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아리는 01
-쵸코-
"있잖아, 그거 알아?"
"뭘?"
"우리 학교에 안 쓰는 교실 한 개 있잖아."
"응."
"거기가 예전에 동아리실이었데."
"아 그래? 처음 알았네."
"근데 그 동아리가..."
[우리 동아리는 01화]
"와, 진짜 독한 년이네."
"......"
"그러니까. 어떻게 단 한 번도 소리를 안내냐."
"재미없다. 오늘은 이만 가자."
"다음부터 눈 제대로 뜨고 다녀라. 어? 더럽게 진짜."
나를 무차별적으로 때리던 남자애들이 내 옆에다가 침을 뱉고 창고를 나섰다.
더러워 죽겠네. 더러운 건 내가 아니라 너네다! 침은 왜 뱉고 지랄이야.
인상을 찌푸리며 교복을 털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도 가기 싫은 그곳에 가야 한다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독한 년. 내가 지금까지 수없이 들어 온 말.
모든 사람이 나를 보면 저렇게 말했다. 독한 년이라고.
그런 그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지랄. 너희도 내 삶을 살아봐.라고. 내가 독해진 건 순전히 개 같은 내 삶 때문이다.
손을 뻗어 가방을 집어 올리고 느릿하게 발을 앞으로 내딛는데 발목에서 느껴지는 아릿한 통증에 다시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무래도 아까 발목을 제대로 맞았나 보다. 짜증스러운 마음에 가방을 창고 벽에다가 세게 집어 던지고 바닥에 벌러덩 누웠다.
오늘 그분한테 밉보이겠네. 또 맞기는 싫은데.
창고 바닥에 누워 어두컴컴한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데 문득 옛날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이렇게 되버린 이유. 아마 그때부터였나?
그 날 이후. 내 인생은 바뀌었다.
물론 좋은 쪽이 아닌 나쁜 쪽으로.
"괜찮아?"
"......?"
애써 잊고 살았던 그 날의 기억이 모두 떠오르려고 할 때 문 쪽에서 앳된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살짝 틀어 소리 난 곳을 쳐다보니 목소리만큼 앳되 보이는 남자애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것도 나랑 비슷한 꼴을 한 채로. ...뭐야 저건.
"많이 다친 것 같은데 일어설 수 있겠어?"
"......"
자신의 꼴도 말이 아니면서 나를 걱정하는 모양새가 퍽 웃겼다.
"헐. 못 일어나겠어?!"
"......"
"어떡하지? 아, 내 손잡고 일어나!"
혼자 발을 동동 구르며 안절부절못하고 있던 남자애가 나한테 가까이 다가와서 내 어깨를 살짝 잡았다.
"손 치워."
반사적으로 그 손을 뿌리치자 남자애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내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뭐냐는 듯이 남자애를 쳐다보자 그런 나를 향해 눈이 접혀라 웃어보인다.
"난 박지민."
"......"
"넌 김탄소 맞지?"
"......"
어떻게 안 거지.
순간 포커페이스가 무너질 뻔했지만 알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미 전교에 소문이 나돌고 있을 테니까.
"나 오랜만에 맞아서 무지 아프다?"
"......"
"원래는 애들이 항상 옆에 있어서 안 맞았는데 오늘은 애들이 잠깐 매점 가는 사이에 혼자 돌아다니다가 걸렸어."
"......"
...이새끼. 무지 말 많다.
맞은 게 뭐가 자랑이라고 나한테 하나하나 보여줘 가면서 찡찡거리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나저나 박지민이라.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네.
공식 왕따 박지민. 학교 내에서 유명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패거리들한테 끌려가 맞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패거리가 박지민을 건들지 않았다.
그 이유가 동아리 때문이라나 뭐라나.
덕분에 나는 그 패거리의 분풀이 대상이 되었고 요즘 배로 처맞고 있다.
이름만 알고 얼굴은 몰라서 가만히 있었는데. 제 발로 찾아와 주다니 죽빵 한 대를 쳐버릴까?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박지민을 쳐다보는데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또 눈이 접혀라 웃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더니. 내가 딱 그 꼴이다.
나도 웃고 다닐까?! 덜 맞게 시발.
"내 말 듣고 있어? 여기랑 또... 아, 여기도 다쳤어."
"......"
"응? 응? 나 아프다고."
"아 진짜. 아프면 보건실 가!!!"
짜증나게 치대고 지랄이야.
점점 달라붙어 오는 박지민을 신경질적이게 쳐내자 박지민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맞아. 아프면 보건실에 가야지!"
"...하."
응. 그래. 그니까 제발 좀 꺼져주라.
드디어 갈 마음이 생긴 것인지 박지민이 창고 구석으로 걸어가 내 가방을 주었,응? 내 가방?
"가자."
"뭐?"
"보건실 가라며. 가자고."
얘 지금 내 성격 테스트 하는 건가? 그럼 잘못짚었는데 난 그리 좋은 성격이 아니다.
"야."
"응?"
"나랑 장난해? 너 혼자 가라고."
"그럴 수 없어."
"왜?"
혼자 갈 수 없다는 박지민의 말이 이해가 안 돼서 반문을 하자 박지민이 진지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정말 골 때리는 대답을.
"보건실이 어딘지 몰라."
.
.
.
미치겠다. 내가 왜 지금 얘랑 보건실을 가고 있지?
그것도 얘 등에 업혀서 말이다.
평소같이 무시하면 그만인데 어째서인지 박지민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같은 신세라서 동질감이라도 느꼈나?
물론 가장 큰 이유는 발목 때문이었지만.
아까 창고에서 벙찐 채 가만히 앉아있는 나를 요리조리 살펴본 박지민이 갑작스럽게 내 발목을 잡았다.
내가 인상을 찌푸리자 박지민이 바로 나를 들쳐 엎고 창고를 나섰다.
물론, 나는 가만히 있을 인간이 아니기에 난리를 쳤지만 주위의 시선 때문에 곧 얌전히 업힐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나를 다시 고쳐 엎은 박지민이 얌전하니 얼마나 좋냐고 얕게 웃으며 말했다.
지금이라도 빨리 그곳에 가야 하는데.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 갔다.
근데, 잠깐.
"너 보건실이 어딘지 모른다고 하지 않았나?"
"응. 맞아."
"근데 지금 어떻게 가고 있는데?"
"사실 알거든."
"......"
뭐? 이 자식이 진짜.
"발목 다친 줄 알았으면 진작에 엎어서 데려왔을 텐데. 그런 거짓말 안 치고 말이야."
박지민이 또다시 나를 고쳐 엎으며 웃었다.
근데 너 너무 가벼운 거 아니야? 대답 없는 나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하던 박지민이 이내 입을 닫았다.
보건실 가는 길이 이렇게 멀었었다니. 드디어 도착한 보건실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보건실에 들어서자마자 박지민은 나를 침대에 앉히더니 보건실 서랍을 뒤져서 파스와 붕대 등 각종 치료 도구를 꺼냈다.
저거 마음대로 꺼내써도 되려나. 내 표정을 읽은 것인지 박지민이 내 발목에 파스를 뿌리며 말했다.
"응. 괜찮으니까 걱정 마. 나랑 보건쌤이랑 완전 친하거든."
"......"
"내가 맨날 들락날락했으니까. 그래도 요즘에는 좀 뜸해졌지만."
"......"
"다 됐다. 무리하게 발목 쓰지 마. 알겠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다고 말해야하는데 입이 잘 떨어지지가 않았다.
가만히 내 앞에 서서 나를 빤히 바라보는 박지민을 올려다봤다.
"뭘 봐."
"아니. 너 때린 새끼들이 정말 약은 것 같아서."
"......"
"어떻게 얼굴만 피해서 때리냐? 학폭으로 신고할까 봐 무서워서 그런가? 안 보이는 곳만 아주 쏙쏙 골라서 때렸어."
맞은 건 난데 박지민이 나보다 더 열을 내며 화를 냈다.
신기했다. 친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이런 오지랖을 부릴 수 있는 박지민이.
침대에서 천천히 일어나 박지민을 마주 보고 섰다.
"내가 부탁했어."
"어?"
"때릴 거면 얼굴은 때리지 말라고."
"뭐? 왜? 왜 그런 부탁을 했어? 차라리 때리지 말라ㄱ,"
"너도 소문 들어서 잘 알 거 아니야.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
"그리고 걔들이 때리지 말라고 부탁하면 안 때릴 새끼들이니?"
"......"
"뭔 속셈을 가지고 나한테 접근해서 오지랖 부리는지 모르겠지만 흉지기 전에 네 상처나 치료해. 나보다 지가 더 심각하면서."
"......"
아까부터 조잘거리며 떠들어대던 박지민의 입이 굳게 닫혔다.
그런 박지민을 등지고 뒤돌아서 그분께 전화를 걸었다.
"그래도."
"......"
"치료해준건 고마웠어."
[야!! 너 왜 안 와?!]
"...죄송해요. 오늘은 못 갈 것 같아요."
[뭐?! 미쳤어? 오늘 높으신 분 오신다고 했잖아!]
"제가 지금 발목을 다쳐서 그쪽까지 갈 힘ㅇ,"
[상품 주제에 다치든 말든, 얼굴만 멀쩡하면 그만이지. 빨리 안 와?!]
이런 말은 수도 없이 들어봤는데 여전히 적응이 안 된다.
상처받을 마음이 더 남았나? ...상품 주제에.
"알겠습,"
"......"
한숨을 쉬고 알겠다고 대답을 하려는 순간 언제 다가온 것인지 박지민이 내 휴대폰을 빼앗아 전화를 끊었다.
그분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전화가 끊어졌다.
고로, 나는 이제 죽었다는 것.
선을 넘어버린 박지민의 행동에 여태까지 붙잡고 있던 이성의 끈이 툭- 하고 끊겼다.
아까부터 아무 말 안하고 자기가 해달라는 데로 해주니까 내가 우습나.
"야, 너 뭐야."
"......"
"너가 뭔데 함부로 내 전화를 끊어?"
"......"
"이게 어떤 전화인지는 알고 그러는 거야?!"
박지민이 아까와는 다른 무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다 내 휴대폰을 자기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고 말했다.
"너 우리 동아리에 들어와라."
"...뭐?"
"응? 들어와."
"갑자기 무슨소리야?"
"갑자기가 아니야. 항상 널 보면서 생각했어. 우리 동아리에 안성맞춤이라는 거."
진지한 박지민의 말에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났다.
"니가 날 언제 봤다고."
"항상. 하루도 빠짐없이 매번."
"그니까 언제? 난 널 본 적이 없는데?"
"그럴 리가. 맨날 같은 공간에서 맞았는데."
...걔가 박지민이였어?
살짝 당황했지만 애써 당황한 표정을 지우고 박지민을 노려봤다.
"너 내가 동아리 들 만큼 한가한 사람으로 보여?"
"......"
"너도 아까 내 전화통화 들어서 알 거 아니야. 동아리 하면서 노닥거릴 시간 없어."
"......"
"그 동아리에 들면 돈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꿀이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나한테 아무런 이득 없는 걸 내가 왜 해? 빨리 휴대폰이나 내 놔."
"......"
내가 손을 내밀자 박지민이 말없이 내가 내민 손을 쳐다봤다.
아, 답답해 미치겠네.
"빨리 내놓으라고! 너 때문에 마담한테 죽도록 맞게 생겼어. 나 좀 그만 맞고 싶다. 어?!"
"내가 책임질게."
"허, 네가 무슨 수로? 장난 그만 치고 빨리 휴대폰 내놔."
박지민이 조금 전에 날 바보로 만들었던 웃음을 짓더니 자신의 한쪽 손으로 내가 내민 손을 맞잡았다.
"그렇게 휴대폰이 받고 싶으면 따라오던가."
"......"
"너 안 따라오면 난 이거 안 줘."
"하, 이게 진짜, 야!"
헛웃음을 내뱉자 박지민이 내 손을 꽉 잡고 보건실을 나섰고 나는 그런 박지민의 뒤를 어쩔 수 없이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아니,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
.
.
"여기야."
박지민이 한 교실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는 박지민을 따라 걸으면서 어떻게 하면 마담에게 덜 맞을까를 연신 생각했다.
그 와중에 내가 발목을 다쳤다고 아주 느릿하게 걷는 박지민의 배려가 웃겼다.
지금 이렇게 배려해줘 봤자 좀 있으면 개 패듯이 맞을 텐데, 뭐.
"그래. 이제 휴대폰 줘."
"싫어."
"야!"
"너가 우리 동아리에 들어오면 줄래."
화에 못 이겨 박지민을 치려고 주먹을 드는 순간 교실 문이 열렸다.
그 소리에 내 행동을 멈추고 그쪽을 쳐다보자 엄청 하얗게 생긴 남자애가 박지민의 귀를 잡아당겼다.
"어딜 싸돌아다니면서 이렇게 처맞고 다녀."
"아아! 민윤기!!"
"뭐 인마. 내가 여기에 가만히 있으랬지."
시발. 우리 반 남자애였다. 민윤기.
학교 수업도 자주 빠지고 맨날 맞아서 교실에도 가끔 들어오는 내가 민윤기를 어떻게 아냐면 그건 간단하다.
3년내내 같은 반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날의 일 때문도. 그 날, 민윤기의 존재를 알았다.
잊을 수가 없었다. 절대로.
아니 근데 민윤기도 이 동아리였어?
"아아아! 그래도 새 부원 데리고 왔어! 이것 좀 놔 봐!"
"......"
"......"
박지민의 말에 철저히 내 존재를 무시하던 민윤기가 나를 쳐다봤다.
얘는 눈빛으로 사람을 제압하는 힘이 있는 것 같다.
그 눈빛에 숨까지 턱하고 막힌다.
그 날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시린 눈으로 날 삐딱하게 쳐다본 민윤기가 잡아당기고 있던 박지민의 귀를 놨다.
"얘가 새 부원?"
"응! 창고에서 다쳐서 못 움직이고 있는 거 내가 발견했어."
"......"
"......"
"재밌네."
살짝 코웃음을 친 민윤기가 다시 교실로 들어갔다.
와, 지릴 뻔.
정신을 잡을 틈도 없이 민윤기가 들어가자마자 박지민이 나를 교실 안으로 밀어 넣었다.
발목을 다쳐서 버티지도 못하고!!!! 망할.
교실에 들어서고 반동으로 숙어졌던 고개를 들자 우리 학교에 유명인사들이 보였다.
뭐? 동아리에 안성맞춤이라고? 장난해?
"안녕. 지민이한테 대충 얘기는 들었어."
"......"
가만히 서 있는 내게 전교 회장 김석진이 웃으면서 다가왔다.
얘기를 들어? 언제 뒤에서 내 얘기를 했데? 기분이 매우 나빴다.
나와는 다른 애들이 내 얘기를 했다는 게.
분명 비웃으면서 날 무차별적으로 깎아내렸겠지.
지금 이것도 날 괴롭히기 위한 수단인 게 분명하다.
아무 힘 없는 나를. 장난감처럼 이리저리 휘두르려고 하는 게 분명하다.
"동아리에 대해서는 들어오면 자세히 얘기해줄게. 어디 보자, 신청서가..."
"......"
김석진이 파일을 뒤적거리며 신청서를 찾았다.
곧 신청서를 발견한 김석진이 활짝 웃었고 내게 신청서를 건네며 말했다.
"아 찾았다. 이거 작성하면 돼."
"난 작성 안 할 건데."
"...어?"
"이 동아리에 안 들어갈 거라고."
단호한 내 대답에 안 그래도 조용했던 교실이 더 적막해졌다. 덤으로 분위기도 싸해졌다.
몇 명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몇 명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몇 명은 무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제각기 다른 표정을 띤 체 싸한 분위기와 정적이 이어졌다.
그리고 곧 그 정적은 김태형으로 인해 깨졌다.
"왜?"
"......"
"왜 안들어오고 싶은데?"
"......"
"솔직히 여기 들어오면 우리는 몰라도 넌 좋은 거 아닌가?"
재수 없는 놈.
이상하게 학기 초부터 나는 김태형이 싫었다.
얼굴 잘생겼다고 여자애들이 자신의 말이면 껌뻑 죽으니 물건처럼 부려먹는 걸 몇 번 봤기 때문이다.
답 없는 여자애들은 그래도 좋다며 김태형에게 매달리지만.
"왜 좋을 거라고 생각해?"
"......"
"난 더 괴로울 것 같은데."
"......"
분명 여자애들이 가만 안 둘 것이다. 더 심한 말과 더 심한 괴롭힘을 받겠지.
난 조금이라도 편해지고 싶다.
더 많은 적을 내 스스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봐, 박지민도 결국 다시 맞았잖아. 것도 몇 배로."
"이건 내가 애들 말 안 듣고 돌아, 미안..."
내가 박지민을 째려보자 박지민이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내 눈치를 봤다.
"들어보니 너희가 옆에 있으면 괴롭힘 안 당한다며? 너네 계속 내 옆에 붙어있을 자신 있어?"
"......"
친구는 만들지 않는게 좋다.
사람들과 말을 주고받으며 정을 쌓으면 안 된다.
그만큼 나에게 상처가 되어 돌아오니까.
어두운 곳에 있는 나는 아무와도. 그 누구와도.
정을 쌓으면 안 된다.
"그리고 박지민에게 말했듯이 동아리 하면서 노닥거릴 시간 없어. 그게 너희라면 더더욱."
"우리가 어떤데."
할 말을 마치고 뒤를 돌아 걸어나가는데 살짝 허스키한 목소리가 다시 내 발걸음을 붙잡았다.
그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틀자 민윤기만큼이나 포스있는 남자애가 차갑게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모든 걸 꿰뚫어보는 듯한 눈빛. 내 속마음을 금방이라도 들켜버릴 것 같았다.
"......"
"한번 들어나 보자."
"......"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데. 우리에 대해서, 이 동아리에 대해서 잘 알아?"
당연히 알다마다.
동아리에 대해선 잘 모르겠고 쟤들에 대해선 귀에 딱지가 앉히도록 들었다.
돈 많고 외모 좋고 모든 잘하고 부족한 거 없는 사람들이잖아.
그래서 나는 이 자리가 무척이나 껄끄럽다.
빨리 나가고 싶었다. 숨 막히는 이 공간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
"소문으로 말고 정확하게."
"......"
"소문은 정확하지 않아. 그건 너도 잘 알지?"
"......"
안다.
소문은 한쪽의 진실을 보고 거짓으로 똘똘 뭉쳐진 것이니까.
그게 퍼지고 퍼져서 겉잡을 수 없게 된다.
결국 진실이란 건 없어지게 된다.
"좋아. 모르는 것 같으니까 질문을 바꿀게. 우리 소문은 들었어?"
"...응."
"뭐라는데?"
"너 나 놀려? 그걸 꼭 내 입으로 말해야 해?"
내가 왜 박지민을 따라왔을까.
정말 미친 듯이 후회된다.
그냥 휴대폰 없이 살껄.
"놀리는 것 같아?"
"응. 적어도 나한텐."
"그랬다면 미안. 우리가 어떤 식으로 소문이 났나 궁금해서 그랬어."
"하,"
"그 소문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말해줄게."
"......"
"......"
"너희가 부족한 거 없이 잘사는 사람들이라고 그랬어.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내 말이 끝나자마자 김태형이 박장대소를 하며 배를 잡고 웃다가 바로 표정을 굳혔다.
"지랄."
...김태형은 아마 재수 없는 놈에다가 조울증까지 있는 게 분명했다.
"거짓이야."
"......"
...뭐? 거짓이라고?
의외의 대답에 눈이 크게 떠졌다.
순식간 적으로 오만가지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지배했다.
뭐가 거짓이라는 걸까.
아니, 어디까지가 거짓이라는걸까.
잘산다는 거? 아님 행복하다는 거?
무수히 많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곧 그 생각들은 다음으로 이어지는 남자애의 말에 멈추고 말았다.
"그럼 이 소문도 들었어?"
"......"
"우리가 자살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거."
"...뭐?"
"야 김남준. 그걸 말해버리면 어떡해!"
김석진이 김남준이라는 애한테 소리를 질렀고 김남준은 어깨를 으쓱이며 다시 나를 바라봤다.
시발, 뭐? 자살? 얘네가?
아니 얘네가 왜?!
"표정을 보니 놀랐나 본데 자세한 건 말 못하고 그냥 각자 사연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만 알아둬."
"......"
"그래서 이 동아리를 만든 거야. 죽으려고."
"......"
"이제 왜 박지민이 너를 데리고 온 지 얼핏 알겠지?"
"......"
아주 잘 알겠다.
그런데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
어떤 사연들이길래 부족할 거 하나 없는 애들이 자살 동아리까지 만들었을까?
설마 이것도 날 놀리기 위해 설정한 건가?
아니, 그러기엔 표정이 너무 진지하다.
"하루에 수천 번도 넘게 죽고 싶다고 생각하지?"
응.
수천 번도 넘게 아니, 수만 번도 넘게 생각해.
갑작스러운 질문에 바보같이 속으로 대답을 해버렸다.
속으로 대답했음에도 불구하고 김남준은 웃으며 다음 질문을 내게 말했다.
"너의 주위에 아무도 없고 행복한 일조차 일어나지 않지?"
응. 없어.
더는 내게 행복한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을 거야.
"그럼 우리 동아리에 들어와라."
"......"
"같이 죽자."
[이 동아리는 자살 동아리였다.]
[작가의 말]
여러분 안녕하세요 쵸코입니다.
프롤과 분위기가 달라서 좀 당황하셨을텐데 저는 그걸 노렸습니다. 호호.
아니 당황안하셔셨으려나.... 별로 안보셨을테니까....쥬륵.
저는 암호닉을 아직 받지 않겠습니다.
왜냐면 지금 제 글에 확신도 없고 제가 은근히 바쁜 사람인지라 글을 빠르게 올릴 자신도 없기 때문이죠...허허.
쨋든 보시는 독자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잘 달려봅시다 런런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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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비용 아끼려다 싸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