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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 밖에 두었던 귤 박스를 들고 거실로 옮기는 백현의 얼굴이 험악스럽다. 귤 좀 들고 와. 장판 위에서 까먹자. 다짜고짜 귤 좀 가져오라는 경수의 전화에 백현은 전화를 끊자마자 휴대폰을 소파 위로 던져버렸다. 아니, 우리 집 귤이 너네 집 귤이냐고요. 울 엄마가 나 먹으라고 사온 귤을 왜 하루가 멀다 하고 네가 다 처먹는 건데. 짜증스러운 손길로 귤 박스를 열어 검은 봉지에 무작위로 귤을 담았다. 귤로 가득 채운 봉지를 들고 백현의 애완견 콩이의 집에 처박힌 자신의 지갑을 챙겨 집을 나왔다. 이놈의 개새끼는 허구한 날 지갑 물어가선 지 집에 처박아두고 지랄이야. 나름 경수가 사준 거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던 지갑이 어느 날 콩이에 의해 침 범벅이 되어있던 것을 보고 백현은 식겁한 채로 난생처음 콩이를 발로 찼다. 깨갱 거리며 수건을 개고 있던 엄마에게로 쪼르르 달려가는 콩이를 노려보며 백현은 물티슈를 가저와 지갑을 벅벅 닦았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콩이의 지갑 도난 사건은 계속되었다. 이젠 포기하고 외출할 때마다 자연스레 콩이의 집을 뒤져 지갑을 챙기는 백현이었다.


“어후, 추워.”


차갑게 부는 바람에 몸을 부르르 떨던 백현이 입고 있던 점퍼의 지퍼를 목 끝까지 올렸다. 경수의 집은 걸어서 10분. 얼마 걸리지는 않지만 이렇게 추운 날씨에 겨우 귤 때문에 자신의 집으로 오라는 경수가 얄미운 백현이었다. 너네 집엔 귤 없냐? 왜 맨날 나한테 달라고 하는 건데? 참다 참다 짜증이 나서 따지듯 경수에게 물었지만, 태연하게 경수는 ‘너네 집 귤이 참 맛있어.’라고 대꾸한 채 귤껍질을 까며 바보처럼 웃어 보였다. 그래도 햄스터처럼 볼을 부풀리며 맛있게 귤을 먹는 경수를 보면 기분이 좋아졌다. 짜증 낼 거 다 내고 던지듯이 귤을 건네도 경수는 매번 웃으며 귤을 받아들었다. 뭐, 귀여우니까 봐준다. 귤 봉지를 앞뒤로 흔들며 가벼운 걸음으로 경수의 집 현관 앞에 도착한 백현이 초인종을 눌렀다. 이 아파트는 초인종 소리가 참 별로란 말이지. 되도 않는 생각을 하며 괜히 현관 문을 발로 툭툭 차던 백현이 시간이 지나도 경수가 나오지 않자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야! 뭐 해, 빨리 안 나와?”


백현의 고함에 집 안에서 웬 우당탕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나간다는 경수의 대답과 함께 문이 열렸다. 방금 세수를 했는지 앞머리엔 물기가 가득한 채로 웃으며 반기는 경수에 백현은 귤 봉지를 건네며 경수의 집 안으로 들어섰다. 부모님은 안 계셔? 백현의 물음에 경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주방으로 뛰어가 미리 준비된 예쁜 그릇에 귤을 담았다. 장판 켜 놨으니까 담요 덮고 몸 좀 녹여. 냉장고에서 포도주스를 꺼내며 다정하게 말하는 경수의 목소리에 백현이 입을 삐죽이며 담요를 들고 장판 위에 앉았다. 간이 테이블을 가져와 장판 위에 펼치고 그 위에 귤이 담긴 그릇과 포도주스 두 잔을 올려놓은 경수가 백현의 옆으로 다가와 백현이 덮고 있던 담요를 들추고 그 안으로 다리를 집어넣었다. 자신의 옆에 꼭 붙어앉아 리모컨을 들어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며 다른 한 손으로는 귤을 까고 있는 경수를 보던 백현이 기가 차다는 듯 웃었다. 한 손으로 귤 까는 모습도 이젠 익숙하다. 카톡 하면서 귤 까는 것도 일상인 놈이니 뭐. 백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자신도 귤 하나를 집어 까기 시작했다.


“이번에 산 귤 되게 달다. 맛있어.”


양 볼이 볼록하게 튀어나올 정도로 귤을 입에 가득 넣고 오물거리며 말하는 경수에게 아이고, 그러세요? 하며 비아냥대던 백현이 경수의 눈 옆에 작게 딱지가 앉은 것을 보고 표정을 굳히며 물었다.


“너 눈 옆에 상처 뭐야?”
“아, 뭐…. 준혁이랑 좀 싸웠어.”


준혁은 경수의 남자친구 이름이었다. 고등학교 때 만나 지금까지 사귀고 있지만 말만 사귀고 있는 거지 매일같이 전화로 싸우기만 하고 만나 지도 않는 두 사람이었다. 근데 최근에 만나서 한판 거하게 싸웠는지 눈 옆에 상처까지 달고 온 경수를 바라보던 백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싸우기만 할 거면 왜 사귀는 건데?


“어쩌다가 주먹다짐까지 했냐.”
“그냥 내 연락 다 씹고 여자 만나는 게 짜증 나서 욕 한마디 했더니 다짜고짜 내 머리 움켜쥐고 때리던데.”
“뭐? 씨발, 그래서 그냥 가만히 당하고 있었냐?”


백현이 간이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려치며 소리쳤다. 화들짝 놀란 경수가 왜 갑자기 소리 지르냐며 백현의 팔을 찰싹 때렸다. 아씨, 아퍼. 팔을 문지르며 경수를 노려보던 백현이 빨리 대답하라며 경수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어이없어서 울면서 뛰쳐나왔지 뭐. 그냥 헤어졌다. 그 새끼 번호 지웠어.”
“이 답답아….”


백현은 이마에 손을 얹고 한숨을 쉬었다. 나한테 바락바락 대들 때는 언제고 그 새끼 앞에서는 허구한 날 처울어 울긴. 무표정으로 귤을 입에 넣고 오물거리는 경수를 노려보다, 손을 들어 경수의 눈언저리를 엄지손가락으로 부드럽게 문질렀다. 아프지 마라. 진심을 담아 말하는 백현을 가만히 쳐다보던 경수가 대뜸 귤껍질 까던 것을 멈추고 백현의 허리에 자신의 팔을 감았다. 갑작스럽게 안겨오는 경수에 당황한 백현이 허공에 뜬 팔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가만히 있었다. 이내 작게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백현은 경수의 머리를 끌어안고 가만히 등을 토닥였다.


“백현아….”


울먹이며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경수의 목소리에 품에 안긴 경수의 등을 더욱더 꽉 안은 백현이 작게 대답했다.


“왜.”
“너 나 좋아해?”


순간, 백현은 오랫동안 숨겨온 자신의 마음을 들킨 것처럼 몸을 잔뜩 굳혔다.

 

-

츤츤 백현이와 귤 성애자 경수 조각.

더 쓰고 싶은데 왜 쓰질 못하니..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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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더..더...니디티(의심미)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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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귤성애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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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더쓰고싶으면더써봐ㅠㅠㅠㅠㅠㅠㅠ뒷이야기좀들려줘여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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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처음에 둘이 사귀는 줄 알았는데ㅠㅠ 둘이 행쇼하게 해줘요ㅠㅜ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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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헐 이케 재밌는데 왜 댓글 없어여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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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귤성애자ㅋㅋㅋ아 귀여워ㅠㅠ
12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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