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군지정(戀君之情)
임(임금)에 대한 그리움과 변함없는 사랑
![[세븐틴/최승철전원우] 연군지정(戀君之情) 05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21317/85e4e462e7ea74965b5afa6093f6cb64.gif)
이국의 신녀에게 서신을 보내고 이 주가 흘렀다.
이쯤이면 답이 돌아오고도 남을 텐데, 어째서 답이 없는 걸까. 애초에 나의 서신이 그녀에게 도착하지 못한 건 아닐까?
그렇다고 해도 원우를 탓할 수는 없었다. 원우라고 해도 이것을 해낼 수는 없었을 터. 나와 그녀는 이국과 오국. 각국의 신녀였으니까.
순식간에 등불이 꺼져 어두워졌다. 아, 신탁이다. 그간 받아온 게 있어서 그렇게 당황스럽지는 않았다. 책상에 바르게 앉아 적어내릴 준비를 하고 눈을 감으니 곧 손이 움직였다.
[곧 그들이 다시 온다]
눈을 떠 확인한 그 신탁에 난 확신했다.
나의 서신은 오국에 전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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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전에 있던 승철에게 찾아가 신탁을 건넸다. 승철은 조용히 그것을 뚫어져라 볼 뿐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곧 그는 옆에 있던 신하에게 알렸다.
"곧 까마귀의 습격이 있을 듯하니 준비하도록."
"명 받잡겠나이다."
신하가 고개를 숙이더니 준비를 위해 나갔다.
승철은 눈이 뻑뻑한지 한손으로 비비며 다른 한손으론 책상에 턱을 괴었다. 그의 맑고 총명하던 눈이 퀭하다. 애써 나를 보고 웃고 있는 모습이, 그가 나에게 힘들다는 것을 숨기고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이 힘들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인 것 같았다.
"일이 많습니까, 황제폐하? 안색이 좋지 아니합니다."
"아닙니다."
"솔직해지셔도 괜찮습니다."
"...네. 많습니다. 어제 하루종일 밤을 지새웠습니다."
"말씀을 하시지 그러셨습니까. 도와드릴 수 있는데.."
"지금 이리 와주셨잖습니까. 전 그거면 됩니다."
나른하다. 또 그 나른한 웃음이다. 난, 승철을 보러 온 것이 아니라 그저 신탁을 전하러 온 것인데.. 그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나를 봐서 기쁘다, 그리 말하고 있었다. 곧 턱을 괴고 있던 손으로 자신의 앞자리를 가리켰다. 그 자리에 앉으니 그가 계서로 추정되는 것들을 책상위로 올렸다. 엄청난 양이었다. 그중 하나를 집어 드는 승철은 그것이 익숙해 보였다. 밤새도록, 계서를 본 모양이었다.
"이만큼을.. 하신 겁니까..?"
"이만큼을 하고도 남은 양이고 또 이만큼이 더 있습니다."
놀란 나의 표정을 보며 승철이 또 터졌다. 곧 들고 있던 계서를 내려놓아 비어버린 그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신녀님의 일이 아닙니다. 마치 제 일처럼 놀라시는군요. 기분좋게."
"아, 그것이.."
"큰일이 났습니다."
"예..?"
"신녀님께 농을 하는 것에 재미가 들린 것 같습니다.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낮은 웃음소리를 흘리며 눈을 곱게도 접는 승철은 정말로 기쁜 모양이었다.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내려 내 손을 잡았다. 그가 자주 잡았었지만 처음으로 느끼는 것이 있었다. 아, 승철의 손은 따뜻하구나.
"손이 왜이리 찬 겁니까..?"
나른하던 그 표정은 금새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변하였다. 내가 알고있는 승철은 한없이 냉정하고 잔인한 사람이었는데.. 어찌 이리도 무르고 걱정이 많은 사람이 된 것인지..
"폐하의 손이 평균사람 그 이상으로 따뜻하신 것 같습니다."
"아, 그럼 내가 항상 잡고 있으면 되겠네요. 신녀님께서는 평균 이하로 차가우시니까."
"폐하.."
또 터졌다. 조금은 큰 그 웃음소리에 나조차 조심스러워 지는데 어째서 승철은 저리도 즐겁기만 한 것인지.
"일.. 하시지요. 도와드리겠나이다."
"아, 그럽시다. 일 해야지요."
"...그럼, 우선 손을 놓고.."
"놓기 싫으면 어찌해야할까요."
나를 올곧게 보는 그의 눈이 진지하다. 하.. 미치겠다.
"일 다 끝내고, 그때 다시 잡도록하는 것은 어떠하십니까?"
"아. 그것보다, 책상 위에 있는 이것만 끝내고 저랑 같이 어디 좀 가시지요"
"어딜..?"
"있습니다. 그럼 일을 해 볼까요?"
나에게 계서 하나를 건네준 승철은 곧 진지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간혹 저렇게 일에 있어서 진지해지시면 참 황제다운데.. 아, 이러다 또 계속 보고있다고 놀리시겠다. 나도 고개를 숙이고 승철이 건네준 계서를 펼쳐 읽어보았다.
쌍생아에 대한 계서였다.
쌍생아.. 그리 저주받은 몸으로 태어나다니(이 시대에서 쌍생아는 한 생명으로 태어나야 할 것이 두 생명으로 태어났다고, 아주 괴이하다고 여겨 죽이는 것이 태반이었다.) 참 안된 일이었다. 속설이긴 하나 속설임에도 보는 눈들이 있어 실제로 쌍생아를 죽이는 것이 사실이었으니까.
아, 그러고 보니 일 년 전인가, 쌍생아를 낳은 이대감댁 소실부인(첩)께서 약 100일간을 궐 앞에서 빌고 또 빌었던 것이 떠올랐다. 어째서 쌍생아를 저주받았다고 하는 것이냐고, 배가 불러 낳은 자식임에 틀림이 없는 것인데, 어째서 저주받고 괴이하다 여겨지는 것이냐고. 인정할 수 없다며 100일 동안 이런 속설을 없애달라며 간청 했었다.
아마 이때였을거다. 승철이 잔인하다고 느껴졌던 것이. 약 1달 마다 승철은 궐 주변으로 시찰을 나가 민심을 살폈다. 그녀가 100일간을 무릎 꿇고 비는 동안, 점점 초췌해져 가는 그녀를 3번이나 보았는데.. 단 한 번도 승철은 그녀의 청을 주의깊게 듣지 않았었다. 오히려 가까이 다가올라고 치면 호위를 써서 막기까지 했었다. 간혹 이대감이 승철에게 찾아가 간청하기도 했었다. 승철은 그것조차 묵인하였다. 옆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 누구나 잔인하다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다.
지금의 그가 그랬다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데.. 그땐 어째서 그렇게 냉정하고 차가웠던 것일까.
"무슨 계서를 보시기에 이리도 오래도록 보고 계신 겁니까?"
"아, 쌍생아에 관한 계서였습니다. 참으로 안타깝지요."
"......"
어..? 말이 없으시다. 표정도 굳었다.
쌍생아에, 뭔가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피곤하지 않으십니까? 들어가서 쉬시지요."
"이제, 하나보았ㄴ.. 네. 피곤합니다. 송구하오나 먼저 들어가 보겠사옵니다."
내가 고개를 숙여 인사를 드리고 문 밖으로 나설 때까지 승철은 쌍생아에 관한 내용이 담겨있는 그 계서를 살폈다.
문이 닫히는 그 동시에 언뜻 종이가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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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으로 돌아온 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여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울 정도였다. 원우라면, 알까..? 나보다 먼저 이곳에 있었고 내금위(황제를 호위하던 군대)였으니까.. 뭔가 알지 않을까..?
원우. 역시나 나의 작은 부름에 문이 조용하게 열리며 원우가 들어왔다.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는 원우에게 고갯짓으로 인사를 해주고 원우가 가까이 다가올 동안 고민하였다. 결론은 그거였다. 원우니까. 원우니까 물어봐도 되겠지.
"원우, 전하께옵서는 왜 그리 쌍생아에 예민하신겁니까..?"
"쌍생아에, 예민하셨습니까?"
"아, 원우는 느끼지 못한 것입니까..? 좌참찬 이대감댁 소실부인께서 약 100일간 궐 앞에서 간청했던 것은 아시지요..?"
"네. 너무도 유명한 사건이잖습니까."
"만백성에게 유하던 폐하께옵서 유독 쌍생아 건으로 간청하던 부인의 청을 들은 채도 안했잖습니까."
"아, 그랬지요.."
원우는 모르는 눈치였다. 내금위였으면서, 어찌 그것도 모른단 말인가. 원우는 곧 무언가가 생각난 듯 나에게 권유했다.
"한솔대군은 아시지 않을까요..?"
"그렇지만 전, 폐하와 궁녀들, 원우 말고는 아무에게도 얼굴을 보여선,"
"저것이 있지 않습니까."
원우가 가리킨 손끝에는 베일이 있었다. 아, 그렇게까지 위험을 감수하면서 알고 싶은 것은 아닌데..
"아님 소인이 물어볼까요?"
"아뇨. 원우가 물어본다면 화를 면치 못할 수도 있습니다. 예민하시니까.."
"신녀님께서 원하는 일이라면 목숨을 바쳐 해 낼 자신이 있습니다."
"아뇨, 아니에요. 난 그대를 잃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습니다."
놀란 듯 눈을 크게 뜬 원우는 곧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 그런 원우의 시선 끝에는 저번 민규가 나에게 주었던 풍경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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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최승철전원우] 연군지정(戀君之情) 05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2/11/1/52035d9c6c022d39bbb6e5e1d0d6bd84.jpg)
"지수님! 뒷산에 꽃이 피었습니다! 놀러가지 않으시렵니까?"
![[세븐틴/최승철전원우] 연군지정(戀君之情) 05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2/16/1/3bf06e76bdc3878b82d22dc3502b0906.gif)
"뭐, 그거 하나 못해줄까. 그래 가자. 아직 쌀쌀하니 옷이라도 챙겨 입어."
"네! 빠르게 입고 나오겠습니다!"
"천천히 가, 넘어질라."
4월의 첫 시작을 그대와 함께하게 되어 좋네요.
지수.. 입에 붙지는 않는 이름이네.. 그나저나 오랜만에 얼굴을 보아 좋았다.
꿈의 특성상 계절에 상관없이 나오는데, 그땐 겨울이었지만 지금은 봄이었다.
그대는,
겨울에 보면 그 하얀 눈과 어울리듯 순수해 보이는 모습이 좋고. 봄에 보면 방금 피어난 꽃과 같이 아름다워 보이는 그 모습이 또 좋다.
계절에 상관없이 그대의 모습이 좋다. 소녀를 팔아넘기기 전까지는..
순식간에 기분이 가라앉았다. 소녀를 팔아넘겼다는 것을 안 그 순간부터 좋은 것은 잠시였다. 그래도, 그 잠시간의 두근거림이 좋았다.
"신녀님. 서신이 왔습니다."
"서신이요..?"
문을 두드린 후 들어와선 서신이라며 두루마리 하나를 건네며 말하는 원우였다. 의아해하며 그가 건네주는 그것을 받았다. 곧 원우는 어느새 꺼진 등불에 불을 붙이더니 창가로 가 창문을 열었다. 꽤나 봄다워진 산들바람이 창문에 스쳐 들어옴을 느끼며 서신을 펼쳐보았다.
이국의 신녀님께
안녕하세요, 작국의 신녀입니다.
서신은 잘 받았습니다. 다툼, 저도 멈춰야지요.
불을 지펴주세요.
뭐지..? 두서없는 이 글은..? 아. 작국의 신녀가 아님은 확신했다. 그렇다면.. 이것은 오국의 신녀이다.
흠, 권순영이라 쓰고.. 지운 자국이 있네.. 권순영이 누굴까..?
"원우는 권순영이라고 혹시 아십니까..?"
"오국의 폐하... 입니다."
"아?? 그, 그렇습니까..?"
오국의 신녀는, 폐하의 존함을 아무렇게나 쓸 수 있는 건가.. 적어도 난 공적인 자리 그 어디에서도 폐하의 존함을 함부로 쓰지 않는데.. 새 종이로 하면 되는 걸 굳이 이렇게.. 무슨 생각인 것일까, 오국의 신녀는.. 단순히 조금 생각이 부족하거나.. 정말 말도 안 되지만, 종이가 부족했거나..?
마지막 줄은 또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불을 지펴주세요. 그 윗줄과 전혀 연결되지 않는, 아예 다른 이야기 같은데. 아, 혹 비밀문서 같은 건가..? 자리에서 일어나 원우가 붙여 놓은 등불 위로 서신을 가져다 대었다. 검게 그을리는 그것이 문자를 나타내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그을려보니 마지막 줄 밑으로 2줄이 더 적혀있었다. 난 그것을 확인하자마자 승철에게로 뛰어갔다.
이국의 신녀님께.
안녕하세요, 작국의 신녀입니다.
서신은 잘 받았습니다. 다툼, 저도 멈춰야지요.
불을 지펴주세요.
4월 3일 *묘시. 오국의 군사가 그쪽으로 쳐들어갈 것입니다.
이름은 자세히 듣지 못하였으나 그쪽 황제의 형제를 조심해주세요.
*묘시 : 새벽 5시~아침 7시
11시 안으로 오려고 했는데 컴퓨터가 렉먹어서 올라가지지 않더라구요8ㅅ8
그래서 제부팅 하느라 조금 늦었어요ㅠㅠㅠ
최한솔대군..!!의 등장과 오국의 황제인 권순영이 알려진 중요한 편이네요!
오늘도 역시나 복선이 한가득..!
오국의 신녀와 황제는 이국의 신녀와 황제보단 자유로운 분위기같죠?ㅎㅎ
그래서 전 2부작이 기대됩니닿ㅎㅎ 폭군 같은 그를 응원해요..ㅎ
나의 비타민이신
쀼, 파랑토끼, 규애, 뿌존뿌존, 호시기두마리치킨, 자몽, 짐잼쿠님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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