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PD 홍지수 X 방송작가 너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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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일찍 일정을 마무리 한 후 촬영 날짜를 공지하고 서울로 올라왔다.
사흘을 폭풍같이 보낸 탓인지 나이탓인지 내 몸도 예전같지 않았다. 그렇다고 프로그램의 하나뿐인 작가가, 맡은 프로그램도 하나인 작가가 촬영 날 골골대며
기어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니 이틀을 죽은 듯 푹 쉰 것 같다.
간간히 밥 먹자고 귀찮게 구는 세정이와 홍피디만 빼면.
홍피디에게는 단호하게 외출 생각이 없다고 말한 뒤 세정이를 집으로 불렀다.
"그래서 둘이 같이 잤다고?"
"잠만 잔거야."
답사 때 일을 설명하자 가뜩이나 큰 눈을 더 동그랗게 뜨고는 뭔가 더 있는 거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왔다.
찔리는 게 없는데 왜 얼굴이 빨개지냐며 추궁해오는 세정이를 한 대 때리고는 밥이나 먹자며 부엌으로 도망을 갔다.
세정이는 그냥 시켜먹자며 책자를 뒤적였다. 그렇게 밥을 시켜먹고 세정이가 방송국에 나가봐야 한다길래 나도 옷을 꿰어입고 같이 집을 나섰다.
방송국에 들어가보니 며칠 뒤 있을 촬영에 대비해 장비들을 최종점검하는 FD들이 보였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방해말고 저쪽으로 가서 놀란 말에 입을 삐죽이며 툴툴거렸다.
구석에서 혼자 앉아 발장난을 하고 있는 내가 한심했는지 커피나 사다달라는 심부름을 시켰다.
지령을 받은 꼬마대원마냥 신나서 사내카페로 향했다.
카페에 들어가니 구석자리에서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홍피디였다.
그리고 맞은편에는 결코 방송국에서 근무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없는 화려한 옷차림과 외모의 여자가 있었다.
여자친군가.
그 동안 나에게 던진 멘트들과 지금 이 장면이 오버랩됐다. 알게 뭐람.
카운터로 가서 커피를 시키고는 카운터 가까운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자꾸 홍피디가 신경쓰여 힐끔힐끔 쳐다보게 되었고
그들은 꽤 심각한 이야기를 나누는 듯 홍피디의 표정이 굉장히 안 좋았다.
그렇게 몰래 쳐다보던 중 진동벨이 울리고 커피배달을 무사히 마친 후 작가실로 올라왔다.
한창 촬영이 잡혀있을 시간이라 은희 선배와 슬기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너봉씨 지수오빠랑 프로그램 한다면서요?"
작가실 공공의 적. 1년 전, 그러니까 슬기가 들어오기 전까지 막내였던 이의진이 있었다. 들어올 땐 예쁜외모에 모두가 감탄했지만 막내이면서 꼬박꼬박
~언니, ~선배 라는 호칭대신 ~씨라며 동급 취급하는 태도며 누군가 다가갈 때 마다 불쾌한 기색을 서슴지 않는 인성에 모두가 질려 혀를 내두르는 멘탈갑 되시겠다.
그래서 나도 가벼운 인사 말고는 대화를 나누지 않는데 대뜸 지수오빠라니.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응. 왜?"
"제가 지수오빠 좋아하거든요. 어릴 때 미국에서 적응 못 하고 힘들 때 곁에서 많이 도와줬어요 오빠가."
번지수 잘못 찾은 고백을 그 뒤로도 한참동안 멍하니 듣고 있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뭘까.
"음...그래서?"
"건들지 말라구요."
"뭘?"
"지수오빠."
?!... 정말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 돼먹지 못한 견제는 나말고 1층 카페에 '너의 지수 오빠' 앞에 앉아 있는 여자한테나 하라고 하려던 찰나 전화가 걸려왔다.
홍피디였다. 일부러 이작가 들으란 듯 네 홍피디님. 하고 전화를 받았다.
-출근했다면서요. 어딥니까?
"작가실입니다."
-잠깐 편집실 들러요.
"네."
아깐 그렇게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더니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은 말투로 호출을 했다.
궁금한 기색으로 날 쳐다보는 이작가를 골려주고 싶어 본인 사랑은 알아서 쟁취하라는 말과 함께 그럼 난 홍피디님이 부르셔서 이만. 하고 작가실을 나왔다.
편집실에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홍피디의 모습이 보였다. 똑똑-. 노크를 하자 문을 열어주었고 왜 불렀냐고 묻자 일단 앉으라며 커피를 건넸다.
옆자리에 앉아 커피를 한 모금 마시려는데 홍피디의
"누가 그렇게 티나게 훔쳐보래요?"
하는 말에 마시던 커피를 뿜어냈다.
대답 대신 어떻게 알았냐는 눈빛을 보이자 그 정도면 다른 사람들도 나 보는 줄 알았겠다며 글쓰는 일 접어도 흥신소 같은 데는 취직하지 말라며 등을 두들겨 줬다.
이게 무슨 망신이람.
"갑시다."
"어딜요?"
"회의실."
"왜요?"
"김작가는 핸드폰을 왜 들고 다녀요? 비싼 전자시계?"
홍피디의 말에 얼른 메신저앱을 켜니 오늘 오후에 전국방방마을 회의가 잡혀있었다.
피디님 아니었으면 그대로 다시 퇴근할 뻔 했다고 어색하게 웃으며 먼저 편집실을 박차고 나왔다.
얼굴을 들고 살 수가 없어요...
***
어제 너무 늦게 와서 오늘은 아침 일찍 왔어요
포인트는 어제 실수가 죄송해서 안 달고 싶었는데 뭔가 그럼 몇 없는 댓글 조차 실종될 것 같아서ㅎ
오늘은 뭔가 내용이 싱겁네요...싱겁싱겁...
내일이면 새학기 시작인데 다들 잘 준비하셔서 좋은 한 해 보내세요!
내가 고3이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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