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https://instiz.net/writing/2192060주소 복사
   
 
로고
인기글
필터링
전체 게시물 알림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등장인물 이름 변경 적용






[방탄소년단/민윤기] 로맨스 어게인 2 (부제: 잊고 있었던) | 인스티즈





Romance Again

w.Cubido




2

잊고 있었던







 “으응. 그래서 한동안 바쁠 거야.”




 어깨와 귀 사이에 휴대전화를 끼우곤 빨랫 더미에서 수건을 빼냈다. 반을 접고, 또 반을 접고, 삼 등분. 그리고 꾹꾹 눌러 손 다리미질을 한다. 한쪽 어깨가 들려있으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라, 무어라 말하려는 박지민에게 잠깐만, 하곤 스피커 모양의 아이콘을 눌렀다.




 “어. 말해.”

 - 뭐야. 스피커?

 “귀신이네, 박지민.”

 - 스치는 소리 다 들려. 너 빨래 개지.

 “이야. 사생활 침해하는 거 봐라.”




 손 옆에다 내려놨더니 수건이 스치는 소리가 들렸나 보다. 하여간 이상한 부분에서 예리하다. 개어서 반듯하게 쌓아 올린 수건 위로 휴대전화를 옮겼다. 계속 바닥에 두었다간 목소리가 잘 안 들린다며 큰 소리를 낼 것 같아서. 내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데 왜 자기 목소리를 높이는지 알 수가 없다. 몇 번 주의를 주어도 그때에만 헐, 맞네. 그다음부턴 또 똑같은 짓을 반복한다. 그 소리에 도원이가 깨기라도 큰일이니까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 한 번 잠들면 업어가도 모를 만큼 깊게 자긴 하지만.




 - 사생활은 무슨. 네가 이 시간에 하는 게 집안일이랑 도원이 숙제 말고 더 있냐?

 “그렇긴 하지.”




 이리저리 살펴보니 수건은 다 갠 것 같다. 이제 도원이 옷. 원복 셔츠는 다려야 하니까 빼두고, 노란색과 검은색이 섞인 생활복부터 손에 들었다. 쬐끄만 후드집업을 보고 있으니 손이 간질간질했다. 처음엔 노란 원복과 생활복이 촌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입히고 보니까 역시 어린아이들은 밝은색이 잘 어울린다는 걸 느꼈다. 병아리 마냥 귀여운 모습에 허둥지둥 카메라를 들었었지.




 - 아무튼, 그 같이 일한다는 작가는 괜찮아?

 “정신이상자는 아닌 것 같네.”




 그리고 그건 나만 느낀 게 아니었다. 다들 입을 모아 원복 입은 도원이를 칭찬하기에 바빴다. 입학식에서도 얼마나 인기가 많았는지, 도원이 손잡고 들어가는 동안 아이가 너무 예쁘다며 말을 걸어오는 엄마들도 여럿이었다. 새까만 머리칼, 그와 같은 색으로 보석처럼 반짝이는 눈동자, 웃을 때 반달 모양으로 휘어지는 둥글고 큰 눈, 새하얗고 뽀얀 피부에 통통한 볼살, 밉지 않게 자란 토끼이빨까지.


 그래. 인정할 건 인정한다. 이건 내 유전자가 아니야……. 얼굴을 제하고도 평생을 평균 키에 못 미치며 살아온 나에 비해 도원이는 항상 또래 아이들 중에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니 고마울 따름이었다.




 - 또라이는 너지. 아까 석진이 형이 전화 왔어. 이번에도 냅다 들이박았다며?

 “아니, 뭐… 알고는 있어야지.”

 - 너도 참 너다. 너 그, 아니. 친군데, 왜. 네가 알아서 뭐하게.

 “여보세요?”




 친구랑 얘기하나 보네. 그 뒤에도 티격태격하는 소리가 마른 천이 부딪히는 소리만 울려 퍼지는 거실을 한참 헤집었다. 그 소리가 내 귀를 울리는 게 어색했다. 잠깐 발만 담갔다 나온 캠퍼스 라이프를 제대로 알 리가 없어서. 다만 박지민은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암만 나한테 애늙은이처럼 잔소리해도, 캠퍼스 안을 쏘다니며 친구들이랑 왁자지껄하게 몰려다니는 게 더 익숙할 거다.




 - 도은이. 이도은. 거 봐, 모르면서. 집에나 가라.

 “…….”

 - 아!! 아으으, 야! 너 안 서? 아오, 씨. 저걸 진짜 확 때릴 수도 없고.




 어느새 도원이 옷도 끝. 이제 내 옷 차례. 무채색이 대부분인 빨랫 더미를 보다 까만 천을 끌어왔다. 어… 이거 박지민이 사온 거네. 와이드 팬츠. 아래로 보이는 목폴라 니트도 그렇고, 저기 옷걸이에 걸린 오버핏 코트도 그렇고. 새삼 들여다보니 내가 얘한테 뜯어 먹은 게 많긴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시킨 건 아니지만 찔리긴 하네.




 - 야, 이도은.

 “응.”

 - 일단 나머지는 내일 만나서 얘기하자. 주현 누나 언제 온다고?

 “내일모레.”

 - 그럼 한 시에 카페로 나와. 밥 먹고 나서.

 “그래.”




 박지민은 가끔 날 태워 먹을 듯이 찡그리고 쳐다보다가 뜬금없이 너도 스물네 살이라며 잔소리를 퍼붓고, 다음 날에 옷이든 화장품이든 액세사리든 요즘 유행하는 것이라는 말과 함께 사 들고 오곤 했다. 네가 돈이 어디 있어서 자꾸 사오느냐 말하면 싼 데 가서 산 거야, 새끼야. 내가 너 뭐 예쁘다고 비싼 걸 사주냐? 했다. 사온 물건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도 아니라 그 뒤론 고분고분 입고 쓴다.




 - 끊는다. 집안일 그만하고 자라, 이 아줌마야.




 하아. 아무리 고마워도 저 입에서 나오는 아줌마 소리는 얄미워서 못 견디겠다. 바로 끊긴 전화에 괜히 티셔츠를 힘주어 갠다. 어쩜 저렇게 아줌마라는 단어를 얄밉게 뱉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각이 딱딱 맞는 빨래 탑들을 무너뜨리고 싶은 욕구가 일었으나, 수습이 다 내 몫이라는 걸 알아서 그만뒀다.


 빨리 끝내고 도원이 끌어안고 자야지. 세상모르고 도롱 도롱 자고 있을 평화로운 얼굴을 떠올리니 불꽃이 튀던 마음이 차분해졌다. 






***






 한 시까지는 시간이 남았지만, 오전에 하려던 집안일을 모두 끝마친 상태라 일찍이 카페로 나왔다. 오늘은 원복을 입는 날이라 도원이는 셔츠 위에 별무늬 넥타이, 노란 마이까지 말끔하게 차려입었다. 아침밥도 도원이가 좋아하는 몽글몽글한 폭탄 계란찜이었다. 점점 간단한 영어를 익히던 도원이는 기분이 좋으면 마더! 하면서 날 불렀는데, 아침엔 


 마더! 마시써여. 계라니이 뻐엉 터져써. 화산이야! 태태쌤하테 화산 머거따고 자랑해야지이.


 라며 손짓, 발짓까지 가득 첨부해 기쁨을 표현했다. 그 모습을 보던 나는 주책없게 아침부터 눈물이나 흘릴 뻔했고. 싱그럽게 웃으며 양 볼 가득 밥을 채워 넣던 모습이 아직도 훤했다. 사실 어제저녁, 유치원에서 태태쌤이 비행기를 만들어 줘서 엄청 좋았다며, 엄마 가지고 싶으니까 나도 만들어 줄 거라고, 작은 손으로 꼬물꼬물 움직여 만든 비행기를 주면서 이제 엄마두 기분 좋지요? 했을 땐 눈물이 나와 고이기까지 했다. 아무래도 도원이는 천사가 분명한 것 같아….




 “아, 놀래라.”




 진동벨이 울렸다. 끝없이 이어지던 생각의 흐름이 뚝 잘렸다. 딱딱한 테이블 위에서 지이잉, 하고 큰 소리가 난 탓에 크게 움찔했다. 누가 보고 비웃어도 할 말이 없을 만큼. 보는 사람이 없을 걸 알면서도 시선이 내리꽂히는 기분에 얼른 일어나 진동벨과 트레이를 바꿔 들었다. 스트로는 우측에 있습니다, 웃으며 말하는 직원에 우측으로 몸을 틀었다. 까만 티셔츠에 시야가 가로막혔다. 옆으로 한 발자국 비켜서려던 찰나,




 “여기, 빨대.”




 비닐을 벗기지 않은 새 빨대 두 개가 내 앞에 불쑥 나타났다. 고개를 들자 덤덤한 표정으로 날 내려다보는 하얀 얼굴이 보인다. 민윤기다. 여기에서 몇 번을 모르는 사이로 스쳤었는데, 이젠 그가 내게 빨대를 건넨다. 기분이 이상했다. 그러고 보니 도원이랑 온 적도 많았는데, 봤으려나? 이런저런 생각에 말없이 얼굴만 올려다보고 있으니 얼른 받지 않고 뭐하느냔 듯이 눈썹을 들썩인다. 난 두 손을 트레이 쥐는 데 사용하고 있는데 말이다. 




 “아아.”




 혼자 고개를 끄덕인 민윤기가 내가 들고 있는 트레이에 텀블러를 내려놓더니 빨대 비닐을 벗겨 컵에 쏙쏙 꽂아준다. 손이 없구나, 하고 작게 중얼거리면서. 그리곤 다시 텀블러를 가져간다. 




 “고마워요.”




 손을 휘휘 저은 그가 자리로 돌아간다. 본의 아니게 뒤를 따라가게 됐는데, 주문을 하고 앉았을 땐 비어있던 옆 테이블 위에 그의 물건이 가득했다. 주인 닮아 새하얀 노트북, 무선 마우스, 표지에 일어가 쓰여있는 두꺼운 책 한 권, 독서대. 검정 텀블러도 빈 곳에 자리를 잡는다. 아, 언젠가 저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는 누군가를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저런 노트북은 얼마 정도 하려나, 생각했던 게 기억났다. 나는 박지민을 기다리며 도원이 생각을 하던 그 자리에 다시 앉았다. 


[방탄소년단/민윤기] 로맨스 어게인 2 (부제: 잊고 있었던) | 인스티즈


 민윤기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목을 이리저리 돌렸다. 그 후엔 까만 키보드 위로 몸집에 비해 크기가 큰 손이 오른다. 타다다닥, 빠르게 움직이는 손을 따라 마찰음이 바쁘게 따라붙었다. 타자 되게 빠르네. 저거 일어던데, 일어 번역도 하는 건가. 그 와중에 자리를 잘못 잡은 그의 팔꿈치가 테이블에 아슬하게 걸쳐있던 민트색 책갈피를 떨어트린다. 깨끗해졌던 미간에 다시 금이 갔다. 허리를 숙여 책갈피를 줍는 얼굴이 심히 언짢아 보였는데, 들어 올려진 얼굴은 다시 주름 하나 없이 하얗기만 했다.




 “계속 보고 있을 거예요?”




 아, 나 계속 쳐다보고 있었구나. 독서대 위의 책과 모니터를 번갈아 보며 손을 바삐 움직이는데 말은 나한테 건다. 원래 남자는 멀티태스킹이 안 된다고 그러던데 이제 보니 다 거짓말이다.




 “일어 번역도 해요?”

 “네. 영어, 일어.”




 다섯 살짜리한테도 일어를 가르쳐도 되는지에 대해 잠깐 고민하다 말았다. 영어 수업이 있던 날이면 마더! 이거는 애쁘을이에요. 하고 칭찬을 기다리던 기대에 찬 얼굴이 스쳐서. 일어까지 배우면 기특해서 죽을지도 몰라. 텔레비전에 나오는 누구처럼 ‘도원쨩 스고이!’를 연신 외쳐댈지도.




 “왜 두 잔이에요?”

 “아, 친구 기다리느라….”




 주억이는 머리통을 따라 백금색 머리카락이 흔들린다. 머리색을 저렇게 빼놓으니 자꾸 시선이 간다. 솟았다가 사르륵 가라앉는 머리카락들. 어울리긴 하는데, 하얀 사람이 머리를 하얗게 해놓으니까 눈사람이라도 된 것 같다. 


 그나저나 박지민은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시간을 확인하려 휴대전화를 들었다. 한 시 2분 전. 괜히 빨리 나왔다. 박지민 취향 고려해 미리 시킨 화이트 카페모카는 미지근해진 지 오래였다. 내가 시킨 건 프라페라 상관없는데. 씹히는 쿠키를 아그작 씹으며 지금쯤 박지민이 골목으로 들어섰지 않을까 어림짐작해 본다.




 “연락하라니까 왜 안 했어요.

 “네?

 “작업 언제부터 할래요?

 “아, 전 상관없는데. 편한 대로 하세요.

 “그럼 문자 한 통 해줘요. 난 번호가 없어서.

 “지금 보낼게요.




 이도은입니다. 문자 창에다 여섯 글자를 치곤 주소록에 들어갔다. 내가 저장을 어떻게 했더라…. 떠오르는 단어가 없어 민윤, 까지 치니 ‘민윤기’ 라고 저장된 연락처가 남았다. 그대로 전송. 누르기가 무섭게 그의 것으로 추정되는 알림음이 울렸다. 겉옷 주머니를 뒤적이던 손에 휴대전화가 들려 나온다.


[방탄소년단/민윤기] 로맨스 어게인 2 (부제: 잊고 있었던) | 인스티즈


 몇 번 손가락을 놀리던 민윤기가 웃는다. 뭐 이런 게 다 있지, 싶은 표정으로. 그대로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려 입을 열 것 같더니 고개만 끄덕끄덕. 다시 휴대전화를 쥐고 손을 움직인다.




 “이도은! 늦어서 미안.




 뛰어왔나 보다. 언제 들어왔는지 모를 주황 머리가 눈앞에 나타났다. 두 손을 테이블 위에 턱! 내려놓은 박지민이 숨을 급하게 내쉬었다. 갑자기 나타나고 난리야. 이번엔 티 안 나게 놀라 다행이다. 이제 꽤 안정적인 호흡을 유지하게 된 박지민이 축 늘어진다. 테이블 위에 놓았던 휴대전화가 짧게 진동했다. 아냐. 너 늦는 거 하루 이틀이냐. 툴툴거리며 말하자 야아, 미안하다고오. 이거 내꺼지? 한다. 




 “화이트 모카.

[방탄소년단/민윤기] 로맨스 어게인 2 (부제: 잊고 있었던) | 인스티즈

 “감사감사.




 눈이 사라지게 웃은 후 볼이 홀쭉해질 정도로 음료를 마시는 박지민을 보다가 휴대전화를 켰다. 새 메시지, 민윤기.


 [내일 여기서 봅시다]


 고개를 조금만 옆으로 틀자 눈이 딱 마주친다. 입 모양으로 무어라 말을 하는데 벙긋거리는 입술을 뚫어져라 보고 있어도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다. 입술을 짧게 꾹 깨문 민윤기가 또박또박 두 글자를 말한다. 내…일? 아, 내일. 그리곤 검지를 까딱이며 자기 테이블을 가리킨다. 다음엔 손가락 두 개, 그러니까, 검지와 중지를 펼쳐 내게 브이를 보여준다. …어쩌라는 거야.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달라는 건가. 내가 여기 앉아있으니 한 장 찍어봐라? 암만 생각해도 의미를 알 수 없어 고개를 기울였더니 제 손으로 앞머리를 마구 헤집는다.




 “내일 여기서 두 시에 보자구요.

 “…아

 “픕!




 민윤기가 못 참겠는지 목소리를 냈다. 드디어 말을 알아들은 내가 알겠다고 말하려는 순간,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옆을 힐끗 쳐다본 박지민이 입안에 있던 음료를 뿜었다. 더럽다, 참. 나한테까지 튀지 않은 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턱에는 줄줄, 테이블에도 몇 방울.




 “으유, 도원이 보다 못한 놈아.

 “아니이, 네가!

 “닦기나 해. 턱받이라도 갖다 줘야지, 원….




 냅킨을 몇 장 뽑아 건네자 박지민이 억울하다는 듯이 씩씩거렸다. 닦기나 하고 말하라고 검지로 내 턱을 툭툭 쳤더니 냅킨을 든 손으로 날 따라서 더듬더듬 위치를 찾는다. 어어, 거기. 쓱 닦아낸 후에 냅킨을 내려놓길래 그걸 가져다 테이블에 튄 방울을 지웠다. 


[방탄소년단/민윤기] 로맨스 어게인 2 (부제: 잊고 있었던) | 인스티즈

 누구? 박지민 얼굴에 있는 모든 근육이 묻는다. 참 볼만한 표정이다.




 “어제 말한 작가님.

 “…….

 “…아하하, 안녕하세요.

 “아아, 네. 안녕하세요. 민윤깁니다.

 “바, 박지민이에요.




 내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린 박지민이 정직한 웃음소리와 함께 인사한다. 그에 고개를 끄덕인 민윤기는 키보드 위에 있던 손을 넓적다리 위에 내리고 약간 구부정하게 있던 허리도 곧게 편 후에 목례. 어정쩡한 자세로 있던 박지민은 몸을 불편하게 펴고 이름을 말했다. 참 불편해 보인다. 쟤 우리 부모님 마주쳤을 때도 저렇겐 안 했는데. 하긴 그땐 군대도 가기 전이다. 내가 알기론 그 흔한 여자친구 부모님도 못 만나봤고.




 “저 얘랑 동갑이니까 펴, 편하게 하셔도 돼요!

 “아, 네. 전 스물여덟입니다.

 “하하, 그러시구나. 집이 이 근처신가 봐요. 여기 동네 사람 아니면 잘 안 오던데에….

 “예. 바로 옆이에요.




 박지민이 기계적으로 찍어낸 웃음소리가 딱딱한 대화의 중간중간을 채운다. 그러고 보니 민윤기는 나보나 네 살이나 많은데도 높임말을 쓴다. 박지민이 편하게 하셔도 돼요, 해도 곧게 편 허리는 여전히 바른 자세를 유지했다. 


 괜히 입학식 때 봤던 유치원 학부모들이 떠올랐다. 꾸벅 인사를 했더니 초면에 반말. 게다가 인사는 받는 둥, 마는 둥 했다. 나이가 엇비슷해 보이는 엄마들도 다짜고짜 나이를 물은 후엔 똑같은 패턴이었다. 이런 건 그나마 양반이다.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으로 옮겼더니 나이를 밝히는 게 더 껄끄러워졌으니. 내 앞에서 쳐다보고 쑥덕거리는 건 상관이 없는데, 그 시선이 대를 타고 내려가 도원이에게 닿을까 걱정이었다. 물론 좋은 사람도 있었지만, 열아홉이라는 나이에 만나게 된 도원이와 날 관통하는 첫 번째 시선은 늘, 어딘가 불편한 눈초리였다.


 그래, 이해한다. 그렇다고 수용할 수 있다는 건 아니다. 빨간 토마토만 봐온 사람은 초록색 토마토가 낯설고, 어딘가 께름칙할 거다. 나는 그 초록색 토마토가 됐고. 거울을 보면서 왜 빨간색이 아닐까, 고민해도 빨갛게 변하는 것도 아니다. 빨갛든 파랗든 노랗든 토마토는 토마토다. 색깔이 다르다는 사실만으로 병든 토마토 취급하는 사람들을 따라 나 자신을 환자 취급하는 건 말도 안 되는 거다. 다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이해만 하는 거지.




 “…이도은?

 “어어, 응. …네?




 박지민이 내 눈앞에다 대고 손을 흔들었다. 그래서 응, 하고 대답했더니 옆에서 날 보고 있는 민윤기도 눈에 들어왔다.




 “뭔 생각했냐. 가신대.




 테이블 위에 그 많던 짐이 사라졌다. 민윤기는 가방을 들고 일어났다. 어느새 짐도 다 챙기고 외투도 입었다. 내가 그렇게 오래 생각에 빠져있었나…?




 “아… 내일 봬요.

 “네. 근데 도은 씨, 그…

 “……?




 말을 꺼내다 말곤 입술을 앙다문다. 눈이 곱게 휘어졌다. 누가 봐도 웃음을 참는 얼굴이다. ‘당최 이해를 할 수가 없다.’를 어필하기 위해 미간을 찌푸렸더니 고개를 푹 숙인다. 동그란 정수리가 보인다. 푸하, 하고 웃음이 터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짧게 끅끅거린다.


[방탄소년단/민윤기] 로맨스 어게인 2 (부제: 잊고 있었던) | 인스티즈

 뭐, 뭐가 웃긴데. 금방 고개를 들어 올린 그가 검지를 들어 자기 입가를 톡톡 두드린다. 설마아……?




[방탄소년단/민윤기] 로맨스 어게인 2 (부제: 잊고 있었던) | 인스티즈

 “…그거 닦고, 내일 봅시다.

 “…….

 “…….




 잠깐의 정적. 고개를 크게 한 번 끄덕이며 말한 민윤기는 쿨하게 뒤돌아 떠났다. 그리고 그 뒤엔…




 “박지미이인!

 “아, 아니, 나 지짜 못 봤다고오!

 “어? 뭐? 못 봐?

 “아아아!! 아파! 그만 때려, 아줌마야!




 입가에 묻은, 정확히는 박지민이 뿜어낸 카페 모카를 벅벅 문질러 닦은 나, 그리고 팔뚝을 마구 쓸어내리는 박지민만이 남았다. 누구는 창피함에, 누구는 고통에 어느 부위가 빨개진 채로.









주저리

암호닉 정리 다음편에 할게요! 신청 언제나 감사히 넙죽넙죽 받겠습니당.

도원=친아들

주현=친언니

지민=친구

석진=사촌오빠

태형=달님 반(도원이 반) 선생님

앞에 있는 애는 챙겨주면서 자기 얼굴에 묻은 건 모르는 애 엄마, 그걸 가르쳐주는 민윤기.


[이도은입니다]를 본 민작가님

몇 번 손가락을 놀리던 민윤기가 웃는다. 뭐 이런 게 다 있지, 싶은 표정으로.


[방탄소년단/민윤기] 로맨스 어게인 2 (부제: 잊고 있었던) | 인스티즈

(나 애 엄마예요. 아, 애 아빠는 없구요. 라고 또박또박 말하던 게 생각남)

문자도 꼭 자기처럼 보낸다. 참내… 문자가 정직해보이긴 생전 처음이네.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대표 사진
독자1
.
9년 전
대표 사진
독자2
암호닉 [오월]로 신청해도 될까요 작가님?!아 이거 너무 좋아요오오옹
9년 전
대표 사진
독자3
와...윤기야.. .사랑해♡ 나랑 결혼하자♡ 와...진짜 이렇게 설레게 하기 있니?ㅎㅎ 작가님 저 암호닉 신청되있죠? 안되있으면 꼬마이모로 암호닉 신청 해주세요ㅎㅎ 글 잘 읽었습니다ㅎㅎ 읽으면서 심장 터지는줄 알았습니다ㅎㅎ 우리 망개 여주한테 잘해줬구나ㅎㅎ 도원이 얘기하는데 정국이가 생각나는건 왜 일까요ㅎㅎ 우리 윤기 자상한거 보십시요 와 정말 멋있지 않나요ㅎㅎ 진짜 윤기 제가 가져야 겠습니다ㅎㅎ 빨리 다음편도 기대하겠습니다ㅎㅎ
9년 전
대표 사진
비회원156.240
와 대박 진짜 윤기 캐릭터 제가 사랑하는 사람의 유형이에요 딱 올바르고 정중하고 예의바르고 머릿속이 깔끔한! 윤기의 마음에 제가 채워지고 싶은 생각 들게 하구 막ㅠㅠㅠㅠㅠ 작가님 암호닉 신청할수 이쓸까용??? [지니] 로 하고싶습니다!!!!!
9년 전
대표 사진
독자4
세상에.........헐.........작가님 사랑해요....네...저 원래 글 읽고 댓글 잘 안다는데.....꺄...이건 달게 만들쟈나요ㅠㅠㅠㅜㅠㅠㅠㅠㅠㅠㅠㅠ암호닉 신청되면 [윤기하트]로 신청할게요!!!!!!!!!!!!
9년 전
대표 사진
독자5
작가님 [망고빙수]로 암호닉 신청할게요!! 아아 윤기 벌써부터 설레요ㅠㅠㅠㅠ도원이는 뭔가 아카꾸기 느낌나서 더 좋아요ㅠㅠ 잘 읽고가요♡
9년 전
대표 사진
독자6
여주 귀여워욬ㅋㅋㅋㅋㅋㅋㅋ
9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확인 또는 엔터키 연타


이런 글은 어떠세요?

전체 HOT댓글없는글
[피어있길바라] 천천히 걷자, 우리 속도에 맞게2
10.22 11:24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사랑만큼 중요한 것이 존재할까
10.14 10:27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쉴 땐 쉬자, 생각 없이 쉬자
10.01 16:56 l 작가재민
개미
09.23 12:19
[피어있길바라] 죽기 살기로 희망적이기3
09.19 13:16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가볍게, 깃털처럼 가볍게
09.08 12:13 l 작가재민
너의 여름 _ Episode 1 [BL 웹드라마]5
08.27 20:07 l Tender
[피어있길바라] 마음이 편할 때까지, 평안해질 때까지
07.27 16:30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흔들리는 버드나무 잎 같은 마음에게78
07.24 12:21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뜨거운 여름에는 시원한 수박을 먹자2
07.21 15:44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사랑은 찰나의 순간에 보이는 것들이야1
07.14 22:30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사랑이 필요하면 사랑을2
06.30 14:11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새끼손가락 한 번 걸어주고 마음 편히 푹 쉬다와3
06.27 17:28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일상의 대화 = ♥️
06.25 09:27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우리 해 질 녘에 산책 나가자2
06.19 20:55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오늘만은 네 마음을 따라가도 괜찮아1
06.15 15:24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세상에 너에게 맞는 틈이 있을 거야2
06.13 11:51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바나나 푸딩 한 접시에 네가 웃었으면 좋겠어6
06.11 14:35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세잎클로버 속으로 풍덩 빠져버리자2
06.10 14:25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네가 이 계절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해1
06.09 13:15 l 작가재민
[어차피퇴사] 모든 것을 손에 쥐고 있지 말 걸1
06.03 15:25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회사에 오래 버티는 사람의 특징1
05.31 16:39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퇴사할 걸 알면서도 다닐 수 있는 회사2
05.30 16:21 l 한도윤
[어차피퇴사] 어차피 퇴사할 건데, 입사했습니다
05.29 17:54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혼자 다 해보겠다는 착각2
05.28 12:19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하고 싶은 마음만으로 충분해요
05.27 11:09 l 한도윤
[어차피퇴사] 출근하면서 울고 싶었어 2
05.25 23:32 l 한도윤


12345678910다음
전체 인기글
일상
연예
드영배
1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