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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쾅.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두 번 났다. 그 사람이다. 여주는 거실 바닥에 뉘였던 몸을 일으키고 바닥에 굴러다니던 돈뭉치를 주섬주섬 챙겨 손에 쥐었다. 여주는 현관문을 밀어젖혔다. 현관문은 잠금장치가 망가져 제 구실을 못하게 된지 오래다. 현관문이 이 꼴인데 대문은 오죽하겠나. 잠겨있지도 않은 대문, 몸 들이밀면 그만인데 그 사람은 매번 문을 두드렸다.

 

 

 

 

끼이익-

 

 

 

 

대문을 여니 쇠 긁는 소리가 났다. 문 밖에는 역시 그 사람이 있었다. 오늘도 그는 까만색 정장이었다.

 

 

 

 

“돈.”

“여기 있어요.”

 

 

 

 

남자는 여주에게서 돈을 받고선 그 자리에서 한 장 한 장 세기 시작했다. 여주는 그런 그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40이네.”

“많이 모자라요?”

“어림도 없지.”

 

 

 

 

남자는 한숨을 쉬었다. 그는 가져온 흰색 봉투에 돈을 넣고는 자켓 안주머니에 그것을 쑤셔 넣었다. 남자는 말없이 뒤돌아섰다. 주차해놓은 차에 올라탄 그가 저 멀리 사라졌다. 여주는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한참동안이나 바라보다가 대문을 닫았다.

 

윤기는 거칠게 차를 몰았다. 모자란 돈을 충당하는 것은 다른 빚쟁이들에게서였다. 온갖 잔인한 방법으로 그들을 벼랑 끝에 몰아세웠다. 멍청한 짓이었다. 그는 사사로운 감정에 휘말려서는 안 되는 위치였다. 윤기는 그 안일한 행동에는 결국 후폭풍이 따를 것이라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쉽게 그러질 못했다. 여주를 눈앞에 마주하게 되면 머릿속이 멍해졌다. 그것은 사사로운 감정이었다.

 

차는 여주의 집만큼이나 허름한, 혹은 더 허름할지도 모르는 집 앞에 멈춰 섰다. 윤기는 뻐근한 목을 한 바퀴 빙 돌렸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광경에 동정심이 울컥 차올랐지만 그는 다시 악독해질 준비를 했다.

 

 

 

 

콰앙- 콰앙- 우당탕-

 

 

 

 

금방이라도 떨어져나갈 것만 같은 문을 발로 찼더니 예상대로 경첩은 순식간에 부서졌다. 대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어렴풋이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대문이 나가떨어진 집안은 분주해졌다.

 

 

 

 

“김창식-!”

 

 

 

 

윤기가 빚쟁이의 이름을 부르며 비좁은 마당으로 들어섰다, 현관문 앞에 섰다, 문고리를 쥐었다. 그것은 부드러운 마찰음을 내며 손쉽게 돌아갔다. 문을 잠그지 않은 것이다. 빚쟁이는 똑똑한 편이었다. 문을 잠가도 결국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뚫릴 문, 문을 잠그고 왜 열어주지 않았냐며 윤기에게 얻어맞는 편 보다는 낫다고 생각했음에 틀림없다. 윤기는 망설임 없이 그 안으로 들어섰다. 신발은 물론 벗지 않았다. 자신을 반기지 않는 집주인에게 예의를 차릴 필요는 없었다.

 

 

 

 

“아저씨 누구에요?”

 

 

 

 

거실이 아닌 방 쪽에서 들려온 목소리였다. 낯선 손님의 등장에 호기심이 발동했는지, 그의 부모가 절대 열지 말라고 했을 방문을 거리낌 없이 열어버린 여섯 살 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의 질문이었다. 거실에 있던 부모는 기겁하며 소년에게 손짓했다. 얼른 들어가, 들어가라며.

 

 

 

 

“백.”

 

 

 

 

윤기의 말에 중년 부부의 얼굴빛은 조금이라도 남아있던 생기마저 잃었다. 늙은 여자는 파리하게 입술을 떨며 말했다.

 

 

 

 

“저, 저번에 칠십이면 된다고….”

“그 칠십은 일주일 전까지였어. 약속 못 지켰잖아?”

“하지만 갑자기 그렇게 올려버리면,”

“그래서. 못 주겠다는 거야?”

 

 

 

 

윤기가 남자의 손에 들린 봉투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윤기의 눈가가 비틀렸다.

 

 

 

 

*

 

 

 

 

윤기는 피 묻은 손을 툴툴 털며 다 무너져가는 집을 나왔다. 손끝으로 집어든 봉투에는 돈 뿐만 아니라 패물 또한 들어있어 꽤나 묵직했다. 행패를 부리지 않았으면 끝까지 숨겼을 것이다. 빚에 쪼들리는 사람들치곤 앙증맞은 발상이었다. 어떻게 아직까지 이걸 숨겨둘 생각을 했지? 윤기의 입가가 비틀렸다. 윤기는 차가 주차되어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그는 바닥에 선혈을 뚝뚝 흘리며 제 자취를 남겼다. 그의 몸에 묻은 피는 모조리 그의 것이었다.

 

회사로 돌아가려던 윤기는 핸들을 돌려 여주의 집으로 향했다. 여주가 보고 싶어졌다. 그녀의 집 주변에 차를 멈춘 윤기는 떨리는 손으로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꼴에 남자라고 마음에 드는 사람 앞에서는 잘 보이고 싶은 것이었다.

 

흰 붕대가 둘둘 말린 손이 대문에 닿았다가 금세 떨어졌다. 허공에 머문 손이 주먹을 쥐었다. 윤기는 주먹 쥔 손을 떨어뜨렸다. 오늘은 그냥 돌아가야겠다. 그렇게 결심했으나 막상 발걸음을 떼기가 아쉬워 그 주위를 서성거렸다. 낮은 담 너머로 그녀의 집 현관문이 보였다. 까치발을 들어 밝게 불이 켜진 집을 보고난 뒤에야 윤기는 등을 돌렸다.

 

 

 

 

끼익-

 

 

 

 

문이 열리는 소리에 윤기는 별다른 반응 없이 그저 뒤를 돌아보았다. 여주가 거기에 있었다. 윤기는 한걸음, 한걸음 여주에게로 다가갔다. 윤기는 그녀의 얼굴을 찬찬히 살피다 입을 열었다.

 

 

 

 

“다시 올게.”

 

 

 

 

윤기는 그렇게 말하고는 등을 돌렸다. 여주는 다급한 목소리로 그를 불러 세웠다.

 

 

 

 

“윤기씨.”

 

 

 

 

여주의 목소리에 윤기는 고개를 돌렸다.

 

 

 

 

 

“손은… 다친 거예요?”

 

 

 

 

그녀의 물음에 윤기는 제 손을 내려다보았다. 여주가 걱정을 하면 다쳐도 다친 것이 아니게 되었다. 걱정만으로도 그녀는 내 아픔을, 그녀는 나를…. 윤기는 시선을 여주에게로 옮겼다. 걱정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말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당신의 걱정이 필요 없다고. 나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악한 사람이라고. 그러나 그렇게 말하지 못했던 것은 그녀의 걱정에 기분이 좋아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구차한 민윤기 인생의 유일한 피난처였다.

 

 

 

 

*

 

 

 

 

며칠이 지났다. 여주는 집 안을 청소하다 말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걸레를 든 손이 힘없이 툭 떨어졌다. 여주는 숨을 몰아쉬었다. 머리가 핑 돌고 눈앞이 하얘졌다. 며칠사이 통 제대로 먹지 못했던 것이 원인이었다.

 

가끔씩은 자신을 혼자 버려두고 죽어버린 부모가 미웠다. 자신에게 빚을 떠넘긴 느낌이 들었다. 상속된 빚은 덫이었다.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면 칠수록 그 덫은 자신의 발목을 잡아끌어 결국엔 숨통까지 조이기에 이르렀다. 그 악순환에 지쳐 여주는 정말로 죽기 직전에 이르러서야 몸부림치기를 그만두었다. 더 이상 파고들지 못하게, 이대로라도 목숨을 연명할 수 있게.

 

 

 

 

쾅쾅.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두 번 났다. 또 그 사람인가? 여주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콰앙- 우당탕- 탕-

 

 

 

 

대문이 무너졌다.

 

여주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시선이 흔들렸고 가슴은 쿵쾅댔다. 덫에 걸려 이미 치명타를 입은 사냥감에게 남은 것은 가만히 누워 죽음을 기다리는 것뿐이라는 사실을 그녀는 너무 늦게 깨달았다.

 

 

 

 

 

덫에 걸린 가여운 사냥감은 곧 죽는다.

 

 

 

 

 

 

 

 

 

-

 

 

 

 

다음주에 올리려던거 였는데 설 연휴 기간에는 업뎃을 못할 것 같아서 지금 올립니당 덕분에 분량이 똥..

이런거 한번 써보고싶었어요... 하앍

제가봐도 많이 부족한 글이라 혹시 이해 안되시는 부분 있으면 질문해주세요ㅠㅠ

정국이랑 몸 바뀐 썰은 하루만 더 기다려주세욤

 

글 올리는 도중에 오류나서ㅠㅠ 삭제했다가 다시 올려요 구독료 내셨던 분 있으시다면 정말정말 죄송합니다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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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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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몸바뀌는거고싶른데ㅜ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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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아까 들어왔다가 갑자기 글이 사라져서 매우 놀랐어요ㅋㅋㅋㅋ와 그래도 분위기 있는글을 보게 되서 매우 좋네요(사실 저번글과 너무 분위기가 달라서 같은 작가님 맞는지 확인했답니다ㅋㅋㅋ) 오늘도 잘보고 가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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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딸기마카롱이에요 ... 경악... 저 작가님 아닌 줄 알았자나여... 댑악.. 분위기 짱이에요 ㅜㅜ 전 이런글도 좋답니다!!! 다음편도 기다려도 될련지...? 크크 잘 보고 갑니다~~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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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비비빅이에요! 와...정국이 글이랑은 또 분위기가 다르네요대박...아련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ㅠㅜㅜ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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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엌 분위기 장난아니네여 마지막에 여주집에 윤기말고 다른사람 온것같은데 불안불안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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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감귤쓰 와 분위기 쩔어요 진짜 뭔가 아련아련해요 둘다 내가 지켜주고 싶어..!저는 작가님 글이라면 다 좋아용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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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헐 이게 무슨..작가님 문체 너무좋아요 작가님 작품일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와..넋 놓고 보ㅓㅆ네요 감사합니다 이렇게 올려주시니..허어ㅓ렇아직도 멍해요 작가님 잘 보고갑니다!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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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와 정국이 글이랑 분위기가 달라요!!!!!!!!! 엄청!!!!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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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9
헐헐헐 이게 뭐람 ㅠㅠㅠㅠㅠㅠㅠㅠ 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 분위기 봐요 .......ㄷㄷㄷ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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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0
분위기가 많이 바껴서 놀랐어요!!!! 우와 이거진짜재밌겠어요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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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1
헉 이게 뭐람... 분위기 아주 달라요 헐 아 윤기 너무 발린다 잘 보고 가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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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2
신작알림인데처음보는작품이라 응? 하고들어왓는데 너무재밋자나여!!!!!!! 설연휴잘보내시구 폭풍연재해주세여!!ㅎㅎㅎㅎㅎ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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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3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라온하제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새로운 작이네요! 재밌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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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4
이런글도 언제든환영입니다!! 앞으로계속언재해주시길♡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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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5
암호닉[밍]으로 신청해요(찡긋)
작가님 어떤장르든 잘쓰시군야
작가님을 워더햐갑니다♥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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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6
암호닉 신청해도 될까요?ㅠㅠㅠㅠ
[맹공자] 로 신청할게요 와 분위기 핵 발입니다...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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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7
헐 뭐예여 분위기 반전...일단 신알신하고 다음글읽으러 갑니다 (찡긋)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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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8
하악 완전 대박인 거 아닙니까? 작가님 사랑합니다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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