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곳을 가도 왜 한 쪽은 노부부가 가는 느낌이고,
한 쪽은 신혼부부가 가는 느낌일까요.
같은 얼굴들,
(아주, 많이, 굉장히, 정말) 다른 느낌.
Shizuko Mori - Sunny
준아.
응.
나가자.
응!
온전한 사람의 모습을 한 남준이가 먼저 고개를 끄덕이면서 현관문을 열고 옆으로 비켜서면
그 틈으로 윤기가 걸음을 옮겨 밖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문이 닫히고 도어락으로 문이 잠긴 후에, 둘은 걸음을 맞춰 천천히 걸어갔으면 좋겠다.
어디를 간다고 윤기가 먼저 말하면 남준이는 그제야 고개를 또 한 번 끄덕였으면.
그리고 길목 곳곳에 있는 소프트 아이스크림, 지팡이 아이스크림 등등 여름 먹거리를 보면서 눈을 빛냈으면 좋겠다.
남준이가 윤기의 손을 잡고 흔들면서 한 쪽을 가리키면
윤기는 고개를 젓고,
남준이는 시무룩해 하고,
그러다 인적이 드문 곳에서 윤기에게 볼뽀뽀를 받고 다시 신나하면서
둘은 원하던 곳에 도착했으면 좋겠다.
마트다!
가서 카트 가져와, 준아.
주머니를 뒤적이던 윤기가 남준이에게 백 원을 건네주면서 말하면
남준이는 바로 뛰어가서 카트를 이제 능숙하게 꺼내오면 윤기가 손을 뻗어 남준이의 머리를 쓰다듬었으면.
주인의 손은 항상 시원하네. 기분 좋다.
몸에 열 자체가 많은 남준이가 자신의 체온보다 서늘한 윤기의 손이 뺨에 닿으면
고개를 움직여 더 윤기의 손에 얼굴을 부비적거렸으면 좋겠다.
윤기는 작게 웃으면서 얌전히 손을 대주고 있었으면 좋겠다.
카트를 끌고 입구에 들어서면서 윤기는 묵묵히 제일 안 쪽으로 걸어갔으면.
그리고 그 옆에는 어설프게 아직 방향을 잡는게 서툴지만 열심히 카트를 밀며 재밌어하는 남준이가 따라갔으면 좋겠다.
우선 떨어진 쌀은 주문해놨으니까, 그건 됐고. 휴지 사고, 또 준이 녀석이 부순 빨래 건조대 사고, 또...
제일 안 쪽부터 천천히 돌아가면서 필요한 물품을 고르던 윤기가
얼마 전에 남준이가 새카맣게 태웠던 냄비와 최대한 비슷한 냄비를 찾는 사이
남준이가 윤기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으면 좋겠다.
주인아.
...?
이거 사자.
어디서 자신과 똑같이 생긴 인형을 찾은건지 강아지 인형 하나를 들고와 배실배실 웃는 남준이의 모습에
윤기가 웃으면서 남준이에게 장난감 코너 쪽을 가리켰으면 좋겠다.
안 돼.
주인아... 이거...
놓고 와.
단호한 윤기의 말에 시무룩해진 남준이가 인형을 놓고 오고 이번에는 식품코너 쪽에서 장보기가 시작되었으면.
그러다가 남준이가 또 과자를 한아름 안고오면 윤기가 돌려보내고,
이거 맛있다면서 시식대에서 구워주는 만두를 이쑤시개로 찍어서 가져와 윤기에게 먹여주고,
쭈뼛거리면서 오더니 전에 먹고 탈이 나서 먹는 거 금지시켰던 치즈를 들고 와 아련하게 바라보고,
마지막은 색이 예쁘다며 와인을 들고 오다가 떨어뜨릴 뻔해서 윤기가 아슬하게 잡아챘으면.
준아.
... 응?
손.
결국 남준이는 마트 구석에서 두 손이 잡힌 채로 아무거나 주워오지 말라는 윤기의 말에 한참을 고개만 끄덕거렸으면.
마지막에 시무룩해진 남준이를 데리고 아이스크림 코너로 간 윤기가 짧게 한숨을 내쉬고 나직히 한 마디만 했으면.
20개. 골라.
... 많다!
여름이니까.
카트 안에 아이스크림을 쏟아낸 남준이가 기분 좋게 씩 웃으면서 얼른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고 중얼거렸으면 좋겠다.
고르는 도중에 몇 개까지 골랐는지 까먹었다며 경악한 표정을 짓는 남준이를 보고
윤기는 나직하게 4개 더 고르라고 말해줬으면.
계산대에서 남준이가 직접 카드를 내밀고, 포인트 번호를 입력하는 사이에
윤기가 가만히 그걸 바라보다가 묵묵히 종이봉투를 펼치고 물품들을 나누어 담았으면.
당장에 필요없는 건 배달을 시킨 뒤 한결 가벼워진 짐을 들고 둘은 마트에 나왔으면 좋겠다.
남준이는 벌써 덥다며 옷깃을 잡고 팔락였으면.
윤기는 봉투를 뒤적거리다 아이스크림 하나를 꺼내서 남준이에게 건넸으면.
봉투까지 뜯어서 입술에 문질러주자마자 남준이가 입을 벌려 아이스크림을 입술로 물었으면 좋겠다.
윤기도 봉투를 뒤적이다가 아직 시원한 음료수를 꺼내 마셨으면 좋겠다.
계속 입을 우물거리면서 짐을 왼손에 옮겼다가, 오른손에 옮겼다가, 정신없게 부스럭거리는 남준이를 보고
윤기가 고개를 갸웃거렸으면 좋겠다.
왜 그래?
응? 아, 됐다.
마침 마음에 들게 짐을 옮겨잡았는지 씩 웃던 남준이가 윤기의 왼편으로 돌아가 섰으면 좋겠다.
그리고 자신의 오른손으로 윤기의 왼손을 그러쥐었으면 좋겠다.
절로 살짝 힘이 빠지는 손을 느끼고 다시금 입꼬리를 올려 웃다가 단단하게 깍지를 꼈으면 좋겠다.
손이 너무 더우면 말해, 주인아.
응.
슬쩍 손을 그러쥐어 온전하게 깍지를 마주잡아 그러쥔 윤기가 남준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으면.
그리고
집에 도착할 때까지
윤기는 덥다는 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주인아. 나, 나. 여기 어디인지 알아.
어딘데.
서점! 책이랑 안마의자 파는 곳!
... 원래 서점은 책만 파는 곳이야, 준아.
남준이가 윤기의 말에 안마의자가 나열되어 있는 곳을 가리키면 윤기는 가끔 저런 것도 판다는 말을 남기고 책이 있는 곳으로 향했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온 대형서점은 책 냄새가 희미하게,
사람냄새가 가득하게 났으면.
윤기는 위에 달랑거리는 플라스틱 판에 적힌 카테고리를 보면서 남준이가 좋아하는 책들을 찾기 시작했으면.
읽고 싶은 거 있다며.
아, 응. 응. 여기 있어?
찾아봐.
윤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남준이가 가만히 책장을 보면서 책을 찾았으면 좋겠다.
남준이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책을 검색할 수 있는 검색대 앞에서 한참을 끙끙거리다가,
결국 직원을 잡고 물어서 책을 찾을 때까지
윤기는 그저 조용히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
남준이가 이 책을 읽고 싶었다면서 뿌듯하게 웃으면서 책을 윤기에게 보여주면
윤기는 웃으면서 칭찬의 의미로 남준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으면 좋겠다.
이게 자식이 심부름을 잘 해오면 느끼는 뿌듯함인가.
계산까지 끝낸 남준이가 꾸벅 인사를 하고 걸어오는 것을 또 지켜보던 윤기가 속으로 중얼거렸으면.
남준이가 와서 생각에 잠긴 윤기를 빤히 바라보다가
윤기의 손을 잡고 제 머리 위로 올리고는 스스로 부비적대면서 머리를 부볐으면.
뭐해?
윤기의 물음에 남준이가 입술을 삐죽거리면서 투덜거렸으면 좋겠다.
왜, 칭찬 안 해줘?
남준이의 말에 잠시 눈만 깜박이던 윤기가
조금씩
눈을 휘고, 입꼬리를 올려
웃었으면 좋겠다.
너는 진짜 아무리 사람같아져도 결국은 내 하나뿐인 강아지일거야, 준아.
부드럽게 남준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는 윤기를 보던 남준이가
배싯 웃었다가 윤기의 어깨를 감싸 허리를 숙였으면 좋겠다.
여기서 뽀뽀하면 안 돼?
응. 안 돼.
... 너무해.
집에 가면, 잔뜩 해줄게.
얼른 가자, 주인아. 집에. 얼른.
윤기의 마지막 말에 남준이가 윤기의 손목을 잡고 서점을 빠져나왔으면 좋겠다.
다시금
윤기의 웃음소리가 발자국 대신 남겨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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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
예쁜 글씨와 귀여운 그림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하트. |
|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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