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김태형] 패러렐 월드 1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12/04/16/13db2a0b74abd6c8be9e978be78b2182.jpg)
PARALLEL WORLD
w. Cubido
말도 안되는 판타지+좀비물입니다 취향 아니신 분들 뒤로가기 해주세요☆..
아직, 이곳을 확실하게 정의할 수 없다. 여길 떠나서 다시 돌아가게 된 후엔 어렴풋이 알게 될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어떻게 여기로 오게 됐는지, 어떻게 하면 떠날 수 있는지조차 불투명하지만 말이다. 분명 여기에도 내가 존재했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이곳엔 네가 있으니까. 같은 눈, 코, 입에 작은 습관과 말투까지 너와 같은 네가 여기 있다. 나를 바라보고, 이야기한다. 분명 너와 같다.
"은재야."
"…응."
온통 먹구름으로 가득한 까만 눈동자. 그 짙은 시선과 마주할 때면 이따금 깨닫는다. 아, 그곳에서 우린 멀었지. 수많은 선택의 길 중에서 그곳의 우린 서로에게서 멀어지는 길을 걷고 있었지. 모르는 척 스치듯이 지나치던 너와 바로 앞에서 깊게 눈을 맞추는 너. 이질감이 소름 끼치게 몰려왔다.
"돌아가자, 너."
"……."
"갈 수 있어."
이곳의 너는 날더러 돌아가라고 말한다. 먹구름 사이로 햇빛 한 줄기가 반짝거렸다. 밖은 빨간 눈들로 가득하다. 얼마 전만 해도 너는 그사이를 겨우 해치며 십 수개의 대가리에 방아쇠를 당겼다. 총알이 박히고 탄피가 튕겨 나오는 소리가 귀에 왕왕거렸다. 어기적거리며 걷다가 갑자기 입을 쩍 벌리는, 말이라곤 해괴망측한 괴성밖에 내지 못하는, 멀쩡하게 살아있는 사람들의 살갗에 이빨을 박아넣는 괴생물체들. 그것들을 뚫고 돌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거기에 있는 나도…,"
"……."
"널 기다리고 있을 거야."
먹구름이 완전히 걷힌다. 투명해진 눈동자가 온 마음을 여과 없이 비춘다. 어느 누가 쓰던 곳인지 모를 창고에서, 어느 누가 흘렸을 피 냄새를 맡으며, 혹여 지나가던 이의 귀에 흘러들까 작게 속삭이며 너는 희망에 젖은 말을 내뱉는다. 불도 켜놓지 않은 먼지 묵은 창고에서 햇볕을 가득 머금은 맑은 눈동자를 하고선. 그곳에서 네가 날 기다리고 있으리라고.
넌 날 기다리고 있을까?
우린 지난 시간을 서로에게서 벗어나는 데에만 쏟고 있었는데 말이야.
태형아.
다시 돌아간다면 네게 고백할게. 잠시나마 널 의심해서 미안하다고. 내가 알고 있는 넌 그랬을 리가 없다고. 혼란스러워하던 네 곁을 지켜주지 못한 걸 평생 죄 삼아 살아가겠노라고.
너는 지금,
날 기다리고 있을까.
![[방탄소년단/김태형] 패러렐 월드 1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10/20/23/9709e06eeaa78c2241ac5e6269b8f7ec.gif)
Parallel World
w. Cubido
김태형과 나는 거의 모든 유년시절을 함께했다. 부모님들부터 안면이 있는 사이였다. 덕분에 서로의 가정사도 줄줄 꿰고 있었다. 비슷한 길을 걷던 우리가 틀어지기 시작한 건 중학교 3학년쯤이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어딜 가든 눈에 띄었던 김태형은 이 사람 저 사람 할 것 없이 발을 뻗어 갔다. 그리고 그때, 김태형은 가족을 잃었다.
물적인 환경이 바닥이진 않았다. 김태형네는 핏줄이 많았다. 그저 김태형'만'을 바라봐주는 사람이 없었을 뿐. 기부금처럼 통장에 입금되는 돈을 한 몇 주 쟁여놓던 김태형은 집 밖으로 나돌기를 습관처럼 했다.
'…담배 냄새.'
'옆에만 있었어, 옆에만.'
'걔네랑 좀 안 만나면 안 돼?'
그때까진 며칠에 한 번씩 아파트 단지 놀이터에서 만나 대화를 나눴다. 대부분이 내 잔소리와 김태형의 변명 아닌 변명, 대화 주제를 돌리느라 엉뚱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말소리뿐이었다.
'그 시간에 밖에 있는 애들이'
'…….'
'걔네 뿐이네.'
새벽 2시에서 3시 사이면 김태형에게 전화가 오곤 했다. 잠을 깬 이른 아침에서야 그것을 발견하고 이유를 물으면 그냥, 잠이 안 와서. 라며 금방 말을 돌렸다. 잠이 많았던 나는 한참 후에서야 그 전화를 받아볼 수 있었다. 희미한 초승달 빛이 밤을 지키고 있던 그 밤에, 김태형은 그리운 사람들을 불러댔다. 엄마. 아빠. 태은아. …은재야. 나는 몇 번을 대답해보고, 몇 번을 태형아. 김태형. 하고 불러보다가 포기했다. 김태형은 무의식을 헤매고 있었다. 내가 전화를 받지 못했던 숱한 날들에도 울리는 통화연결음 위로 물기 어린 음성을 토했을까.
나는 잠이 줄었다. 그러나 새벽에 전화가 울리는 일은 드물어졌다. 부재중 전화 역시 쌓이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가 자주 가던 놀이터에서 대화를 나누던 일도, 드물어졌다.
그렇게 우린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무심하게 한쪽 손을 들어 올려 인사를 주고받길 여러 번, 부모님의 주도로 억지로 마주 보고 먹은 식사가 서너 번, 아무도 없는 김태형네 집에 들러 전혀 비워지지 않은 반찬 통에 새 반찬을 채워 넣길 두세 번 하고 나자 2학년이 됐다. 김태형은 여전히 모든 사람과 어울렸다. 특히 본드까지 손댄다는 일명 '미친 새끼'와도 종종 어울렸다. 전교 선생님과 학생들의 입에 미친 새끼로 오르내리는 그 애의 이름은 박권혁이었다. 김태형 옆에 가장 많이 서 있는 사람은 동갑인 박지민과 한 학년 아래인 전정국이었고.
박권혁이 미친 새끼가 된 일화는 이 일대에서 모르면 간첩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본드를 깨지 않은 채 등교를 한 것인지, 학교에서 한 건지는 모르겠다만 환각증세를 호소하며 여기는 비정상적인 것들로만 가득하다며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려 했다는 것이다. 방과 후여서 많은 학생이 보지 못했다는 게 천운이다. 그 후로 본인이 가장 비정상적인 존재가 됐지만.
'…김태형.'
당연히 점점 길을 벗어나고 있는 김태형을 말리려는 생각도 해봤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 관계부터 개선되어야 했다. 하지만 난, 이름을 부르자 느릿하게 시선을 내리는 김태형의 눈 속에서부터 미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두려움을 느꼈다. 정말 모르는 사람이라도 보는 듯한 차가운 시선이었다. 불투명한 회검정으로 빈틈없이 채워진 눈동자에서 예전 모습이라곤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
'…….'
'…대답 안 하냐?'
'눈싸움도 아니고 뭐냐, 얘네.'
옆에 있던 전정국과 박지민이 한마디씩 한 뒤에야 정신을 붙들었다. 그때까지도 김태형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 앞에서 계속 있다간 우는 꼴이라도 보여줄 것 같아서, 얼른 한마디를 하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제발 정신 좀 차려, 미친놈아….'
목소리가 잘게 떨렸다. 어이가 없었던 건, 그때에도 예전의 김태형을 찾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예전 김태형이었다면, 그대로 날 쫓아와 장난 섞인 말로 달래줬겠지. 아니… 애초에 우리가 틀어지지도 않았을 거다. 그 길로 화장실 제일 구석 칸에 들어간 나는 종이 쳤다는 걸 알면서도 쪼그리고 앉아 울음을 토했다. 뭐가 그렇게 서러웠는지 잘 모르겠다. 아마 이제는 없는 김태형에 대한 그리움이었겠지, 하고 생각한다. 눈을 마주친 순간 깨달았으니까. 내가 알던 다정하고 장난기 많고 속 깊은 내 소꿉친구 김태형의 부재를 말이다.
시간은 채 손 쓸 새도 없이 흘렀다.
2학년 2학기가 시작됐을 때 우린 전과 다름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인사를 주고받는 횟수는 눈에 띄게 줄었다. 대신에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치는 얼굴을 모른 체하고 지나가는 일이 갈수록 늘었다. 무신경한 척,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며 의식을 잡아당기는 김태형을 떼어내려 애썼다. 하지만 그마저도 얼마 가지 못해 좌절됐다. 빌어먹을 박권혁 덕분에.
'야! 미친 새끼 죽었대.'
'…뭐?'
'추락사라는데, 자살인지 타살인지 조사중이래.'
끝까지 요란한 새끼. 그날 학교가 발칵 뒤집힌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 앤 마지막까지 본드를 놓지 못했다고 했다. 사실 박권혁이 본드를 불든 먹든 마시든 간에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다. 그것 때문에 줄줄이 끌려오는 현상들에 머리가 아파올 뿐이었다. 그때도 그랬다. 박권혁의 '죽음'이 아니라 다른 것 때문에 머리를 쥐어뜯고 싶은 강한 욕구가 일었다. 그러니까 그건 오로지… 김태형 때문이었다.
어제 새벽 두 시쯤 ○○동 모 아파트 입구에서 고등학생 박 모군이 9층 베란다에서 떨어져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부검 시 본드에 중독되어 있어 박 군이 환각 상태에서 스스로 뛰어내린 것으로 보았으나 뒤늦게 박군의 친구인 김 모군이 집 안에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혐오스러운 본드 중독자의 죽음에 김태형은 '용의자'라는 이름으로 묶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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