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color verse (테이크 컬러 버스) : 짝사랑을 시작하면 머리카락이 상대의 머리색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Change color ; (권순영 머리는 왜)
고등학교 첫날부터 날씨 좋고 공기 좋고 내 화려한 3년의 시작이구나! 하며 학교를 당당히 들어온 게 분명 몇 분 전 일인데...
길을 잃었다 핫
이 학교는 왜 이리도 쓸데없이 복잡한 걸까 생각을 하며 하염없이 복도를 지나고 있는데 한쪽 벽에 붙어있는 학교 내부도가 보인다.
" 흠, 그러니까 쭉 가서 왼쪽.. 다시 오른쪽... 또 왼쪽으로 돌아서 계단을.. "
아오! 뭐 하자는 거야 그냥 가자 가! 저기서 모퉁이를 돌면 왠지 계단이 있을 것 같지? 좋아 저기야. 모퉁이를 돌자 생각대로 계단이 나왔다. 아 역시 나 촉 완전 좋지 하며 계단을 오르려던 순간 내려오던 누군가와 부딪혔다. 아으.... 얼마나 세게 넘어진 거야. 만화도 아닌데 퍽 하고 넘어졌다. 아려오는 엉덩이를 쓸며 시야를 애매하게 가리던 모퉁이를 욕하고 있는데 불쑥 제 앞에 손이 내밀어진다.
(순영이 머리는 검은색 검은색 검은색)
" 죄송합니다, 제가 앞을 안 보고 가다가. "
" 아... "
저를 일으켜주고 바로 지나쳐 가는 남자를 멍하니 쳐다봤다. 그냥 쳐다보게 되는 그런, 아 나 왜 이래
멍하니 계단을 오르다 겨우 반 앞에 도착했지만 그 남자 얼굴이 떠날 생각을 안 한다. 아 정신 차리자! 새 학기 새 친구들 맞이할 준비해야지
문을 열고 반을 들어가 저와 1년을 함께 할 얼굴들을 보는데 아... 김민규 최한솔은 왜 같은 반인 거죠
" 오, 맞아 정민주 너도 같은 반이었지? 예비소집 때는 왜 안 왔냐 "
" 오빠 볼 생각에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던? 너무 좋아서? "
" 제발 떨어져 "
" 헐, 너무해 "
날 바라보는 눈빛을 애써 무시하고 빈자리를 찾아 두리번거리는데 역시 예비소집일 날 아파서 못 왔던 게 화근일까. 이미 많은 아이들이 친구를 사귄 것 같아 보였다. 근데 한쪽 분위기가 좀 이상하다. 저기 앉아있는 저 아이 때문인가? 예쁘네. 예쁘장하게 생긴 아이를 주위로 다른 아이들이 눈치를 보며 말을 걸까 망설이는 게 보였다. 아, 이럴 때는 또 내가 가줘야지
" 안녕, 난 정민주라고 하는데 넌 이름이 뭐야? "
" 어.. 나는 배주현 "
" 오, 주현아 너 되게 예쁘다. 다른 애들이 너 막 쳐다봐 "
" 아니야, 예쁘긴... "
"에이 너는 어느 중학교에서 왔어? "
하필 고등학교를 올라오면서 서울로 전학을 오는 바람에 아는 애가 한 명도 없다는 주현이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옆에서 자꾸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진짜 정민주... 우리는 너 보고 반가워서 그런 건데 어떻게 이렇게 매정하게 가버릴 수가 있어? 하며 찡찡대는 김민규와 최한솔을 바라보다가 하.. 한숨을 쉬곤 둘을 데려와 주현이에게 소개시켜줬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금방이라도 죽을 사람처럼 어두운 표정이더니 눈을 빛내며 수다를 떨기 시작하는 둘을 보며 주현이는 어색하게 웃었다.
" 미안하다 주현아.. 쟤네가 좀 이상해도 이해해줘 "
" 아니야 괜찮아.. 착해 보인다 둘 다 "
아아 내가 친구 잘 사귀었네 진짜. 말을 나누다 보니 착한 아이라는 게 확 느껴져 괜히 감동했다. 둘이 시끄럽게 떠들더니 이젠 주현이와 함께 떠들고 싶어 하는 둘 때문에 난감해하는 주현이를 보며 쓰게 웃었다. 미안 주현아, 진짜 미안하네 그래도 나쁜 애들은 아니야.. 이제야 한시름 놨다. 고등학교 올라와서 좋은 친구 사귄 거 같아서 기분도 좋고. 아까 넘어진 건 재수가 없었지만... 그런 애도 봤고. 아니, 그런 애가 뭔데? 이름도 모르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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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들어오질 않으시는 선생님 덕에 계속 떠들고 있었는데 갑자기 뒷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어라, 학생은 다 온 거 아니었나 생각하며 뒤를 도는데... 아까 그 애다. 아.. 같은 학년이었구나 게다가 우리 반? 그 애가 반을 들어온 후부터 눈을 뗄 생각도 못하고 빤히 쳐다봤는데 그 애와 눈이 마주쳤다.
어.. 방금
(수녕이 머리 검은새..ㄱ...)
나보고 웃은 거 같은데.. 아닌가.
바로 아무 표정 없이 자리에 앉는 걸 보고 잘못 봤나 보다 하고 생각했다.
선생님이 들어오고 출석을 부른 뒤.. 아, 그 아이 이름은 권순영이었다. 그 후로 강당으로 이동해 입학식을 할 때까지 내 눈은 그 애에게서 떨어질 생각을 안 했다. 자꾸 눈이 가네 왜 이래 나 진짜. 내가 아는 애인가? 그래서 익숙해가지고 내가 쳐다보게 되는 건가? 내가 왜 자꾸 시야에 쟤를 담는 거지.
" 민주야, 어딜 자꾸 보는 거야? 좋아하는 애랑 같은 반이라도 된 거야? "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물어보는 주현이에게 당연히 아니라고 부정하려 하는데, 순간 빨개지는 볼을 감쌌다. 헐
" 어떡해, 좋아하나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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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영을 좋아한다는 마음은 쉽게 수긍할 수 있었다. 자꾸 보고 싶고, 눈만 마주쳐도 좋고... 근데 내가 지금 가장 혼란스러운 건 바로 내 머리카락. 대체 왜 금발인 거지? 그럴 리가 없는데.. 권순영은 흑발이니 나도 흑발인 그대로여야 하는데 왜 내 머리끝은 밝은 색으로 물들어있냔 말이다. 말도 안 돼 내가 좋아하는 건 분명 권순영이 맞는데.. 이 머리는 대체 뭐냐고!
[레몬와따]
인터넷을 하다가 테이크 컬러 버스 세계관이라는 걸 알게 됐는데, 짝사랑하는 대상 때문에 머리 색을 통제하지 못하는 그런 모습이 너무 예쁘더라구요.
그래서 한번... 써봤습니다. 하하 쓰면서도 이런 망글을 올려도 되나 싶었지만 일단 완결을 내는 것에 의의를 두기로 했습니다!
우선 세계관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 드리자면!
Take color verse (테이크 컬러 버스) : 짝사랑을 시작하면 자신의 머리카락이 상대의 머리색으로 머리끝부터 위로 물들기 시작한다.
염색은 할 수 있으나 다시 머리가 물들기 때문에 오랫동안 숨길 수는 없다.
서로 좋아하고 있다는 걸 깨달아도 키스를 하기 전까지는 물든 머리 상태 그대로.
상대에 대한 마음이 식으면 머리는 뿌리부터 다시 본래 제 머리색으로 돌아온다.
머리는 대체적으로 흑발이 많으나 세계관이 이렇다 보니 다양한 머리색이 있는 세상입니다!
아니 근데 어째 주저리가 본편 분량이랑 비슷한 거 같은... 금방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