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나와 봐.” “싫어요……” “문 부셔버리기 전에 나오라고 했다.” 세훈은 웅크리고 있던 몸을 더욱 웅크렸다. 종대 형의 말은 틀린 게 아니였다. 변백현은 게이였다. 확실한. 같이 등교하는 도중, 종대 형은 백현이 형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구구절절 얘기했다. 그것까지는 좋았는데, 찬열 형과 같이 있던 백현이 형을 본 순간 바로 떠올랐다. 제가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그리고, 백현이 형에게 들은 말 하나하나도. “…… 나갈테니까요, 반으로 돌아가세요.” “오세훈.” “전요, ……형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어요. ” 믿어왔던 사람이였다. 절대, 제 편이 되어줄 것 같았던 사람이였다, 변백현은. 종대 형은 모르겠지만, 최진리는 이러한 사태를 막아주는 하나의 방패나 틀림없었다. 제게 노골적인 시선을 던져오는 사람들을 막아주는, 기사님. 그런 면에서는 고맙긴 하다. 그치만…… 이런 식은 너무했다. 최진리 기사님이 오신다고 해도 절대로 막을 수 없을 법한, 그런 규모. 백현이 형은 제게 너무 큰 사람이였다. 이리저리 둘러보다 문득 창고와 연결되어 있는 동아리실 다락방이 생각났다. 최진리가 예비소집 때 저의 아지트로 지었다고 말했는데, 잠겼을지는 모르겠다. 문을 소리나지 않게 살며시 열고선 바로 동아리실로 뛰쳐들어갔다. 창문을 슬쩍 보니 백현이 형과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이 엄청나게 있었다. 개중에는, 민석이 형과 루한 형도 있었다. “……오매미?” “형아, 문 좀 잠궈요. 얼른!” “아, 어.” 동아리방 문을 잠군 후 경수 형을 끌고 책장을 미니 문이 나타났다. 열고 들어간 방은, '최진리답다' 싶을 정도로 호화로웠다. 아마, 최진리는 지금 다락방을 만들었는지도 기억 못 할 것이다. “뭐야, 시설이 왜 이렇게 좋아?” “최진리가 지어줬어요. ” 대충 둘러보다 침대에 올려져 있는 야한 디자인의 브래지어를 발견하고선 얼굴이 붉어져 치우려는 찰나, 경수는 세훈의 시선을 따라 속옷을 보았다. 아, 최진리 미친 년. 아마, 입학하고 나서 어느정도 지나면 하려고 했겠지. 서랍을 뒤져보니 나오는 성인용품들에 확신은 커져만 갔다. “와, 푹신푹신하고 좋네여.” “그렇긴 한데, 넌 여기 왜 온거야?” “…… 백현이 형 피해서여.” “?” 경수는 깊게 물어보지 않았다. 세훈을 따라서 침대에 눕고선 이불을 덮었다. 여기 되게 좋은 것 같다. 땡땡이 치러 자주 와야겠어. 경수가 웃자 세훈도 따라 웃었다. 근데, 방금 형아라고 했어? “네?” “방금, 형아, 문 좀 잠궈여. 라고 했잖아.” “아, 그랬나요.” “네가 한 말을 왜 기억하지 못하는 거야?” “아니에요, 그냥 좀 헷갈렸나보죠.” “…… 근데, 난 오빠라고 불러주는 편이 좋은데.” “왜 이러세요, 형.” 정색한 세훈이 경수를 째려보았다. 경수는 픽 웃으며 세훈의 머리칼을 정돈해주었다. 귀엽네. 세훈은 왠지 부끄러워졌다. 그러다, 세훈의 시선에 닿는 물체가 있었다. 형, 저거 책 아니에여? “동화책이네. 전집으로.” “형.” “어?” “저 좀 읽어주세요.” 반짝반짝한 눈빛으로 절 바라보는 세훈을 거절할 수 없었던 경수는 맨 처음의 동화책을 꺼냈다. 백설공주. “……백설공주는 유리관에 갇혔습니다. 그리고, 이상한 약을 주입…… 어?” “내용이 좀 이상한데요?” “일단 읽어보자, 주입당했습니다. 그리고, 백설공주의 다리가 이상하게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물고기처럼요.” “……” 세훈은 뭔가 미심쩍었지만 경수의 손에서 책을 빼앗아들고 다시 꽂아넣었다. 왜 이런 책만 있는 걸까여. 시무룩한 표정의 세훈을 보던 경수는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아, 귀여워. “……” “형?” 경수는 문득 동화책 한 귀퉁이가 튀어나온 것을 발견했다. 이거, 뭐지? 세훈이 빠르게 그것을 집어들었다. 뭘까여. 곧 저 편에서 곰인형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벽이 돌아갔고, 보이는 것은 엘레베이터였다. 신기하게 생겼다. 버튼도 열림과 닫힘, 그리고 이상한 기호가 써진 층 하나뿐이였다. 엘레베이터가 고장나면 아예 저 안에서 죽으라는 소린가? 경수가 중얼거렸다. “찝찝해.” “어?” “아, 아니에여 형. 근데 여기 언제까지 계실 거에요?” “잘은 모르겠는데. 왜?” “……” “이야기 끝났으면 나오지 그래?” 그제서야 저 편에서 문에 기대 삐딱하게 서 있는 최진리가 경수의 눈에 들어왔다. 언제나와 같이 아름다운 모습이였다. 오매미가 없었으면 저 예쁜이에게 빠졌을 수도 있겠다고 경수는 생각했다. 세훈아, 오랜만! 세훈의 팔을 꽉 잡은 진리는 생글거리며 볼을 만지작거렸다. 보고 있던 경수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씨이발. 매미한테 화장품 냄새 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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