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프릴-Muah!
누군가 그랬던가, 입맞춤은 두 사람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가장 친밀한 행동이라고. 그말이 사실이라면, 김민규와 나는 세상에서 제일가는 절친한 사이임이 분명하다. 김민규와 나의 만남의 시초는, 바야흐로 그와 내가 5살이었을때로 넘어간다. 고교시절 절친이었던 나와 민규의 부모님은, 일찍이부터 우리 둘을 붙여놓았다. 그리고 김민규의 그 지긋지긋한 병이 도진 것도 딱 그때부터였다.
7살 그 어딘가의 시절에, 놀이터의 모래바닥에 털썩 앉아 모래로 장난을 치는데 열중이던 나는, 내 바로 뒤의 미끄럼틀에서 누군가가 내려오는 것도 모르는 채로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에 빠져있었다. 그렇게 쭈그려앉은 나의 등쪽으로 미끄럼틀에서 내려오던 남자아이는 그대로 돌진했고, 난 그렇게 땅에 세게 쳐박혔다. 난생처음 느껴보는 아픔 탓에 나는 온 동네가 떠나가라 울기 시작했고, 멀지 않은 곳에서 다른 남자아이들과 물총놀이를 하고있던 김민규는 들고있던 물총을 내팽개친 채로 내게로 달려왔다. 그리곤 내게 부딫힌 그 남자아이를 거칠게 제쪽으로 잡아당긴 후, 사과하라며 화를 마구 냈다. 그렇게 한바탕 소동이 끝난 후, 가만히 앉아 훌쩍거리는 날 보며 맞은편에서 민규는 저도 쭈그려 앉더니, 나와 눈을 맞춘 채로 물어왔다. 괜찮아?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날보며, 이내 그는 한마디 덧붙였다.
괜찮으면 뽀뽀!
제 입술을 잔뜩 오무린 채 검지 손가락으로 툭툭 치는 모습이 퍽 귀엽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그 작은 입술에 나의 입술을 맞대었다. 서로의 온기가 입술로 느껴짐과 동시에 내 얼굴도 잔뜩 달아오르는게 느껴졌고, 문득 심장이 터져버릴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야흐로 내 인생 첫 입맞춤이었다.
민규의 그 버릇은 초등학생이 되어서도, 중학생이 되어서도, 심지어는 지금 고등학생이 된 이 시점에서도 멈출 줄을 몰랐다. 내 인생의 입맞춤은 모조리 김민규의 차지였고, 그와 나의 입맞춤은 내게서 잊혀질줄을 몰랐다. 초등학생 때 철봉에서 넘어진 후 괜찮다고 뽀뽀, 중학생 때는 양호실에 실려간 후 괜찮다고 뽀뽀... 이런 기억말고도 그와 나의 입맞춤에 대한 기억은 정말 수두룩했다. 아주 어릴 때부터 해오던 버릇이라 그런지, 민규는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물론 나도 그랬다. 그일이 있기 전까진.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 내겐 첫사랑이 찾아왔다. 훤칠한 키에 서글서글한 눈매를 가진 그 선배는 모두의 우상이었고, 그에 걸맞게 나도 여느 여자아이들처럼 그 선배에게 빠져버린 꼴이었다. 어느날 급식을 받다말고 친구들에게 그 선배에 대한 내 감정을 실토했을때, 모두 의외라는 듯 웃어보였다. "여주 너, 김민규랑 사귀는거 아니었어?" 친구들의 장난섞인 물음에 나도모르게 발끈 화를 내버렸다. "무슨 소리야, 장난도 정도껏 쳐야지! 징그럽게 걔랑 나랑 왜사귀어, 사귀긴!" 그땐 왜그렇게 화를 냈는지 모르겠다. 그냥 그 선배도 그렇게 생각하면 어떡하지, 하는 조바심 탓에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어찌됬든 간에 중요한 사실은 내가 그렇게 말해버렸다는 거였고,
그걸 모퉁이에 서있던 민규가 들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절대로 김민규를 제대로 볼 용기가 나질 않았다. 이 때문에 나는 복도를 지나다니다 그를 보면 피하기 일쑤였고, 우리반으로 찾아오는 그를 애써 못본 척하며 몰래 뒷문으로 빠져나갔다. 그리고 그가 우리집에 찾아올 때엔, 없는 척을 하거나 감기기운을 핑계로 절대 그를 만나러 밖으로 나오지 읺았다. 나름의 미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철 없게 그 선배와 잘해보고 싶은 마음도 참 컸다. 내가 반복적으로 만남을 피한 후 김민규도 더 이상 날 만나려들지 않았고, 나도 점점 김민규 없는 삶에 적응되어가고 있었다.
그런 내게 어느날 그 선배는 만나자고 해왔고, 설레는 마음에 나가본 그 자리에는 그 선배와 그의 친구들이 있었다. 그 선배와 나, 그리고 그 선배와 나의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던 중, 화장실을 간 사이 선배와 그의 친구가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저 여자애랑 이번에 한번 놀아보고, 재미없으면 버리지 뭐. 쟤 이름이 뭐랬더라? 아무렇지 않게 , 원래 있는 일이라는 양 태연하게 말하는 선배의 모습에 머리가 띵, 하고 울렸다. 그에 난 자리로 돌아갈 생각을 단 한번도 하지 않고 그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갔다.
집으로 내달리는 길, 갑작스레 비가 쏟아져내렸다. 지금 내 기분에 딱 맞는 날씨라 생각되어 괜히 더 울적해져, 눈물이 비와 섞여 후두둑 떨어졌다. 야속하게도, 김민규가 너무도 보고싶은 하루였다. 비는 그칠 생각을 않고, 이 상태로 바로 집에 들어가긴 싫어 집 근처 정자에 앉아 두 다리를 모으고 고개를 푹 숙였다. 김민규한테 내가 너무 심했나. 그래, 사실 그 때 친구한테 김민규와 사귀는 사이라고 대답했어야 한다. 그랬다면 내 마음이 민규한테도 확실하게 보였을 텐데. 그래, 내가 좋아한건 그 선배가 아니었다. 7살 그 시절 어딘가, 김민규가 내게 첫 입맞춤을 선사해옴과 함께 첫사랑도 찾아온 것이었다. 그제서야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김민규한테 가야지, 하는 생각이 확실하게 들었지만, 막상 가면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를 것 같아 잠시 주춤거렸다. 에이, 그래도 저지르고 봐야지!하는 생각과 함께 걸음을 떼면, 갑작스레 잦아드는 빗줄기에 위를 쳐다봤다. 소나기였나, 하는 생각과 함께 올려다본 하늘엔, 김민규가 예쁘다며 줄곧 들고다니던 빨간 우산이 보였다. 그리고 그 우산의 손잡이를 따라가면, 우산을 든채 웃고있는 김민규가 있었다.
오늘같이 비오는 날에 어딜가, 걱정했잖아.
바보같이 웃어보이는 김민규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화가 나서, 바보야. 하며 주저앉아 남은 눈물을 쏟아내면, 김민규는 놀란 표정을 하더니 이내 내 눈높이에 맞춰 쭈그린 뒤 눈물을 닦아준다.
으이구, 그만 울라니까, 뚝.
그말을 마친 김민규는 한번 더 웃어보이곤, 내 손을 잡고 날 일으켜 세운뒤, 뒤를 털어줬다. 그런 김민규의 행동에 여태까지 나의 행동이 떠올라 미안해, 하고 모기만한 목소리로 말하면, 김민규는 날 보더니,입을 연다,
내가 너 좋아해서 봐준거고, 앞으로도 좋아할꺼라서 봐준거야. 너 또 그러면 나 진짜 화낸다?
이제 다 괜찮으니까, 나 좀 봐봐.
김민규의 말에 조용히 그의 얼굴을 바라보면, 김민규는 내 얼굴을 제 두손으로 감싸더니 말해온다.
우리 여주, 뽀뽀!
꽃봉오리 |
밍구야 뽑뽀... 이번 글의 민규는! 뭔가 한없이 착하고 사랑스러운! 그런 소꿉친구 남고딩 민규를 그려봤습니다! 브금 참 발랄한 것... 글에 어울리는지 참 고민이 많이 됬어요...ㅠㅠㅠ 오늘은 1일 2글을 다행이도 채웠네요!!! 빨리 개인의 연애사로 찾아뵈야 하는데..ㅠㅠ 내일도 좋은 글로 찾아뵐께요!!! 항상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우리 꽃님들!!!♡ |
꽃님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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