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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최한솔] Pink Romance | 인스티즈











벚꽃 지는 거 봐라.. 하, 쓸데없이 예뻐서 내 마음만 이르케.. 힘들게... 흡...

아니, 무슨 학교 곳곳에 벚꽃나무가 이렇게 많이 있어? 필요 이상으로? 응?

차라리 몰래 몰래 따 먹게 과일 나무나 아니면 향기 좋은 꽃나무나 많이 심지!

이런 건 보기나 예쁘지 비 오면 처치 곤란하고 얼마나 귀찮은데! 뭘 모르네!




쏘리 쏘리 암 쏘 쏘리

어디야?


어디긴. 학교지. 왜?


쏘리 쏘리 암 쏘 쏘리

수업 끝났는데 왜 학교야


도서관에서 잠깐 공부하다 나와쏘


쏘리 쏘리 암 쏘 쏘리

뭐? 도서관?

무슨 일이야? 

도서관이라고? 어디 납치된거야? 사실대로 말해!


득츠르.. 시험기간이잖아

공부를 해야 될 거 아니야.




속을 긁어라 아주.. 내 속 긁는게 최한솔씨 취미자 특기시죠? 어이쿠, 또 잊을 뻔했네. 나 없으면 넌 도대체 무슨 재미로 인생 사실건지 제가 참 궁금하네요.

고마운 줄 알면 좀 잘 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없지 않고 굉장히 많은데, 혹시 알고는 계실런지...




"아니! 눈이 달렸으면! 벚꽃이 이렇게 예쁜데! 하긴, 맨날 방에 쳐박혀 사는 애가 뭘 알겠어"


"아무리 그래도! 계절이 계절이고! SNS만 봐도 벚꽃 구경 얘기에 사진도 막 올라오는데! 지도 눈이 있으면 봤을 거 아냐"


"됐다, 됐어. 내가 너 말고 같이 갈 사람이 없는 줄 알아? 웃기시네. 완전 잘생긴 남자 있거든? 걔랑 가야지"




박복한 내 인생.. 어쩌다 이런 놈이랑 엮여서는.. 오늘 수업도 끝났겠다! 시험도 물론 중요하지만! 마음의 양식이 얼마나 중요한건데. 내일 나의 사랑 DSLR 챙겨서 

꽃놀이나 실컷 하다 와야겠네. 가끔 가다 쉬어줘야 또 충전을 해서 공부를 열심히 하고 그런 거 아니겠어? 응?




"엄마!"




...응? 엄마? 여기는 학교, 근데 웬 아가가 엄마를 찾는구나.. 고 놈 목소리 한 번 카랑카랑하니 좋네. 근데 뭔가 묘하게, 굉장히 익숙하고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 건...




"엄마아아아아"




그래, 내 착각일리가 없지. 방금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나한테 뛰어오는 저 꼬맹이가 확실합니다! 그리고, 저 아이는! 제 아들이 확실합니다!

어디서 갑자기 뿅! 하고 나타나서는 도도도 뛰어 와 내 다리를 꼭 감싸 안는 아들을 어안이 벙벙한채로 내 품에 안았다. 


그래서 아들,




"니가 왜 여기 있는데?"


"응? 엄마 보고 싶어써"




당황하니까 안 쓰던 사투리까지 갑자기 튀어나오네. 어머나... 이제 3살인 니가 (아가 기준에) 먼 곳까지 혼자서 왔을리는 절~대 없고.. 자, 다 함께 카운트를 세 볼까요?


3,

2,

1


"최한솔, 나와"


"나 기다렸어?"


"이게 뭐야, 지금- 얘를 왜 데려와, 것도 학교에!"


"Surprise~"




이딴 서프라이즈 한 번만 더 했다가는 내가 너 서프라이즈하게 만들어 버리는 수가 있다, 이 화상아... 물론 내 새끼가 부끄러운 것도 아니고, 내가 애 엄마라는 걸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이런 식의 서프라이즈를 굳이 할 필요가 있었나 하는.. 15분 뒤면 따뜻한 집에서 만날 수 있는데, 애를 데려 온 네 놈의 심보가 무엇이냐고!!




"엄마 이-러케 하지 마. 그러면 안 예뻐"


"아, 알았어. 엄마 표정 예쁘게 할게. 윤이 오늘 아빠랑 재밌게 놀았어?"


"아니. 아빠가 나랑 안 놀아줬어."


"아빠가 안 놀아줬어? 윤이 심심했겠다. 그치? 아빠 혼나야겠네-"


"응! 아빠 떼찌해. 엄마도 재밌었어?"


"엄마는 오늘 조금 힘들었어. 그래도 윤이 보니까 좋다"




망할 과제.. 아니 어떻게, 시험기간에 과제를 내 주시는 건지 저는 도무지 1도 이해를 할 수 없습니다, 교수님! 예? 그렇다고 제가 안 하겠다는 게 아니구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조별과제에 시험 공부 하느라 찌들어 있었는데 내 새끼 얼굴 보니까 좋긴 좋네. 아이고- 이쁜 것. 누굴 닮아 이렇게 예쁠까? 누구긴 누구야. 나지. 저 말 안 듣는 큰아들 최한솔일리가 없지~ 이렇게 착하고 예쁜데! 




"어? 누나!"


"나 방금 들었다, 누나 소리 들었다. 누구야"


"누구긴 누구야. 후배님이지"




으이구, 이 초딩아. 별로 나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질투하는 척 한다! 그리고, 누가 애 엄마한테 작업을 걸겠어. 내가 꼭꼭 숨기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잠금화면, 배경화면 

다 잘생긴 우리 아들 사진인데(남편.. 사진은... 갤러리에 잘 있지. 그럼 그럼!)




"어, 찬아. 집에 가는 길이야?"


"아니요. 친구랑 약속이 있어서요. 잠깐 나가는 길이에요"


"아- 그래? 윤아, 인사해야지."


"안녕하세요-"


"안녕~ 니가 윤이구나. 얘기 많이 들었어. 엄마가 니 자랑 엄청 한다"


"삼촌 우리 엄마랑 친해요?"


"응. 친해요. 왜? 지금 질투하는거야?"


"응? 지투가 뭐야?"


"ㅋㅋㅋ아, 귀여워. 누나가 맨날 자랑할만 하네요. 윤아, 너 진-짜 잘생겼다"


"고맙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안녕~ 나중에 만나면 맛잇는 거 사 줄게. 누나, 저 가 볼게요"


"그래, 잘 가~"




아들? 지금 저 삼촌한테 그렇게 해맑게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주면 내 뒤에서 레이저 쏘고 있는 너네 아빠가 더 많이 질투할 거 같거든? 빨리 아빠한테 예쁜 짓- 하면서 

웃어줘야 할 것 같은데 그럴 마음은 혹시 없는거니? 아드을-?




"아들"


"응?"


"아빠한테 와"




저거 삐쳤네. 삐쳤어. 누가 봐도 삐쳤네. 한솔이에게 아이를 넘겨주고 살짝 눈치를 살피니 '너 아빠가 아무 남자한테나 웃어주지 말라고 했지? 응? 오늘만 봐 준다, 앞으론 

그러면 안 돼. ' 하며 아들 단속을 하고 있었다. 아들이니까 저정도지 딸이었으면.. 어휴,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안 봐도 뻔하지 뭐.




"최한솔"


"한솔아"


"윤이 아빠"


"자기야"


"응"




와.. 아무리 불러도 대답 안 하길래 난 내 목소리가 안 들리는 줄 알았네. 최한솔 갈수록 이상한 기술만 는다니까? 우리 윤이는 저런 이상한 거 배우면 안 돼요- 혼나요-




"왜 왔어?"


"뭐?"


"갑자기, 말도 없이 학교에는 왜 왔냐고."


"서프라이즈- 라니까"


"무슨 서프라이즈냐고. 딱히 뭐가 없잖아"




나는 맞는 말을 했는데 왜 째려 보시나요. 아저씨. 서프라이즈~ 라면서 지금까지 한 거라고는 나 놀래킨거랑 찬이한테 질투하고, 아들 단속한 거 밖에 더 있어? 안 그래? 

짜잔- 하고 나타나서 뭐 있는 줄 알고 난 좀 기대했네. 뭐 별 거 아니구만. 그냥 마중 이벤트 이런 건가? 이럴 때는 알아내는 방법이 있지




"아들- 오늘 아빠랑 엄마 데리러 온 거에요?"


"응! 엄마랑 맛있는 것도 먹을거야"


"응~ 그럴거야? 아빠가 맛있는 거 사 주신대?"


"아빠랑 엄마랑 윤이랑 맛있는 거 먹을거야. 아빠, 사 줄거야?"


"괜히 윤이 찔러보지마. 자기 그럴까봐 나 얘한테도 안 가르쳐 줬어"





오~ 주도면밀한데? 이미 수를 읽혔다니.. 다음부터는 방식을 바꿔봐야겠어. 아..근데 우리 아들 아니면 내가 믿을 구석이 없는데.. 최한솔 쓸데없이 똑똑해져가고 있어. 

이거, 불리한 게임이 되겠는걸? 학교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알게 모르게 주위 여자들의 시선이 두 남자들에게로 꽂힌다. 잘생겼지?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정화되는 것 같지? 메-롱! 둘 다 내꺼다!




"보이지? 느껴지지? 이거 봐- 나 아직 안 죽었다니까?"


"우리 아들 보는 거거든? 아저씨, 김칫국 마시지 마세요"


"아들 비주얼 아빠 닮아서 어메이징 한 거거든요? 알면서 그러신다"


"어머, 왠 자뻑이세요. 그거, 병이에요 병. 얼른 고치세요" 




아.. 아는데 인정하기 너무나도 싫다. 조만간 최한솔 병이 도질 것 같은 예감? 그냥 일단 좀 멀리 떨어져 있어볼까 하는 생각으로 꼬물꼬물 옆으로 움직였더니 그걸 또 어떻게 알고 같이 꼬물꼬물 옆으로 온다. 아니, 저는... 그냥 거기 서서 아들이랑 둘이 시선샤워를 맘껏 즐기시다 저와는 저 건너편에서 조우하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엄마! 어디 가?"




하... 아들아. 넌 나를 도와줄 마음이 없구나. 그래, 알았어. 엄마가 가긴 어딜 가니. 네 옆에 있어야지. 잘생긴 우리 아들 누가 훔쳐갈까 엄마가 경계를 하고 있었단다. 

하하하하핳. 나는 분명히 당당하고 내 새끼가 자랑스러운데 그 '엄마' 소리로 인해 지금 나에게 꽂히는 시선은 다소 부담스럽네. 아, 예.. 제가 얘 엄마입니다. 부러우시죠..?




"ㅋㅋㅋㅋㅋㅋ 도망가려다가 잡혔어. 아들, 잘했어! 역시 똑똑한 우리 아들"


"아빠, 나 잘했어? 왜?"


"엄마가 우리랑 떨어지면 잃어버릴수도 있잖아. 그치? 윤이가 엄마도 잘 챙기고 효자네-"


"히힛. 맞아. 엄마랑 아빠랑 같이 있어야 돼"




때마침 신호가 바뀌어서 난 한솔이의 한 쪽 손을 잡고 거의 뛰다시피 걸었다. 걸으면서 '내가 왜 이래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도착 할 때 쯤엔 다시 천천히 속도를 늦춰 건너편에 도착했다. 윤이를 사이에 두고 아이의 손을 한 쪽씩 잡으면서 걸어가는데... 저, 버스 정류장을 지나치셨지 말입니다. 우리는,, 차가 없지 않습니까? 근데..?




"솔아, 우리 어디 가?"


"쉿! 나만 믿고 따라 와"


"아빠, 우리 어디 가요?"


"좋은 데 가는 거니까 엄마 아빠 손 꼭 잡고 따라오면 돼요"


"네에-"


"여보, 나는 알려주면 안 돼요?"


"네에- 안 돼요. 그냥 조용히 따라오세요"




싫은데요-라고 했다간 오늘 하루종일 삐쳐있겠지. 내가 절대 방금 나 째려본 저 눈빛에 쫄아서 입을 다문게 아니라 그냥 우리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이 한 몸 희생한 거야. 당연하지.


목적지가 생각보다 꽤 거리가 있는 탓에 결국 아이는 지쳐 내 품에 안긴 채 잠이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 고문하는 것 같은 기분은 뭐지?


한 마디 할까 하고 입을 열려는 순간, 정신 차려 보니 내 눈 앞은 벚꽃 나무들로 가득했다. 오모모 센스쟁이. 내가 이래서 널 좋아한다니까? 그래도 센스 좀 더 있게 

유모차라던가, 아기띠라던가를 좀 챙겨왔었으면 내가 더 감동 받을 수 있었을텐데.. 요새 어플로 차 렌트도 할 수 있던데, 우리 한솔이가 작업 하느라 아직 그런 건 

모르나보다. 그치? 난 이해해~




"마음에 들어? 내가 이 표정 보겠다고 오늘 늦잠도 포기했잖아"


"온 몸으로 벚꽃 구경 하고 싶다고 티내는데 내가 어떻게 안 데리고 와"


"그냥 가만히 따라 와 주면 참 예쁠텐데 뭐가 그렇게 궁금해?"


"23살 아줌마 데리고 다니기 되게 힘드네"


"여대생 감성이랑 아줌마 감성 둘 다 맞춰 주는 남자 드문 거 알지?"


"알면 나한테 잘 해. 아들- 엄마 그만 힘들게 하고 일어날까? 일어나서 예쁜 꽃 보자~"




사실 솔직히 말하면 좀 심술이 나 있었던 건 사실이었다. 벚꽃이 핀 지도 꽤 시간이 지났고, 조금 뒤면 벚꽃은 질 게 분명했다. 그런데, 남자친구도 아니고 남편이란 

사람은 바빠서 꽃구경 가자는 소리도 못 하고, 아들이랑 둘이 가자니, 어린 애를 사람 많은 곳에 데려가는 게 첫 번째 걱정, 마음대로 즐기지 못 할 것이 뻔한 게 

두 번째 걱정이라 갈 수 없었다.


친구들은 남자친구와 벚꽃 구경 데이트 한 사진을 보여주며 자랑하는데, 나도 그거 잘 할 수 있는데! 할 수가 없으니까. 알게 모르게 투정도 부렸었다.  

근데 눈치라고는 아들한테 다 준 건지, 못 알아차리는 것 같아서 작업실 문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몰래 궁시렁 댔는데, 그게 들렸는지 아니면 눈치란 게 존재하긴 

했었는지, 이렇게 데리고 왔네.




"윤아, 벚꽃 예쁘지?"


"우와- 응! 예뻐"


"사진 찍을까?"


"응! 사진! 사진 찍을래"





이왕 이렇게 된 거, 오늘 실컷 구경할거야! 아들이고 남편이고 몰라! 어차피 나 아무도 못 말리니까 말리지 마.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예뻐서 나도 모르는 사이 

입까지 벌리며 가만히 구경하고 있자니 저 뒤에서 날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 우리 아들 엄마 부르느라 고생이 많아요~


그 자리에 서서, 또 다른 곳을 둘러보며 둘을 기다리고 있으니까, 한솔이가 아들 혼자 찍은 사진, 둘이 같은 사진을 내게 보여주며 자랑한다. 와- 그래도 나 빼고 사진 

찍는 건 좀 너무 했다. 불렀어야지! 하고 화를 냈더니 적자생존이라며 '찍고 싶었으면 자기가 옆에 있었어야지' 하며 당당하게 대꾸했다.




"야! 최한솔!"


"뭐! 왜!"


"와.. 진짜 치사해. 아무리 그래도 사진은 같이 찍어야지! 둘만 찍냐?"


"그러는 넌 혼자 저만치 가 버리는 게 어디 있어!"


"저만치 가기는 뭘 저만치 가. 거기서 여기까지 10발자국도 안 되거든? 그리고 너라니! 내가 누나랬지?"


"누나는 무슨, 6개월도 차이 안 나면서"


"6개월이던, 1개월이던, 햇수가 다르면 1년 차이지- 너랑 나랑 1살 차이잖아~"




아우, 초딩. 내가 학교에서는 안 그러는데 너랑만 있으면 초딩이 돼요. 초딩이.. 어째 정신연령이 우리 아들이랑 비슷한 거 같다, 남편님아? 윤아, 엄마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대학 교육을 받고 있고 교수님들의 총애..는 못 받지만 그렇다고 미움도 받지 않는 갱-장히 성실하고 착하고 어? 그런 학생이야. 아들, 알지? 알아..주라 주




"여보야, 꽃이 예뻐,"


"내가 예뻐? 대답해. 빨리. 나야 꽃이야"


"내 질문이잖아- 왜 뺏어가?"


"뺏어가기는 무슨. 마무리는 내가 했잖아. 빨리 대답해. 꽃이야 나야"


"당연히.. 우리 시윤이지! 우리 이쁜 아들! 세상에 우리 윤이보다 예쁜 건 없어. 최시윤 최고 존엄 몰라?"


"최한솔 최고 존엄은 아는데 그건 몰라. 이름 바뀐 거 아니야? 최한솔 최고 존엄일걸?"




내가 저래서 우리 남편 인정하기 싫다는 거야. 저 뻔뻔하고 당당한 저.. 말투랑 표정. 아우, 진짜 한 대만 때렸으면 소원이 없겠네. 아버님, 어머님, 듣고 계신가요? 

댁에 아드님이 자기 잘난 걸 너-무 잘 알아서 제가 많이 힘듭니다. 제 아들이 저걸 닮을까 걱정도 많이 되구요. 모쪼록 가정의 따뜻한 관심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뻔뻔하게 얘기하는 남편을 뒤로 하고 아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데 도대체 어디서 나타나는 건지, 어떻게 찍는건지 사진마다 남편 얼굴이 찍혀있다. 결국 '그래, 우리 한솔이가 제일 잘생겼지. 볼 때마다 놀랍다' 라는 (입에 발린) 말을 해 주고 나서야 평화협정을 맺고 다정한 가족의 모습을 띌 수 있었다. '이건 뭐 찍는 거마다 화보네' 하는 헛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넘겨주고 신나게 놀다보니 어느새 어두워지고 주변에 불빛들이 하나둘씩 켜지기 시작했다. 곳곳에 놓인 조형물들도 역시.. 불빛이 들어오니 너무 예뻐서 

(정신 못 차리고) 달려갔다.




"솔아! 나 사진 찍어줘!"


"사진은 찍어주겠는데, 나랑 윤이 좀 챙겨가지? 아까 최고 존엄 어쩌구 하더니 그새 잊은거야?"


"엄마ㅠㅠㅠㅠ 나랑 같이 가ㅠㅠㅠㅠ"


"어, 알았어. 엄마가 미안ㅠㅠㅠㅠ 오랜만에 나와서 너무 신났나보다"



아들 엄마를 용서하지 마로라ㅠㅠㅠㅠ 정신줄 잘 잡고 있다가 예쁜 거 보니까 잠깐 미쳐서는 너를 잊었다 내가ㅠㅠㅠㅠ 최한솔도 아니고 최시윤을 내가ㅠㅠㅠㅠ 엄마가 

저를 버리고 갔다고 한껏 삐쳐있는 아이를 달래고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한 컷 찍었다. 기대되는 마음으로 사진을 확인했더니.. 남편아.. 역광이자나.. 나랑 우리 아가 

찍으라고! 풍경 사진 말고 인물 사진!


그 뒤로도 '아 쫌!' '그럼 자기가 찍던가! 얼마나 잘 찍는지 보자! 찍어 봐' '이거 봐, 장난 아니지? 누구랑은 확실히 다르지?' '무슨. 똑같구만. 심지어 살짝 흔들렸어' 

'흔들리긴 뭐가 흔들려!' 등 다정한 대화(?)를 하며 신명나게 꽃 사진을 찍어댔다. 지나가는 분들께 부탁해서 커플 사진도 찍고, 가족 사진도 찍고, 단독샷도 찍고! 

(단독샷은 마음에 안 드는 포토그래퍼 a.k.a. vernon 님께서 지 멋대로 찍으신 게 몇 장 있었다) 오랜만에 바깥 공기 마시며 재미 있는 데이트를 했다.




"아빠.. 나 배고파"


"배고파? 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났네"


"헐! 아들, 많이 배고프겠다. 너 밥 먹을 시간 한참 지났네"


"이거 봐. 엄마가 정신 팔려서.. ㅉㅉ 어쩜 좋니?"


"자기도 같이 놀았으면서 왜 나한테 그래? 아가,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아닌데? 이미 저녁 메뉴 내가 다 정해놨는데?"


"그르냐? 그럼 빨리 가자. 내 새끼 배고프다잖아-"


"너는? 내 새끼도 중요한데 난 우리 여보야 배도 중요하거든"




어머? 얘 뭐야? 최한솔, 니가 갑자기 이렇게 훅 들어오면 내가 또 설레고, 응? 오모모. 시윤아, 니네 아빠 오늘 왜 이래? 혹시 집에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엄마가 아끼던 

가방에 니가 낙서를 해 놨다거나, 화분을 깼다거나, 누구 돈을 빌려줬다거나, 삼촌들이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거나, 오늘 너네 아빠가 외박할 예정이라거나 그런 거 

아니니? 


한 손은 아들을 안고, 나머지 한 손은 내 손을 꼭 잡고서 '이번엔 제발 조용히 따라 와 주세요, 여보님' 하며 우리를 또 어디론가 데려갔다. 예쁜 짓 한 것도 있고, 기특한 마음에 진짜 아무말도 않고 조용히 따라갔더니 또 한 번 예쁜 짓을 한다. 저번에 SNS에서 보고 가고 싶다고 졸랐던 식당인데, 얘 뭐야? 듣는 척도 안 하더니 아우, 진짜~ 최한솔 이뻐죽겠네.




"우와아아-"


"우와아아-"


"니가 하니까 얘도 따라하잖아"


"왜? 내가 부끄러워?"


"부끄뎌워?"


"응. 시윤아, 아빠는 엄마가 조금 부끄러워"


"왜 부끄러?"


"그냥.. 좀 그래. 저기, 아주머니. 좀 앉아주시겠어요?"


"예. 알겠습니다"




우와아아아- 오늘 최한솔이 쏜다아아아- 돈 버는 최한솔이 맛있는 거 사준다- 여기 있는 거 다 시켜야지- 아, 맞다. 얘 돈이 내 돈이고 내 돈은.. 없지? 그럼 간단하게 

1인 1메뉴 하고, 같이 나눠 먹을 거.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데 오랜만에 느껴보는 설렘에 기분이 너무 좋았다. 고기 먹는다 고기~ 옆에 앉은 아들 손을 붙잡고 고기 찬양 송

(작사작곡 시윤맘)을 불렀더니 앞에 앉은 최한솔이 아까 지었던 그 표정을 또 지어보였다. 부끄러워도 어쩔 수 없어! 받아 들여! 난 지금 기분이 매우 좋으니까!




"맛있게 드세요"


"네~ 감사합니다~^^"


"방금 그 눈웃음 뭐야? 밥은 내가 사는건데 왜 쟤한테 끼부려?"


"저 사람이 맛있는 거 들고 왔잖아."


"아주 그냥 맛있는 거 되-게 좋아해요. 응?"


"자기도 똑같으면서. 이거 먹어 봐. 너 좋아할 거 같아서 시켰어. 시윤이도 아-"


"아~"


"나도 아~ 솔직히 아들보다는 남편이 먼저지"




그래, 우리 큰 아들 먼저 아~. 시윤이한테 주려던 걸 돌려 제 입에 넣어주니 참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아이구, 우리 솔이 그렇게 좋아요? 많이 먹어~' 하고 얘기했더니 

또 뭐가 마음에 안 드는지 부루퉁한 표정을 짓더니 퉁명한 목소리로 '우쭈쭈 그런 거 하지 마! 내가 최시윤이야?' 한다. 니가 우리 아들이랑 다를 게 나이 말고 뭐 있는데! 


밥을 맛있게 먹고 돌아가려니 또 그게 일이었다. 벚꽃 구경한 것도 좋고, 가 보고 싶었던 식당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은 것도 다 좋은데, 교통은 안 좋았다. 버스 정류장까지 

한 3분 정도 걸어가야 했는데 그게 뭐라고 또 귀찮은지. 아드님은 또 그새 잠이 들어서 아빠 품에 안겨 있었는데 그 때는 살짝.. 아드님이 부러웠었다.




"남펴-언, 나도 업어주면 안 돼?"


"응. 안 돼"


"나 다리 아픈데-"


"나도 아픈데- 조금만 걸으면 돼. 저기 봐봐. 버스 정류장 보이지?"


"힝... 남편아, 다음부터는 쏘카, 그린카 이런 거 이용해. 그거 괜찮대. 싸고 좋다더라"


"알았어. 참고할게. 조금만 힘낼까? 다 왔어- 응?"




정류장에 도착할 즈음엔 거의 한솔이가 나를 끌다시피 해서 데려왔다. 다행히 버스도 바로 도착하고, 맨 뒷자리에 자리가 남아있어 잽싸게 가서 앉았다. 분명 나를 위한 

하루였는데 왠지 모르게 지쳐서 한솔이 어깨에 기대 멍하니 있는데 솔이가 톡톡 내 손을 건드리며 손장난을 걸어왔다. 피곤해서 일부러 무시하자 심술이 났는지 이제 

손을 꼬물거리기 시작했다.




"왜 그래~"


"피곤해? 딱히 한 것도 없는데. 늙었네 늙었어"


"그래. 늙었지. 애기 낳는 순간, 여자는 몸이 확 늙는대"


"우와, 소름. 그게 벌써 3년전 얘기야. 자기야"


"그러니까. 그 때 내가 소개팅을 안 나갔어야 됐어. 아니야. 사기꾼 최한솔한테 넘어갔으면 안 됐어"


"뭐가. 덕분에 이렇게 잘생긴 남편에 남편 똑 닮은 아들까지 생겼는데, 나한테 고마워해야지"


"말이나 못 하면 밉지나 않지."


"그 말빨로 너 꼬신건데- 그리고 그걸로 내 새끼랑 마누라랑 먹여 살리잖아"


"어련하시겠어요~ 훌륭하십니다"


"눈 감긴 거 봐ㅋㅋㅋㅋ 좀 자고 있어. 도착하면 깨워줄게"




그 말을 듣자마자 바로 잠이 들었던 것 같다. 꿈 속에서 '오늘 내가 피곤한 건 늙어서가 아니라 시험공부와 과제 때문이야'라고 얘기했던 것 같은 걸 보면 은연중에 늙었다는 

말이 신경 쓰였나보다. 그래, 23살이 어디 가서 늙었다는 얘기는.. 학교 빼고! 안 듣거든? 이 22살아?




네가 19살이었을 때, (나한테 20살이라고 사기쳤다. 나쁜 놈..ㅂㄷㅂㄷ 니가 미잔줄 알았으면 난 너랑 시작도 안 했을거다! 우리 악연의 시작은 이 거짓말이여써!!) 우리는 

처음 만났었고, 연애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남들 하는 거 다 하면서 1년을 보냈고, 20살이 되던 해에 넌 나한테 결혼을 하자고 프로포즈를 했다.


아무래도 나는, 그 때 네 포부와 당당함에 홀렸던 것 같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넌 이미 음악쪽으로 쌓아 둔 커리어가 있었고, 작사 작곡에 대한 비전과 능력이 있었다. 

그래서 나도, 지금 생각하면 참 당돌하게, 어려서 안 된다는 부모님 말에 '한솔이 돈 많아! 지금도 벌고 있어! 나보다 잘 나가!' 하고 대꾸했었고 결국 승낙을 받아냈다.




덕분에, 그 후로 밋밋하던 내 삶이 꽤 버라이어티 해 졌다. 2학년의 시작을 유부녀로 했고, 2학기에는 휴학하고, 애 낳고, 애 키우고. 그렇게 1년이 훌쩍 지나 있었으며 

어느새 우리는 소박한 결혼 1주년 파티, 돌잔치도 한 어엿한 1년차 부부가 되어있었다. 


성급하지 않았다는 말은 할 수 없다. 모든 것을 조금 미뤄뒀어도 나쁘지 않았을테지만, 그렇다고 지나버린, 누리지 못 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 대신 남들은 누리지 

못 할 것들을, 느끼지 못 할 감정들과 생각들을 알게 되었다.


복학을 한다고 했을 때, 오히려 말렸던 것은 부모님이고, 날 지지해줬던 건 한솔이었다. 내 꿈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 본 사람이 자신이라고. 어차피 자기는 작업 하느라 

집에 있으니까 잘 하지는 못 해도 최선을 다 해 아이를 돌봐주겠다고 응원했다. 물론 '시간표 잘 짜면 괜찮은 거잖아?' 하는 협박도 빼 놓지 않고 했지만. 


복학하던 날, 시윤이를 품에 안고 쓸쓸하게 배웅해주던 그 모습이 아직도 어제 일처럼 선명하다. 그 때 최한솔 눈빛 참 볼만 했는데..

엄마가 어디 가는 줄도 모르고 아빠 품에서 조용히 잠들어 있던 아이도, 괜히 담담하게 말하면서도 묘하게 끝이 떨리던 한솔이의 목소리도. 너무 생생한데 벌써 

그게 1년 전이라니... 갈 때마다 아무 말도 못 한 채 울던 아이가 이제 씩씩하게 '엄마 까까 사 와' 라고 얘기할만큼 커 버렸다.




"일어나자- 우리 다음 정류장에서 내려야 돼"


"으응-?"


"눈 뜨고, 정신 차려야지. 나 자기 못 업어주는데?"


"나 꿈 꿨어"


"얼마 되지도 않는데 그새? 무슨 꿈? 귀신 꿈 이러면 때릴지도 몰라"


"응! 나 기싱 꿍꼬또! 시윤이는 자? 쟤 씻겨야 되는데.. 오늘 밖에 나갔다 와서..."


"눈 뜨고 얘기 해~ㅎㅎ 시윤이 어머님- 본인이나 씻고 주무세요. 응?"


"응... 나는 씻고 자지... 윤이 씻어야 돼.. 알지? 씻겨."




버스에서 내리고 나서는 거의 눈을 감은 채로 한솔이 손에 끌려갔다. 분명 머리는 눈을 뜨고 걸으라고 지시했는데, 몸이 남편 믿고 그 지시를 거부했다. 약간 '우리 

한솔이가 나 챙겨줄거거든!' 이런 느낌? 덕분에 우리 남편은 한 팔에 한 명씩 안고 끌고.. 고생이 많았겠구나. 한쏘리 내가 많이 싸랑하는 거 알지?


라고 난 분명히 생각만 한 거 같은데




"한쏘라- 사랑해~ 사실 시윤이보다 니가 더 좋아. 최한솔이 짱이지~"




하는 저 목소리는 누구꺼지...? 도대체 내가 얼마나 피곤했으면 저런 잠꼬대를 해서 평생의 흑역사를 남겼을꼬... 시윤아, 엄마 잠깐 쥐구멍에 숨을게.

아빠가 찾으면... 엄마 학교 갔다고 해 줘. 아니면... 아니야, 무슨 말을 해도 너네 아빠는 엄마 찾아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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