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을 읽는 소녀
w/ 김작가
도망치십쇼. 그들이 볼 수 없는 곳으로 멀리 도망치십쇼.
소녀를 향해 울먹이는 목소리는 한없이 떨리고 있었다.
소녀의 손을 마주잡던 두 손이 놓아지자 소녀는 멀리, 아주 멀리 도망쳐야만 했다.
그들이 볼 수 없는 곳으로, 그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마른 모랫바닥을 달리는 발걸음은 너무나도 버거웠다.
숨이 턱까지 차 올랐지만 여기서 넘어지면 모든 게 다 끝날 것 같았다.
소녀는 끝없이 이어진 언덕길을 오르고 올랐다.
계집을 붙잡아라!
멀리 그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녀를 쫓는 그들의 걸음이 점차 가까워지고 있었다.
겁에 질린 소녀는 마침내 높은 벼랑끝에 멈춰 섰다.
이 길의 끝이었다.
소녀는 절망했다.
위치를 알아낸 그들에게 둘러싸여버린 소녀는 점점 그들에게 얽매어왔다.
당장 저 계집을 포획하라!
이대로 잡힐 수는 없었다.
점점 다가오는 그들을 피해 뒷걸음질 치던 소녀는 어느새 벼랑 끝에 서서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소녀는 두 눈을 꼭 감았다.
… 부디 행복하십쇼.
허공에 내뱉은 소녀의 말은 너무나 애처로웠다.
안돼!
두 뺨 위로 흐르는 눈물을 닦을 세도 없이 벼랑 끝으로 떨어진 소녀의 두 귀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스치고 지나갔다.
허억-
숨을 크게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흥건히 맺힌 땀방울을 닦아내었다.
또 똑같은 꿈이었다. 항상 같은 꿈을 꾼다는 것도 이상했지만 무엇보다 이상한건 항상 똑같이 끝난다는 점이였다.
눈물과 땀이 섞여 지저분해진 얼굴을 닦아낸 나는 머리로 느껴지는 통증에 관자놀이를 눌러댔다.
![[방탄소년단] 전생을 읽는 소녀 Prologue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12/31/1/d9d392f9ec70c62d274880501c0c9a87.gif)
"…또 꿈꾼 거야?"
"응…."
"우리…"
"내가 말했지 싫다고"
"너 이러는 거 보기 싫어서 그래"
"제발 정신병자 취급하지마."
민윤기는 꽤 오래 사귄 남자친구였다.
그래서인지 같이 사는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 둘은 서로의 집을 더 자주 드나들곤 했었다.
민윤기는 나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 내가 좋아하는 노래, 내가 좋아하는 색깔 등등…
물론 나의 잠자리가 그리 좋지만은 않다는 것도 모두 알고 있었다.
평소와 같이 들려서 내 얼굴만 보고 가려던 것뿐인데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된 나의 얼굴을 마주한 그의 입장에선 놀랄 만도 했다.
민윤기는 항상 내게 치료받기를 권유했다.
같은 악몽과 그 후에 돌아오는 두통을 매일 앓다시피 하고 있었으니 내게 치료를 권하는 건 가능한 일이었다.
![[방탄소년단] 전생을 읽는 소녀 Prologue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1/03/22/32c3ebd8ebd66728119971e07f68f5dd.gif)
"제발 고집부리지 마."
"괜찮다고 했잖아"
"너 며칠째 잠 못드는거 모를 줄 알아?"
"…"
"나 아는 분이 도와주신다고 하셨어"
"…싫어"
"야."
"스트레스 받아서 그런 거뿐이야 이러고 있지 말고 돌아가."
민윤기의 어깨를 살짝 밀어낸 나는 다시 누워있던 자리위로 몸을 눕혔다.
정말 이럴래?
민윤기의 화가 난듯한 목소리가 돌려 누운 등 뒤로 들려왔다.
"나한텐 오빠가 이러는 게 더 스트레스야"
"…그래?"
"그래 그러니까 빨리 나가."
"그렇단 말이지"
"몇 번이나 말해 빨리 나가라고!"
잔뜩 예민해진 나의 말을 끝으로 들려오는 대답은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굳게 닫혀진 문만이 민윤기의 대답을 대신해주고 있었을 뿐이었다.
나는 잠시 아주 잠시 쉴 곳이 필요했다.
아침이 될 때까지 베개를 끌어안고 펑펑 울어대던 나는 날이 밝자마자 짐을 싼 후 집을 나섰다.
단지 혼자만의 여행을 위해서였다.
"속초로 가는 표 하나 주세요."
한 손엔 캐리어, 한 손엔 버스표를 쥐고 버스위로 올라탄 나는 조용히 이어폰을 꽂고 출발을 기다렸다.
얼마가 될 여행일진 모르지만 최대한 오래 머물고 싶었다.
이어폰으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가져온 책을 읽고 있으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때 누군가가 내 옆으로 앉는 것이 느껴졌다.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모두가 함께 타는 교통수단이다 보니 이 정도는 참고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아까부터 내 옆에 앉아있는 사람이 날 뚫어지게 쳐다본다는 것이었다.
"저기 아가씨."
중년의 여인, 진하게 화장을 한 그녀는 누가 보아도 포스있는 사람 같아 보였다.
내게 말을 붙여온 여인의 부름에 어색하게 대답해낸 나는 그녀의 매서운 눈빛에 제대로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눈동자만 이리저리 굴려댔다.
"예전부터 계속 똑같은 꿈만 꾸지?"
"네,네?"
"꿈을 꾸고 나면 머리가 계속 아프고"
"그걸 어떻게…"
"주위 사람들의 걱정에도 본인은 스트레스때문이라고 계속 고집부리고 있고"
"…"
"아가씨, 이건 고집 부린다고 나아질 문제가 아니야"
그녀는 마치 내 머릿속을 읽고 있는 것만 같았다.
어떻게 아신 거에요?
나의 질문에 미소를 짓던 그녀가 살며시 입을 열었다.
"아가씨는 혹시 전생을 믿나?"
"…전생이요?"
"너무 이상한 질문 같나?"
"제가 꿈 속에서 전생을 보고 있다 말씀하시는 건가요?"
"아가씨에게 내 말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내가 봤을 때 아가씨는 전생의 업적을 미처 다 이루지 못해서 현생으로 온 것 같아 보여"
"…"
"남자친구와 사이도 그리 좋지 못하지?"
나에 대한 모든 것을 맞춰가는 그녀의 놀라운 능력에 고개를 끄덕이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또 다시 그녀가 입을 떼었다.
"전생의 인연이 꼬이고 꼬여있는데 그것을 풀지 못하고 여기까지 왔으니 그럴 만도 하지"
"…그 말이 사실이라면 무슨 방법 없을까요"
"방법이 없진 않지"
"그럼 가르쳐주세요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리는 것도 지겨워요 제 주변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것도 그만하고 싶어요"
"기회가 주어진다면 풀어낼 자신 있어?"
"자신 있어요"
"대신 주의점이 몇 가지 있어"
"…뭔가요"
"내가 아가씨에게 기회를 주게 되면 이곳에서의 기억은 모두 사라지게 돼 그게 어떤 방법이던 아가씨와 주변사람들의 인연은 아예 끊기게 되는 거지 아가씨가 전생에서의 인연을 모두 풀어내고 업적을 모두 이뤄 돌아온다고 한 들 현생에서의 아가씨는 주변사람들에게 잊혀지게 되는 거야"
"…다른 방법은 없는 건가요"
"난 아가씨가 위험하지 않을 방법으로 추천 한거야 다른 방법은 안돼"
"하지만 이곳에 돌아왔을 때 아무도 절 기억 못한다면…"
"생각보다 깐깐한 아가씨네… 그래 좋아, 하지만 만약 일이 잘못되더라도 날 원망해선 안돼 그때 난 이곳에 없을 거니까"
"없다니요?"
"내가 이제 잠에서 깨어나게 해줄 거야, 당신의 남자친구도 당신도 그럼 이곳에 없겠지"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내가 어떤 방법을 쓰던 원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모두 아가씨를 위한 거니까"
"저기요!"
쿵-
어디선가 들려오는 커다란 굉음소리에 눈을 뜬 나는 재빨리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함께 이리저리 흔들리던 버스는 잠시 후 벼랑 끝으로 떨어져 구르기 시작했다.
내가 어떤 방법을 쓰던 원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모두 아가씨를 위한 거니까
여인의 말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온 몸이 흔들리고 부딪히는 와중에도 옆자리를 확인해야만 했던 나는 고개를 돌려 여인이 앉아있어야 할 자리를 바라보았다.
만약 일이 잘못되더라도 날 원망해선 안돼 그때 난 이곳에 없을 거니까
그녀는 내 옆자리에 없었다.
꿈을 꾼 걸까, 아니면 정말 내가 미치기라도 한 걸까?
점점 눈앞이 흐릿해지기 시작할 무렵 호수 속으로 잠겨 들어간 버스 안으로 물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난 어떻게 되는 걸까 여기서 죽는 걸까…
발 밑으로 차가운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버스가 몇 바퀴나 굴렀으니 내 몸도 성치 않았다.
점점 흐릿해지는 눈앞에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아씨…
아씨…
누군가를 애타게 부르는 목소리에 감았던 두 눈을 뜨자 낯선 천장이 보였다.
축축하게 젖은 몸은 그대로인데 내가 있는 곳은 버스 안이 아니었다.
"정신이 들어요?"
"여기가 어디…"
"어쩐다고 물에 뛰어 드셨대요"
나를 붙잡고 우는 어린 여자아이,
무거운 몸을 일으키자마자 보이는 건 내게 입혀진 옷과 낯선 방안이었다.
"어찌 그러셔요?"
"아,아무것도 아니에요"
"어찌 말을 높이셔요 괜찮은 거 맞아요?"
걱정스런 얼굴로 바라보는 여자아이,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나는 이것이 그 여인이 내게 준 기회인지 생각하려 애썼다.
"그런데 저 분은 아는 분이신 거에요?"
![[방탄소년단] 전생을 읽는 소녀 Prologue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3/04/2/fcab77ac551a9d9bfea8f750386e6f65.gif)
여자아이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고개를 돌리니, 똑같이 젖어있는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곤히 두 눈을 감고 있는 사람은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현생에서도 마주친적 없던 사람, 여자아이를 향해 고개를 저으려던 그 순간 그 남자가 기침을 하며 두 눈을 떴다.
![[방탄소년단] 전생을 읽는 소녀 Prologue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3/04/2/c35e9c86edc80aa96d56c20b3f4643ba.gif)
"정신이 드셔요?"
"…"
아무 말 없이 몸을 일으켜 주변을 둘러보는 그,
꽤 고급스러운 옷을 걸치고 있는 그는 신분이 높은 사람인듯 싶었다.
"아씨가 아니었으면 큰일 났을 거에요"
내가 저 사람을 구한걸까,
여자아이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는 남자의 눈빛은 너무나 슬퍼 보였다.
"어찌 그랬습니까"
"…"
"어찌 날 구한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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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항상 글만 읽다가 좋은 소재가 떠올라서 막 글을 쓰기 시작한 김작가입니다..ㅠㅠ 글이 어떠셨는지 모르겠지만 좋은소재를 줘도 글 못쓰는건 확실하네여ㅠㅠㅠㅠ 죄송하구여.. 읽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그리구.. 금손 작가님들 너무 존경해여.. 흐윽흐으규ㅠㅠㅠ 그래두 이왕 시작한거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사랑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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