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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아리는 02

-쵸코-



 

 

[Damien Rice - 9 crimes]

 

 

 

 

 

 

 

 

"있잖아. 그거 알아?"

"뭐?"

"우리 학교에 안 쓰는 교실 한 개 있잖아."

"응."

"거기가 예전에 동아리실이었데."

"아 그래? 처음 알았네."

"근데 그 동아리가..."

 

 

 

[우리 동아리는 02화]

 

 

 

나와는 전혀 다른 세상에 사는 아이들.

하지만, 나와는 같은 목적을 지니고 있는 아이들.

그리고 이 동아리는 내가 생각했던 평범한 동아리가 아닌 자살 동아리였다.

좋다고 소리치는 속마음과는 다른 말이 필터링을 거치지 않고 튀어나왔다.

 

 

"...미쳤어?"

"......"

"너 말이 다 맞아. 죽고 싶단 생각은 수도 없이 하고 이미 내 삶에 행복은 없어."

"......"

"근데 이해가 안 돼."

"뭐가?"

"너희가 왜 죽어?"

"......"

"나와 다르게 부족한 거 없는 너희가 멀쩡한 목숨을 왜 버리는 거야?"

"말했잖아. 사정 있는 사람들이라고."

"아니, 너흰 미쳤어. 정상이 아니야."

"......"

"내 자살까지 생각해줘서 고마운데 그건 내가 알아서 하는 거고. 이제 너희랑 엮이고 싶지 않으니까 더는 권유하지 마."

 

 

숨도 안 쉬고 말을 빠르게 마친 뒤 도망치듯 교실을 빠져나왔다.

발목이 아프다는 것도 잊은 체.

 

 

 

.

.

.

 

 

 

"와, 쟤 말 진짜 빨라."

"어지간히 놀랐나 본데..."

 

 

탄소가 빠르게 말을 마치고 뛰쳐나가자 태형이 박수를 치며 한마디 했고 호석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윤기와 정국은 창문으로 벌써 교문을 향해 뛰고 있는 탄소의 뒷모습을 말 없이 쳐다봤다.

그리고 석진은 남준의 멱살을 잡아 흔들며 꽥하고 소리를 질렀다.

 

 

"너 미쳤어?! 쟤가 들어올지 말지 그것도 모르는데 그걸 말해?!"

"쏘리. 근데 난 들어올 것 같은데."

"저렇게 격하게 반응하고 나갔는데 잘도 들어오겠다!"

"글쎄."

"...하. 이 망할, 생각 없는 놈."

"진정하고 기다려봐. 만일 이 동아리에 대해 조금이라도 입 놀리면 잡아다가 입 막음시키면 돼."

"......"

 

 

남준은 석진의 얼굴을 보고 씩 웃으며 또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리고 애들이 누구 말을 더 믿을까? 우리? 아니면 쟤?"

"...무서운놈."

 

 

남준의 말에 석진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으, 민윤기보다도 무서운 놈이야 저놈은.

 

 

"괜히 데려왔나..."

 

 

이 상황을 울상을 지으며 보고 있던 지민이 자신의 바지 주머니에서 계속 울리는 탄소의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휴대폰을 깜빡하고 안 줬네... 거기에 갔으려나. 진짜 징하게도 울려된다.

헐, 잠시만. 거기 가면 나 때문에 또 맞는다고 했는데?!

난 진짜 바보야. 난 그놈들한테 맞아도 싸!

자신의 한심함에 절망하던 지민이 곧 정신을 차리고 급하게 애들을 향해 외쳤다.

 

 

"나 지금 부탁 하나만 들어주라!!"

 

 

 

.

.

.

 

 

 

얼마나 달렸을까.

점점 이성이 돌아왔고 그제야 한꺼번에 밀려오는 발목의 통증에 달리던 걸 멈추고 숨을 골았다.

그리고 발걸음을 돌려 그곳으로 터덜터덜 걸어가며 아까의 일을 생각했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안 흔들렸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나도 자살을 계획해봤고 실제로도 여러 번 실행에 옮겨봤지만 빌어먹게도 아직 살고 싶어 하는 마음이 남았는지 중단에 그만두기 일쑤였다.

같이 하면 용기가 나겠지.

그리고 쟤들이라면 내가 무서움에 떨며 살고 싶다고 울부짖어도 피도 눈물도 없이 보내줄 것 같았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쟤들이라서 껄끄럽다.

사정이고 나발이고 장난치는 것 같아서.

그냥 확 김에 반항심으로 만든 그런 동아리. 그 뿐인 것 같아서.

어느새 휘황찬란한 그곳에 도착했고 그곳으로 걸어 들어가는 내 발걸음은 쇳덩이를 달고 걷는 것마냥 무거워졌다.

 

 

"어이구, 우리 가게의 자랑 얼음 공주님 오셨네."

"......"

 

 

정신을 아득하게 만드는 묘한 불빛과 코를 마비시키는 향수 냄새가 곳곳에서 진동해왔다.

역겹다. 이 모든 게.

그리고 이곳에 발을 딛고 서 있는 나조차도.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겠는 옷을 입은 여자들이 비아냥거리며 말하는 마담의 말에 깔깔거리며 웃었다.

마담이 새빨간 입술을 비틀며 웃고 나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숨이 막히도록 무섭다. 내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왜 이제 왔어? 전화도 안 받고."

"......"

 

 

아, 박지민한테 휴대폰을 돌려 받는 걸 깜박했다.

 

 

"내가 학교 끝나자마자 빨리 쳐오라고 했을 텐데?"

"......"

"니년이 사정사정해서 학교 가는 걸 허락했는데 이런 식으로 나올 거야?!"

"......"

"고개 들어."

"......"

"고개 들라고!!!"

"......"

 

 

마담이 한쪽 손으로 내 턱을 우악스럽게 잡아 올렸다.

고개를 들자 마담의 깔보는 듯한 눈빛이 내 흔들리는 눈빛과 마주쳤다.

 

 

"내가 아주 너 원하는 대로 다 해주니까 나랑 맞먹지?"

"......"

"대답해."

"...아니요."

"아닌데. 왜 그랬어? 너 아주 많이 컸다? 내 말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전화를 끊어버리고."

"그건...!"

"변명 따위 집어쳐."

"......"

 

 

망할 박지민. 다 박지민 때문이야.

 

 

"벌로 오늘부터 룸에 들어가라."

"네?" 

"룸에 안 들어가니까 네가 특권을 얻은 것 같이 구는데 이제 그 꼴 괘씸해서 못 봐주겠다."

"...룸이요? 지금 룸이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래. 룸이라고 했다."

"ㅇ,안돼요. 안돼요 마담. 제가 잘못했어요!!"

"허? 얘 좀 봐라?"

"저 룸에 들어가라는 거 빼고 시키는 거 다할게요. 제발 룸에 들어가라고 하지 마요! 네?"

 

 

바닥에 드러누워 마담에게 정말 개처럼 빌었다.

그만큼 룸에 들어가는 것이 싫었다. 여기서 룸에 들어가라는 말뜻은 2차를 한다는 것.

한마디로.

정말로 몸 파는 여자가 된다는 것.

 

 

"이제 네 주제를 알았나 보지?"

"네, 잘 알았어요. 아니, 원래부터 알고 있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제발, 룸만은,"

"근데 어쩌지? 난 내 말 무를 생각이 없는데."

"마담!!!!"

 

 

마담이 방으로 들어가려고 했고 나는 눈물과 콧물을 질질 흘러가며 황급히 마담의 다리에 매달렸다.

그리고 다시 미친 듯이 울며 빌었다.

 

 

"이년이 진짜 미쳤나!"

"......"

 

 

순식간이었다.

마담이 내 뺨을 때린 것은.

마담은 상품이 망가진다며 얼굴에는 절대로 손을 대지 않았다.

그런 마담이 내 뺨을 때렸다.

 

 

"어디서 혼자 깨끗한 척이야?! 그래 봤자 상품 주제에!!"

"......"

"너도 이제 할 때 되지 않았니?! 얼만큼 더 봐줘야 해?! 쥐꼬리만큼 벌어서 네 몸값을 갚을 수 있겠어?!"

"...잘못했어요. 제발 룸만은..."

"시끄러워!!!"

"약속했잖아요 마담,"

"뭐? 무슨 약속? 빨리 안 떨어져?!"

 

 

'어머, 너가 탄소구나. 딱하기도 해라. 내가 너만한 딸이 있었는데 너 보니까 우리 딸 생각이 나네.'

'학교는 다니고싶다고? 그래. 다녀야지 그럼. 다니게 해줄께.'

 

 

마담 주위에 있던 여자들이 나를 잡고 말려도 나는 그 손길들을 뿌리치고 악착같이 마담에게 붙었다.

 

 

"약속했잖아..."

"그러니까 내가 네년이랑 무슨 약속ㅇ,"

"약속했잖아!!! 20살 되면 시키겠다고 너가 나랑 약속했잖아!!!!!"

 

 

'이곳에 왔으면 2차는 해야해.'

'하기 싫어요....'

'하기 싫다고? 어떡하지? 안 할 수는 없는데.'

'...하기 싫어요...'

'그래, 그럼 지금 말고 너가 20살이 되면 그때부터 천천히 생각해보자꾸나. 그때도 하기 싫으면 안해도 돼.'

 

 

"...ㅇ,이게...!"

"나 아직 19살이야. 아직 20살 안 됐다고!!!!!!"

"이게 어디서!!!"

 

 

다시 마담이 손을 들어 내 뺨을 때리려고 할 때 누군가 마담의 손목을 붙잡았다.

 

 

"......"

"누구야?! 이거 안 놔?!"

"그만하지."

 

 

동아리에서 봤던 애들 중 한 명이었다.

여긴 어떻게 온 거지?

 

 

"뭐야. 너희는 우리 일에 끼어들면 안 된다는 규칙 몰라?!"

"아는데. 보시다시피 가게 운영에 방해가 돼서 말이지."

 

 

그제야 우리를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느꼈는지 마담이 헛기침을 하며 손을 내렸다.

 

 

"흥. 망할 년. 그래 봤자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일 크게 벌이기는."

"......"

 

 

마담이 내 이마를 손가락으로 툭툭 밀었다. 그리고 이내 뒤돌아 방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네가 아무리 지랄을 떨어도 넌 오늘 룸이야!"

 

 

마담이 그 말을 마치고 방으로 들어가자 여자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남자들에게 술을 따라주며 웃었다.

나는 멈추지 않는 눈물을 떨구며 바닥을 넋 놓고 쳐다봤다.

끝이다. 끝이야.

내가 그렇게 지켜왔던 것이. 내 노력이.

몇 분 동안 그러고 있었을까 누군가 내 어깨를 살짝 툭하고 쳤다.

 

 

"야."

"......"

"계속 넋 놓고 앉아있을 거냐."

 

 

마담의 손을 멈춰 준 아이.

이 애도 이곳에 있는 남자들처럼 똑같은 목적을 지녔을까.

순식간 적으로 그 애가 혐오스럽게 보였다.

역시 자살 동아리 같은 건 장난이었어.

 

 

"여긴 어떻게 온 거야."

"일단 보는 눈이 많으니까 밖으로 나가자."

"싫어. 당장 말해. 어떻게 온 거냐고."

"이거 안보이냐."

 

 

남자애가 짜증 난다는 듯이 머리를 쓸어올리다가 가슴께를 가리키며 말했다.

억지로 나를 일으킨 남자애의 가슴팍을 보자 이곳에서 일하면 받는 명찰이 달려있었다.

나와 똑같은 명찰이.

...정국. 전정국.

 

 

 

.

.

.

 

 

 

한참 동안 말없이 전정국과 앉아있었다. 박지민이 책임지겠다는 말이 이걸 뜻하는 거였을까.

계속 정적을 유지하다가 그 정적이 싫어서 결국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무 말이라도 하지 않으면 아까의 일이 떠올라 미쳐버릴 것 같았으니까.

 

 

"...너 여기서 일해?"

"응."

"언제부터?"

"고1."

 

 

나보다 늦게 들어왔네...

 

 

"왜 난 몰랐지?"

"......'

"넌 나 여기서 일하는 거 알았어?"

"응."

"헐? 언제부터?"

 

 

전정국이 무심하게 나를 쳐다보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돌렸다.

 

 

"...처음부터."

"......"

"내가 여기 들어왔을 때부터. 그때부터 알았어."

"......"

 

 

다시 정적이 이어졌다.

무릎 사이에 고개를 파묻고 생각에 잠겨있는데 이번에는 전정국이 먼저 입을 땠다.

 

 

"김태형도 여기 다녀."

 

 

김태형도? 전혀 몰랐는데?!

 

 

"왜 그걸 나한테 알려줘? 내가 악감정 가지고 소문내면 어떡하려고."

 

 

내 말에 전정국이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면서 코웃음을 쳤다.

 

 

"이미 다 알아."

"...근데 왜,"

"왜 너랑은 다르게 멀쩡히 학교 다니냐고?"

"......"

"더 좋아하더라. 돈내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미친년들.

순간 이게 각자의 사정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사는 집안 아니었나 둘 다?

잘 모르겠다. 얘네들이 어떤 애들인지 이제 감도 안 잡힌다.

 

 

"혹시 그래서 자살 동아리에 든 거야?"

"얼추 비슷해."

"......"

"더럽더라고. 내 자신이. 그리고 그 여자가."

"......"

"너도 너무 깊게 받아들이지 마. 어차피 한순간이니까."

"......"

"피할 수 있는 힘이 없다면 개 같지만 받아들여야지."

 

 

옛날 생각을 회상하는 듯한 전정국을 말없이 쳐다봤다.

전정국의 눈빛이 아까와는 다르게 분노로 일렁거렸다.

무슨 일이었을까. 궁금해졌다.

또다시 정적이 이어졌고 전정국의 말과 마담의 앙칼진 외침이 머릿속에 반복적으로 재생됐다.

받아들여. 이게 내 현실이야.

어짜피 얼마 남지 않았잖아? 그냥 미리 맛본다는 식으로 생각하면 돼.

그냥 즐겨. 넌. 원래.

더러운 상품일 뿐이잖아.



 

"전정국."

"왜."

"나랑 하자."

"뭐?"

"나랑 하자고."

 

 

전정국이 내 말에 장난하지 말라며 웃다가 진지한 내 표정에 곧 웃음을 멈췄다.

 

 

"너 진심이야?"

"응. 진심이야."

"......"

"......"

"후회하지 마라."

 

 

전정국이 내 눈을 빤히 바라보다가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눈을 질끈 감고 입술을 기다리는데 아무런 느낌이 없어 눈을 슬쩍 떠보니 전정국이 웃으며 내 입술을 손가락으로 살짝 쳤다.

 

 

"아!"

"나보다 쬐끔한 게. 또 맞기 전에 빨리 들어가라. 질질 짜지 말고."

 

 

전정국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 담배를 꺼내며 내게 말했다.

그 모습을 말없이 쳐다보다가 전정국의 와이셔츠 깃을 두 손으로 잡아 내 쪽으로 끌어당기며 무식하게 입을 맞췄다.

내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란 듯이 눈을 크게 뜨던 전정국이 이내 피식 웃더니 나를 살며시 떼어냈다.

 

 

"나 장난하는 거 아니야. 진심으로 하는 말이라고!"

 

 

내 처음을 아무에게나 주고 싶지 않았다.

이래 봬도 로망을 가지고 있는 나였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 처음을 주는 로망.

물론 그 로망을 실현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무수한 협박을 이겨내고 끝까지 지켜왔다.

근데...

이렇게 갑자기...

이 곳 손님에게 처음을 주느니 얼굴을 한 번이라도 더 보고 그나마 말을 해 본 놈에게 주는 것이 났겠다 싶었다.

울먹거리며 전정국을 쳐다보자 전정국이 한숨을 쉬고 불을 피우지 않은 담배를 입에 물며 구겨진 와이셔츠 깃을 정리했다.

정리가 끝나자 전정국이 입에 물었던 담배를 다시 손으로 잡았다.

 

 

"야."

"...왜."

"방금 그거 키스한 거냐?"

"그래. 한거다!"

 

 

내 말에 전정국이 낮게 웃다가 손에 든 담배를 바닥에 버리고 나한테 가까이 다가왔다.

 

 

"귀엽네."

"......"

"키스는 말이야."

"......"

"이렇게 하는 거야."

 

 

전정국이 말을 끝마치자마자 내 볼을 두 손으로 감싸더니 내 입술을 부드럽게 빨아들였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내 입안을 탐색했다.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전정국을 쳐다보자 입술이 살짝 떨어지더니 전정국이 한 손으로 내 눈을 가렸다.

 

 

"눈, 감아야지."

"...ㅇ,야, 읍,"

 

 

다시 부드럽고 진득한 키스가 이어졌고 전정국이 내 볼을 살며시 눌러 입을 열게 했다.

전정국의 혀가 내 치열과 구석들을 빠짐없이 핥았고 곧 내 혀와 전정국의 혀가 서로 얽혔다.

한참을 질척거리는 소리를 내며 키스를 하고 있었을까 숨이 막혀서 졸도하기 직전에 전정국이 입술을 뗐고 우리 둘 사이에 긴 타액이 늘어졌다.

입술이 떨어지자마자 부족했던 호흡을 가다듬었다.

 

 

"이게 키스."

"......"

"아까 너가 무식하게 했던 건 뽀뽀."

"......"

 

 

전정국이 자신의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내 입술을 손으로 닦아주며 말했다.

그리고 정장 재킷에서 다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들어가."

"......"

 

 

말 없이 일어선 내가 그곳에 들어갈 때까지 매캐한 담배 냄새는 나지 않았다.

 

 

 

.

.

.

 

 

 

내가 그곳으로 돌아오자 몇 번 얘기를 나눴던 여자가 호들갑을 떨며 내게 다가왔다.

 

 

"마담이 오늘 완전 벼르고 있었는데 너 잘못 걸렸어 얘!"

"그래서."

"응?"

"몇 번 방인데."

"드디어 하려고 마음 잡았니? 그래 잘 생각했어. 난 네가 왜 깨끗하고 도도한 척하나 했다니까?"

"......"

"더러운건 똑같잖아. 안 그래?"

"몇 번 방이냐고 물었어."

"치, 화내기는... 3번!"

 

 

궁시렁거리는 여자를 지나쳐 3번 방으로 향했다.

마른 침을 삼키며 손잡이를 돌려 3번 방문을 열었다.

안을 보자 30대 중반인 남자가 나를 끈적거리는 눈빛으로 훑어보며 씩 웃었다.

 

 

"내가 이날만 기다렸어. 처음 너를 봤을 때부터 말이야. 어서 옆에 와서 앉아."

"......"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남자의 옆에 앉았다.

내가 앉자마자 남자가 내 허벅지에 손을 슬그머니 올렸다.

 

 

"오늘 아내 몰래 나오느라 진땀 좀 뺐다."

"......"

"처음이라며. 떨리지?"

"......"

 

 

남자가 허벅지를 슬슬 쓰다듬었고 내 허리를 잡아당기며 자신의 몸과 밀착시켰다.

 

 

"귀엽게. 왜 이렇게 떨어? 걱정하지 마. 이 오빠가 천천히 해줄게. 응?"

"......"

 

 

결국 역겨움에 참이 못하고 남자의 손길을 뿌리치며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남자가 바로 내 손목을 잡고 힘으로 자리에 앉혔다.

 

 

"왜 이러실까 응?"

"저 못하겠어요."

 

 

눈물을 머금고 남자를 쳐다보자 남자가 표정을 굳히더니 이내 나를 소파에 눕혔다.

 

 

"...이게 어디서 못하겠데?!"

"악!!!"

"내가 니년한테 쓴 돈이 얼마인지 알아?! 그냥 몸만 대주면 끝인데 뭘 이렇게 비싸게 굴어!"

"하지마요 제발!!!"

"시발, 닥쳐!!!"

 

 

남자가 내 뺨을 여러 번 내리치더니 거칠게 내 입술에 키스를 했다.

내가 버둥거리며 반항을 하자 남자가 허벅지로 나를 잡고 눌렀다.

 

 

"하지마!! 하지말라,"

"그래. 반항해야 더 재미있지. 어?! 안그래?!"

 

 

남자가 느끼하게 웃더니 내 몸을 더듬거리며 만졌다.

싫었다. 이 기분이.

입에서는 비릿한 피 맛이 느껴졌고 남자가 내 옷을 반쯤 벗겼다.

또 다른 옷을 벗기려는 순간 자유로워진 다리에 남자를 발로 차서 밀었고 옷자락을 움켜쥐며 맨발로 그곳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아까 전정국과 함께 있었던 골목길에 들어가 몸을 숨겼다.

더러워. 너무 더러워.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더러운 기분에 토악질을 하고 바닥에 주저앉아 울었다.

내 인생이 너무 싫었다. 나도 길을 걷고 있는 저 사람들처럼 저렇게 평범하게 살고 싶었다.

아, 지옥이 실제로 있다면 바로 이곳일까.

아니 지옥보다 더한 곳이다.

역겹다. 정말로 역겹다. 모든 것들이.

 

 

 

.

.

.

 

 

 

시간이 한참 지나고 마담 몰래 방에 들어왔다.

다행히 지금 시각은 방에 마담이 없을 시간이었다.

서둘러 책가방에 교복과 그동안 자잘하게 받은 팁을 모은 비상금 봉투를 넣었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슬리퍼를 신고 그곳을 빠져나왔다.

여기서 나가야 내가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다.

이곳을 벗어나기 위해서 나는 아주 위험한 선택을 했다.

이렇게 죽으나 저렇게 죽으나 똑같을 테니.

찜질방에 돈을 지급하고 바로 목욕탕으로 들어섰다. 새벽이라서 그런지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샤워기 물을 틀고 몸을 닦았다.

계속 닦아도 내 몸이 너무 더러웠다.

 

 

"더러워. 너무 더러워. 왜 안깨끗해지지?"

 

 

내 몸에 기어다니는 벌레들을 떼어내기 위해서.

피부에서 결국 피가 나기 시작했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계속 내 몸을 닦았다.

목욕탕에 사람이 들어와 나를 말릴 때까지. 그렇게 계속.

 

 

'이제부터 날 마담이라고 부르지 말고 엄마라고 부르렴.'

 

 

거짓말쟁이.

 

 

 

.

.

.

 

 

 

몸을 다 씻고 교복으로 갈아입은 다음 학교를 향해 걸었다.

그리고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그 동아리실을 찾아갔다.

학교 안에 있는 학생들이 내 모습을 보고 수근덕거렸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동아리실 문을 열고 안을 보자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모두 그 안에 있었다.

마치 내가 오길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어?"

"......"

"너 꼴이 왜 그래?"

 

 

박지민이 나를 보며 반가워하다가 이내 내 모습을 봤는지 표정을 굳혔다.

그 말을 무시하고 김남준을 보며 말했다.

 

 

"할게."

"뭐를?"

"이 동아리에 들겠다고."

"......"

"제발, 나 죽고싶어."

"......"

"아니 죽여줘. 누구든지 좋으니까 제발 날 죽여줘."

 

 

정적이 이어지고 김남준이 김석진에게 말했다.

 

 

"봐, 들어온다고 했잖아."

"......"

"어서와, 우리 동아리에 온 걸 환영해."

"......"

"잘부탁한다. 김탄소."

 

 

 

 

 

 

[우리 동아리는 자살 동아리다.]

 

 

 

 

 

[작가의 말]

 

 

 

하....(침울)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읽는 사람이 없다니...

눈물을 흘리고 갑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까진 마이웨이를 하겠어여...!

금방 올 수 있었던 이유는 2화까지는 미리 써놨기때문이죠. 하하.

아 근데 나 막 신고 먹거나 경고 먹는거 아니야?

탄절부절. 어카져 너무 심한가여???

조절을 해야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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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 또는 엔터키 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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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93.223
전 이글이 넘나조아여ㅠㅠㅠㅠㅠ암호닉도받아주시나여ㅠㅠㅠㅠ1화를 눈팅했던 저를 매우치새오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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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에이신고안먹습니다!!!!!!전혀!!!네버!!!!!!ㅋㅋㅋㅋㅋㅋㅋㅋ신알신하고가욤 00화를봤을땐의도하신대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밝아보여서그냥지나쳤었는데...02화미리보기에서분위기가심상치않음을느끼고01화읽고왔습니닼ㅋㅋㅋㅋㅋ다음화도기다릴게요...ㅎㅎ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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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하ㅠㅠㅠㅠ 우리 여주 어떡해요ㅠㅠㅠㅠㅠㅠ 진짜ㅠㅠㅠ 마담이 나쁜 ㄴ이었네ㅠㅠㅠㅠ 진짜ㅠㅠㅠㅠ 너무 짜증난다ㅠㅠㅠㅠㅠㅠ 애들하고 해피해피해졌으면 좋겠어요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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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47.203
ㅜㅜ작가님 암호닉받으시나요? 받으시면 [0103]으로 신청할게요 ㅜㅜ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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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54.194
ㅠㅠㅠㅠ맴찢분위기지만 ㅠㅠㅠㅠㅠ다음편이 궁금하네여 기다리고있을게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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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ㅠㅠㅠ저이런분위기완전좋아해여ㅠㅠㅠㅠㅠ재밋는글찾았네요ㅠㅠㅠ꼬박꼬박읽으러올게요!!개강파워!!!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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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이런분위기 너무좋슴돠!!! 이정도론 신고 안먹어요!!!!작가님 사랑훼여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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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아ㅜㅜㅜㅜㅜㅜㅜ이런거너무ㅠㅠㅠㅠㅠ하ㅜㅜㅜㅜ근데진짜ㅜ여주어떻게ㅜㅜㅜㅜ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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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와 진짜 작가님 글 대박이에요 ㅠㅠ 진짜로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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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아ㅠㅠㅠㅠㅠㅠ이 상황 너무 가슴이 먹먹해지고 슬퍼요ㅠㅠㅠ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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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와 대박... 내가 왜 이제 봤지 ㅠㅠㅠㅠㅠ 아 넘나 슬픈거 ㅠㅠㅠㅠㅠㅠㅠ 으헝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진짜 새벽감성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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