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503으로 인해 쓰고 있던 조각을 날렸습니다.
완성 직전까지 한큐에 쓴거라서 기분 좋았는데...
나중에 임시저장을 확인했더니 엎기 직전의 글만 남아있어서...
정말...
슬펐어요...
세레노 - 소년이 소녀에게 보내는 편지.
윤기가 남준이와 가벼운 외출 후에 집으로 돌아가다가
어디선가 갑자기 터지는 둔탁한 소리에 놀라 어깨를 움츠렸으면 좋겠다.
가슴팍에 손을 대고 숨을 고르면 남준이가 걸음을 멈추었으면 좋겠다.
저거 때문에 놀랐어요?
어?
남준이가 고개를 돌리다가 소리의 원인을 알고 손으로 가리키면 윤기가 고개를 돌렸으면.
그리고 막 펀치 기계의 점수를 확인하고 웃는 남자무리들을 봤으면 좋겠다.
저게 뭐하는거야?
저 동그란 거 올라오죠? 저기를 손으로 쳐서 점수를 내는 거예요. 높을 수록 세게 쳤다는 뜻이고.
와... 난폭한데 쓸데없어.
게임이니까요.
게임?
게임이라고 하니까 눈 동그래지는 거 봐라.
게임이라는 말에 재밌는거라 생각해 흥미가 생겨 빤히 바라보는 윤기가 보고 싶다.
남자 무리들이 사라지고 나면 윤기가 그 근처를 얼쩡이다가 요란한 소리가 나는 건물 안 쪽을 바라봤으면.
여기 뭐하는 곳이야? 여기도 범죄의 소굴이야?
... 오락실이에요.
오락실? 오락을 하는 곳?
네. 그렇죠. 여러가지 게임기를 두고... 형?
가자.
남준이의 말에 게임기라는 소리가 들리자 윤기가 건물 안으로 들어갔으면 좋겠다.
그 뒷모습에 남준이는 예상했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현금을 얼마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면서 따라 들어갔으면.
생각보다 밝고, 또 웅성웅성거리는 시끄러운 사람들 목소리, 그리고 현란한 게임 소리에 윤기가 놀랐으면 좋겠다.
바로 옆에서 말하는 남준이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을 것 같아
그 소리들 틈을 헤치고 다니는 것이 익숙해질 때까지 남준이 옆에 딱 붙어서 고개만 두리번거렸으면.
잔돈으로 교환을 하고 난 뒤에 남준이가 우선 무난한 게임부터 알려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윤기가 조금씩 오락실에 흥미가 붙는 걸 느끼고 같이 이것저것 오락실을 탐방했으면 좋겠다.
펌프에서 윤기가 하다가 힘들다고 쭈그려 앉아 손으로 내려치다가 또 손이 아프다고 투덜거리는 거리기도 하고,
자동차 게임을 하고 나서는 너무 어지러워서 현기증 난다고 남준이와 윤기가 나란히 의자에 늘어지기도 하고,
리듬 게임에서는 서로 반쪽씩 나눠서 하다가 결과에 A 가 뜨자 뿌듯해하며 하이파이브를 하기도 하고,
어느 게임기 앞에서는 파란색, 초록색, 빨간색의 둥근 버튼을 연타하고 나서 윤기가 먼저 게임에서 이겨 뿌듯해하기도 했으면.
한참 이것저것 해보다 남준이가 가지고 있던 잔돈이 거의 바닥이 났으면 좋겠다.
한 게임 정도 남았네요. 마지막으로 뭐할까요?
저거 해보자. 이거. 진짜 총알은 없나?
그냥 모형총이죠, 이런건.
마지막으로 사람이 비어있는 총 게임 앞에 선 윤기가 꽂혀져 있는 총을 꺼내들어 달깍거렸으면.
그 사이 남준이는 마지막으로 가지고 있던 500원짜리 동전을 넣고
한 손으로 총을 꺼내 대충 화면에 총구를 겨냥하고 방아쇠를 당겼으면.
화면에 유리가 깨지는 효과가 보이자 윤기도 따라서 총구를 화면에 겨냥해 방아쇠를 달깍거렸으면 좋겠다.
그렇게 총 게임이 시작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거 갑자기 나오는 좀비들 최대한 많이 총으로 맞추는 게임이에요. 방금처럼 그렇게 조준하고 쏴서.
응.
점수 내기 할래요?
내기?
응. 이기면... 뭘로 할까. 저녁 설거지?
얹어서 오늘 저녁 차리기까지.
콜.
그렇게 둘의 내기가 시작이 되었으면 좋겠다.
남준이도 오락실에 많이 와본건 아니라서 둘 다 처음에는 게임을 익히는 듯이 하나씩 해봤으면.
그러다가 얼추 서로 총이 손에 익숙해졌을 즈음부터
본격적으로 점수를 내기 시작했으면 좋겠다.
1라운드가 끝나고 그래도 한 번의 경험이라도 있었던 남준이가 앞서고 있으면 웃으면서 윤기를 약올렸으면.
근데 윤기 형, 요리는 할 줄 알아요?
알거든.
그래요? 그럼 오늘 윤기 형 요리 먹어보겠네.
뭐래. 아직 게임 안 끝났어.
굳은 표정의 윤기가 투덜거리면서 총을 만지작거렸으면 좋겠다.
다음 라운드가 시작이 되었으면 좋겠다.
첫번째 좀비가 튀어나오자마자 윤기와 남준이가 동시에 표정을 굳히고 총을 겨냥해 쐈으면.
윤기가 잡고,
다음 좀비가 튀어나오면 남준이가 잡고,
그 다음은 윤기가, 또 그 다다음은 윤기가, 잠시 다른 구석을 바라보는 사이 나온 좀비는 남준이가.
치열하게 서로 좀비를 잡아갔으면 좋겠다.
가끔 함정으로 나온 사람을 쏴서 점수가 깍일 때마다 윤기가 악 소리를 내면서 짜증을 내고,
남준이는 키득이면서 웃다가 조금씩 집중해 표정이 점점 달라졌으면.
2 라운드에서 역전은 못 했어도 윤기가 남준이의 점수를 상당히 따라잡았으면 좋겠다.
와... 진짜 이 형은 무슨. 벌써 거의 다 따라잡았네요?
말했지. 게임 아직 안 끝났다고.
아직 안 끝났지만 아직 내가 이기고 있는 건 알죠?
남준이의 말에 윤기가 입을 일자로 다시 꾹 다물었으면 좋겠다.
3 라운드가 시작되고 나서,
한참 둘은 자존심 내기가 되어버린 총 게임에 집중했으면 좋겠다.
화면에 피가 튀기는 듯이 보이면 짜증을 내면서도 묵묵히 모형총의 방아쇠를 달깍였으면 좋겠다.
마지막 보너스라면서 좀비가 우르르 쏟아져나오면 한참 달깍달깍 총질을 했으면.
라운드가 모두 끝나고 점수가 계산 되는 사이
윤기가 먼저 짧게 한숨을 내쉬고 총을 내려놓다가,
그 사이 갑자기 튀어나온 좀비에 놀랐으면 좋겠다.
남준이가 팔을 뻗어 재빨리 좀비를 쏴버렸으면 좋겠다.
뭐야?
이거 점수 계산할 때 가끔 저렇게 서비스마냥 한 마리 나오거든요. 내가 잡았네?
아, 나는 몰랐잖아. 마지막 그 놈은 빼고 계산해.
그런 게 어딨어요. 아는 것도 능력이지.
...
재수 없다며 중얼거린 윤기가 화면을 바라보자 그 사이 점수 계산이 끝났는지 화면에 둘의 점수가 동시에 떴으면 좋겠다.
승자는,
플레이어 2.
남준이였으면.
남준이가 큰 소리를 내면서 박수를 치고 뿌듯해하면 윤기가 이게 뭐냐면서 한 판만 더 하자고 총을 다시 꺼내 잡았으면 좋겠다.
돈 없어요.
왜 없어?
없으니까요.
아... 씨이...
자, 가서 저녁이나 해줘요. 설거지까지.
싱글싱글 웃은 남준이와 이대로는 억울해서 못 간다면서 바둥바둥 거리는 윤기가 오락실을 나갔으면 좋겠다.
그 날 저녁에 상에는
씻기만 한 야채들만 가득 올라와서,
결국 남준이가 한숨을 내쉬며 라면을 다시 끓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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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
귀여운 그림과 글씨 모두 감사합니다. 하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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