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석은 잠시 두고간게 있어 대기실로 오면서도 학연이 걸어준 금색 비닐을 계속 만지작댔다.
사실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자신이 무대에 서고-멤버들과 노래 부르고,춤추고 상도 받았다는게.
민석은 아까 무대 위에서의 일을 떠올렸다.
같은 나이임에도 자신보다 훨씬 더 큰 키에 리더로서 멤버들을 이끌던 학연이 조금.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먼저 말을 걸지 못하는 자신의 성격에 학연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학연은 조금 놀라워 하다가 웃으며 마주 인사를 했다.
그 후로 둘은 가까운 사이가 되었고, 이렇게 무대 위에서 서로 축하를 주고 받는 사이까지 발전하게 되었다.
"엑소 이동할게요-"
밖에서 들리는 여자 스텝의 목소리에 퍼뜩 생각에서 깨어난 민석이 대기실에 혼자 있다는 걸 상기하고 금색비닐을 만지작 거리다 주머니에 넣고 일어섰다.
-
탁-
"민석아 잠깐만."
대기실 밖으로 나가 여자 스텝으로 보이는 사람의 뒤를 따라가는데 학연이 자신의 팔을 잡아채 스텝이 향한 방향과 정 반대로 달렸다.
"학연아? 뭐하는..?"
정신없이 달려가면서도 민석은 뒤를 힐끔 쳐다봤다.
그 여자 스텝이 화난 듯한 사나운 눈빛으로 학연과 민석을 번갈아 노려보고 있었다. 어째서?
민석의 의문을 느꼈는지 학연이 빈 방으로 들어가 숨을 고르며 이야기했다.
"후아- 아까 그거 사생인것 같아서. 엑소애들 거기 말고 다른데로 갔어."
학연이 숨을 고르며 방 문을 잠궜다. 민석은 소름 돋은 팔을 문지르며 멍하게 방문만 바라봤다.
징글징글했다. 만약 저 사생을 내가 따라갔었더라면-
오싹-민석이 팔을 잡고 움찔거리자 학연이 웃으며 민석의 어깨를 토닥였다.
"괜찮아. 쟤 가면 데려다 줄게."
학연의 토닥임에 조금 진정된 민석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학연을 쳐다봤다.
"저 사생이 너한테 해코지 하면 어떡해.."민석의 걱정이 방울방울 달린 눈을 보며 학연이 웃었다.
"괜찮아. 그런거 익숙하니까." 학연의 아리송한 말에 민석이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탄성을 내질렀다.
"아-어떡하지 애들 나 찾을텐데."
"진짜? 연락 할 수있는거 없어??"
학연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어왔다.
하지만 정말 없는걸..어떡하지..
민석이 절로 손톱을 입에 가져가면서 물어뜯었다.
"나도 휴대폰 두고 왔는데-어떡하지."
학연이 난처한 표정을 짓다가 민석의 손을 잡아 뗐다.
"손톱 물어뜯지 말고.상혁이도 손톱은 안물어."
학연의 놀리는 듯한 말투에 민석이 발끈하다가 멈칫했다.
..왜 학연이 다른 사람 이름을 부르면 기분이 나쁘지?멤버니까 당연한건데-
알 수없는 기분에 민석이 입술을 물다가 문을 달칵이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여기....시우민....없는..것....가자..."
웅얼대는 목소리 뒤로 아까 여자 스텝으로 착각했던 사생의 목소리가 들리고 민석이 패닉에 빠져 뒤로 물러서다 의자에 걸려 휘청였다.
"...!"
여기서 소리를 질렀다간 저 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올지도 몰랐다. 민석은 입을 꼭 깨물며 눈을 질끈 감았다.
"읏챠-"
탄탄한 팔이 민석의 허리를 잡아채고 아픔이 느껴지지 않아 민석이 조심히 눈을 떳다가 바로 앞에 있는 학연의 얼굴에 다시 눈을 질끈 감았다.
심장이 미친듯이 쿵쾅대서 심장소리가 들릴까 손을 꾹 쥐었다.
"쉿-입술.깨물지마.."학연이 어째서인지 조금 쉰 목소리로 속삭이다가 여전히 깨문 입술을 보며 슬며시 웃었다.
쪽-
"..아?"
딸기향이 나는 부드러운 입술이 민석의 입술에 닿고 민석이 멍하니 입을 벌려 학연을 쳐다봤다.
"아- 이제 갔나" 학연이 민석을 잡은 팔을 풀지 않고 고개를 돌려 딴청을 피웠다.
붉게 물든 귀가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다.
"...딸기맛." 민석이 중얼걸리자 목덜미까지 붉어진 학연이 차마 소리지르지 못하고 중얼거렸다.
"..립밤이야."
민석이 살풋 웃으며 학연에게 안겨있는 상태에서 학연의 목에 팔을 둘렀다.
쪽-
결국 학연이 얼굴까지 새빨개져 머리카락과 구분할 수 없는 정도가 된 후에야 둘은 떨어졌다.
"...어..얼른 가자."
학연이 문을 열고 사생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 민석을 잡아 끌었다.
민석이 조용히 웃으며 학연의 뒤를 따라갔다.
...뒷주머니에 휴대폰 있는거 다 보여 바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