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전원우] 잘 알지도 못하면서 (02: 새로운 호의는 매혹적이었다.)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1/31/9/c101ba6859a93c31c1147644b23d16cb.jpg)
잘 알지도 못하면서 ( 02: 새로운 호의는 매혹적이었다.)
ⓦ 동네 북
복잡했던 하루 일과를 떠안고 집으로 도착했을 때, 공허함만이 반기는 적막은 생각보다 반가웠다. 원체 시끄러운 걸 싫어해서 일 수도 있고, 혼자 있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 일 수도 있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을 접했던 오늘을 돌이켜보니 후회가 조금은 떠밀려왔다. 아, 이 성질머리를 고치던가 해야지. 그러면서도 또 떠오르는 생각은 아까 그 재수 없는 계집애한테 더욱 큰 한 방을 날리지 못한 후회였다. 꼭 누군가와 싸우고 집에 돌아오면 그제서야 더 엿 맥일 수 있는 말들이 뒤늦게 떠오르곤 했다. 참 묘한 일이야, 그때 생각났으면 시원하게 원펀치 강냉이를 날릴 수 있던 기회였는데! 여간 다사다난한 하루가 저물어 갈 쯤엔 내일이 오는 게 매우 싫어졌다. 아 이런 느낌도 고등학교 이후로 새삼 오래간만이네. 항상 트러블을 일으켰던 고등학생 때와는 달리, 대학교에 들어와선 나름대로 조용히 지낸다고 지낸 건데 또 고등학교 때 상황과 별반 다를 것 없어 골머리를 앓았다. 그 때도 처음엔 이랬었지. 이유도 흔적도 모를 소문이 넓게 넓게 퍼져서 굉장히 여기저기 치이면서 살고, 자존심에 필터링도 거치지 않는 말들을 내뱉고 또 나만 잘못한 양 교무실에 끌려가고 생지부에 끌려가고, 담임한테 끌려가고, 얼굴도 이름도 모를 선배한테 끌려가서 뒤지게 욕 먹고, 후배한테 온갖 쌍지랄을 다 받고. 아아, 그나마 그때는 권순영이 있어서 많이 도움을 받았었는데 이젠 유일한 권순영도 없다는 말이다. 그냥 오늘 밤이 안 갔으면 좋겠다 하는 어린 애 같은 생각이 들었다.
![[세븐틴/전원우] 잘 알지도 못하면서 (02: 새로운 호의는 매혹적이었다.)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1/31/21/ea4337bb824640e92bd39cf6b6bad887.jpg)
" 안녕, 성이름."
" … …. "
나는 누군가의 이유 모를 호의가 상당히 두려웠다. 더군다나 한바탕 소란이 일어난 뒤라면 더더욱 말이다. 매번 그랬었다. 호의에 손을 내밀면 언제나 비수가 되어 돌아오기 일수였다.
한 번은 고등학생 때 호의를 내밀어준 애의 문자를 받고 대강당으로 가는 도중 화분을 위에서 떨어뜨린 애도 있었고 ( =권순영이 그 쪽 주변에 있어서 나한테 소리쳐서 피함. 범인은 호의를 내민 애.) 또 한 번은 나랑 한동안 친한 척 지내다가 날 엿 맥이려고 내가 지 남친을 꼬셨단 별 지랄을 떨은 애도 있고 ( =권순영이 나서서 해결. 결론은 남자친구는 없었던 애.) 또 한 번은 남자 애가 호의를 내밀었었는데, 이 새끼가 나를 완전 걸레 취급을 하는 건지 계속 성희롱과 함께 별 지랄을 하려고 했던 적도 있고 ( =권순영이 아주 풍미박산을 내놓음. 이 새낀 강제전학 처리.) 여간 이런 상황이 자꾸만 반복되니까 호의라는 것에 불신이 생겼었다. 특히 남자라는 생명체는 더더욱 사절이었다. 차라리 여자애들은 대부분은 욕으로 시작해서 욕으로 끝내는 일이 많았지만 남자 애들은 신체 접촉과 더불어 불쾌한 기분을 만들고 그 덕분에 소문은 더 더럽게 날로 발전하고, 그 덕에 이상한 애들은 또 꼬여만가고, 여튼 그래서 남자를 굉장히 싫어했다. 물론 권순영 빼고 말이다. 권순영을 제외한 남자는 내게 전부 쓰레기로 매겨질 뿐이었다.
근데,
왜,
또,
그 호의가,
남잔데?
![[세븐틴/전원우] 잘 알지도 못하면서 (02: 새로운 호의는 매혹적이었다.)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11/14/19/aa52cad089f40695c8c9e6c71796f740.jpg)
" 이쯤되면 대답 한 번 쯤 해줄 수 있지 않나. "
" … 의도가 뭐야, 너. "
" 뭔 의도? "
" … … 그냥 순수하게 나랑 친해지고 싶은 거라고 쳐도 난 싫어. 너 같은 애들 수두룩히 봐서 아는데 네가 내미는 게 호의가 아니라 불의가 되는 건 너 의도가 그렇지 않아도 결국 그렇게 되니까 웬만하면 그만 좀 보자. "
" 싫으면? "
" … … . "
오늘 시간표가 좀 빽빽한 덕에 안 그래도 피곤했는데, 아침부터 졸졸 따라다니면서 친해지자면서 번호 좀 달라는 말만 되풀이 하는 전원우 덕에 피곤함은 2배가 됐다. 입을 꾹 다물고 있어도 옆에서 쫑알거리는 게 도통 짜증이 나는 것이 아니였다. 아, 아, 스트레스. 생긴 건 되게 조용할 것 같이 생겨가지곤, 말 되게 많네.
" 그냥 친구 좀 해줘. 친구 하나 정도 생기는 건 상관 없잖아. "
" … 넌 내가 불쌍해? "
" … … . "
" 그래서 그러는 거면 상관 없어, 난 혼자 있는 상황이 더 익숙해. "
" 넌 네가 불쌍해? "
" … …. "
" 난 너 별로 안 불쌍한데. 어제 너한테 호되게 당한 걔가 차라리 더 불쌍하지. "
" …. "
" 그리고 나 너랑 친해지려고 하는 거, 순수한 의도 아닌데, 되게 불순한 의도야. "
" … …. "
" 남자가 아침부터 번호 달라면서 친해지자고 하는 게 순수한 의도겠냐, 병신아. "
도무지,
이런 낯선 호의는
거절 할 수 없을 만큼이나
매혹적이었다.
어떻게 해야하니 이런 상황…,
아, 아, 순영아.
날 보고 있다면 정답을 알려 줘!
![[세븐틴/전원우] 잘 알지도 못하면서 (02: 새로운 호의는 매혹적이었다.)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12/12/16/eec4cc35c573abfe9dd7c6fd36bda4c0.jpg)
- 그래서, 결론이 뭐야. 번호를 줬다고 안 줬다고?
" 안 줬지. 그냥 거기서 등 돌리고 나왔어.
- 안 준게 아니라 못 준 거겠지, 븅아. 너 거절 하기 싫을 때 피하잖아.
" … 아 몰라, 난 누가 나한테 호의 베푸는 게 제일 어렵다고. 혹시나 하게 되잖아. "
- 잘생겼냐?
" 너보단. "
- 그럼 우주 최강 미남이네.
" 지랄. "
권순영은 어릴 때부터 공부를 꽤나 잘했다. 그래서 원하는 대학 빠르게 붙을 수 있었는데 그래놓고 새끼가 붙은 학교를 갈지 말지 고민을 했었다. 그 이유가 또 트러블을 몰고 다니는 내 덕에 학교를 낮춰 갈까까지 고민을 했던 비정상적인 놈이었다. 이걸 착하다고 해줘야 할지 의리있다 해야 할지, 아주 븅신에 븅신이라고 할지 난감한 수준이었다. 내가 쌍욕을 퍼붓고서야 원하던 대학으로 들어갔고, 그게 또 미안하고 한편으로 불안했는지 항상 하루에 한 번은 전화를 해야 맘이 놓인다고 했다. 뭐 어떻게 보면 좀 연인사이 같기도 하겠지만 전혀, 진짜 전혀, 전혀 아니였다. 저스트 프렌드.
아 맞아, 예전에 권순영도 내가 왕따 아닌 왕따를 당할 때 호의를 내민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솔직히 그래서, 그간 내밀어진 호의를 쉽게 못 밀쳐낸 것도 있었다. 혹시나, 권순영 같은 사람이 한 명 쯤은 더 있지 않을까. 하는 어림 없는 기대 때문에.
" …근데, 번호를 주고 싶긴 해. "
- 착한 거 같아?
" 그건 모르겠고, 그냥 온종일 쫓아다니는 게 너 같아서. "
- 개 같다고?
" 어. 진심. "
- 그럼 내 번호 주던가.
" … 네 번호? "
- 내가 한 번 통화해보고, 괜찮은 거 같으면 연락 해. 일단 나한테 허락을 맡은 다음에.
" 네가 내 아빠냐? "
- 솔직히 너한테 난 아빠 아니냐?
" 착각은 사절. "
- 됐고, 내가 이래서 대학 너랑 같은 곳 가려고 했던 거라고.
" 그래서 아주 행복하게 소개팅을 밥 먹듯 나가신다고요? "
- … 닥쳐, 내일 만나면 일단 내 번호 줘봐.
" 뭐, 일단 네가 하라니까 하는 거다? "
- 핑계는 사절. 뭐 여튼 오늘은 네 학교 애들이 괴롭히진 않았어?
" 귀찮은 놈이 붙은 덕분에, 수근거리는 건 있었는데 시비 거는 건 없었어. "
- 쓸만한 놈이네.
" 너랑 비슷한 거 같아. 다른 의미로. "
권순영과 처음 만났을 땐, 사람과의 관계가 지쳐서 온종일 친해지자며 따라다닌 권순영을 몇 번이고 쳐냈는데 어느 날 대뜸 내가 다칠 뻔 할 때, 내게 와서 무작정 화를 냈었었다. 그게 아마 중학생 때였는데, 여자 애들이 분리수거 장 쪽으로 불러서 갔는데 온갖 욕설을 퍼붓고 밀치고 난리 법석을 떨고 있는데 권순영이 놀란 눈으로 와서 나한테 화를 냈었다. 여자애들은 눈치를 보며 자리를 떴고, 권순영은 왜 여기서 맞고 있냐며 화를 냈었는데, 당시엔 난 잘못한 것도 없고 욕 먹고 당하는 데 가해자인 여자애들은 보내고 난 혼나고 있어서 서럽게 눈물을 토했었다. 누군가의 앞에서 운다는 것이 굉장히 생소했고, 권순영도 그제서야 내게 미안한 눈빛을 전했었다. 서투르게 안아주면서 달래줬고, 그 와중에도 권순영은 진짜 애절한 목소리로 너 나랑 친구하면 안 돼…? 라는 말을 했었다. 아마 그렇게 내가 당할 때마다 꾸준히 내게 다가올 때 난 권순영에게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었었다.
그리고 내게 권순영은 언제나 아빠였고, 가족이었고, 유일한 친구였다. 권순영의 호의를 거절하고 거절해도 권순영은 언제나 똑같이 손을 내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래서, ' 호의 '라는 것에 대한 환상이란 좀처럼 사라질 기미는 없었다. 이제는 좀 그만 포기할 때도 됐음에도 난 마지막으로 그 호의를 받아보기로 했다.
아마 이건 전원우의 낯선 목소리가 날 홀렸음이 틀림 없었다.
말 |
안녕하세여! 빨리 와야지 하고 하다가 어제 펑펑 놀다가 오늘 오네요! 처음 써본 글인데 예쁜 댓글 달아주신 분들 전부 감사해요(ㅠㅠ) 전부 과찬들 뿐이라서 쑥스럽고 감사했습니닷. 그리고 오늘 편 너무 '호의'만 주구장창 써댄 거 같아여... 이러다가 노이로제 걸릴 지도 모를만큼 원우 분량보다 호의란 단어의 분량이 더 큰 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 아무리 생각해도 오늘 편은 노답이네여! 그리고 순영이의 첫 등장! 순영이는 진짜 여주한테 아빠 같은 존재예여. 서브남이 될지 안 될지는 저도 아직 정하지 못한 거 같아여... 일단 원우와의 이야기부터 차차 쓰고 싶네요! 튼 오늘도 모난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댓글 달아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려요 ♡ 댓글 다시고 소중한 포인트 돌려받으세요! |
♥ | ||
[원우야밥먹자] [쎄봉교] [호시크린] [규애] [햇살] [헬로봉쥴] [원우설♡] [로운] [챠밍] [환청] |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고윤정, 대학내일 표지 모델하던 시절.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