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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이름 변경 적용









“ 또 어디가! ”
“ 잠깐 밖에 나갈게! ”



저녁을 준비하기 위해 새로운 국을 끓여내며 찌개 맛을 간보던 할머니를 뒤로하고 현관문으로 달려가 신발 안으로 발을 구겨넣었다. 해가 다 진 시각에 집을 나서는 나를 보던 할머니가 국자를 들고 현관문 앞까지 쫓아와서 이시각에 어딜가느냐고 호통을 쳤다. 할머니의 걱정되는 마음은 알았지만 지금은 더욱 먼저 해결할 일이 있었기에 꿋꿋히 인사를 하고 문을 열었다. 평소처럼 그냥 집문을 열고 골목길을 지나가는 루트는 똑같았지만, 오늘 밤은 어쩐지 다른 느낌이었다. 여전히 그날의 기억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무거웠지만 옥상 위, 한가운데에서 야경을 바라보며 서있는 것처럼 공기도 한츰 더 시원했다. 





이 마을 곳곳에 드문드문 뿌리깊게 새겨져있는 기억들을 따라 한 발 한 발 내딛었다. 





매일 같이 등하교했던 골목길, 걸을 때마다 꼭 지나치던 작은 계곡, 더울 때마다 꼭 들려서 아이스크림을 찾았던 동네 마트, 마을 미화로 인해 다같이 그려넣었던 꽃 그림이 새겨진 벽화, 그리고







“ 찾았다. ”






여름밤이 될 때면 놀러왔던 뒷산의 작은 오두막.







“ … ”






나는 또 이렇게 핑계거리를 물고나서야 너의 뒷모습을 찾아 헤맸다.





















[정호석/김태형] 여름밤의 꿈 05 | 인스티즈


「 여 름 밤 의 꿈 」

05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오두막 마루에 앉아 가만히 별을 바라보고 있던 호석이 슬리퍼 신은 채로 급하게 나타난 내 꼴이 나무 아래에 드러나자마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느새빨라졌던 걸음 탓에 도착하자마자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맨발에 슬리퍼를 신었던 터라, 발가락부분이 축축한 땅에 닿고 질척였으나 호석을 발견한 이후에는 도저히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사람들은 때로는 단순히 눈을 마주치고 있기만해도 교감을 느끼는 날이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이해 못하고 비웃던 말들이 해가 거듭할수록 사무치게 느껴진다. 눈만 마주쳐도 죄악을 읽을 수 있다는데, 나는 지금 호석의 눈에서 헤아릴 수 없는 감정들을 느낀다.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라 해도 왠지 모르게 전부다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눈맞춤이었다. 가슴속에서 불꽃이 피어오르는 기분이다. 헤아릴 수 없는 눈빛을 마주하고 헤아릴 수 없이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낀다. 한참동안의 끈적이는 눈빛 끝에 나는 침묵 속에 돌을 던졌다.





“ 이번에는 착각아냐. ”

“ … ”

“ 너 보려고 왔어. ”

“ … ”

“ 호석아. ”






밤이라는 것은 말이다. 말 한마디 툭 내뱉는 것조차 멋대로 나와버린다. 지긋이 바라보기만 해도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 계곡이나 갈래? ”





반딧불이가 조명처럼 주위를 감쌌다. 좀 전까지만해도 당황스러움이 스쳐지나갔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띄워졌다. 안도감이 들기 시작하면서 심장이 콩콩 뛰었다. 굳이 말을 안해도 충분했다. 내가 느끼는 감정들, 너를 본 감정들 전부 다 충분했다. 호석은 다 안다는듯 먼저 오두막을 빠져나왔다. 이상하게도 그렇게 지겹던 매미 울음소리가 오늘따라 유난히 배경음악처럼 들렸다. 나무 사이를 조금 더 걷자, 그제야 발가락 사이로 아픔이 몰려왔다. 그래도 좋았다. 왜 좋은지 모르겠지만 그저 마냥 좋았다. 




“ 춥진 않고? ”

“ 어? 어어.. 하나도. ”

“ 구라친다. 너 여름이여도 밤엔 추위 엄청 타잖아. ”

“ 그러는 너는 안무섭냐? ”

“ 뭐가. ”

“ 너 귀신 무서워하잖아. ”




장난스럽게 귀신 흉내를 내며 눈을 내리깔자, 호석이 한참동안 묘한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 그때서야, 무언갈 알아차리고 바로 시선을 돌렸다. 가까워졌다는 느낌이 들다가도 다시 멀어진 것만 같았다. 헛기침을 두어번 정도 하니 호석이 작게 웃음소리를 냈다. 그래, 얘도 귀신이라면 귀신이겠구나. 사람 없는 한적한 시골 동네라서 그런지, 밤이 되면 계곡근처에 세워져있는 우물 안에서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밤에 애들 놀지 말라고 거짓말을 꾸며낸 거일거라는 생각이 바로 들지만 그 당시에는 진짜로 귀신이 나타날까봐 밤에는 계곡 근처에도 가지 않고 낮에만 찾아 갔었다. 


정호석은 남자인 주제에 나보다 겁이 많았다. 그래서 중학교를 졸업하고도 밤에 계곡이라면 특히나 무서워했다. 그걸 빌미로 나와 김태형이 장난식으로 많이 놀려먹었었다. 사실 나도 여전히 밤에는 계곡길을 오지 않는다. 아닌걸 빤히 알면서도 왠지모르게 우물을 보면 꺼림칙했다. 그런데 지금은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밤만 되면 어둡고 한적해서 귀신이 많다고들 떠들었던 계곡길도 호석과 함께 있으니 환하고 밝았다. 한 걸음 내딛을때마다 가로등이 하나씩 켜지는 느낌이었다. 덥고 지독한 여름의 끈적임이 따뜻함으로 번져나갔다.




“ 미안해. ”

“ 뭐가? ”

“ 계속 도망간거. ”




말 한마디 내뱉고는 괜히 쓸데없는 말을 했다고 금세 후회가 들었으나, 다음 차례에 나올 말이 멈춰지지 않았다. 사죄하는 마음을 자주 표현하지 않는 편이라, 미안하다는 말이 다른 나라의 언어처럼 그렇게 낯설지 않을 수 없었다. 걸음과 함께 침묵이 더해질때마다 초조함이 들었다. 갑자기 바닥에 드문드문 자라있는 풀잎들이 여름바람과 함께 살랑이면서 동시에 오한이 들었다. 내 옷 소매를 잡는 느낌에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나보다 몇걸음 떨어진 뒤에서 내 소매끝을 잡고 있는 호석이 보였다. 호석의 입꼬리가 살짝 말려 올라갔다. 



“ 으휴, 애네, 애야. ”

“ 아! 뭐하는 짓이야. ”



호석이 장난스럽게 내 머리를 헤집어놓았다. 짜증이 날법도 한데, 기분이 정말 좋았다. 왜 좋지? 왜? 꼭 정말로 그때로 돌아간 것만 같아서 기분이 이상했다. 아까부터 벅차오르기만 하던 감정들이 내 목구멍에서 더이상 벗어나올 줄을 몰랐다. 괜스레 심통이 난척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머리 위로 호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괜찮아. 초조한 마음이 수그러들기 시작하면서 나는 호석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다시 왔잖아. 


슬픈 영화를 보면 호석은 꼭 가슴이 뭉클해지고 따끔하다고 했다.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이 호석이가 말했던 그 느낌인걸까? 아니 실은 그것보다 더 벅찼다. 이상한 감정들이 한데 어우러져 나를 이곳저곳 괴롭혀왔다. 그게 이상하게 싫지만은 않아서 나는 밝은 미소를 띌 수 있었다. 다시는 같이 걸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이 길을 함께 걷게 되어서 기뻤고, 다시는 마주볼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그 눈동자를 볼 수 있어서 기뻤다. 다시는 지을 수 없을 것 같았던 미소를 띄게 해주었다. 우리 내일도 여기올래? 그 말에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어느새 낮까지만해도 덮쳐오던 수많은 기억들이 눈녹듯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나도 모르게 히쭉 웃으니 호석이도 나를 따라 웃었다.



“ 예쁘다. ”



넌지시 던지는 그 말들에 심장이 콩닥거렸다. 이 시간에 마을에 아무도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 야, 김태형. 집에 안가고 남의 반와서 뭐하냐. ”

“ 어? 아, 아무것도 아냐. ”



하교 준비를 마친 태형이 자신의 반과는 전혀 다른 건물의 반에 찾아와 문을 열었다. 아무도 없는 교실을 훑던 태형은 왠지 모를 공허함에 얼굴을 찌푸렸다. 불과 몇분전까지 에어컨을 틀고 있었는지 빈 교실 안은 문을 열자마자 시원한 공기가 뿜어져나왔다. 태형과 같이 하교하려고 했던 남학생이 태형을 이끌고는 복도를 걸어나갔다. 아까부터 말이 없던 태형을 이상하게 바라보던 남학생은 근데, 어제 왜 학교 안왔냐? 하고 넌지시 물어왔다. 그 물음에 태형이 여지껏 숙이던 고개를 들고는 곰곰히 생각을 했다. 흡사 무언가를 떠올리는 것 같았다.


태형은 핸드폰을 키고는 의미없이 연락처를 들어가 맨 끝까지 내렸다 올렸다를 반복했다. 후, 하고 깊은 한숨을 쉬던 태형은 말없이 고개를 돌리고 창가에 비춘 파란 하늘을 바라보았다. 여름의 한낮이었다. 



“ 모르겠다. 나도. ”



태형의 의미 모를 말에 같이 걷던 남학생이 장난스럽게 태형의 머리를 헤집어놓았다. 금세 머리카락이 엉켜 엉망이 되버린 태형은 남학생을 한껏 노려보며 복수할 기회를 엿보았다. 미친놈이! 나 머리만지는 거 싫어하는거 알면서! , 야 그렇다고 내 머리를 뜯어놓냐! 아아아! 아파아아! 알았어 알았어 떡볶이로 퉁치자! , 콜 나는 무조건 2인분 , 저 쪼잔한 새끼. 


























“ 오늘도 학교 안가? ”

“ 응. 안가. ”

“ 학교를 왜 안가. 가야지. ”




너나 빠지지 말고 가세요. 하마터면 습관처럼 장난식으로 많이 했던 말이 튀어나올 뻔했다. 입을 꾹다물고 걷다가 어느샌가 가까워진 우리 집에 걸음을 멈추었다. 어둠이 깔린 조용한 골목길 사이에서는 매미울음소리이외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갑자기 좋은생각이 떠올라서 호석을 올려다보니 순진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호석이었다. 우리 자전거 탈래? 예전에는 매일같이 제안이라고 했으면 김태형이 제일 먼저 했다. 이마저도 김태형이 우리와는 다른 마을이어서 혼자 집에 가고 우리 둘만 남아 심심하기 짝이 없는 날을 보냈다. 그럴 때면 어색한 분위기가 싫었는지 정호석이 색다른걸 많이 하자고 졸라대곤 했었다. 보물 찾기라던가, 계곡 안에서 물고기 잡기라던가, 반딧불이 잡기라던가, 눈싸움하기라던가. 아니면 정호석의 집에 가서 하루종일 영화보기라던가. 전부 둘이 있을 땐 다 정호석이 먼저 얘길 꺼냈다. 그래서인지 내가 하는 제안은 내가 말하고도 왠지 모르게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다. 그냥 묻는 것 뿐인데도 심장이 떨리고 조마조마했다. 의아했던 정호석의 표정이 금세 놀라움으로 번졌다. 



“ 오! 좋은 생각이다! ”

“ 그치! ”



얼른 집 앞으로 달려가 예전에 마을 회관에서 선물로 받았던 회색 자전거를 끌고 나왔다. 할머니에게 들키면 뒷일이 빤히 보이는 시나리오였기에 최대한 조심스럽게 들고 집을 빠져나왔다. 생각해보니 자전거도 호석이가 먼저 가르쳐준 것이었다. 아주 어렸을 때 기억이 조금씩 떠오르면서 또 한번 이상한 감정에 휩싸였다. 자전거에 앞에 타려는 호석이를 보고 갑자기 불안감이 들면서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행동을 저지시켜버렸다. 



“ 내가 앞에 탈게. ”

“ 어? 어 그래. ”



안장에 먼저 올라타자, 호석이 따라서 내 뒤에 살포시 앉았다. 내가 앞에 타고 덩치 큰 호석이 뒤에 타서 그런지 자전가 타는 꼴이 꽤나 웃겼지만 폐달을 밟은 뒤로는 초반에 비틀거리다 금세 안정적이게 움직였다. 어어어어! 혹시 모르게 떨어질까봐 필사적으로 손잡이를 움직이며 폐달을 밟았다. 풀렀던 머리카락이 흩날리면서 목 뒤로 시원한 바람이 지나갔다. 호석이도 따라서 아아아아! 하고 소리를 질렀다. 두 사람의 아우성이 밤의 계곡에 울려퍼졌다. 





“ 야 속도 올린다! 무서워도 뭐라 하지마. ”

“ 누가 무서워한다고, 참나. 급하게 가다가 발 엇갈리지나 마라! ”




호석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폐달을 죽어라 밟았다. 공간이 훤히 남은 반팔 소매가 나풀거렸다. 호오오! 등 뒤로 호석의 감탄사가 연이어 들렸다. 신났다. 그리고 좋았다. 햇볕이 쨍쨍한 낮에 달리는 자전거보다 시원한 밤공기를 가르는 자전거타는 기분은 이루말할 수 없이 상쾌했다. 벽화가 쭉 그려진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다가 내리막길에서 훅 하고 떨어지니 놀이공원에서 타는 롤러코스터처럼 짜릿했다. 바람때문인지 저절로 입을 벌렸다. 짜릿하고 상쾌한 느낌에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굳이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호석이의 웃는 얼굴이 머릿속에서 그려졌다. 처음에 내 등뒤를 살짝 쥐고 있던 호석의 손이 허리춤에 더 가까이 붙었다. 나도 모르게 숨을 참았다. 눈을 한번 깜빡거리니 금세 자전거가 흔들렸다. 




“ 어어! 야야야! 잠,잠시만 ”

“ 어어어억! ”



덜커덩. 어린 아이가 꽹과리를 들고 웃고있는 벽 옆에 필사적으로 손을 짚던 순간 자전거는 바로 기울어졌다. 쓰러진 자전거 옆으로 간신히 발을 지탱했지만 미끄러진 한 발에 의해 몸이 돌아가고 바닥에 드러누운 자세가 되어버렸다. 아야, 조금 아팠지만 이상하게도 먼저 튀어나온건 웃음이었다. 쓰러진 내 위로는 호석이 간신히 한쪽 팔 힘으로 버티고 서있었다. 정말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웃음이 계속 새어나왔다. 한 번 시작한 웃음은 끊어질 새도 없이 계속 이어졌다. 나조차도 어이없는 상황에 호석이도 웃음을 터뜨렸다. 한참동안 공중에서 쉴 새 없이 돌아가는 바퀴체인이 멈췄다. 앞머리가 바람에 나풀거렸다. 


야, 지지다, 지지. 호석이 나보고 바닥에서 얼른 일어나라며 말렸지만 그냥 이대로 있고 싶었다. 밤, 여름, 바람, 이렇게 누워있는 거 하며 그리고 네 얼굴까지. 모든게 멈췄으면 하는 바람이 이어졌다.





































“ 계상아. ”

“ 어, 할머니, 왜? ”

“ 학교는 안가고 우짤라고 계속 집에만 가있냐. ”

“ 보충? 그거 안가도 돼. 해봤자, 의미도 없고.”

“ 그래도 공부는 해야지 않어? ”

“ 할머니, 나한테 뭐 할 말 있어? ”



있구나? 할머니는 내 말이 끝나자마자 입을 굳게 다물었다. 할머니는 나한테 학교나, 공부나 강요하는 법이 없으셨다. 오히려 엄마, 아빠없이 혼자 지내는 나를 안쓰러워 하며 조금이라도 편하게 두려고 애쓰시는 분이셨다. 갑자기 안하던 잔소리를 하는 할머니에 사실 조금 떠본 건데 얼추 정곡을 찔렀는지 할머니는 말이 없으셨다. 할머니? 한 번 더 물으니 할머니가 거두었던 고개를 다시 내게로 돌렸다. 




“ 계상이는 ”

“ 응? ”

“ 엄마랑 아빠 안보고 싶드냐? ”

“ … ”





엄마, 아빠. 잠시 머릿속에 스친 인물들은 전부 상상속의 얼굴이었다. 사실 잘 모르겠다. 엄마, 아빠라는 말만 들으면 꼭 내 것이 아닌 것을 갖고 있는 낯설고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다. 벌써 밤이 되었다. 평소에는 여름밤이 지독하게도 오지 않았는데, 요새는 하루 왠종일 호석의 생각만 머리에 담고 있으니 왠일인지 시간이 금세 지나갔다. 이대로 가다간 만날 시간이 늦춰질 것만 같았다. 할머니의 눈빛이 대답을 바라는 것처럼 아릿했다.






“ 나는. ”

“ … ”

“ 나는 잘 모르겠어. 할머니. ”

“ … 으음. ”

“ 근데 딱히 외롭거나 하지 않아. ”






마지막 말에 할머니가 나를 동그랗게 뜬 눈으로 바라보았다.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는게 겉으로 보아도 확연히 알 수 있었다. 조금 신경이 쓰였지만 나는 또다시 현관문으로 먼저 갔다. 그럼 나 오늘도 밤산책좀 하고 올게! 허겁지겁 신발을 신는 나를 할머니가 이상한 눈빛으로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나는 할머니의 떨리는 눈빛을 빤히 바라보며 신발을 신다가 얼마 안가 시선을 거두고 문 밖으로 나갔다. 평소라면 모기물린다며 오랫동안 놀지 말라던 할머니가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 


오늘은 집 대문을 열자마자 조금 안가서 호석이의 얼굴이 보였다. 왔어? 벌써 며칠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나는 거의 1주일 넘는 밤동안 행복한 꿈을 꿔가는 기분이었다. 하루하루가 지날때마다 새롭고 신비로운 느낌이다. 매일 밤 새로운 떨림과 설렘이 가득했다. 너와 함께하면 그랬다. 낮에는 지난 밤을 되돌아보며 하루종일 그리워하다가 밤이 되면 그토록 보고싶었던 너를 만나고 잊지 못할 밤을 보냈다. 사실 믿기지 않았다. 아무리 맞닿은 손끝의 감각이 생생해도 네 이목구비가 선명하게 눈에 담겨도 너의 목소리가 귀속에 촘촘히 박혀도 진짜 같지 않았다. 그게 너무 이상해서, 그게 너무 믿기지 않아서 매일 너를 만나러 갔다. 어젯밤에 본 너는 진짜였을까. 오늘 밤도 과연 지난 밤처럼 생생한 웃음을 지어줄까. 그런 마음으로 집문을 나섰다. 문밖에 서있는 네가 웃음을 띄면 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웃음을 짓는다. 진짜구나. 진짜 네가 또 찾아왔구나. 




“ 오늘은 큰 길쪽 갈래? ”




나는 또 새로운 벅차오름을 안고 호석의 옆에 서서 걸었다. 슬쩍 쳐다보는 옆태는 완벽히 호석이었다. 쌍커풀 선이 깊게 그려져있는 눈꼬리 하며, 제 부모를 닮은 높은 콧대에, 가만히 있어도 호선을 띄는 입술, 그리고 웃을때마다 그 옆에 작고 움푹 패이는 보조개마저 정말로 내가 어렸을 때부터 함께 했던 호석이가 맞았다. 큰 길쪽으로 걸어가니 전부 불이 꺼져있는 거리 중 유일하게 24시간 편의점만이 불을 밝히고 있었다. 횡단보도를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불안감에 휩싸이면서 심장이 쿵쿵 거리기 시작했다. 식은 땀이 흐를 것 같았다. 여름인데도 얼음같이 차가운 한기가 내 몸을 스쳐지나갔다. 서로 가까워진 거리에 자꾸만 맞부딪히는 손이 차가웠다. 내 신경은 온통 그 길 위에 쏟아져있었다.




“ 거슬린다. ”

“ …자, 잠깐 ”

“ 거슬려서 잡는거야. ”




호석이 곱게 접은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꼭 초승달 같이 예뻤다. 아까부터 한참을 부딪히다가 호석에게 덥석 잡힌 손부터 시작해서 안정감이 몰려왔다. 느슨하게 잡히던 손의 거리가 더 멀어지면서 호석이 자신의 차가운 손가락 하나하나를 내 손가락 마디 사이마다 끼워넣기 시작했다. 온몸에 찌릿 하고 전율이 흘렀다. 어쩌면 귀신일지도 모르는 손이 내 손을 잡고는 한참동안 꼼지락 거렸다. 그게 꼭 정호석은 살아있다고, 네 옆에서 이렇게 걷고 있다고 말해주는 것만 같아서 안정이 되었다. 다행이다, 다행이다 하고 속에서 자꾸만 울었다. 귀신일지라도 이게 네가 원하는거라면 기꺼이 하겠다고, 그래서 너를 잡은 손에 더더욱 힘을 주었다. 









“ 나 있잖아. 너 왜 찾아왔는지 알 것같아. ”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떴다. 그토록 궁금했던 이유를 호석이 먼저 꺼냈다. 속에서 갈망이 시작되었다. 내가 들어도 되는 이야기일까, 들으면 나는 또 도망쳐버리지 않을까, 네가 또 사라져버리지 않을까. 깍지를 낀 손에 힘을 더 실었다. 절대 못 놓도록. 절대 못 도망가도록. 








“ 네 소원. ”

“ … ”

“ 네 소원 들어주려고 왔어. ”






























*


제가 구상하면서 제일 좋아하는 5화가 나왔어요! 5화는 구상할때마다 왠지 모르게 웃음짓게 되고 막 배경음악도 설레게 되더라구요ㅠㅠㅠ

시간이 없어서 되게 급하게 적었는데 자꾸만 수정해도 급하게 적은 티가 나네요.. 원래는 5화 분량이 마지막에 더 추가되어야 하는 장면이 있는데

보다 더 빨리 보여드리고 싶어서 시간상 못 넣게 되었어요... ㅇㅏ...

매화마다 정말 아쉬운 것 같아요...정말로.. ㅠㅠㅠㅠㅠㅠㅠ 아직 저는 표현하는 것도 미숙해요. 호석이가 나타났는데 마냥 기뻐하지도 못하고, 그렇게 궁금하던걸 알게됐는데도 속이 시원하지도 않고, 불안함을 느끼는 여주를 호석이 손을 꼭 잡아주면서 금세 안정되는 그런 감정을 표현해내는데 정말 큰 어려움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매화 마다 쓸 때 더 열심히 쓰려고 노력하는데 그게 진짜 맘처럼 안되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글쓰시는 분들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마의 5화를 넘기고도 마음은 편안하지 않습니당.... 아무쪼록 좋은 겨울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날씨 되게 춥던데 꽁꽁 싸매고 댕기세요 홉나잇!





* 암호닉 *

[꽃잎] [난초] [코코몽] [연이] [호석이] [호비] 


정말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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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99.168
안냥하세오[호비]에오 이글읽고 제가신청한 암호닉이있어서 4화 댓글창으로갔는데 친절히 답글도 해주셔서 감동 받았어요ㅜㅜㅠㅠ 알림은 울리진않지만 인티가입을위해 하루에 몇번씩 오가면서 새로운글 올라왔나보면서 글읽어서 괜찮습니당 빨리 가입해서 회원인모습으로 댓글도 자유롭게 다는 독자로 오겠습니닷 ㅎㅎ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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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08.28
[0103]으로 암호닉신청할게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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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연이에요!
오.. 호석이가 여주의 무슨 소원을 들어주려고 온 걸까요? 진짜 궁금하다. 그리고 할머니는 왜 붙잡지 않는 걸까. 혹시 아는 걸까요? 그 귀신한테는 기라는 게 있잖아요. 같이 있으면 기도 빨리고. 뭔가 할머니가 아예 모르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눈치를 챈 걸까. 갑자기 부모님 얘기 꺼낸 것도 수상하고. 오늘은 이래저래 수상한 부분이 많았던 화 같아요! 그리고 여주의 감정선도 잘 나타나서 괜히 웃음나고 기분도 좋고 그렇네요^ㅁ^ 오늘도 브금이 좋습니당 헤헷 잘 읽고 가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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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작가님 저 꽃잎이에요 오늘 노래 선곡 너무너무 좋아요.. 정말 아련하기도 하고 작가님 말대로 설레기도 해요 글이랑 너무 딱 맞는거 같아요! 오늘 읽으면서 마음 한구석이 정말 아련했답니다 여름 밤을 정말 예쁘게도 표현해주셨네요 읽다보니 힐링이 되는 글이 될거 같습니다! 호석이가 먼저 이유를 말해준다고 하니 놀랐네요 어떤 소원이였길래 호석이가 이리도 계속 여주를 찾아오는 걸까요?? 태형이의 맘도 어떨지 호석이가 태형이한테도 모습을 보일지 그런다면 태형이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무지 궁금해지네요! 오늘은 정말 노래가 한 몫 하는거 같아요!! 여주랑 호석이가 고등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순수하게 노는 모습이 예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그래요 그리고 할머니가 평소에 안하시는 말씀을 하는거 보니까 정말 뭔일이 일어나겠구나 하는 느낌도 들구요... 오늘 정말 잘 읽었습니다!!!! 감사해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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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코코몽이에요 !
노래가 끝나니 이야기도 끝이 났네요 노래랑 너무 잘 어울려요 !! 이번화도 역시 몰입해서 봤네요 .. 아 할머니의 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도는 거 같아요 ! 거기다 소원이 뭐길래 호석이가 소원 때문에 칮아온거죠ㅜㅜ 잡았던 호석이의 손이 차갑다 할때 슬펐어요 ㅠㅠ 궁금한거 투성이네요 ,, 작가님이 다 풀어주실거라 믿습니다 !!!! 작가님 잘 보고 가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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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난초랍니다. 느긋하게 앉아 천천히 글을 곱씹어보고 싶어 미루고 또 미뤘더니 이렇게 늦게 댓글을 쓰게 되네요. ㅠㅠㅠ 그만큼 여름밤은 흡입력이 좋은 것 같아요. 읽는동안 정말 온전히 그 글에 빠져든다고 해야하나. 정말 뒷산을 오르면 호석이가 보이고, 그 호석이가 말을 걸고 함께 시간을 보내줄 느낌. 주인공의 감정변화가 조금씩 달라지는 게 보여서 좋았어요. 정말 '여름밤의 꿈' 처럼 행복하게 보내는 것 같아요 ㅎㅎ 호석이가 정말 일상의 많은 부분들을 차지했었네요... 닫혀있던 마음이 호석이를 다시 만나고 나서 조금씩 열리는 듯해요. 태형이랑도 그렇고... 아, 태형이는 주인공 걱정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좀 더 다가와도 괜찮으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요ㅋㅋㅋㅋ 할머니의 말들 하나하나 모두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좋은 예감이 안 들어... 왜 부모님에 대해 물어보신건지, 왜 늦은 밤인데도 그냥 가게 하시는지. 위태로운 느낌? 호석이가 온 이유가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왔구나. 어떤 소원을 빌지 궁금하고. 아니 왜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왔는지! 그걸 먼저 알고 싶어요ㅋㅋㅋ 여름밤을 읽으면서 많은 궁금증을 느끼지만, 그게 결코 지루함이 아닌 흥미진진함으로 흘러가서 정말 좋아요. ㅠㅠㅠㅠㅠ 읽을 때마다 감탄하며 간답니다. 글 잘 읽었어요! ;)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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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99.168
호비에요!
작가님... 저 작가님만 기다리고 있어요ㅜㅜㅠㅠ 맨날 이글 다시읽고 있는데 작가님 너무 보고싶아요ㅜㅜㅜㅠㅠ나중에 꼭 다음화 올려주세요 올라오면 제가 1등으로 댓글 달고말거에요ㅜㅜㅠ
시험끝나고 다시 재탕해야겠당...핳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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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헐..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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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오 작가님이당!!헿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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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호비에요!
점점 날씨가 더워져가니까 이글 생각나서 다시 읽구가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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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타이밍 딱맞네요..! 3주년생각나서 인티들어왔더니 딱 댓글달려서 놀랐어요ㅜㅜㅜㅜ저번에 댓글달아주신거에 너무 놀라서 제대로 답글을 못달아드렸네요 책임감없는모습보여드려서죄송합니다ㅜㅜ 하지만 여름밤은 이미작년겨울방학에 다시놉짠거라서 꼭완결해야겠다는생각은굳게자리잡혀있어요! 비록 현실생활에 너무 치여서 쓸시간도부족하고 그렇지만 이렇게 찾아오시는 독자님한분이라도계시니깐 맘이급해지네요.. 아마 이 글은 삭제될것같아요. 다시읽어보니 두서없이 쓴부분이 많아서.. 곧 방학오면 그때 얼른 재업해서 돌아오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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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어휴 죄송할 필요없어요.. 저도 사실 현실생활에 치여서 못들어왔다가 오랜만에 들어온거에요!!
이글 다 지우시고 처음부터 연재 해주신다니.. 돌아오실땨까지 기다리다 글올라오면 달려갈게요! ㄴ무 마음 급하게 하지마시구 작가님이 편하실때 돌아오세요 조용히 기다리구 있을게요!작가님 답댓보고 감동 받았어요..헿♥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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