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나를 잡아가세요. 01
"꼬마야, 엄마는 어디 가시고 학교 가방매고 혼자 있어 응? 아무리 낮이라도 예쁜 꼬마 숙녀님이 혼자 다니면 위험해요." "...꼬마 아니에요, 학교 가는 게 처음이라 길을 헤맸던 거뿐이에요" 다정했다, 지금 생각해 봐도 그 때 아저씨가 내게 건낸 말은 그동안 내가 부모님에게서 느껴보지 못한 따스함이었다. 그래서 더욱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제 부모님에게서도 받아보지 못한 따스함을 낯선 사람에게 그것도 7년 만에 처음으로 느끼다니, 다른 누군가가 듣는다면 분명 날, 그리고 나의 부모님을 이상하게 바라볼 것이다. 아니, 이상하게 바라보는 것이 당연하다. 지금 내가 생각해 봐도 우리 집은 다른 일반적인 가정의 모습과는 매우 달랐으니까. 하지만, 그 때 그 시절에 나는, 아저씨를 처음 마주했던 나는, 지금의 나와 달랐다. 부모님의 무심함을 당연하게 여겼고, 지금과 달리 상당히 성숙했다. 사랑을 받는다는 감정을 몰랐고, 굳이 사랑을 쟁취하려 애쓰지 않았다. 그 때 내가 가지고 있었던 건 8살 여자아이의 감정이 아니었다. "아, 숙녀를 꼬마로 부르다니 아저씨가 말실수했네! 위험하게 혼자 길을 헤매다니, 엄마랑 같이 다녀야지." "엄마 아빠 둘 다 바빠요. 경찰아저씨, 시혁초등학교 가려면 어디로 가야하는지나 알려주세요." "숙녀분이 되게 차가우시네, 이름이 김탄소구나. 탄소야, 오늘은 첫 날이니까 아저씨가 같이 가 줄까? 길을 알려주고 싶지만 탄소 혼자 가는 건 위험한 거 같은데." "...괜찮아요" "아저씨가, 안 괜찮아서 그래. 탄소야 어서 가자." 아저씨가 처음으로 내 이름을 불러줬을 때 나의 얼굴은 잘 익은 새빨간 토마토와 같았을 것이다. 그때 그 어린시절의 나는 그저 내 얼굴이 화끈 거리는 이유가 너무 옷을 따뜻하게 입었기 때문이라고 여겼다. 그 감정이 사랑이라는 것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아저씨는 그런 내가 귀여웠는지 풋하고 웃어보며 말없이 내 손을 붙잡고 초등학교로 향했다. 아저씨의 손은 크고 따뜻했으며 푹신했다. 새빨개진 얼굴을 한 채 아저씨를 따라 길을 걷자 나와 같은 또래 아이들이 부모님의 손을 잡고 등교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때, 처음으로 느꼈다. 우리 집이 무언가 다르다는 것을, 일반 가정과 다른 형태를 띈다는 것을. 아저씨는 혼란스러워하는 나의 마음을 알아챘는지 아저씨 특유의 따뜻한 말투로 나를 달래주었다. "탄소도 친구들처럼 엄마 손 붙잡고 첫등교했으면 좋았을 걸, 친구들 너무 부러워하지 마 탄소 부모님은 탄소를 위해서 열심히 일하시잖아! 그래도 탄소는 친구들과 달리 멋진 경찰 아저씨랑 첫등교하는 특별한 경험을 했네! 친구들이 부러워할 걸?" "...진짜요?" "그럼! 아저씨가 이래봬도 초등학생들의 우상이다? 탄소야, 혹시 하교도 혼자하니?" "네" "아, 안되겠다. 아저씨가 탄소 데리러 다시 와야겠네. 어느 여자 초등학생이 한 번 간 길을 다시 되찾아 돌아 와." "저, 진짜 괜찮아요. 아저씨" "아저씨가 안 괜찮다니까, 탄소야 이거 아저씨 전화번호니까 끝나고 학교 콜렉트콜로 아저씨한테 꼭 전화해야 돼, 이상한 아저씨 따라가지 말고 알겠지?" "...네" "착하네, 우리 예쁜 탄소. 이따가 보자. 열심히 공부하고 친구들이랑 잘 놀고,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알았지?" "알겠어요, 아저씨도 안녕히 가세요" "응 그래 이따 꼭 전화해야 된다 탄소야!" 아저씨는 그렇게 내게 번호를 쥐여준 후 방긋 웃으며 다시 자기의 길을 나섰다. 처음 보는 경찰 아저씨의 번호라, 어린 나는 이 상황이 신기했다. 사실 아저씨가 신기했다. 아무리 선량한 경찰 아저씨라도, 여자 초등학생에게 저렇게 친절을 베풀지는 않는데 아저씨는 달랐다. 아저씨는 굳이 나를 다시 데려다 주겠다고 제 번호를 쥐여줬고 나의 전화를 받고 다시 나를 데리러 학교로 왔다. 그리고 아저씨는 이러한 패턴을 3년 동안이나 반복했고 나와 아저씨는 흡사 아빠와 딸 혹은 오빠와 동생 수준으로 보였다. 이렇게 된 결정적 원인은 아마 5일 째 등교하는 날 아저씨에게 나의 부모님에 대한 얘기를 했을 때인 것 같다. 그때까지만 해도 사랑이라는 감정에 무심했던 나는, 나의 이야기를 들은 후의 아저씨의 태도를 이해하지 못했다. 아저씨는 나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말없이 나를 토닥여줬고, 나는 그저 아저씨가 모든 사람에게 상냥하고 친절한 경찰이기 때문에 그리 행동했을 거라 여겼다. 물론 아저씨는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상냥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나는 그런 아저씨의 친절함과 상냥함을 내가 독점하고 싶다는 욕심을 갖게 되었고, 지금의 나는 그 사랑을 걷잡을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어릴 때부터 사랑에 대해 전혀 무지했었기에, 아저씨에 대한 사랑의 표현방식 또한 서툴렀고 옳지 못했다.
"시혁고등학교 담당 경찰 김ㅅ, 김탄소 너 또..." "어! 아저씨다, 역시 아저씨가 올 줄 알았어요." "탄소야, 이러는 것도 한두 번이지 도대체 몇 번째야." "아, 오늘은 어쩔 수가 없었어요. 이번에도 아저씨가 도와주면 되겠네." "김탄소 너 진짜, 혼날래?" "아저씨가, 언제 나 혼낸 적이나 있어요? 아저씨 나 배고파." "...하아, 요새 너 왜 그래." "...그건 나도 모르죠, 아저씨 나 배고프다니까요?" "사고쳤으면서 배는 고프냐, 그래 여고생한테는 밥이 중요하지. 그래도 김탄소 먹는 건 먹되, 그전에 할 건 해야 돼. 근데, 정말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당연하죠, 사춘기라 그렇다고 치고 빨리 해요." 이렇게 하면 아저씨가 나한테 더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잖아요. 18살의 나는 아저씨를 처음 만난 10년 전의 나보다 훨씬 더 영악했고 능글맞았으며, 아저씨에 대한 소유욕이 강했고 애정결핍의 결정체였다. 아저씨, 나를 잡아가세요의 1화가 끝이 났습니다. 프롤로그도 1화도 모두 새벽에 올려서 읽는 독자분들이 적을 겁니다. 새벽에 써서 그런지 안 그래도 떨어지는 필력 더 떨어진 거 같아요.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요. 강요하는 것은 아니지만, 짤막하게 댓글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기서 나오는 여주는 다른 여주들과 달리 영악해요. 석진이가 불쌍합니다. 여주한테 치여살아요. 하지만 여주가 그리 나쁜 캐릭터로만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걸 꼭 독자님 알아주셨으면 해요. 그동안 여주의 가정이 여주를 만든 것이고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상황에 맞춰지는 동물이니까요. 그래도 여주가 심한 망나니는 아니니까 안심하셔도 돼요. 충분히 사랑받을만한 여주 만들어 볼게요. 앞으로도 많은 사랑부탁드리고요. 부족한 필력이지만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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