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이는 꽃을 보고는 윤기에게 전화라도 해볼까ㅡ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번호를 몰라 전화기를 내려다놓았다.
좀 물어봐서 포스트잇에다가 적어 놓을 걸. 후회하는 OO이였다.
OO이에게 ' 나 오늘 집에 없어. ' 라고 이야기 해버린 윤기는 하루종일 음향부스에 박혀있었다. 혹시나 OO이가 불 켜진 거 보고 들어올까봐.
다음 날 아침, 윤기가 집 밖으로 나오자 없을 줄 알았던 빵이 있었다. 그리고 포스트잇에는 '저 밥 먹었어요. 꽃은 너무 고마워요.' 라고 써있었다.
그걸 본 윤기는 웃더니 다시 집으로 들어가 분홍색 하트 포스트잇에다가 '고마우면 오늘 퇴근하고 보자. 집에서 기다려.' 쓰고 갈색 쪽문에 붙히고 출근했다.
OO이가 수업을 끝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평소 같았으면 가게 앞 개나리를 한참동안 보고 있었을텐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자신의 집 앞에 더 예쁜 개나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윤기가 준 다알리아 화분은 갈색 쪽문 근처 해가 잘 드는 곳에 있었다.
평일에 알바하지 말라던 윤기에 말에 OO이는 알바를 그만 뒀다. 오랜만에 평일에 집에 있는 OO이는 개나리보다 더 밝아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할지 모르겠는 OO이는 한참동안 누워있다가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한참이나 공부를 하고 있었을까. 어두컴컴한 전구가 깜빡거리더니 갑자기 팡ㅡ! 큰 소리와 함께 불이 나가버렸다. 큰 소리에 놀란 OO이는 자신의 손으로 귀를 막았다.
하지만 전에도 많이 있었던 일이기 때문에 크게 놀라지 않고 가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가게는 이미 닫혀버렸다. 집에 돌아온 OO이는 서랍장에서 초를 찾았지만 라이터가 없었다.
그래서 가스레인지에 가져다대려다 집이 다 불 타버릴 거 같다는 생각에 그만 두었다.
점점 어둠이 찾아오는 집 안에서 여주는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이 속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집 밖으로 나와 달동네를 쳐다보다, 하늘을 쳐다보다. 갈색 쪽문에 쪼그려 앉아있었을까
윤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달동네에서 음악하는 민윤기 X 달동네 사는 학생 OOO
05
" 뭐야. 너 왜 여기있어, 추운데. "
" 집에 전구가 나갔거든요.. 어두워서 나와있었어요. "
" 가게에서 전구 사올게. 갈아 껴줄게. "
" 가게 지금 문 닫혔어요! 저도 아까 가봤는데.."
가게 문이 닫혔다는 OO이 말에 윤기는 멈칫했다.
" ..그럼, 어떻게 하려고. "
" 뭘 어떻게 해요.. 좀 있다 들어가서 자야겠죠? "
" 너 밥은 어쩔려고. 어두운데 거기서 밥 먹겠다 이거야? "
" ... "
결국 윤기는 OO이를 자신의 집으로 들여보냈다. 윤기의 집으로 들여보내기 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 일단 밥은 먹어야 할 거 아니야. 일단은 우리 집에 들어와 있든지. 계속 여기 있을 거 아니잖아. " 라며 말했던 윤기인데
" 아ㅡ 우리 집에 여자 온 거 처음인데. "
" 그리고 이 집에는 너가 처음 왔어. "
" 집이 좀 더럽지? "
" 춥지 않아? 춥지? 난 별로 안 추운데 너가 추워보여. 연탄 갈아낄까? "
OO이는 가만히 있는데 혼자 안절부절 못하는 윤기였다.
OO이는 나간 윤기의 뒷모습을 보다 눈으로 집을 구경했다.
남자 혼자 사는 집 치고는 깔끔했는데 집 안에 이상한 부스가 들어와 있었다.
생각해보니 OO이는 아직까지 윤기가 뭐하는 사람인지를 모른다.
연탄을 갈아끼고 온 윤기는
" 금방 따뜻해질거야. 조금만 기다려. "
라는 말과 함께 이불을 깔아주더니 " 추우면 이불 밑에 들어가 있어. " 라는 말도 덧붙혔다.
여주는 앉으면서 " 근데 이건 뭐예요ㅡ? " 라며 음향부스를 가리켰다.
지금까지 일방적으로 윤기가 OO이한테 물어봤는데 오늘에서야 자신에 대해 물어보는 OO이의 모습에 윤기는 살짝 서운한듯, " 이제서야 내가 뭐하는 사람인지 궁금해? " 라는 말을 뱉어버렸다.
그 말을 들은 여주는 당황한 듯, " 네ㅡ?네..? 아.. " 문장이 아닌 단어를 뱉어냈고 그 모습이 귀여운 윤기는 더 서운한 척 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OO이는 손사래 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한테 잘해줬는데 나는 반면에 아는게 없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런지 크게 부정을 못하는 OO이였다.
여주가 앉으려다가 미안한 마음에 윤기한테 다가가갔다. 가까워진 거리에 윤기는 갑자기 OO이에게 어깨동무를 하더니,
" 나 음악해. 낮에는 그냥 회사 다니고. "
" ... "
" 한 번 들어가볼래? "
윤기는 음향부스 문을 열었다.
.
.
얼떨결에 둘은 음향부스 안으로 들어왔는데 윤기가 손도 가만히 못두고 뭐 마려운 강아지 마냥 아까보다 더 안절부절못했다.
윤기는 덤덤하게 데려와놓고 막상 밀폐된 공간에 둘이 있으면 바보처럼 부끄러웠다. 반면에 OO이는 아무렇지 않아서 윤기는 더 부끄러웠다.
OO이는 신기한 듯, 피아노에 손을 올려 건반을 하나씩 누르고 있었을까. 윤기의 핸드폰이 울렸다. 바지 뒷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액정을 확인해보니 김남준이였다.
' 어ㅡ 집이냐? '
" 방금 왔어. 왜? "
' 아니 나 지금 비트 보냈거든 메일로? 지금 확인해봐. '
" 알겠다- "
' 야. 근데 피아노 소리 뭐냐? 누구랑 같이 있냐? '
" ... "
' 박지민? 김태형? 정호석? '
" ...야 나 바빠. "
당황한 나머지 윤기는 그냥 남준과의 전화를 끊어버렸다.
메일을 확인해보려고 의자를 끌었을까 서서 피아노를 만지작거리는 OO이를 보더니
" 여기 앉아. " 라며 OO이에게 의자를 가져다 줬고 자신은 보조 의자에 앉았다.
이 모습을 방금 전화한 남준이가 본다면 기겁 할 일이다. 윤기는 자신이 편한 상태에 있어야 곡 작업이 된다면서 보조 의자에 앉지 않았다.
혹시라도 윤기 의자에 앉아있으면 발로 차면서 욕이란 욕을 다 퍼붓는 윤기였다.
윤기도 컴퓨터가 부팅되는 걸 기다리면서 자신의 모습에 헛웃음이 자꾸 나왔다. 자신이 불러놓고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나, 의자를 양보해주는 것.
이 모든 것이 오버랩 되며 '진짜 내가 이렇게 누군가에게 양보해본 적이 있나.'는 생각과
' 나는 OO이랑 만나면 항상 지겠다. ' 라는 생각까지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냥 OO이한테 갑자기 "넌 챙겨주는 것보다 챙김을 받는게 더 예쁘고 잘 어울려. " 라는 뜬금없는 말을 내뱉었다.
이렇게라도 말해야 자신이 OO이에게 다 져도 챙김을 받는게 예쁘니까 챙겨준다고 믿고 싶은 윤기였다.
30분 정도 지났을까 윤기는 메일로 온 비트 확인하고 다시 남준이에게 전화해서 조율했다. OO이는 그 모습을 쳐다보다 푹신한 의자에 몸을 눕혀 잠이 들어버렸다.
윤기가 조율을 대충 끝마추고 불편한 의자에 익숙하지 않은 듯 기지개를 피며 뒤를 돌아봤을까, OO이가 잠들어있었다.
곤히 자는 OO이 모습에 깨울까말까 고민하던 윤기였지만 볼 콕콕 찌르더니
" 밥먹자, OO아. "
.
.
맛있는 요리를 해주고 싶었지만 윤기도 어찌됐든 달동네에 사는 자취생이였다. 그래서 윤기는 3봉지 남아있던 신라면 중 2봉지를 뜯었다.
그 모습을 본 OO이는 미안한지 " 제가 할게요. " 라고 말했지만
" OO아. 나 라면 진짜 기깔나게 끓이는데. 너 맛보고 또 해달라고 하지마라. "
" 아- 내 라면 맛보는 첫 여자네, OO이가. "
윤기에게 OO이는 소녀가 아닌 여자였다.
" 어때ㅡ 맛 있어, 없어. "
" ..맛있어요! "
윤기가 끓인 라면은 OO이가 지금까지 먹어본 라면 중에 제일 맛있었다. 좋아하는 OO이 모습에 베시시ㅡ 윤기도 웃었다. 비록 영양가 있는 음식은 아니였지만 둘은 행복했다.
밥을 먹고 할 게 없던 둘은, 윤기 노트북으로 TV를 보고 있었다. 벌써 시간을 보니 11시였다.
윤기 눈치를 보던 OO이는 " 이제 슬슬 가봐야할 거 같은데.. 11시예요. " 라고 말을 뱉었다. 그러자 윤기가
" 어두운데 어딜가. 10시 넘으면 집에 있어야지. 그냥 여기서 자. "
OO이는 고민했다. 어두운 걸 무서워하는 편은 아니였지만 아예 전구가 나가버린 집은 아주 조금 무서웠으니까. 고민하는 OO이를 알아채고
" 정 그렇게 못 믿겠으면 너가 여기서 자고. 내가 너네 집 가서 잘게. "
이 집은 윤기의 집이였다. 또한 OO이의 집 연탄을 꺼놨기 때문에 추울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윤기를 믿었기 때문에 알겠다고. 둘은 그렇게 같이 자게 되었다.
그러나 윤기네 집에 이불 하나뿐이였다. 윤기는 아무 생각 없이 덮는 이불을 꺼내더니
" 서있지말고, 누워. "
그 말을 들은 OO이는 어정쩡하게 이불 위에 앉아있었을까.
" 불 끌꺼니까, 앉아있지말고 누우라니까. "
라는 말과 함께 윤기는 롱패딩을 입었고 음향부스에서 두루마리휴지 하나를 가져오면서
" 끈다. 불. "
어두컴컴한 윤기네 방 안, 달빛이 살짝 들어왔다. 아까 윤기가 입었던 롱패딩은 침낭같은 존재였고 두루마리 휴지는 베개같은 존재였다.
그렇게 윤기는 OO이를 등지고 누워있었다. 그러나 그 모습을 본 OO이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하루지만 자신이 얹혀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미안해서 슬금슬금 다가가 이불을 덮어줬다. 그러나 윤기는 등진 상태로
" 됐어 너나 목 끝까지 하고 자. 감기 걸려. "
이불을 다시 OO이에게 주며 이야기 했다.
그 말에 OO이는 베개로 윤기를 툭툭 쳤다. 그때서야 윤기는 OO이에게 등졌던 몸을 돌렸는데 OO이와 가까웠다.
음향부스에 있던 것 보다 더 부끄러웠지만 피하고 싶지 않은 윤기는 뚫어져라 쳐다봤지만 그만 OO이가 등져버렸다.
그 모습을 본 윤기는 롱패딩을 벗더니 슬금슬금 다가가서 OO이가 덮고 있던 이불을 덮었다.
등졌던 OO이가 다시 윤기를 쳐다봤을까
" 사실 롱패딩 불편해에ㅡ " 라며 OO이를 흘겨봤다.
OO이는 상체만 일어난 채 윤기가 베고 있던 두루마리 휴지를 빼고 베개를 베도록 했다. 얼떨결에 베개를 베게 된 윤기는 곧바로 오른쪽 팔을 피더니 여기에 누우라고 했다.
OO이가 난감해하자 윤기는 왼쪽 팔로 OO이 어깨를 눌러 힘으로 눕혀버렸다. 그리고 다시 그 손은 자신의 눈을 가렸고
" 자. "
팔베개를 해주는 윤기 때문에 OO이 심장이 쿵쿵ㅡ 뛰었다. 그리고 혹시나 자신의 머리가 무거울까봐 머리에 힘을 주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 그냥 편하게 누워. 너 힘 주고 있는게 더 불편하다. "
.
.
.
한참이나 둘은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 ..자냐. "
평소보다 낮은 목소리로 물었지만 OO이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윤기는
" ..OO아.. 난 너한테 궁금한게 참 많다. 너가 왜 여기 있는지.. 너희 부모님은 어디있는지. 너가 지금껏 외롭지 않았는지.. "
" ... "
" 그런데.. 내가 그 말을 꺼내면.. 너가 애써 감춘 상처를 내가 다시 한 번 찌르는 게 아닌지 걱정되서 못 물어보겠어. "
" ... "
" 내가 너랑 꽃 보고 집 가는 길에 생각한건데, 너는 겨울에 갇힌 봄 같아. ..그니까,그 말이 넌 봄인데 주변이 겨울이라 여린 너가 버티지 못 해. "
" ... "
" 내가 그 겨울들 속에 갇힌 너를 구해줄테니 너는 나한테 봄이 되줬으면 좋겠다. "
" ... "
"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너가 준비되면 와. 난 준비 됐어. "
윤기가 그 말을 끝내고 눈을 가리고 있던 팔을 내리니, 잔다고 생각했던 OO이는 입술을 꽉 물고 울음을 참고 있었다.
그 모습에 윤기는 마음이 쿵ㅡ 떨어졌다. 그리고 곧바로 OO이를 품에 안았다. OO이가 소리 내지않으며 우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OO이도 우는 것을 누구에게 들킬까 두려워 소리내지 않으며 우는 게 익숙해진걸까. OO이도 기댈 사람이 없던 거구나ㅡ
오늘에서야 마음이 찢어진다는 느낌을 깨달은 윤기는 자신이 생각보다 OO이를 많이 좋아한다는 걸 느꼈고
" 좋아해, OO아. "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말해버렸다.
안녕하세요ㅡ 오늘은 글 진짜 짧죠ㅠㅠㅠㅠㅠㅠㅠ
덧붙힐려고 했는데 그냥 깔끔하게 이렇게 끝내는 게 좋을 거 같아서 이렇게 짧습니다 ㅎ어엉ㅇ....
글이 안 설레니 브금을 슈가슈가하게 설레게 했습니다ㅋㅋㅋㅋㅋ
그나저나 막짤 윤기 너무 설레지 않아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 저거보고 진짜 몇 분동안 앓아누웠어요...아 덕통.. 군주님...
어제 쓴 너무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잘했다고 해서 진짜 현실감동 너무 착한 독자님ㅠㅠㅠㅠㅠ 빈말이여도 정말 감사했어요ㅠㅠ
많이들 개학, 개강하셔서 힘드실 거 같은데 힘내시고! 다음에 뵈어용 빠이빠이 사랑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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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구.. 아무도 눈치 못 챌까봐 부연설명 들어갑니다.
일단 전부터 OO이네 집 어두컴컴한 전구가 나옵니다. 그 말은 OO이가 어두운 공간에 있었다는 것이겠죠ㅡ
그러다 이번 편에는 완전히 나가버린 전구에 OO이는 그 어둠 속에 있다가 우울해져 피하려고 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그러나 OO이는 혼자입니다.
그러다 때마침 윤기가 뾰로롱 나타나죠!
그리고 마지막에 윤기가 겨울들 속에서 구해주겠다고 봄이 되달라고합니다.
또한 윤기는 전부터 OO에게 자신의 어린시절을 보는 듯한 이야기를 했는데요.
이 말은 둘은 비슷한 환경에서 자랐음으로 서로를 보듬어줄 수 있는 사이이다.
이런 의미가 이번 편에 숨겨있었는데. 눈치 채셨나요? 못 채셨다면 정상입니다. 제가 글을 못 썼거든여 ㅎㅎ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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