃으며 말을 하는 경수를 보던 루한이 질문했다.
"그런데 형아는 누구세여? 아빠가 말한 예쁜형이 형아에여?"
"...어?"
"어 맞아. 예쁜형이 이형이야."
"그럼 저의 엄마는여? 엄마는 어딨어여?"
아...음...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엄마..저희는 둘 다 남자였고 백현은 자연스럽게 제가 아빠니까 당연히 경수가 엄마겠거니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은 저 혼자만의
생각이었는지 아이들은 아직도 눈을 크게 뜨고 엄마를 찾고 있었다.
"...아...엄마...그러니까..."
당황하는 경수를 보던 백현이 아무렇지않게 말했다.
"이 형이 엄마야."
"녜?이 형아는 남자잖아여. 엄마는 여잔데..."
"이 형은 예쁘잖아."
"그런게 어디써!!!타어엄마는 여자야!!"
백현이 뭐라고 더 말을 꺼내려는 찰나 초인종 소리가 다시 한 번 울렸다. 감독인가 싶어 다가가 문을 연 백현은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안녕하세요?"
안녕이고 나발이고 이여자가 왜...
"저 아시죠?"
아니..알긴 아는데...왜 여기에 왔냐고.
"제가 오늘부터 일일엄마가 되기로 했어요! 두분 아빠를 도와서."
이건 또 뭔 개소리야....
찾아온 이는 주목 받는 신인걸그룹 맴버였다. 백현과의 스캔들로 어떻게 한 번 떠보려다 실패하고 개쪽을 당하고 실패한.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인스티즈앱 ![[EXO/백도] 우리 결혼했어요.(부제-남남커플의 첫출연)666666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6/d/b/6db3df94691c7282d1abbe87acb0c04d.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