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열일곱 유치원입니다! 07
(부제: 소풍에 가다上)
2015년 4월 중순.
4월보다 훨씬 따뜻해진 날씨덕에 너는 때 아닌 춘곤증이 생겼어.
점심 먹고 양치질하다가도 눈이 감기고, 풀칠하다가도 눈이 감기고, 심지어 낮잠시간에 너도 아이들 옆에서 같이 잠에 들기도 했지.
승철쌤이 사슴반 앞에 지나가시다가 책상에 엎드려 잠이 든 정한쌤과 석민이와 명호 사이에 누워 잠이 든 너를 보고
교실 안으로 들어와 두 선생님에게 담요를 덮어주었다는 얘기를 지수쌤한테 들었을 정도야.
원장실에는 사슴반 정한쌤과 토끼반 지수쌤, 그리고 다람쥐 선생님인 너와 원장선생님이 모였어.
원장선생님께서 입을 떼시려는데 승철쌤이 문을 열고 들어오시며 아이들에게 잠시 놀이시간을 주었다고 말하고 너의 옆에 착석했어.
너는 승철쌤과 간단하게 목례를 한 후 원장선생님을 쳐다보았고 선생님은 드디어 말을 하셨지.
"열일곱 유치원 소풍 날짜를 잡기 위해 모였어요."
작년에는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안타까운 사건으로 인한 원생들의 안전때문에 아이들과 유치원 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었어.
그렇지만 올해부터는 아이들과 유치원 밖으로 나가 자연과 함께하며 추억을 쌓아주고 싶다는 말씀을 하시며
이번 소풍에서 열일곱 유치원아이들과 선생님들이 가게 될 곳은 어린이대공원이라 하셨어.
여차저차 회의를 진행해서 날짜까지 모두 정해졌고 가정통신문까지 모두 인쇄가 끝났어.
2015년 5월.
드디어 아이들과 네가 손꼽아 기다려온 현장체험학습의 날이 밝았어.
데이트를 나가는 기분으로 옷을 꺼내입다가 치마를 입어버린 너를 발견하고 얼른 바지로 갈아입었지.
머리도 단정하게 포니테일 스타일로 올려 묶고 간단하게 흰 티와 청바지로 입고 걸칠만한 가디건을 가방에 챙겨 집을 나섰어.
놀러간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이들의 안전이 우선이기 때문에 들뜬 마음을 조금 가라앉히며 유치원에 도착했어.
이미 안에는 원장선생님과 정한쌤이 도착하셔서 가볍에 담소를 나누고 계시길래 너는 밝게 인사를 드렸지.
"안녕하세요~ 저 왔습니다~"
"어, 안녕하세요. 칠봉쌤-"
너의 인사를 받아주신 정한쌤은 자신의 옆에 있던 의자를 빼 주셨고 너는 자연스레 그 자리에 앉으며
오늘 너무 기대된다는 말을 했고, 두 선생님은 너를 보며 웃음을 보이셨어.
애들보다 더 신나하는 거 아니냐면서 누가 선생님인지 모르겠다고 말씀하시던 원장선생님께서 전화를 받으시더니 잠시 밖으로 나가셨어.
원장실 안에는 정한쌤과 네가 단 둘이 남아있었지.
"머리 묶은 거. 잘 어울리네요."
다른 곳을 보고있다가 원장실안에 울리는 정한쌤의 목소리에 너는 옆을 돌아봤어.
'감사합니다..!'하고 인사를 한 너는 괜히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면서 시선을 돌렸어.
연극수업 이후로 정한쌤을 가까이서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정말 잘생겼다는 걸 또 한 번 몸소 느꼈지.
어색한 공기가 흐르던 중에 원장실 문이 열리고 승철쌤과 지수쌤이 함께 들어오셨어.
인사를 나누고 너와 마주보는 자리에 앉은 지수쌤이 너에게 물었지.
"오, 칠봉쌤. 오늘 완전 예뻐요."
예쁘다는 말을 오늘 두 번이나 들은 너는 볼터치를 안 했음에도 불구하고 볼이 복숭아처럼 익었어.
괜히 열이 올라서 부채질을 하며 '아니에요~ 고마워요~'하고 능구렁이처럼 답했지.
그러자 승철쌤이 웃으시며 자주 그렇게 묶으라는 말을 하셨고 너는 똑같이 웃으며 알겠다는 말을 건넸지.
너는 머리도 다시 묶을 겸,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오겠다고 하고 가방을 놔둔 채 원장실 밖으로 나왔어.
*
시간이 지나 아이들이 모두 등원을 마치고 각 반에서 안전교육을 실시했어.
너는 제일 어린 토끼반을 집중적으로 담당하기로 했지만 보조 선생님이라 다 담당하게 되었지.
토끼반에서 안전교육을 듣기 위해 지수쌤과 같이 교실로 들어가자 아이들이 '우아~'하며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질렀어.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너 정말 인기 많은가봐...
"모르는 아저씨가 '까까사줄게. 아저씨랑 가자!'하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하고 지수쌤이 아이들에게 물어보자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반응들을 보였어.
너와 지수쌤 가까이 앉아있던 승관이가
"죠아!"
하고 대답하며 웃어보이자 지수쌤은 '안 돼요 해야지!'하고 승관이에게 가르쳐주었어.
승관이가 고개를 몇 번 끄덕이더니 다시
"앙! 대! 요!"
하고 대답하며 혼자 까르르- 웃었어.
아마 너 처럼 소풍가는게 신이 나서 그러는 건지 평소보다 훨씬 기분이 좋아보였지.
그렇게 불안하지만 안전교육을 모두 마치고 유치원 밖에 준비된 노란 유치원 버스에 아이들을 태웠어.
아이들과 선생님이 기사님께 인사를 한 후 아이들의 안전벨트를 하나 하나 채워주고
인원 수를 여러 번 파악한 후에야 어린이대공원으로 출발 할 수 있었지.
*
맨 앞자리에는 멀미를 하는 영희와 원장선생님이 같이 앉았고 그 뒤로 앉고 싶은 친구끼리 같이 자리에 앉았어.
그래서인지 반 끼리 앉지 않고 섞여서 앉은 친구들도 있었어.
너는 '어디에 앉을까-' 생각하며 두리번거리다가 누군가 너의 손을 톡톡 건드리길래 네 손을 내려다보자
'다람지 선생님, 저랑 앉으면 안대여?'하는 원우가 보였고 너는 씨익 웃으며 '그럴까?'하며 원우의 옆 자리에 앉으려던 찰나
'다람지 선쌔미!!! 저랑 안자여!!'라고 소리를 지르던 명호가 빈 옆 의자를 팡팡 쳤어.
난처한 표정을 짓던 너는 안절부절 하다가 누군가 너의 어깨를 잡아 너를 의자에 앉혔어.
"토끼반 담당 선생님끼리 같이 앉아서 갈까요?"
너를 끌어당긴 장본인은 지수쌤이었어.
당황한 너는 동공에 지진이 나기 시작하다가 '잠시만요-!'하고 일어나 뒤에 있던 명호를 앞으로 데리고 와
혼자 앉아있던 원우의 옆에 앉히고는 '둘이 같이 앉아서 가면 되겠다. 그치..?'하고 멋쩍은 웃음을 보이자
표정이 그닥 좋아보이지 않다가 알겠다며 안전벨트를 하는 명호와 살짝 삐진 표정을 보이다가 '네-'하고 대답하는 원우였어.
너는 안도의 한숨을 쉰 후 지수 쌤 옆으로 가서 앉았지.
창가에 앉은 너와 통로 쪽에 앉은 지수쌤, 그리고 그 앞에는 승철쌤과 정한쌤이 앉았어.
사실 오늘 소풍을 간다고 해서 원장선생님을 비롯한 모든 선생님들의 도시락을 네가 쌌어. 물론 비밀로 했지.
그래서 일찍 일어났더니 눈이 반 쯤은 감겼어.
옆에서 기대된다며 신나하던 지수쌤이 널 흘끔보다가 졸리면 잠시 눈 붙이라는 말을 했고
너는 다 올 때 쯤 깨워달라고 부탁을 하고 눈을 감았어.
"칠봉쌤, 칠봉선생님..! 김칠봉!!"
너의 이름을 셀 수 없이 부르던 앞에 앉은 승철쌤이 하도 안 일어나는 너의 이름을 크게 불렀어.
그제야 깬 너는 비몽사몽한 상태로 눈을 살짝 떠 '거의 다 왔어요..?'했고
승철쌤은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응. 거의 다 왔어요.'하며 잠을 깨라는 말을 이었어.
너는 알겠다는 대답을 하고 왼쪽으로 기울어진 고개를 들었어.
어? 왼쪽으로 기울어진 고개?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꾸벅꾸벅 졸고 있는 지수쌤의 얼굴이 보였고 네 쪽으로 조금 기울어진 어깨가 눈에 띄었어.
'잠시 눈을 붙인다는게 지수쌤 어깨에 머리를 붙였구나..'하는 생각이 들던 너는 어떡해야하는지 생각하다
한 번 더 다 와 간다는 승철쌤의 말에 지수쌤을 깨우기 시작했어.
"지수선생님.. 홍지수 선생님! 토끼쌤! 어..."
몇몇의 아이들도 아직 자고 있어서 크게 말하지 않고 작게 속삭이고 콕콕 찌르며 깨운 너는 이렇게 해서는 안 일어나시겠다 생각하고 크게 부르려는데
선생님을 찌르던 검지손가락만 펼쳐진 너의 손을 지수쌤이 붙잡고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어.
엄청나게 당황한 너는 잡고 있는 손을 누가 보기 전에 얼른 흔들어 깨웠어.
그제야 너의 손을 풀어주고 예쁜 눈을 깜빡이며 뜨기 시작했지.
"으음-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나보네. 칠봉쌤, 고개 안 아파요..?"
자고 일어나서 내 고개 먼저 생각하는 지수쌤에게 괜찮다는 말을 하며 빨개진 볼을 손으로 감싸서 열을 식혔어.
아무 것도 모르는 표정인 지수쌤은 아까 춥다고 넌지시 흘린 너의 말에 에어컨을 껐다는 말을 하며
다시 친절하게 에어컨까지 틀어주는 매너를 보여줬어.
너는 아니라며 손사레까지 치고 난리도 아니였지.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어린이 대공원에 도착을 해 잠이 든 아이들을 깨우기 시작했어.
*
버스에서 내리자 부모님과 손 잡고 놀러온 아기들도 보이고, 옆구리가 시려운지 착 달라 붙어있는 커플들도 보였어.
얼른 눈을 돌려 아이들을 입구까지 인솔하며 맨 뒤에 따라붙어 선생님들과 아이들을 따라갔지.
도시락이 들어있는 가방을 다시 고쳐매고 열심히 따라가고 있는데 앞에 서서 가던 아이 중에 하나가 너에게 다가왔어.
햇빛때매 찡그리며 앞을 보던 네가 아래로 내려다보자 예쁘게 웃으며 너의 손을 꼬옥 잡는 원우였어.
"다람지 선샌님이랑 같이 갈래여."
가방은 무겁고 바지는 길고 날씨는 덥고. 짜증의 삼 박자가 딱 맞아떨어져 기분이 안 좋았던 너는
원우의 해맑은 웃음을 보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사르르 녹아버렸어.
잡은 손을 놓칠세라 원우의 손을 꼭 잡고 같이 걸으며 뒤를 따라갔어.
조금 걷다보니 흰 색의 커다란 분수대가 우릴 반겨줬어.
그 앞에서 단체사직을 찍기 위해 아이들과 선생님이 예쁘게 줄 맞춰 섰고 제일 먼저 들어갔던 사슴반이 단체사진을 찍었어.
정한쌤이 아이들에게 브이를 하자고 말 하니 일제히 손을 들어보이는 예쁜 아이들이었어.
카메라를 들고 있던 네가 '하나, 둘, 셋!'을 외치며 사진을 찍었고 너의 옆에 있던 원우는 승철쌤께 끌려갔어.
백호반이 들어와 줄을 맞추는 동안 정한쌤이 너의 옆에 다가와 잘 나왔냐며 보여달라 하자
너는 카메라를 뒤로 숨기며 '안 돼요- 윤정한 어린이. 나중에 보여드릴게요.'라고 답 하니 피식- 웃으며
'혼날래요? 알겠어요. 꼭 보여줘!'하고 너의 어깨를 두어 번 톡톡 두들기고 아이들에게 가 버리셨어.
고개를 앞으로 돌려 백호반 쪽으로 초점을 맞추는데 아이들이 엄지손가락을 척! 올리고 이미 포즈를 취하고 있었어.
중간에 앉아있던 순영이가 네게 더우니 빨리 찍어주면 안 되냐고 소리를 질렀고 원우가 그런 순영이의 머리를 한 대 때리며 조용히 하라는 말을 했어.
또 다시 셋까지 세고 촬영을 마치자 승철쌤이 너에게 뛰어왔고 너는 손바닥을 앞으로 내보이며 '안 됩니다!'하자
어떻게 알았냐며 삐진 얼굴을 하며 돌아서는 승철쌤이었어.
드디어 마지막 반인 토끼반 친구들이 줄을 맞춰서고 있었어.
너는 카메라를 보며 지금까지 찍은 사진들을 확인하고 이 쪽에도 소질이 있는 것 같다 느낄 때 쯤 완벽하게 맞춰 섰길래 셋을 세고 사진을 두어 장 찍었어.
별 다른 포즈 없이 자유롭게 찍어서 그런지 개성이 넘치는 토끼반이었지.
사진을 확인하려는데 똑같은 레퍼토리로 지수쌤이 너에게 다가왔고 너는 당연히 안 된다고 말을 하려 했는데
"칠봉선생님이랑 애들이랑 찍어야죠! 카메라 줘요. 내가 찍어줄게요."
하고 너의 손에 들린 카메라를 가져가시는 지수쌤이었어.
이미 승철쌤과 정한쌤이 아이들에게 '다람쥐선생님이랑 사진찍을까?'하고 말씀을 하고 계셨고
아이들이 분수대 앞으로 우르르 다가가 예쁘게 서 있는 모습을 보았지.
너는 어버버거리다 아이들이 더울까봐 얼른 옆에 가서 서자 석민이가 '중간에 서세여!'하고 너를 끌어당겼어.
그렇게 한 컷을 찍자 원장선생님께서 선생님들도 들어가라며 등을 떠 미셨고 세 선생님들도 앵글 안으로 들어오셨어.
네 옆에 서 있던 지훈이가 승철쌤을 자신의 자리로 끌어당겼어.
앞에 서 있던 명호를 보고 있던 너는 아무 것도 모른 채로 고개를 돌렸고 지훈이가 엄청나게 커진 줄 알고 놀랐어.
원장선생님이 선생님들끼리 같이 서라는 주문을 하셨고 정한쌤과 지수쌤도 뒤이어 너의 옆에 자리하셨어.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여러 장을 찍어주셨고 그제야 아이들과 선생님들은 그늘로 갈 수 있었지.
원장선생님께서 너에게 돌려주신 카메라를 받아들고 다시 아이들의 뒤를 따라 돌고래 공연장으로 향했어.
신난 아이들의 발걸음은 엄청나게 가벼웠고 흥겨워보였고 너는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예쁘게 카메라 앵글에 담았어.
그렇게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돌고래 공연장 안으로 들어가 백호반 친구들이 제일 형이라 맨 뒤에 앉아있길래
너도 아이들을 따라 맨 뒤 준휘 옆에 자리를 잡아 앉았어.
인원을 모두 세고 오신 승철쌤이 너의 옆으로 와 앉아서
"사진 찍느라 수고 많아요. 칠봉쌤."
하며 너에게 손부채질을 해 줬어.
너는 웃으며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조명이 어두워지며 사육사분이 앞으로 나오셨지.
아이들과 선생님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질러대기 시작했고 너도 덩달아 박수를 치기 시작했어.
사육사분의 말에 따라 움직이는 돌고래가 신기했던 '아이들+너'는 입을 다물지 못 하며 앞을 보고 있었고
그런 너의 옆에 앉아있던 승철쌤은 너를 보고 웃다가 다시 앞을 보며 웃음을 참았다는 후문이..
*
-Epilogue-
[현장체험학습 가기 3일 전, 칠봉쌤이 집에 가고 난 뒤 백호반에 모인 세 선생님들의 대화]
"백호형. 원장선생님께서 부탁하신 게 있는데."
"우리한테?"
"어. 형이랑 칠봉쌤 먼저 간 날 게시판 꾸미고 있는데 오셔서 부탁하셨어."
"뭔데?"
"소풍가는 날.
칠봉선생님이랑 애들, 추억 많이 쌓아달라고. 보조선생님이라고 안 느껴질만큼."
"당연하지. 우리 총괄 선생님이잖아."
그렇게 소풍이라 쓰고 '다람쥐 선생님 김칠봉과 유치원생들의 추억만들기 대 작전'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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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제가 시험에.... 시험에 붙었어요!!!!!
다 여러분들이 응원해주신 덕분입니다. 감사해요ㅠㅠ
그래서 어제 딱 맞춰서 가져오려 했는데 이렇게 늦게나마 글을 올립니다!
연재주기가 처음보다 더 길어졌죠...?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연재한 지는 좀 된 것 같은데 아직 10화도 못 채웠다니..
열심히 쓸게요!!!!! 10화 특별편 소재도 던져주고 가세요...♡
이번 편은 상/하로 나뉠 것 같아요!
늦지 않게 하편 들고올게요!!
요즘 날씨가 많이 추운데 감기 안 걸리게 따뜻하게 입고 다니시구요!
잘 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