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직업 : 김민규 짝녀하기 pro
1.
분명히 말해두지만 나의 고등학교 3년의 목표는 '인간임을 포기하고 공부만 하기'였다.
나한테 해당사항 없을 연애라던가, 썸이라던가, 그런 건 아웃 오브 안중이었다. 그리고 그래야만 했다.
좆고딩 주제에 장밋빛 연애를 꿈꾼다는 건 제 꿈은 재수입니다! 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고 생각했다.
그냥, 조용히 살아야지, 정말 숨만 쉬고 공부만 해야지. 라고 다짐하며 1년을 그런대로 잘 보냈다.
그런데. 요즘 내 삶에 크나큰... 거의 내 인생의 오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애가 생겼다.
"여주야. 나도 좀 봐 줘어."
"......."
"내가 문제집보다 못한 거야?"
도대체 짝꿍은 언제 바꾸는 거에요. 학교 다닌 지 초등학교 포함해서 10년 짼데, 한 달이 지나도록 짝꿍 안 바꿔주는 쌤은 처음 봤다.
야자 시간은 말 그대로 야간 자율 학습 시간이라고! 풀리지도 않는 수학 문제들을 바라보고 있는데, 저 자식 목소리까지 겹쳐 들리니 미칠 지경이었다.
참을 인 석 자면 살인도 면한다면서요. 근데 저는 더 이상은 못 해 먹겠어요. 샤프를 쥔 손에 힘이 빡 들어가자 샤프심이 부러졌다.
"......너 나한테 왜 그래?"
"왜긴!"
"시끄러워. 공부 안 할 거면 제발, 그냥 가 줄래?"
누가 봐도 재수 없다고 느낄 멘트였다. 나도 이런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는데.... 당최 말을 못 알아 먹으니 별다른 방도가 없었다.
비수처럼 꽂혔을 그 재수 없는 한 마디에, 김민규가 입을 싹 닫았다. 그래, 그냥 나한테 욕을 해. 그게 낫겠다.
"너 진짜 너무하다."
"......."
"화내는 것도 예쁘면 어떡해."
저 미친놈. 김민규가 자기 가슴팍에 손을 얹더니 죽는 시늉을 했다. 저게 무슨 헛소린지....
"너 때문에 숨을 못 쉬잖아."
2.
난 전형적 집순이다. 집 밖으로 나가는 거 별로 안 좋아하고, 운동장 같은 데서 뛰어 노는 건 질색하는 사람이다.
근데 지금, 도대체! 왜! 여기에 내가 앉아 있어야 하냐고!
"왜 들어가면 안 되는데?"
"김민규가 안 된대."
"너네가 김민규 따까리야? 걔 말이 법이니?"
"걔 찡찡대는 거 우리도 듣기 싫거든?"
도대체 왜 내가 네 축구하는 걸 봐야 하는데? 대체 왜!! 이렇게 친구 시켜서 붙들어 놀 줄은 꿈에도 몰랐다.
체육 대회고 뭐고 난 더운 거 싫단 말이야.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듯 그냥 경기를 관람하기로 했다.
평소에도 이렇게 사람이 많았나 싶을 정도로 구령대에는 애들이 많이 앉아 있었다.
특히 여자애들.
"야, 김민규 진짜 존나 멋있지 않냐.... 심장...."
"괜히 탐내지 마. 너 상처 받음. 김민규 김여주면 사족을 못 쓴다니까."
"......내가 걔였으면 바짓가랑이 붙잡고 사귀자고 할 텐데."
누가 지금 내 얘기 하냐.... 귀가 상당히 간지럽다 했는데 내 앞 줄에 앉은 여자애들이 내 얘기를 하고 있었다.
김민규 덕분에 내가 얻은 건 연예인 급의 인지도와 비난과 질타와 시기와 질투의 시선이었다.
김민규 어디가 그렇게 좋다고 나한테 그러십니까, 예?
"헐! 김민규 골 넣었다!"
"......그래?"
여자애들이 어쩐지 소리를 빽 지른다 했어.... 시큰둥한 표정으로 골대를 바라보자 별 지랄을 다 하고 있는 김민규와 그 주변인들이 보였다.
그래서 경기 언제 끝난답니까? 시계를 바라보려고 고개를 돌리던 참에, 갑자기 나에게로 쏠리는 시선들에 얼굴이 자연스레 붉어졌다. 왜, 왜.
"여주야!!!!!!!!!"
"......ㄴ, 나?"
"나 골 넣었다! 잘했지! 칭찬해 줘!"
쥐구멍 분양 받습니다. 제발요. 어딘가로 숨고 싶어 졌다. 애같은 미소를 지으며 내 이름을 불러제끼는 김민규였다.
평생 느낄 부끄러움을 오늘 다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여자애들이 나를 동경 어린 시선으로 보는 게 제일 민망했다.
무시하기도 뭐했던 터라, 그냥 그런 대로 웃어 주었다.
"야, 너네 왜 김여주 쳐다봐! 보지 마!"
"......."
"여주 웃는 건 나만 볼 거거든!"
저 미친 놈....
3.
"너 뭐 하는데?"
"감상 중."
그래, 그런대로 익숙해지고 있는 중이다. 김민규가 옆에서 별 생 난리를 피워도 그러려니 하게 되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그래도 야자 시간에는 나를 귀찮게 하지 않겠다며, 내가 따로 요구도 하지 않았는데 집에 가 주는 김민규였다.
사실 귀찮게 하지 않겠다는건 핑계고, 따로 이유가 있는 게 분명했다. 인문계 학생만큼 힘들 예체능일테니.
"......내가 무슨 예술 작품도 아니고 감상은 무슨 감상."
"예술 작품 맞는데?"
"......웃겨, 진짜."
"왜, 나 나름 미술 하는 남자야."
김민규가 한 손에 4b 연필을 쥐더니 한 쪽 눈을 감고 무슨 구도 잡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너가 자꾸 그러면 내가 신경이 쓰인다고, 이 양반아!
낯간지러운 말들을 쏟아 내는 김민규가 한편으로는 신기했다. 내가 뭐라고....
"내가 너 그려 줄까?"
"나 말고 좀 근사한 걸 그려."
"너 예쁜 건 너만 모르지?"
"......."
"그런 거 같아. 너만 모르네."
김민규가 고개를 연신 도리도리 젓더니 한숨을 푹 쉬었다. 나는 자존감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현실적인 거란다, 김민규야.
내가 태어나서 남자한테 예쁘네, 뭐 조각 같네 이런 소리 들어본 적은 이번이 정말 처음이거든? 문제집으로 급히 시선을 고정했다.
그냥, 김민규 얼굴을 보기가 뭔가 민망해서. 신경 안 쓰는 척 했지만 귀가 붉어졌다.
"너 진짜 진짜 진짜 예뻐."
"......아씨. 그런 말 하지 말라니까?"
"진짜인 걸 어떡해! 솔직한 게 뭐 어때서!"
"......민망하잖아."
그래, 엄청 민망해. 죽을 것 같거든?
"우리 여주. 오빠한테 좀 설렜구나?"
"......뭐?"
"귀여우니까 봐 줄게."
저 선심 썼다는 표정 하며, 팔짱 낀 폼 하며. 어느 하나 제대로 된 구석이 없는 김민규다.
----------------------------------------------
말 그대로 맛보기용 글입니다! 하하하! 사실 민규 미자 시절에 쓰고 싶었는데.... 밀리고 밀리다 보니 어느새.... 민규는 스무살...(울컥)
쓰라는 쿱데포드레는 안 쓰고 이러고 있는 자까를 때려 주세요...
왜냐하면... 정말로 그 글을 떠나보낼 생각을 하니까 멜랑꼴리한 게....는 핑계 같은가요? 그렇지만 진심인걸요ㅠㅅㅠ
아무튼 이게 후속작이 될 지 안 될 지는 모리는 일입니다~~
(사실 작가는 고민 중이다)
슬픈 걸 쓸 지 밝은 걸 쓸지 모르게써요... 둘 다 쓰고 싶은 걸...
그럼 늘 사랑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