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칵.
그 순간,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 할머니가 오신 것 같다. 나는 열릴락 말락하는 현관문을 한 번 바라보았다가 호석의 얼굴을 다급하게 쳐다보았다. 어쩌면, 어쩌면 할머니가 오해할 수도 있다. 나는 지금 이 상황이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전혀 안갈만큼 혼란스럽고 뭐가 어떻게 된건지 판단할 수 없다. 그래서 지금 당장 어떻게 할 수도 없으니 일단은 오해할만한 상황을 만들면 안됬기에 호석의 손을 잡고 다급하게 안방으로 달려갔다. 호석의 차가운 손을 잡는 순간 찰나의 벅차오르는 감정에 눈물이 비죽비죽 흘러나올 것만 같았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손이 너무 차가워서 그게 꼭 현실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아찔했다. 혼란스러웠다. 맑고 선명한 눈빛에 조금 스치기만해도 자꾸만 가슴이 아렸다.
“ 야, 너 뭐해! ”
“ …잠깐만, 잠깐만 있어봐. 딱 잠깐만. ”
“ 너 울어? ”
“ 제발 잠깐만 있어줘! ”
간절한 내 부탁에 내 눈을 한참동안 바라보던 호석이 아둥바둥거리던 손짓을 그제야 멈추었다. 이윽고, 내 힘으로 인해 옷장 문이 닫혔다. 할머니가 현관에서 들고온 꾸러미를 내리고 신발을 벗으려 끙끙 앓는 소리가 들려왔다. 눈밑에 살짝 고여있는 눈물을 소매 끝으로 닦아냈다. 굳게 닫힌 옷장 문 안에는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한참을 빤히 바라보다 겨우 시선을 돌렸다.
안방 문을 열고 나가니 신발이 안벗겨져서 고생하고 있는 할머니가 보였다. 쪼르르 달려가 할머니의 보라색 고무신발을 벗기려고 안간힘을 썼다. 겨우 빠진 고무신은 한눈에 봐도 할머니의 발 사이즈보다는 훨씬 작았다.
“ 할머니 왜 이런걸 신고 다녀. 하나 살까? ”
“ 아휴, 됐어! 뭘또 사긴 사. 저녁은 먹었냐? ”
“ 으응. ”
물론 거짓말이었다.
“ 아이고, 내새끼 얼굴이 반쪽이 됐네. 어쩐다. ”
“ 아니야. 방에 들어가자. ”
“ 계상아. ”
“ 응, 할머니. ”
한참동안 주름진 얼굴로 나를 지긋이 쳐다보던 할머니는 입을 살짝 벌리더니 깊은 한숨을 쉬었다. 나가서 무슨 일이라도 겪으신걸까. 오늘따라 유난히 난리법석이시다. 할머니의 손이 내 얼굴을 한 번 쓰다듬었다.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할머니가 반복해서 얘기했다. 거칠었지만 부드러운 손길이었다. 나는 할머니의 얇은 두 손목을 붙잡고 일어나자하고 얘기했다. 주저앉은 다리를 접고 엉덩이를 힘겹게 일으키신 할머니는 부엌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할머니의 구부정한 허리에 시선이 갔다. 나는 입안에 잔뜩 머금은 공기를 한번 내뱉고는 따라서 일어났다.
안방에 자꾸만 시선이 갔다. 닫힌 안방 문의 안이 궁금했다. 방금 본건 진짜였을까. 나는 아직도 애매한 중립에 서서 이도저도 못하고 있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으나 막상 아무 생각도 나지 않을 것만 같은 기분이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꼭 누가 관자놀이를 아프게 누르는 것 같았다. 여전히 현관 앞에 서있는 나를 보고 할머니가 얼른 들어가있지 않고 뭐하냐고 다그쳤다. 음식물 쓰레기를 정리하는 할머니를 도우겠다고 대꾸했다. 안방 문을 열고 들어갈 자신이 없었다.
“ 아이, 할미가 해도 된다니깐 그러네. ”
“ 아냐. 내가 할게. 할머니 하루종일 밖에 나가있었으니까 힘들잖아. ”
“ 그럼 이것만 좀 버리고 와. ”
“ 알았어. ”
할머니가 건네준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현관문쪽으로 걸어갔다. 돌아간 문고리는 내가 힘을 주니 금세 열렸다. 어둑한 밤하늘에는 별들이 얼핏 보였다. 시원한 밤공기가 반팔 티만 입은 채로 서있는 내 몸 구석구석에 스며들어왔다. 그 때, 끼익거리는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예상치 못했다. 불안한 마음에 나가려는 발이 멈췄다. 급하게 뒤를 돌아보았을 때 열린 안방문에는 호석이가 서있었다. 호석이가 옷장문을 열고 나온 것이다. 할머니쪽으로 뻣뻣하게 고개가 움직였다. 예측할 수 없는 얼굴이었다. 미간을 찌푸린 할머니가 계속 안방 문쪽을 쳐다보았다. 어쩌지, 어떡하면 좋지. 호석이를 들키면 어떡하지. 동그랗게 말아쥔 두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안방 문쪽으로 움직이면서 해명거리를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급히 말이 튀어나왔다.
“ 저, 저 할머니 그게 그러니까… ”
“ 계상아. ”
“ 그니까 이건…. ”
어쩌지. 어떻게 말을 열어야하지. 나조차도 이해되지 않는 상황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까. 심장이 쿵쿵 뛰었다. 고개를 돌리니 호석이가 알 수 없는 눈빛으로 할머니를 바라보고 있었다.
“ 안방 문이 왜 갑자기 열렸냐.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
“ 어? ”
아니었다. 내 예상이 틀렸다. 아까보다 더 혼란스러웠다. 호석이가 꿈쩍도 안한 채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딱딱하게 굳어있는 눈동자가 나를 응시했다. 입이 꾹 다물렸다. 근디 뭐라고? 할머니가 재차 물었다. 정리되지 않은 말들은 버벅거렸다. 아, 어, 아니. 그 사이 호석이가 내 옆을 지나 방금 열어두었던 현관문을 통해 집을 빠져나갔다. 순식간이었다. 우뚝 멈춘 발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불안하면서도 울적한 마음이 쉴새없이 머리를 흔들었다.
호석이가 갔다. 어느쪽으로 생각하나 나에겐 혼란스러운 일이었다.
나를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할머니가 무슨 생각하냐고 소리를 크게 질렀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내가 대답을 하고는 현관문으로 뛰어갔다.
문 밖으로 갔을 땐 호석이는 이미 보이지 않았다.
「 여 름 밤 의 꿈 」
03
보충은 다시는 가지 않았다. 갈 힘이 없었다. 한낮이 되어도 이불 안으로 들어간 채 하루종일 나오려고 하지 않았다. 몸도, 마음도 전부 썩어가는 느낌이었다. 마치 땅 위에 버려져 자신이 썩어갈 3천년만 주구장창 기다리는 비운의 종이컵과 같이. 모든 삶이 피폐해지는 기분이다. 분명 호석이가 온 건 꿈이 아니었다. 전부 사실이고 이제껏 뜬 눈으로 봐왔다. 그런데 할머니는 호석이를 보지 못했다. 열려있는 방문을 보고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다. 호석이가 돌아온 걸까. 나만 보인다는 거면 호석이가 또 찾아올까. 나를 괴롭히려고 찾아온걸까. 만약 다시 돌아온다면 또 같은 미소로 나를 반겨줄까. 문 앞에 서서 굳은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는 호석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토록 보고싶었던 얼굴이었는데 마음이 무너져내릴 것만 같았다.
“ 계상아. 친구왔다. ”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친구라는 말에 눈이 절로 떠졌다. 나는 친구가 없다. 이불을 들추니 덥고 텁텁한 이불 속 공기와는 다르게 상쾌한 공기가 반겼다. 진득하게 들러붙는 땀에 의해 머리카락이 젖어있었다. 그래도 밤새 이렇게 땀을 빼고나니 감기기운이 확실히 조금 가신 것 같긴했다.
똑똑.
조심스럽게 열린 문틈 새로는 김태형의 얼굴이 보였다. 예상하지 못한건 아니었다. 바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속이 울렁거려서 차마 마주보지 못할 것만 같았다. 김태형이 내가 누운 자리 앞에 다소곳하게 앉았다. 그리고는 변함없는 내 방안을 곁눈질로 살폈다.
“ 많이 아파? ”
“ … ”
“ 땀좀봐. 그냥 어제 보충 나오라고 하지 말걸 그랬나봐. ”
너때문에 나간거 아냐. 정말 하고 싶은 말이었으나, 목끝까지 차오른 채 텁텁함을 이기지 못하고 가라앉았다.
“ 너네반 진도 확 빼더라. 내가 프린트물도 받아왔어. 잠깐만. ”
김태형이 매고 있던 가방을 벗고는 지퍼를 열어 안을 뒤적거렸다. 웃기는 짓이였다. 김태형이 뿌듯하다는 표정으로 가방 속 종이뭉텅이를 꺼내 내 앞으로 건넸다.
“ 이거 꼭 숙제로 해오고. 알았지? ”
“ … ”
“ 그럼. ”
“ … ”
“ 그럼, 나 갈게. ”
화가 났다. 부질없는 짓을 나서서 하는건 여전히 좋아했다. 미련하다. 똑같이 미련하다. 하얀 종이위에는 못보던 약봉지 하나가 놓여져 있었다. 김태형이 가방을 고쳐 매고 일어섰다.
“ 우리가 ”
김태형이 발걸음을 멈췄다.
“ 우리가 언제부터 친구였어. ”
힘겹게 꺼낸 말 뒤에 김태형의 침묵이 이어졌다. 아랫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어젯밤 일도, 지금 일도 난 너무 혼란스러워서 정리를 하지 못한다. 자꾸만 작년의 기억을 떠올리게 되었다. 사실 아주 잊은 건 아니었다. 그냥 매일 잊으려고만 노력했었다. 자고 일어나면 그 짓을 반복했다. 나는 잊은 삶이 아니라 잊으려고 애쓰는 삶이었다. 지금은 너무나도 선명하게 기억이 났다. 도망치려고 눈을 감으면 더 거리를 좁혀오는 기억들 때문에 도망치지도 못했다. 아직도 나는 그자리에 여전히 서있다.
“ 너는, ”
“ … ”
“ 넌 날 한번이라도 친구라고 생각했긴 했어? ”
“ … ”
“ 묻잖아. 말해. ”
한 마디라도 해줘.
“ 나를, 친구라고. ”
“ … ”
“ 호석이를, 친구라고 생각했던적. ”
“ …아 ”
“ 있긴 한거야? ”
목이 메이고 코끝은 따끔거리고 눈은 퉁퉁 부울것만 같이 아렸지만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았다. 눈물을 보이기는 싫었다. 예상치 못한 인물의 이름이 나오자 김태형의 두 눈이 흔들렸다. 뒷걸음질 치던 김태형의 손이 탁자 위에 닿았다. 붙들린 액자 하나가 김태형의 손에 의해 뒤로 쓰러졌다. 화들짝 놀란 김태형이 바닥에 떨어진 액자를 얼른 주웠다.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김태형의 손이 멈췄다. 그 액자 뒤에는 숨겨진 사진이 하나 더 있었기 때문이다. 고개를 이불에 묻었다. 보기 싫었다. 두명의 소년, 한명의 소녀. 세 사람이 환하게 웃고있는 사진을 보던 김태형의 두 눈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 그런적 없어. ”
“ … ”
“ 단 한번도. ”
더웠다. 뜨거웠다. 얼굴이 뜨거웠다.
“ 친구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적, 없어. ”
고개를 살짝 들어올린 내 시야 앞에는 김태형이 문을 열고 나간지 오래였다. 텅 빈 방안이 보였다. 탁자 위에는 할머니 사진만이 크게 올려져있었다. 나를 위한 최소한의 배려였다. 아무도 보기 싫었다. 생각이 좀처럼 정리되지 않았다. 그래서 아무것도 생각하기 싫었다. 그럼 왜그랬어. 그 때 왜그랬어. 나한테 왜 화도 안냈어.
밤이 깊어졌다.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됐다. 늦은 저녁, 얼굴에 바람이라도 쐐려고 일어나서 문을 열었다. 이 시간에 나가려는 나를 보고 티비를 보던 할머니가 어디가냐고 물었다. 딱히 어디 갈건지 생각해놓진 않았다. 본능적으로 말이 튀어나왔다. 뒷산가. 할머니의 고개가 기울어졌다. 의아하단 표정이었다.
하루종일 불안했다. 김태형이 우리 집에서 나간 이후로도 쭉 신경이 쓰였다. 혹시라도 집 안에 있으면 또 찾아오지 않을까, 그런 마음에 집을 나섰다. 또 오면 좋겠다는 바람은 절대 아니었다. 오히려 오지 않았으면 하는 쪽이었다. 그런데, 내가 하루종일 신경을 쓰고 있을 때 밤은 계속 깊어갔고 정말 오지 않았다. 그러자 왠지 모르게 자꾸만 초조해졌다. 진짜 다시 갔을 것만 같아서. 실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마음 가는대로 행동하고, 발이 가는대로 따라갔다.
그렇게 따라오다보니 어느새 나는 뒷산을 오르고 있었다. 날때부터 겁은 없었다. 깜깜한거라던가, 혼자라던가. 애초부터 혼자였고 애초부터 어둠속에서 살았기 때문에, 이런건 딱히 무섭지 않았다.
“ … ”
오히려 네 얼굴을 마주하는게 더 두려웠다.
걸음을 멈춘 내 앞에는 오두막에 걸쳐진 마루 위에 팔로 눈을 가리고 자고 있는 호석의 모습이 보였다. 어두웠지만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정호석이였다. 마음이 시큰해졌다. 답답하고 화가났다. 보기 힘든 걸 보게 되는 내 자신이 너무 싫었다. 내 자신이 자꾸만 힘겨웠다. 고개는 땅을 향해 숙이고 오두막안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마루 위를 찬찬히 쓰다듬는 내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생생한 느낌이었다.
조심스럽게 호석이 누운 곳 옆에 앉았다. 내가 앉음에도 호석의 발끝은 움직이지 않았다. 흰 양말을 덮은 작은 발가락이 앙증맞은게 귀여웠다. 덩치크고 키 큰 너와는 대조되었다. 감은 눈위로 기다란 속눈썹이 촘촘히 내려앉았다. 나는 마치 하나 하나 세듯 바라보고 있었다. 머리 위로 속눈썹만큼 많은 별들이 하늘에 수놓아져 있었다. 매미소리가 징하게 울렸다. 여름밤이다.
나는 고민이 있어도, 마음이 변해도 누군가에게 잘 말하는 편이 아니었다. 있다고 하면 할머니에게나 많이 털어놓았을거다. 학교가려고 일어났는데 걷힌 이불 아래 시트 위 빨간 피가 흥건했을 때, 그 때 처음으로 할머니에게 해결방법을 물었다. 내겐 끔찍했던 상황이 할머니는 기쁘게 받아들였는지 연신 웃음을 띄고는 내 엉덩이를 찰싹 때렸다. 할머니는 조곤조곤한 말투로 내게 하나씩 얘기해주었다. 네가 진정한 여자로 변하고 있다는 거라고, 내 또래 여자아이들도 다 겪는 일이라고, 남자가 아닌 오직 여자애들만 가능한 일이라고. 남녀는 같은 사람이라고 믿었던 내게 처음 가져다준 변화였다. 돌이켜보면 아마 이때부터였을지도 모른다. 정호석이라는 남자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건.
“ …계상아. ”
“ 아. ”
생각에 깊게 빠져있는 탓에 잠에 깬지도 모르고 있었다.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치려했다.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자꾸만 두 발을 동동거리며 머뭇거렸다. 그 때, 꼼지락 거리던 내 손을 잡은 건 호석이였다. 모든 신경이 멈춘 느낌이었다. 손가락을 타고 올라오는 소름에 나도 모르게 손을 세게 놓아버렸다. 아차, 핏기 서린 호석의 눈동자를 보고 나는 내가 후회할 짓을 저질렀다는걸 알았다.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할머니에게 묻고 싶은 맘이 간절했다. 어쩌면 해결방법을 알지도 모른다. 첫 월경을 했을 때처럼 깔깔깔 웃으시면서 내 또래애들도 다 겪는 일이라고 말해주셨음 좋겠다. 할머니도 겪어보셨을지도 모른다. 할머니, 나 어떻게 해야해요?
“ 여기 오랜만이다. 그치. ”
“ … ”
“ 나 계속 여기서 너 기다렸는데. ”
“ … ”
줄곧 오지 않았었다. 아마 1년은 넘었을 것이다. 사람의 손때가 가득했던 오두막은 이제 홀로 뒷산에 남겨져 오가는 사람들의 이정표가 되어주었다. 어쩌면 호석이는 아직 이곳에 미련이 남아 떠돌아 다니는거일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혼자 아무도 오지 않는 이 오두막에서 자리를 지키고 쓸쓸히 앉아있을 호석이를 생각하니 죄책감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나는 이런 일을 처음겪어봐서, 사람의 죽음을 처음겪어봐서, 그 이후에 일어나는 일은 아직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른다. 호석이가 이렇게 다시 돌아오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른다. 바보같이 나는 그게 두려워서 자꾸만 밀어내고 싶은 맘이 간절했다.
“ 드디어 왔네. ”
“ 너 왜 여기있어. ”
“ 음, 글쎄. ”
“ 빨리, 빨리 네 집으로 가.. ”
여기가 내 집인데. 호석이 능청스러운 말투로 말하며 다시 마루 위에 누웠다. 다리 한쪽을 무릎 위에 올려놓는 자세는 영 보기 껄끄러웠다. 기분이 이상했다. 밤공기가 조금 쌀쌀해졌다. 이런 느낌, 좋지 않았다. 도망치듯 방향을 돌려 산 아래로 걸어갔다. 뒤에서 호석이가 일어나서 내 뒤로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마른 나뭇잎이 과자씹는 것처럼 바삭거리는 소리를 냈다. 매미소리가 멀어질수록 내 뒤에 발걸음 소리가 생생히 들렸다. 호석이, 호석이가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자꾸만 도망쳐도 따라왔다. 걸음을 빨리해도 힘차게 뛰어봐도 따라오는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그게 고통스러워서 나는 항상 피했다. 생각나면 생각날수록 피하고만 싶었다. 그래서 피했다.
“ 따라오지마. ”
“ … ”
“ 저리가. ”
“ 윤계상. ”
“ 얼른 가. 네 집으로 가버려.”
“ 사춘기야? ”
시원한 바람을 맞고 있음에도 토기가 올라왔다. 속이 메스껍다. 더이상 입씨름을 하고 싶지 않았다.
“ 너 왜 여기왔어. 너 여기 있으면 안돼. ”
“ … ”
“ 왜 여기있는거야.. ”
“ 그냥! ”
그냥 너보려고.
도망쳤다. 다시는 따라오지 못하게 주저하지 않고 도망쳐나왔다. 보고싶지 않았다. 그런데 자꾸만 생각이 났다. 얼만큼 뛰어왔을까 편의점을 앞두고 있는 큰길이 보였다. 달리면 달릴수록 숨이 가빠왔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다가 옆집 할아버지가 사는 집 앞 담벼락이 보이자 그제야 걸음을 멈추었다.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얼굴을 잔뜩 찡그린 채 뒤를 돌아보았다. 가로등이 비추는 마을길 아래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후에야 다리에 힘이 잔뜩 풀려서 움직여지지 않았다. 심장을 누군가 치는 것만 같았다. 죄책감, 공허함과 같은 게 이따금씩 커져서 내 가슴 위를 짓누르는 느낌이었다.
집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방안으로 황급히 들어갔다. 아무나 그리웠다. 누군가를 붙잡고 절절하게 빌고 싶었다. 제발 좀 어떻게 해달라고. 내 머리를 한 대만 쳐달라고. 그러면 어떻게든 다시 살아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곁에 아무도 없던 나는 그저 베개를 끌어안고 밤새 침대위에서 수면 위로 떠오르는 기억들을 살살 달래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어떤 일일드라마도, 어떤 사연도 이렇게 답답하지는 않을 것 같다. 새벽은 이렇게 말도 안되게 나를 울적하게 만들었다. 뜬 눈으로 지새고만 있어도 눈물이 비죽비죽 흘러나왔다.
새벽이니까. 새벽이니까 당연한거야. 내가 잠에 들지 않는 이유는 매미가 너무 시끄럽게 울어서 그러는거야. 자꾸만 떠오르는 기억들은 오랜만에 보는 얼굴때문에 그러는거야. 얼토당토않는 말들로 나를 위로했다. 그게 적은 힘을 주든 나는 어찌됐건 핑계 하나라도 필요했다. 속이 메스껍고 머리는 어지럽고. 토하고 싶었지만 토할게 없었다. 그래서 나는 울음을 토해냈다.
누군가가. 진심으로 필요했다. 내 얘기를 그저 들어줄 수 있는 사람만이라도. 그냥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 … 여보세요. ]
“ … ”
[ 누구세요? ]
“ … ”
[ 모르겠어. 말을 안하는데. 그냥 끊어? ]
“ … ”
[ 그럼 끊는.. ]
“ 태형아. ”
절박했다.
*
워ㅠㅠㅠㅠ168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넘나 힘들어요....8ㅅ8
힘들어 죽는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댓글이 달려도 답글을 달지 못하고ㅠㅠㅠ엉엉ㅜㅜㅜ
이번편도 아직까지는 미궁인 것 같아요! 아마 4화 넘어서 하나둘씩 밝혀질 것 같습니다.. 떡밥회수는 너무나 어려운것. 과거편도 언제 써야할지 모르겠네요..
최대한 여주인공 감정을 덤덤하게 표현하고 싶은데 저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되다보니깐 자꾸 표현을 막 넣게 되더라구여ㅠㅠㅠㅠ
주인공 감정이 계속 같다보면 읽는 사람도 답답하기 마련인데..ㅎ 저도 쓰면서 잘 안되서 답답ㅠㅠㅠㅠㅠㅠ흡.. 마지막이 되게 절절한 장면인데...
이번편에서 알 수 있는 건 호석이랑 태형이랑 여주랑 셋이 친구였다는 걸 알 수 있겠죠!
여름밤도 3화를 넘어가네여...! *'ㅅ'* 처음엔 단편으로 4화정도까지 쓰려고 했는데 도저히 불가능하네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해 복 많이 받으세여 +-+ 뱅탠 하세여
♡ 암호닉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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