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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몬스타엑스 이준혁 김남길 샤이니 온앤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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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권순영] 수고했어, 오늘도 | 인스티즈











"개미는~빰빰! 오늘도~빰빰! 열심히~빰빰! 일을 하네에~" 




그래, 내가 이 구역 개미다 개미! 백날 뼈빠지게 일해도 겨우겨우 하루를 먹고 사는 불쌍한 개미란 말이다!!!


오늘따라 달도 예쁘고 날씨도 마음에 들어서(는 뻥이고 사실 굉장히 맘에 안 드는 사장 욕 하기 위해) 산 좋은데이 레드와 안주거리가 담겨 있는 봉지를 

한 손에 달랑달랑 들고 집으로 걸어가는 길. 날씨도 이제 많이 풀려서 제법 걸을 맛이 난다. 요 며칠 전까지는 진짜 추워서 숨도 안 쉬고 집으로 도도도도 걸어갔었는데...




"달이 참 이쁘군... 우리 수녕이 같아. 아~ 순영아~ 연습 잘 하고 있냐? 나는 열심히 돈 벌고 있다! 우리 쑤녕이 누나가 돈 벌어서 맛있는 거 많이 사 줄께에!!!"




이럴 때 기대라고 남친이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주머니에 넣어 둔 핸드폰을 꺼내 '쑤녕' 으로 저장된 번호를 눌러 전화를 걸었다. 제 성격대로 아무것도 설정되어

있지 않은 기본 컬러링을 듣고 있으면 '딸칵'하고 전화를 받는 소리가 난다. 어디 본격적으로 찡찡대볼까?




"쑤녕아-"


'응?'


"어디야?"


'어,어디긴~ 연습실이지'


"그렇겄지. 이 누나는 이제 집에 가는 길이다"


'아, 그래? 곧 도착해?'


"응. 연습 하는 거 많이 힘들지? 막 니가 짜고 가르치고 해야 되잖아"


'그렇지. 그래도 다들 잘 따라와줘서 괜찮아'


"다행이네~ 근데 연습실에서 뭐 해? 부시럭 거리는 소리 들리는데?"


'아~니~ 아무것도 안 하는데? ㅃ,빨리 들어 와. 아니, 들어 가. 춥다'


"아, 왜 끊으려고 그래~! 사랑이 식었어. 핸드폰 뜨거워질 때까지 통화해도 모자라다고 느껴야지!"


'내가 언제 그랬어~ 나 그런 적 없는데? 너는, 오늘 뭐 무슨 일 없었냐?'


"완전 많았지! 그래서 오늘 혼자 한 잔 하려고 나의 뤠드와 함께 가고 있어"


'레드? 너 술 마셔? 야! 너 내가 술 마시지 말라고 했지?'


"그래서 혼자 집에서 마시잖아. 집 안에서 혼자 마시는데 뭔 일이 난다고. 맘에 안 들면 나 잡으러 오던가! 못 하지? 메-롱"


'...야! 너 내가, 못 할 거 같냐? 내가 왜 못 해! 할 수 있거든?'


"됐거든? 니네 회사가 잘도 보내주겠다. 그랬다가 걸리면 너 큰일 나는 거 내가 뻔히 다 아는데 어디서 허세야."


'쓰읍- 오빠를 무시하면 큰일 나는 수가 있어요.'


"오빠는 무슨. 나 다 왔어. 씻고 나서 다시 전화할게. 아니다, 나 안 할래. 나 삐질래"


'에이~ 그런 게 어디 있어! 내가 먼저 전화하면 되지!'


"내가 안 받으면 되지! 역시 넌 나한테 안 된다니까? 언제 이길래?"


'허세는 네가 부리네. 내가 맨날 져 주니까 아주 그냥... 더 이상은 안 봐 주는 수가 있다'


'그러면서 다 져 줄 거 알거든? 넓은 마음을 소유하고 계신 권순영님, 이만 전화 끊겠습니다'




역시 피로 회복에는 남자친구와의 통화가 짱인가.. 목소리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가 다시 아무도 없는 깜깜한 집으로 들어갈 생각에 살짝 가라 앉았다.

반겨주는 이 하나 없고, 온기라곤 하나 없는 그 차가운 분위기는 참 시간이 지나도 지독하게 적응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오늘은 너네가 있으니까 내가 살 맛 난다. 우리 아가들 어여 집에 들어가서 내가 아주 그냥 맛있~게 먹어주껭~ㅎㅇㅎ"




나름대로 신나는 기분을 유지해보고자 현관 키도 리듬에 맞춰 톡톡 치고 집 안으로 들어가는데, 뭔가... 이상했다. 뭐지? 이거 뭐지? 

우리 집에서... 낯선 온기가 느껴진다. 이건 예정에 없던 일인데? 익숙하지는 않아도 익히 알고 있는 차디찬 공기 대신 누군가가 있는 것만

같은 이 애매하게 미지근한 공기. 혹시 몰라 조심스레 신발장에서 내가 가진 제일 높은 구두를 들고 조심조심 거실로 걸어갔다. 


여차하면 이걸로 찌르고 때리고 던져야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조마조마한 마음을 안고 거실 불을 키자마자 보이는 건




[세븐틴/권순영] 수고했어, 오늘도 | 인스티즈




...너 거기서 뭐 하세요?




"야! 권순영!"


"아이고, 고막이야. 왜 이렇게 소릴 질러"


"뭐 하냐?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놀랐어? 서프라이즈 성공~"




제 의도대로 성공했다고 해맑게 웃는 저 아이를 정말 진심으로 때리고 싶었다. 좋냐? 재밌냐? 이런 식으로 여친 심장 떨어트리고 이겨먹어서 참 좋으시겠어요.

결국 순영이 머리에 꿀밤을 한 대 먹이고 나서야 진정이 되었다. 그제서야 박스에 써 놓은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분양합니다'? 진짜? 그 쪽 진짜 분양하는 거 맞아요?"


"예, ㅈ 진짜 똘똘하고 애교도 많아요. 딱 하나밖에 없는 건데, 아가씨 오늘 운이 좋네~"


"근데 너무 크지 않아요? 밥도 많이 먹을 것 같고, 생긴 게 장난기 많게 생겼는데. 사고도 많이 칠 것 같고" 


"에이~ 아니에요. 그리고 원래 좀 성격이 발랄해야지 키울 맛 나지 않겠어요? 놓치면 후회한다니까?"


"그래도 저는 안 살래요. 이렇게 생긴 거 벌써 하나 키우고 있거든요. 그것도 남자친구로"


"어머, 진짜요? 대박이다~ 아가씨 운이 좋네. 그 남자친구 완전 진국이겠다. 잘 해 줘요. 좋은 사람이야"


"네? ㅋㅋㅋㅋㅋㅋ제 남자친구를 아세요? 진국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요?"


"얘기만 딱 들어도 알죠~ 저랑 똑같은 사람이면 세상에 다시 없을 진국일 거에요. 장담한다 내가"


"우리 순영이를 그쪽이 보장해요? ㅋㅋㅋㅋ 에이~ 보장을 해도 제가 하지, 왜 그 쪽이 하세요"




박스에 쭈그리고 앉아 열심히 자기 어필을 하는 순영이와 장단을 맞춰주다가 일으켜 세워주고 난 간식거리들을 챙기려 부엌에 들어갔다. 

집에 들어오면 거의 기절하듯이 잔 게 다라 마땅히 차릴 게 없어서 속으로 '장 좀 봐 둘 걸' 하며 최선을 다해 집 안에 있(을지도 모르)는 주전부리들을 찾아

손질하고 있는데 언제 왔는지 순영이가 뒤에서 따뜻하게 안아왔다. 




"그쪽보다 키 커서 이렇게 쏘옥 안아줄 수도 있는데? 진짜 분양 안 할 거에요? 후회할텐데?"


"이렇게 초면에 막 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분양할 마음이 없는데요? 빨리 떨어져요. 우리 순영이 보면 화내요"


"순영이? 남자친구 이름이 순영이에요? 그 사람보다 내가 더 훨씬 잘 해 줄 수 있어요"


"우리 순영이 앞에서 그런 얘기 하지마요. 잘못 하면 그 쪽 크게 다치는 수가 있어요. 우리 순영이 짱 세요. 싸움도 잘 해요, 걔"


"내가 살짝 조사해봤는데 그 쪽 남친은 바빠서 만나기도 어렵다면서요. 나 분양하면 난 그 쪽이 주인이라 맨날 집에 있을건데? 이래도 싫어요?"


"매일매일 보면 간절하고 반가운 게 없잖아요. 아무리 좋아하는 거라도 계속 보고 만지면 질리기 쉬워요. 지금이 간절하고 애틋하고 딱 좋아요"


"우와- 그 쪽 되게 멋있다. 남자친구가 부럽네요. 이런 여자친구도 다 있고. 근데, 진짜 난 안 돼요? 나랑 남친이랑 똑같다면서요."


"쓰읍- 빨리 가요, 안 그러면 남친한테 전화 할 거니까. 걔한테 그 쪽이 나 계속 안고 있었다고 하면 진짜, 가만 안 둘 걸요?"


"나도 싸움 잘 해요. 나 태권도도 배웠어요. 그리고 나도 춤 춰서 생활근육 많은데. 나 진짜 싫어요? 내가 진짜 잘 해 준다니까"


"빨리 가요. 나 이거 우리 순영이 먹일거라 집중해야 된단 말이에요. 내 새끼 오랜만에 먹이는 건데 예쁜 거 먹여야지"




박스에서 꺼내주고 끝난 줄 알았더니 아직 저는 끝을 내지 않은건지 뒤에서 나를 꼭 안고 계속 해 대는 헛소리(?)에 계속 장단을 맞춰주며 철벽을 치니까

만족한건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좋았어. 나 없을 때도 이렇게 철벽 쳐야 된다? 이것보다 더 심하게 막 밀어내! 알았지?" 하더니 


"혹시 그래도 계속 질척대면 나한테 전화해! 내가 아주 끝장을 봐 줄테니까. 알았지?"


자기만 믿으라며 내 어깨를 한 두어번 툭툭 치고 거실로 돌아갔다. 도저히 알다가도 모르겠는 사람이라 순영이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주고는 손질이 끝난 과일과 마른 안주, 마지막으로 나의 친구 레드를 챙겨 나름의 소소한 술상을 가지고 거실로 갔다.


그 사이에 제 집인 것마냥 세상 편한 자세로 소파에 드러눕는 순영이를 보곤 헛웃음을 한 번 뱉어준 뒤 잔망스레 나와 있는 발을 툭툭 쳐 상 앞에 앉혔다.




"차린 것 없지만 많이 먹으렴. 그러게! 과자도 좀 사 오고 그랬어야지. 우리 남친님이 센스가 없네~"


"사오려고 했지~ 근데, 내가 다이어트를 도와주진 못할 망정 방해하면 안 되겠다 싶어서~"


"뭐? 야, 너 나보고 살 빼지 말라며? 근데 어째 지금 말은 살 빼라는 소리로 들린다? 어? 야! 권순영!"




얄미운 표정으로 딸기를 오물오물 먹고 있는 순영이를 한 번 째려 봐 주고선 찰지게 팔뚝을 때렸더니 새초롬하게 째려보며 찡찡댄다.




"아, 뭐~ 그새 손에 힘이 더 늘었다? 우리 자기 운동 열심히 했나 봐? 어머, 이것 봐. 팔 라인이 매끈해졌구나 우리 자기?"




저게 몇 대를 더 맞아야 정신을 차릴까. 하.. 내가 참는다, 진짜. 바쁜데 시간 내서 와 줬으니까 내가 넓고 넓은 마음으로 참는다고 이 화상아




"근데, 진짜 이렇게 막 돌아다녀도 돼?"


"응! 허락 받고 온 거라니까. 걱정 하지 마, 내가 언제 너 걱정 시킬 짓 하는 거 봤어?"


"그럼, 우리 순영이가 얼마나 믿음직스러운데. 그치? 근데, 너 언제부터 우리 집에 와 있었어? 아까 전화할 때 있었던 확실한데"


"전화 왔을 때, 온 지 얼마 안 됐었어. 나 준비한다고 잠깐 불 켜 놨었든데 그 때 네가 봤을까봐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아냐?"


"아이구~ 그랬어요? 권순영 거짓말 잘 못 하는데, 막 입이 간질간질해서 어떻게 참았대? 그냥 '나 너네 집 와 있다!' 하고 말하지"


"그러니까. 참느라 고생 좀 했다. 아까도 몇 번 말 하고 싶던 거 참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내가 진짜 너 때문에..."




오는데 박스 챙겨오느라 얼마나 힘들었었는지, 택시 기사님이 자길 이상한 눈으로 봤다는 둥, 아무도 없는 집 공기는 원래 이렇게 다 차가운 거냐면서,

그동안 이 어마무시한 포스를 어떻게 견뎌냈냐, 혼자 준비하면서 오랜만에 내 얼굴 볼 거랑 이벤트 받고 기뻐할 내 얼굴 생각하면서 좋았다며 신나서

얘기하는 순영이를 엄마 미소를 한 채 '우쭈쭈' 모드로 하나하나씩 들어주고 있으니까 정말 하루의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었다.


오늘 순영이 덕분에, 무섭도록 차가운 공기와 마주하지 않아도 됐고, 이렇게 소소한 대화를 나눌 상대도 가질 수 있고, 외로움 속에서 잠들지 않을 수 있게 됐다.




"김칠봉, 너 지금 속으로 나한테 고마워하고 있지? 다 알아"


"뭐래. 내가 왜 너한테 고마워 해야 되는데?"


"어! 내가 바쁜데 이렇게 시간 내서 널 기쁘게 해 주기 위해 친히 이벤트까지 했잖니? 야, 이런 남자친구 흔치 않아요~"


"아, 예~ 권순영님, 감사합니다. 연습하시느라 몸도 마음도 지쳤을텐데. 덕분에 아주 행복합니다"


"알면 잘 하세요. 김칠봉씨. 너도 연습실 와서 나한테 힘도 좀 주고! 나도 12명의 부러운 시선을 한 번 느껴 보자고!"


"내가 가긴 어딜 가. 그랬다간 단체로 기합이지. 어디 연습실에 여자친구를 들이냐고. 큰일 날 소리한다 진짜"


"히힛. 그런가? 좀 그렇다. 그럼 숙소?"


"더 안 되지. 조금만 기다려 봐. 이 누나가 돈 더 많이 벌어서 카페 하나 통째로 빌려서 이벤트 해 줄테니까. 난 너랑 스케일 자체가 다르다, 아가"


"우와~ 누나 멋있어요! 대박! 카페를 통째로 빌리다니. 역시 김칠봉. 내 여자친구가 이정도라니... 사랑한다 진짜!"




갑작스레 안아오는 순영이 때문에 놀라긴 했지만 썩 기분이 나쁘진 않아서 가만히 안겨 있었더니 볼을 부비고 머리를 쓰다듬고 말도 아니다. 이거 뭐,

꽃다발 들고 노래라도 불렀다간 저 작은 눈에서 눈물이라도 흐르겠는데... 지금부터라도 연습을 좀 해 볼까? 


같이 마시자는 순영이의 말에 '술냄새 풍기고 들어갔다가 무슨 소리를 들으려고!' 하는 말로 막은 다음 결국 혼자 소주 1병을 클리어했다.

사실 나름 남자친구 앞이라고 약한 척 했지만 과일 소주 1병 따윈 그냥 기분 좋은 정도... 그래도! 취한 척 연기, 잘 할 수 있어요




"오~ 김칠봉, 얼굴 빨개졌는데? 남겨뒀다 마시면 되지. 그걸 또 혼자 다 마시고 있냐? 몇 잔은 티도 안 난다니까 그러네"


"안 돼! 내 새끼 누구한테 혼나는 꼴 나 안 보끄야. 안 되지, 고럼 고럼. 안 되고 말고!"


"혀도 살짝 꼬이고. 아, 귀여워~ 오늘 오길 잘 했네. 네 애교도 보고 하고 싶던 얘기 맘껏 해 보고. 그치, 칠봉아"


"그럼! 훌륭한 선택이십니다~ 좋아써! 나 요기 조금만 누울게에~"


"그래라. 맘껏 베고 주무세요. 아가씨"




어지러운 기분에 순영이를 다리를 베고 누우니 은은하게 풍겨오는 순영이 냄새에 알딸딸한 기분이 더 좋았다. 이 기분 그대로라면 왠지 오늘은 오랜만에 달콤한 

꿈을 꿀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잠깐 해 봤었다. 물론, 보내고 나면 다시 찾아올 공허함에 그 꿈은 다시 사라지겠지만.




"수녕아~"


"응~ 왜?"


"너, 언제 가끄야?"


"너 잠 드는 거 보고. 맘껏 구경하다 갈건데?"


"아니야. 그냥 나 자기 전에 너 가."


"왜~ 오늘 내로만 들어가면 돼"


"싫어. 자고 일어났는데 너 업쓰면 얼마나 슬프게써! 안 그래?"


"아이구~ 그랬어? 어차피 이러나 저러나 아쉬운 건 마찬가지일거잖아"


"음.. 그건 그래. 그럼, 나 안 잘래! 너 갈 때까지 나 안 자!"


"그래라. 자지 말고 나랑 계속 이야기 하자. 너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꼬물꼬물 일어나 상을 치우고 설거지까지 다 한 후 다시 거실로 돌아갔더니 피곤했던건지 꾸벅꾸벅 졸고 있는 순영이의 모습 몇 장을 핸드폰에 담은 후

아무 일도 없었단 듯이 깨운 뒤 소파에 눕혀 내 다리를 내어 줬다. 그 와중에도 장난 칠 힘은 남아있었던건지


"역시 우리 칠봉이 다리 쿠션감이 야~ (엄지척) 그 어떤 베개보다 좋아"


하는 바람에 좋던 분위기 깨고 한 대 맞았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지만.





"오늘 내로 들어가야 한다며. 여기서 주무시면 큰일 나요, 아저씨~"


"딱 30분만 자자. 난 할 수 있어"


"내가 못 해서 그래. 너 잘 자는 거 내가 못 깨우니까 가서 자자, 우리 순영이 착하지?"


"아닌데-? 나 안 착한데? 김칠봉 말 안 들을건데-?"


"져 준다며? 다 뻥이네 이거. 내 말 들어주는 게 하나도 없잖아!"




결국 딱 30분만 자고, 핸드폰 알람에 맞춰 일어나기로 약속하고 둘이서 침대로 꼬물꼬물 들어가 눈을 붙혔다. 오랜만에 베개가 아니라 따뜻한 사람을

안고 자는...(울컥)(불쌍) 순영이에게 폭 안겨서 잠깐 눈을 붙힌 것 같았는데 어느세 시간이 지나 알람이 울렸다. 


단 몇 분이라도 더 잘 수 있게 먼저 일어나 조심조심 알람을 켜고 일어나면 빨리 나갈 수 있도록 거실로 나와 순영이 짐을 정리했다. 


새근새근 잘도 자는 걸 가만히 보고 있다가 더 보고 있었다간 못 깨울 것만 같아 한숨을 포옥- 쉬고 순영이를 흔들어 깨웠다.




"영아- 일어나자. 응? 숙소 가야지. 나 너 혼나는 거 싫어"


"우으응- 칠봉아~ 쪼금.."


"벌써 5분 더 지났어. 바래다 줄게. 나가자"


"싫은뎅... 나 안 가, 몰라"


"승철이 오빠한테 전화한다? 잔소리 듣고 싶어?"


"아니.. 안 듣고 싶어..."




이불 속에 파묻혀 꼬물거리는 순영이와 실랑이를 하다 결국 거의 안다시피 일으켜 세워 겨우 거실로 데려나왔다. 데려다 놓고 잠시 옷을 챙기러 간 사이

그 잠깐 새, 쿠션을 꼭 안고 소파에 누워 있다. 못말린다 못 말려.




"우리 수녕이 착하죠~ 누나가 데려다 줄테니까 어여 나갑시다~"


"아니야, 됐어. 뭘 데려다 줘. 늦었어. 그냥 현관에서 인사만 해"


"그래도 나 하나 보겠다고 여기까지 왔는데 그럴수야 있나"


"있지, 왜 없어. 늦은 시간에 나 데려다 주고 너 혼자 가는 걸 보라고? 위험하게"


"뭐가 위험해. 우리 동네 보안 짱짱해. 가로등도 많고"


"시끄러. 당장 그 옷 가져다 놓고 와. 나도 옷 챙겨 입고 있을테니까. 얼른!"




오랜만에 보는 순영이의 정색에 결국 풀 죽은 강아지 표정으로 외투를 옷장에 가져다 놓고 돌아오니까 순영이가 겉옷을 다 챙겨 입은 채 날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가면 또 언제 보나. 지금 많이 봐 둬야지 하는 마음에 마냥 보고만 있었더니 '오빠가 좀 멋있지?' 하며 또 장난을 걸어온다




"아주 그냥 한 시라도 장난을 안 치면 몸이 근질근질하지? 나 못 볼 땐 어떻게 참아?"


"우리 멤버만 13명이야. 하루에 한 명씩만 괴롭혀도 거의 2주가 된단 말이지. 2번씩만 괴롭히면 1달 금방이야"


"진짜 다들 너때문에 무슨 고생이야. 아주 그냥 못 되가지고... "


"오빠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야! 내가 얼마나 너를 보고 싶었으면 그랬을까.. 이렇게 생각해야지"


"말이나 못 하면. 얼른 가."




현관 앞에 서서 뭉그적거리며 계속 손을 붙잡고 있었다. 순영이도 신발을 갈아신은 지 오래였지만 둘 다 가기 싫어서, 보내기 싫어서 계속 손장난을 치고,

의미 없는 말만 계속 반복하고 있었다.




"아, 참 이거 해 줬어야 되는데 잊어버렸네"


"응? 뭐가?"


"원래는 너 보자마자 해 주려고 했었는데 얼굴 보니까 그냥 좋아서 잊어버렸다"


"뭔데? 중요한 거야?"


"응. 완전 중요한 거지. 내가 여기 온 목적 중에 하난데"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눈빛으로 순영이를 그저 바라보고만 있으니 내 손을 잡아 당겨 제 품에 가득 안더니 등을 토닥여주면서 한 마디를 건넨다.




"수고했어, 오늘도"


"싫은 소리도, 힘든 일도 꾹꾹 참고 해 내느라"


"고생 많았어. 장하다, 내 새끼"


"오늘 하루 수고 많았고 잘 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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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독자2
작가님 정말 대박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 넘나 제취향...❤️ 항상 글써주셔서 감사할따름!!! 감사합니당 !!!!!! 항상 응원할게용 !
8년 전
독자3
오랭만이에요 작가님 닭키우는순영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보고싶었어요 진짜 힐링되는느낌 요새 결정할것들이 많아서 심란했는데감사합니다진짜...ㅠㅠㅠㅠㅠㅠ
8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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