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여름 Prologue
정국이가 내 병실 침대 밑 조그만 간의 침대에 몸을 뉘었다. 나는 그렇다 치고 정국이는 내일 학교를 가야 한다.
"나 먼저 잘게 잘 자"
"네. 누나도 잘 자요"
저 말을 끝으로 정국이의 귀에 이어폰이 꼽혔고 눈이 감겼다. 여전히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는 비가 내리는 게 무섭다. 음침한 분위기가 싫었고, 예전 그날의 일이 떠올라 나를 두려움에 떨게 했다. 잠을 청하려 아무리 눈을 감고 양을 세어봐도 잠이 오지 않았다. 사실 비가 와서 잠을 못 잔다는 것은 핑계였다. 좋아하는 남자애랑 같은 병실에 있는데 누가 잠이 오겠는가. 나는 조용히 팔베개를 하고 몸을 돌려 자고 있는 전정국을 관찰했다. 으으 잘생기긴 했네 남자인데 어떻게 나보다 피부도 좋고 예쁜 거 같지? 무슨 노래 듣는 거지.. 벌써 자는 건가?
"크흠..! 전정국 자?"
나오지도 않는 헛기침을 하고 자냐고 물어봤지만 아무 말이 없다. 병실은 조용했고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렸다. 이참에 고백이나 해볼까? 쓸데없는 괜한 용기가 생겼다. 이어폰도 꼽았고 자는데 뭐 어때
"... 좋아해 많이"
내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말이 허공에 흩어져 빗소리에 묻혔다. 나만 들을 수 있도록 아주 작게 말했으니까 괜찮..?응?? 그 순간 정국이의 눈이 스르륵 천천히 떠졌다. 몇 초간 그 눈을 마주하고 쳐다보았다. 어느새 그 눈동자에 놀란 나의 모습이 오롯이 담긴다.
"나도"
"..."
"나도 누나 좋아해요 많이"
"..."
몇 년이 지난 지금. 나는 아직도 그 해 여름을 잊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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