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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네트
인형에 실을 연결해 조종하는 인형극
| 암호 |
깡통코끼리 개미 고마워요 |
아빠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를 사랑한 죄
정택운 외전
내겐 아이와 아내가 있었다.
'있었다' 과거형, 그래 있었다.
누가 봐도 돌아볼 정도로 예쁜 여자
그리고 그 여자와 나 사이에 생긴 아이
아이는 여자의 모습을 매우 닮았다.
나를 닮은 거라곤 성격 정도, 사실 성격도 그렇게 많이 닮지 않았다.
여자의 외모를 이어받은 아이는 역시 예쁜 아이였다.
아이와 나 그리고 아내는 꽤나 잘 지냈었다.
내 생각으론 그랬다. 아내는 늘 나를 싫어했다.
왜냐하면 이 아이는 사랑의 결실이 아닌 나의 욕망으로 인한 결과물이었기에
이 결혼조차 억지로 하게 되어 늘 나와 아이를 싫어했었다.
그래도 자신의 아이인지라 잘해주는 건 있었지만 거기까지였다.
자신을 닮은 아이를 볼 때마다 여자는 남 몰래 표정을 굳혔고, 나를 향해선 언제나 폭언을 일삼았다.
그러던 여자는 아이가 15살이 되었을 때쯤, 나에게 이혼을 요청했다.
나는 고개를 저었지만 여자는 나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끝까지 잡고 싶었지만, 난 여자를 사랑하기에 그녀의 의견대로 이혼을 했다.
이혼을 하고 나서 일 년 동안 오지 않던 연락이 내게 왔다.
내가 했을 땐 받지도 다시 오지도 않은 연락이어서 나는 조금 상기된 기분으로 받았다.
"나 돈 좀 보내줘"
상기된 기분을 다운시키는 말이었다.
그래도 난 어쩔 수 없었다. 사랑하니까 이 여자가 혹시 굶진 않을지
설마 최악의 상황으로 몸까진 굴릴지 누가 아는가
그랬기에 나는 그 후로부터 돈을 보냈었다.
그리고 아이는 커갈수록 여자와 닮아갔다. 괜히 마음이 묘해질 만큼
그런데 그런 아이가 나를 보고 사랑한다고 말한다.
나를 원한다고, 그 여자와 똑같은 얼굴로 비슷한 목소리로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나는, 나도 사랑한다고 말했다.
내 아이지만 여자를 닮은 모습에 그건 신경조차 쓰이지 않았다.
그날 이후로 여자와는 하지 못 했던 관계도, 아이와 하니 마치 그 여자와 하는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가끔씩 아이에게 미안해질 때도 있다.
괜히 내 마음이 찔려 더욱더 잘해주려고 한다. 하지만 그거뿐
나는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다.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 애정이 가득하지만
난 아이를 바라보는 눈빛은 그저 내 아이에 대한 애정. 이성에 대한 애정이 아니다.
이렇게 여자의 대신을 얻게 된 후 얼마나 지났을까
여자는 또다시 내게 돈을 보내달라며 강요했다.
나는 이번엔 보내지 말아야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이런다고 여자가 나를 사랑하는 것도, 다시 내게 돌아오는 것도 아니다
혹시 모른다. 자기 발로 다시 여길 찾아와 받아달라고 할지
이런 마음에 나는 그 말을 씹었다.
이게 문제였다.
그 말을 씹은 당일, 여자는 집으로 찾아왔었다.
부은 뺨에 우느라 붉어진 눈가
많이 가라앉았지만, 티가 났었다.
아이는 여자가 돈을 보내지 않으면 큰일 난다고 전했다.
큰일이라니, 사실 여자는 그만큼 대단하지 않았다.
이 생각에 나는 아이를 두고 방으로 들어가 여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돈, 안 보내"
여자는 이 말에 화를 냈다. 나는 다시 한번 말했다.
"보내지 않아"
그리고는 전화를 끊고 침대에 대자로 누웠다.
이게 잘한 짓일까 혹시 나를 더 싫어하면 어쩌지
오만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아이는 어느 날부터 무척 피곤해 보이는 얼굴을 했다.
그리곤 상처도 나날이 늘어났다.
얼굴에 난 상처는 가리려 해도 가려지지 않았고, 아이는 어색한 웃음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그런 아이를 별생각 없이 바라봤다.
그저 머리 한번 쓰다듬어주고 말았다.
아이는 나를 '말해주기 전까지 물어보지 않는 다정한 아빠' 라고 생각하겠지
아이의 과도한 사랑은 가끔 부담스럽기도 하다.
뭐, 여자가 나에게 애정을 퍼부어주는 거 같아 기분이 좋기도 하지만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방으로 들어갔다.
여자가 나보고 만나자고 했다.
어떻게 하던 나를 피하던 여자가 만나자고 했다.
작은 웃음이 그려진다. 기대된다 가짜가 아닌 진짜 여자를 만나러 간다.
이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두근두근 뛰었다.
여자가 나와 관계를 가지잔다. 놀랐다.
나는 거부하지 않고 여자를 탐했다.
아이와는 다른 느낌, 좀 더 그녀 같은 몸짓이었다.
그렇게 나는 밤마다 늦게 들어갔다.
끊겼던 돈 또한 나는 다시 보내주기 시작했다
아이가 내게 다가왔다.
전보다 더 피곤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내게 안겨오는 아이를 향해 의미 없는 웃음을 보여주었다.
아이는 내게 쪽 하고 입술을 맞추더니 나를 불렀다.
"아빠"
"..."
"나, 너무 힘들어요"
"..."
"나 여기 못 있겠어"
난 잔인하고, 더러웠다.
이 순간조차도 여자와 가까운 곳에 있고 싶다 라고 생각했으니
아이의 말대로 나는 급하게 이사를 준비했다.
여자의 근처로
여자의 근처로 간 이후로 난 집에 들어가는 날은 더 늦어졌다.
이런 내 모습에도 아이는 웃으며 날 반겨주고, 좋아했다
나는 멍청했고, 아이 또한 멍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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